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9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90화(90/320)
“암살자들이 태양신교 지부에서 나온 이상 의심은 피할 수 없다. 더한 소문이 퍼지기 전에 꼬리는 확실히 잘라야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그리고.”
교황이 추기경의 말을 자르고 덧붙였다.
“만약 오스틴 측에서 태양신교에서 암살자들이 나왔다는 걸로 배상을 하라며 물고 늘어진다면, 오스틴 왕국에 책임을 전가해라.”
오히려 오스틴에 책임을 전가하라니?
추기경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교황이 뭐가 문제냐는 듯 말했다.
“오스틴 왕국에서의 일은 전적으로 오스틴 왕국이 책임져야 한다. 그게 태양신교의 오스틴 지부에서의 일이라도, 어쨌든 오스틴 왕국 내부지. 맞나?”
“예, 맞습니다.”
“되려 그들이 태양신교의 명예에 먹칠을 한 셈이니 사과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태양신교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
교황은 독보적으로 압도적인 권력을 내세워 억지 같은 말도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 있었다.
“싸움은 결국 구도에 달려 있다. 누가 논리적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 책임이 있어 보이는가가 핵심이다.”
“알겠습니다!”
과연 태양신교의 교황이라는 걸까.
정치라는 분야에 있어서 완벽한 수준을 보이는 교황의 모습에 추기경은 다시 한번 충성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유진 로베르의 암살 작전은 모두 중단한다.”
“……!”
추기경은 놀란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유진의 암살은 교황이 오래전부터 실행하려던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가 유진 로베르를 직접 봐야겠다.”
* * *
주작 기사단과 유진 일행은 성대한 축하를 받으며 펜첼로 복귀했다.
감스탄은 제이드에게 이번 일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곧바로 가주전으로 향했고, 나머지 인원은 모두 휴식을 위해 숙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유진은 할 일이 있었다.
-또 수련장이냐? 또?
‘몸이 쑤시는데 어떡해. 쉬어서 득 될 게 뭐가 있다고.’
-훈련에 미쳤구나. 뭐, 여자나 돈에 미친 것보다야 낫긴 하다만.
남관에 도착한 유진이 쿠란의 검을 빼 들고 눈을 감았다.
유진의 수준은 묵광 5성을 달성하면서 어느새 심상 수련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전투를 했다면 복기가 필요한 법.
그의 가상의 적으로 붉은 전갈의 수장을 다시 한번 심상으로 떠올렸다.
‘여왕이 내게 쓰지 못한 기술이 몇 가지 있어. 박투술이나, 구각궤도를 일제히 날리는 방식도 있었을 거고.’
붉은 전갈의 수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탓!
심상 속 존재인 만큼,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유진에게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집게발이 유진에게로 치닫는다.
전이라면 몰랐겠지만, 유진은 그 공격들을 두 눈으로 천천히 따라가며 공격궤도 밖에서 몸을 움직였다.
페드로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하던 근접전이었으나.
‘오러의 수준이 8성에 다다르니 완전히 신세계잖아. 아톰이 회전하는 속도가 상상 이상이야.’
기분 같아서는 하늘도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왕비의 공격에도 유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모두 회피해냈다.
박투술에서도 왕비는 유진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쉭!
왕비가 이번에는 보법을 밟아 뒤로 크게 물러서더니 구각궤도를 꺼냈다.
그리고 곧바로 쏘아낸다.
이번에는 9개의 비도가 일렬로 치닫는 것이 아닌, 한꺼번에 쏟아졌다.
구각형의 모습을 띤 채 쏘아진 비도들.
저 사이에 신살비가 섞여 있을 터.
유진의 심상은 신살비의 위력까지도 재현해낼 만큼 수준이 높았다.
집중력을 발휘하자 비도들은 마치 세상이 느려진 것처럼 유진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구각형 중 맨 위에 있는 첫 번째 비도부터 꼭짓점을 따라 모든 비도를 하나씩 관찰한다.
-어디 한번 제대로 하는지 볼까?
체첸의 말에 대답할 시간까지는 없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모두 그저 그런 수준의 위험이 느껴졌으나.
8번째 비도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신살비였다.
유진은 그것만을 제외하고 모두 쿠란의 검으로 쳐냈다.
카가가가가강!
예상대로 8번째 비도가 신살비였다.
묵광 5성을 달성하기 이전이었다면 이렇게 모든 비도를 한 번에 쳐내는 건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
쾅!
신살비는 유진을 지나쳐 벽을 뚫어버렸다.
비록 심상 속 상상이긴 했지만, 이는 현실보다도 더 현실 같았기에 연습으로서는 충분했다.
이번에는 신살비가 아닌 비도의 개수를 늘린다.
신살비를 제외한 비도는 8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에 10배인 80개로 늘리기로 한다.
쐐애액!
그가 쏟아지는 80여 개의 비도를 가만히 응시했다.
‘지금이라면 한 번에 저 많은 비도들을 다 쳐낼 수 있을까?’
-신살비가 없으니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아. 8성의 오러 수준이라면 이미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 즉 초인의 경지를 향해 다가서고 있다는 것이니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러의 문제가 아니라고.’
-그럼 뭐가 문제더냐?
‘……신검합일을 이뤄야 해.’
신검합일(身劍合一).
몸과 검이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검술의 절정에 근접한 자들이 겪는 일종의 깨달음이었다.
오러의 수준이 아무리 높아도, 검이 몸에 배어들지 않으면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멈춰있던 비도들이 다시 움직여 유진에게로 쇄도한다.
‘그래도 시도해보자.’
자세를 갖추고, 쿠란의 검을 매서운 속도로 올려친다.
하지만.
파바박…….
비도들의 절반은 쳐 냈으나, 절반은 유진의 몸에 죄다 박혀버렸다.
그가 심상에서 빠져나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검합일이라. 그걸 네 나이에 이루려 하는 건 너무 큰 욕심 아니더냐?
정말로 그런 건가.
유진이 체첸의 말에 수긍하려다가 흠칫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욕심은 과해야 해.’
태양신교의 2인자라는 자리에 올라섰음에도 배신을 당해 생을 마감했다.
그러니, 유진에게 있어서 욕심은 과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유진이 이를 깨물며 다시 심상으로 들어가려던 차였다.
“유진. 가주님께서 찾으신다.”
에막스의 목소리였다.
* * *
청탑, 줄리아의 방.
“어휴, 내가 훈련실에 있더라도 소식지는 바로바로 주면 된다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워낙 몰두해 계신 것 같아…….”
“으휴! 정말.”
줄리아는 근 몇 주간 유진을 돕기 위한 보조계 마법을 수련하기 위해 훈련실에서 처박혀 있었다.
그 사이에 유진이 오스틴 왕국 1왕자 납치 사건을 해결했고, 소식지에 그 내용이 실린 것이다.
줄리아는 투덜거리며 집사가 전달해준 소식지를 받아들어 빠르게 훑어 내려갔다.
옆에서는 청탑주가 껄껄 웃고 있었다.
“조금 늦게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 천천히 보렴, 천천히.”
줄리아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소식지를 읽다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저번에는 유리를 퇴치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오스틴이라는 곳에서 엄청 강한 녀석을 처치했나 봐요. 이걸 지금에서야 알다니!”
줄리아가 입이 댓 발 나와서 투덜거렸다.
“유진의 소식을 더 빨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때, 청탑주가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기록 마법을 사용하면 되잖니.”
줄리아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기록 마법으로 유진님이 뭘 하고 있는지, 상태가 어떤지, 그런 것도 알 수 있어요? 아빠?”
“당연하지. 다만…… 너무 어려워서 그렇지.”
줄리아의 입장에서는 이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본래 기록 마법이란 난이도가 전 대륙에 알려져 있는 모든 마법보다도 가장 어려운 마법이었다.
그랬기에 대마법사인 청탑주조차도 줄리아를 청탑으로 데려올 때 아주 간단한 기록 마법밖에 사용하지 못한 것.
줄리아는 열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응?”
“오늘부터 기록 마법에 대해서 연구해 봐야겠어요.”
“정말이냐……?”
그간 청탑주는 줄리아에게 기록 마법을 공부해보자며 거듭 추천해왔으나, 줄리아는 거절했다.
대륙 전체에서도 마법 천재이자 수재로 불리는 그녀에게조차도 그 난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진으로 인해 줄리아는 동기부여를 받았고, 결심한 것이다.
그때였다.
달칵.
청탑의 수석마법사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탑주님. 급히 전할 말씀이.”
“무엇이냐?”
“최근 흑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사의 요람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던가?”
“마찬가지로 분주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계속 포착되었습니다.”
청탑주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흑지가 전사의 요람과 함께 교지를 상대로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것 같다.’
혹여나 습격이라도 한다고 하면, 펜첼이 직격탄을 얻어맞을 터.
청탑주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 * *
가주전.
유진을 데려온 에막스는 가주전에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섰다.
가주전 안에는 제이드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가주님.”
체첸이 쿠란의 검에서 뭐라고 외친다.
-가주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들리십니까? 가주님! 가주님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조용히 해라. 소용없으니까.’
웅웅 떨리는 쿠란의 검을 무시한 유진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제이드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오스틴의 국왕에게 펜첼과의 혈맹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네, 맞습니다.”
“제안 내용 자체는 좋았으나, 그게 기사단의 말단에 있는 자가 쉽사리 꺼낼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은 그렇게 했으나, 유진은 제이드가 책망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알아챘다.
하여 유진은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태양신교와 붉은 전갈과의 관계를 이번 사건을 통해서 낱낱이 알게 된 저로서는 당시에 그러한 제안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게 주어진 임무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 또한 임무의 일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펜첼의 위명을 높이고 패도의 길을 걷겠다는 신념을 지키는 것이요.”
태양신교에 굴복하면 펜첼은 펜첼로서 존재할 수 없다.
그 점은 펜첼에 소속된 이들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저는 오스틴 국왕에게 이야기를 꺼냈을 뿐, 혈맹서를 들이밀지는 않았기에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좋다. 하지만 그런 중대사안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토의를 거쳐야 하니 주의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제이드가 덧붙였다.
“그렇다면, 마탑도 그러한 혈맹을 위한 밑작업이었던 것이냐?”
유진은 그게 맞다고 말해야 했지만, 어떻게 그때도 태양신교의 내막을 자세히 알았는지 설명해야 했기에 사실의 일부만 말했다.
“밑작업이긴 했으나 확신을 갖진 못했습니다. 단지.”
유진이 가주전의 한편에 붙어있는 대륙의 지도를 가리켰다.
“교지의 대부분을 다스리고 있는 태양신교가 더 커지게 된다면 펜첼은 신념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힘을 모아서 태양신교에 대항하려면 펜첼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움?”
듣던 제이드가 유진의 말에서 언짢음을 드러냈다.
“펜첼은 천년이 넘게 북방에서 유아 독존한 가문이다. 단 한 번도 외세나 정치에 있어 흔들린 적이 없는데, 도움을 받으란 말이냐?”
그가 얕은 노기를 드러내자 유진 주변에 있는 공기가 확 무거워지면서 유진에게 막강한 기운이 내려앉았다.
쿠웅!
“크읍…….”
유진이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떨궜다.
아무리 가주님의 앞이라고는 하지만,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유진은 지금 순간마저도 제이드가 일부러 기운을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주님께서 노하셨다! 네놈, 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과신은 금물이라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냐?
‘그게 아니야. 가주님은 지금 일부러 나를 테스트하는 거라고.’
붉은 전갈의 수장까지 해치우고 온 유진의 진가가 얼마나 궁금했을까.
유진은 제이드의 속내를 간파했기에 여유를 잃지 않았다.
다만 기세가 가히 무시무시했기에 유진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10성의 경지라고는 하지만, 너무 아득하잖아. 그 사이에 경지를 갱신한 건가?’
더불어.
‘태양신교가 저런 인물을 암살하는 데 성공했다니. 수호 신수의 독이 정말 그만큼 강력하긴 한 모양이구나. 그게 아니면 다른 수를 추가한 걸까.’
하나, 지금 유진은 제이드의 앞날을 알고 있었기에 이 상황을 지혜롭게 파훼해야 했다.
“후우, 알고 계셨습니까?”
“무얼 말이냐?”
“붉은 전갈이 태양신교의 아래에 있는 비밀 조직이라는 점 말입니다. 분명 이는 추측하기 힘든 점이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태양신교의 가지는 누구도 예측기 힘들 만큼 곳곳에 뻗어있습니다.”
“그러니 펜첼이 태양신교를 감당하기 어려울 거란 말에는 일리가 있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제이드는 한쪽 무릎을 꿇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유진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아무리 얕은 기운이라지만, 나를 일부라도 감당해낼 수 있군. 이 아이가 언제 이렇게 성장한 거지?’
제이드가 칼리스에 간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과연 내 딸의 아들답구나. 대륙의 정세를 고려하는 판단력, 펜첼의 힘을 객관적으로 가늠하는 통찰력까지.’
툭, 툭.
그 사이 유진은 입술이 터져서 바닥에 핏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버티기는커녕 실신을 했어도 모자랄 기운이었다.
이쯤 했으면 됐다고 생각했는지, 제이드는 기세를 거두며 얕게 웃었다.
“로베르, 펜첼, 마탑, 오스틴 왕국……. 이러한 조합을 만들 계획을 하는 녀석이 이 대륙에 몇이나 있을까 싶구나.”
제이드는 유진의 계획을 듣고 내심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후우……!”
유진은 거친 날숨을 뱉어냈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계획이 많다. 물론 아직 그것까지 다 공유할 필요는 없어.’
제이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유진을 응시했다.
“그러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보상이 있어야겠군.”
“보상이라면…….”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