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9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91화(91/320)
“어떤 것이 좋을까, 음.”
제이드는 그간 유진에게 보상으로서 여러 가지를 줬었기에 이번에는 뭘 줄지 고민이 되었다.
무기나 방어구?
아니면 특수한 기능이 포함된 아티팩트?
이처럼 받는 즉시 효과를 얻는 보상보다는 스스로 깨닫게끔 하는 게 제이드의 스타일이었다.
그 점을 염두에 둔 유진이 입을 열었다.
“가주님, 저는.”
“들어보고 괜찮다면 고려해보마.”
“신검합일의 깨우침을 얻고 싶습니다.”
“……!”
그 말을 들은 제이드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검합일…… 벌써 그 경지를 원하는 것이구나.”
“때가 되었다면 배우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제이드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신검합일의 깨달음을 얻는다는 건 그저 머릿속에 전구가 하나 켜지는 감각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몸과 검이 하나가 된다.
그 말대로, 검의 촉감을 몸이 느끼고, 몸의 촉감을 검이 느껴야 하는 것이다.
몸과 검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오러이고, 검에 배어든 날카로운 오러와 냉기가 검사의 몸을 통하면서 일어나는 끔찍한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
그렇게 한번, 두 번, 세 번을 실신해도 모자랄 만큼의 커다란 격변이 일어나야 신검합일을 이루고 검사의 절정에 다다를 수 있었다.
“깨달음의 과정에서 수반해야 할 고통은 알고 있느냐?”
“예, 물론입니다. 그리고 오늘 당장 깨달음을 얻으리란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분수를 아는 것은 좋으나 조금 더 오만해도 좋다. 일어나라.”
제이드는 피식 웃으며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얼마나 정밀하게 오러막을 구현했는지 제이드는 비 한 방울도 맞지 않은 채 걸어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유진이 제이드의 걸음을 따라가며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백발의 노인이라는 외양만 차치한다면 누가 봐도 건장한 20대 남성의 몸처럼 탄탄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저 넓은 등에는 커다란 책임감과 부담감이 안겨있는 듯했다.
그 무게는 가주로서의 무게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로서의 부담도 있을 것이었다.
‘이제 슬슬 어머니와 제이드와의 관계도 풀어내야 할 때가 됐어.’
둘 사이의 관계개선은 그저 유진의 마음이 편하려고 하는 게 아니었다.
-가주님이 네 어머니와의 문제에 굉장히 골몰하시곤 했다. 가끔은 고통스러워하시기까지 했어.
‘그 정도였구나.’
체첸이 말한 것처럼, 제이드에게 릴리안과의 갈등은 굉장히 커다란 짐이었고, 그걸 풀어낸다면.
‘펜첼에서 얻어갈 수 있는 건 더 많아질 거야. 제이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지.’
구체적인 지원의 내용은 딱 점칠 수 없지만 말이다.
“잠시 달릴까.”
“예.”
제이드가 뒷짐을 진 채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벼운 발걸음마다 제이드의 모습이 마치 화살이 쏘아지듯 순식간에 멀어졌다.
‘신법의 수준이……!’
유진도 온 힘을 다해 제이드를 뒤쫓았으나 따라잡기란 불가능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 순간을 눈에 꼭 담아두었다.
‘발에 계속해서 오러를 몰아넣는 게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만 오러를 거의 폭발하다시피 분출한다.’
-이치를 터득했다고? 그 짧은 사이에?
‘주작보에 응용해도 좋겠어.’
곧바로 주작의 전용 신법에 이와 같은 원리를 차용하니.
쐐애액!
제이드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졌다.
-허어! 네놈은…… 후우, 아니다. 네놈이 기고만장할 모습이 보이니 말을 아껴야겠어.
‘무슨 말 하고 싶은지는 잘 알겠어.’
그렇게 제이드의 뒤를 쫓아 도착한 곳은 커다란 절벽 위였다.
그 절벽의 가장자리에는 수많은 검이 마치 묘비처럼 꽂혀있었다.
체첸도 이곳에 온 건 처음인지 감탄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내가 펜첼에 오기 전에 시험을 치던 곳이 여기군…… 정말, 수많은 검사들이 이곳에서부터 꿈을 키워왔겠지.
제이드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곳에 대해 알고 있느냐?”
“어머니에게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만,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그래. 비록 지금은 내가 간혹 사용하는 수련터이지만…….”
회상에 잠긴 듯하던 제이드가 말을 이었다.
“검 한 자루를 쥐고 이 절벽을 오르는 게 시험의 내용이었다. 지금과 난이도 자체는 비슷하지만, 실패하면 죽는다는 게 차이점이었지.”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대의 펜첼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존재들이었을까.
사뭇 경외감마저 드는 기분이었다.
스릉.
제이드가 한쪽 편에 세워져 있는 철검 하나를 들었다.
그 철검은 얼마나 많이 쓰인 건지, 붕대를 감은 손잡이가 잔뜩 헤지고 거뭇하게 변해있었다.
“신검합일을 보고 싶다고 하였으니, 그 깨달음의 전과 후를 직접 보여주는 게 가장 빠르겠구나.”
제이드가 오러를 살짝 방출해내자, 철검에 오러가 가득 물들면서 검의 궤도를 따라 하얀빛의 오러의 잔상이 공중에 흩뿌려졌다.
-크으, 역시 가주님은 가주님이시다! 100년을 넘게 살아도 저 잔상은 멋짐 그 자체니라!
‘그렇긴 하네, 정말.’
제이드는 아무런 말도 없이 오른손으로 든 철검을 곡선을 그리며 공중을 갈랐다.
설명한 거라곤 ‘신검합일의 전과 후를 보여주겠다.’라는 것이었으니.
‘지금 이 동작이 신검합일을 깨닫기 전이겠군.’
유진이 기감을 집중하였다.
쉭, 쉬익…….
겉보기에는 조그만 단점이나 흠도 없어 보이는 검무였다.
오러의 흐름이나 호흡, 손목에 들어가는 힘, 발걸음의 세기.
모두 조화롭기 짝이 없었기에 자칫하면 이는 어떠한 예술 행위의 하나라고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제이드가 잠시 검무를 멈춘 뒤.
“잘 보아라.”
한 마디를 뱉은 뒤 검을 움직였다.
유진이 침을 꿀꺽 삼키며 집중에 집중을 다했다.
제이드의 검이 허공을 가른다.
전과 별로 달라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아주 짧은 순간순간마다 차이점이 피부로 느껴졌다.
분명히 같은 양의 오러를 이용하여 같은 동작을, 같은 힘으로 행하고 있었으나.
신검합일을 깨닫고 난 다음의 동작들에는…….
-뭐가…… 다른 거지?
유진은 체첸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리했다.
‘오러가 훨씬 더 예리하다. 그리고 동작의 이음새가 전보다 극히 효율적으로 변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제이드의 검에는 그 무엇도 꺾을 수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내 앞에 어떤 존재가 있든 간에 일검으로 베어낼 수 있으리란 지고한 확신.’
공기가 아닌, 차라리 공간을 가르는 것 같았다.
그건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마음으로만 읽을 수 있는 제6의 감각 같은 것이었다.
-에고 소드인가? 검이 전보다 묘하게 더 강하게 진동하는 것 같은데…… 아하, 유진! 내가 알아냈다!
‘알아냈어?’
-크하하! 그래! 알려주는 대신 조건이 있다.
‘뭔데?’
-나는 싸이코다, 라고 10번 합창해라. 뭐, 아량을 베풀어서 속마음으로만 해도 좋다.
유진은 쿠란의 검에 미약한 오러를 불어넣어 체첸의 입을 틀어막았다. 헛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었다.
검과 하나가 된 제이드 앞에 유진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제이드가 내게 살기를 흘리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지……?’
그 순간.
번쩍!
어떤 광망이 눈앞을 잠시 차지하더니, 다시 시야가 트이자 보인 광경에 유진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분명 붙어있던 절벽이 두 개로 갈라진 것이다.
그와 동시에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하, 하늘을 갈라버린 건가? 도대체…… 내가 알던 가주님의 모습에서 더 강해지셨어……!
체첸이 놀라서 외쳤다.
제이드에겐 자연현상마저 바꿀 힘이 있는 것이었다.
비구름에 가려졌던 태양이 오로지 제이드만을 비춘다. 태양빛에 반사된 제이드의 검날이 반짝인다.
그 검은-
무엇이든 벨 수 있는 검.
유진에게는 그런 검으로 보였다.
“신검합일은 오러의 양과는 무관하다. 다만, 너의 확신을 담아 베어낸다. 그게 두 번째 단계다.”
유진의 예측대로였다.
분명 신검합일을 깨닫는 데에는 오러의 격변이 일어나야 한다는 일반적인 통념과 제이드의 설명은 달랐다.
오러의 양으로 수준을 나누는 대륙의 평가 기준과는 확연히 상이한 이론.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헛소리라며 콧방귀를 뀌겠지만 제이드의 말이었기에, 아마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눈앞에서 그가 직접 시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오러 방벽을 아무리 두껍게 두른다고 해도 저 검은 막아낼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오러 방벽이 아니라 뭘 가져와도 베어질 것 같아.’
스릉…….
제이드가 검을 천천히 떨구며 유진에게 물었다.
그 짧은 순간 제이드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던 유진은 탈진한 것처럼 온몸에 기운이 없고 눈이 붉게 충혈된 상태였다.
“오러가 8성에 다다랐느냐?”
“……그렇습니다.”
유진이 애써 티 내지 않으며 대답했다.
“오러의 수준만 보자면 지금 기사단의 단장들과 비견할 정도겠군.”
덤덤하게 말하긴 했지만, 제이드는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15살의 나이에 오러 8성, 어릴 적의 나보다도 빠른 성장이다. 보통 7성에서 8성을 넘어가는 데에 빨라도 십여 년이 걸리는데, 도대체 네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
대놓고 물어볼 수도 있었으나, 제이드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약간의 칭찬을 더할 뿐이었다.
“클라크가 분발해야겠어.”
짧았지만 제이드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말보다도 유진을 높여 평가한 것이었다.
현무 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제 자식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으니 말이다.
유진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듯 했다.
‘저 경지에 다다르고 싶다. 꼭 깨닫고 싶어.’
제이드가 철검을 제자리에 두며 한 마디를 더했다.
“신검합일을 깨닫는다면, 아마 나에게 가장 근접한 자는 네가 될 것이다.”
그 말인즉슨, 오러 8성인 클라크도, 시리우스도, 릴리안도 신검합일을 깨닫지 못한 상태라는 말일까?
아니면 그만큼 신검합일은 커다란 성장이라는 것일까?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돌아오거라.”
어쨌든 유진에게 대단히 큰 칭찬을 남긴 제이드는 홀연히 자리를 비웠다.
스슥.
제이드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유진이 절벽 위에 홀로 남았다.
-내가 답을 알고 있다니까, 궁금하지도 않느냐?
‘이미 답은 알고 있어. 다만 그 깨달음을 얻으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는 아직 모르겠다.’
제이드가 쥐었던 철검을 유진이 다시 쥐었다.
얼마나 많은 열이 뿜어져 나온 것인지, 철검의 손잡이는 제이드의 열기로 인해 아직도 따듯한 열감이 남아있었다.
-큼, 그 심상을 다시 이용해보면 될 것 같구나.
‘그래, 신검합일은 신검합일을 이룬 사람을 상대해야만 깨달을 수 있어. 그러니…….’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지금껏 보았던 제이드의 모습을 종합하여 심상에 그대로 소환해 낸다.
스슥.
철검을 든 제이드가 표정 없는 얼굴로 유진의 앞에 섰다.
-굳이 싸울 필요는 없지 않나?
‘싸우진 않지만, 합은 겨뤄야 해.’
방금 그 검무를 심상 속 제이드가 다시 재현해 낸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
조금 전 제이드가 보인 검무는 분명 검으로 허공을 가르는, 말 그대로 검무에 불과했는데.
‘그 검무, 알고 보니 일격 일격이 나의 허점을 노리는 필살이었어……!’
제이드가 그저 의미 없는 검무를 선보인 게 아니란 말이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펜첼의 기본 검술, 그리고 방어검술이 제이드의 검무에 의해 죄다 파훼되고 있었다.
-하하하! 가주님께서 네게 선물을 주셨구나. 이건 추가 보상이라고 할 수 있겠어.
유진의 입가에 옅은 만족감이 드리웠다.
신검합일을 과연 이곳에서 모두 깨닫고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이드가 나에게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는 어느 정도 알 것 같군.’
유진이 눈을 부릅뜨고 다시 검을 움직였다.
제이드가 이뤘던 경지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 땀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만큼 쉽사리 그의 수준에 다다르리라 생각하면 안 되었다.
다만.
“좀 더 빠른 방법은 있겠지.”
유진은 조금 다른 발상으로 신검합일을 깨닫기로 했다.
바로, 탐욕의 권능과 지배의 권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 * *
“유진이 훈련장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오래 지나긴 했군. 밥은 먹고 하는 건지…….”
“예. 그리고 유진의 앞으로 온 태양신교의 초대장 때문에라도 연락을 취해야 합니다.”
제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훈련 중에는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 게 성장을 돕는 길이다. 내가 약속한 바도 있으니, 나중에 가보도록 해라.”
“무슨 일이라도 난 건 아닐지…….”
그 순간이었다.
쿠우웅!
가주전이 돌연 크게 흔들렸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