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9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95화(95/320)
그 일격에 에솔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유진이 에솔의 텅 비어버린 앞니를 물끄러미 보았다.
‘제이드가 죽었을 때 가장 먼저 북부의 상권을 탐내서 펜첼로 향하는 교역로까지 모조리 차단했던 놈들.’
그것도 모자라.
‘다른 적대 가문과 손을 잡고 펜첼 무너뜨리기에 가장 적극적이었지. 전생에서나 현생에서나 굳이 함께해야 할 이유가 없어.’
그가 에솔을 발로 차 옆으로 치우며 주먹을 털었다.
그 모습을 목도한 루한이 유진을 경멸스럽다는 눈초리로 바라봤다.
“말하는 도중에 공격을 하다니, 기사도에 어긋나지 않는가.”
“정의가 밥 먹여주든?”
“자고로 초신성이라면 그에 걸맞은 기사도 정신을 보여야……!”
“아, 지루해. 지루해 미치겠어. 더 없어? 한 놈은 시시하고, 한 놈은 재미 더럽게 없는 기사님이고, 또 덤빌 사람 없냐고.”
평소와 다르게 도발이 과한 유진을 보며 체첸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잘못 먹었나? 이쯤이면 충분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도발하는 거냐?
‘이 정도 약은 쳐야 반응하는 녀석이 있어서 말이야.’
루한이 유진의 도발에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유진 로베르, 실력은 높아 보인다만 그쯤 하거라. 신성한 자리에서 이게 뭐 하는 거냐.”
“눈깔이 삐었나? 서열 정리하고 있잖아. 재미도 없는 정의의 기사님.”
“난 재미없지 않다!”
거듭되는 도발에 루한이 버럭 소리를 치며 오러를 내뿜었다.
그 순간 분위기가 한 번에 무거워지며 다른 초신성들이 침음을 삼키며 뒷걸음질을 쳤다.
과연 슬릭 가문이라는 걸까.
그러나.
“부족한데?”
“뭣?”
“부족하다고. 루한, 네놈만으로 나는 만족이 안 될 것 같아. 그냥 다 덤비던가 해야 좀 재밌을 것 같다고.”
그 말을 들은 초신성들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에드뮬이 잘 됐다는 듯 비죽 웃으며 연검을 쳐들었다.
“서열 정리를 하고 싶다는데, 우리가 도와줄게. 건방진 새끼.”
쨍그랑!
이어 해머를 든 사내가 술병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는 씹어내 뱉듯 말했다.
“제이드님과는 다르게 네놈은 무뢰한 망나니 같군. 에드뮬, 말대로 손을 좀 봐줘도 괜찮을 것 같다.”
“발타르, 무뢰가 아니라 무례야, 멍청한 놈아…….”
조그만 덩치의 에드뮬과 그보다 세 배는 커 보이는 발타르가 동시에 일어서자 대비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발타르, 저 녀석은 인스 놈들과 덩치가 비슷한 수준이군. 힘 하나는 기똥차 보여. 연검을 쓴다는 저 에드뮬은 아주 성격이 더러워 보이는구만.
‘연검은 대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기가 아니긴 해.’
3대 1의 구도.
하지만 단 한 녀석, 스피어 가문의 초신성은 이 상황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레나 스피어의 실력을 보고 싶었던 유진에게는 조금 아쉬운 상황이었다.
‘레나 스피어의 실력을 못 보는 건 아쉽긴 하지만…… 이 녀석들로 한번 몸이나 풀어볼까.’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셋에게 도발을 한 번 더 가했다.
“연검, 해머, 방패…… 이것저것 많이도 들고 있네. 너희들 얼굴만큼이나 신기하게 생긴 무기도 보고, 하하. 동물원이 짝이 없잖아.”
“외모 비하는 우리 부모님에 대한 모독이다. 유진 로베르.”
루한이 이를 뿌득 깨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에솔이 유진에게 저렇게 쉽게 당한 걸 보고도 덤벼들 태도라면, 꽤나 제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무기 따위는 쓸 필요도 없는 버러지들아, 헛소리 그만하고 덤벼라. 제발.”
“웬 미친놈이 자꾸 열 받게 도발이야!”
그때,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에드뮬이 은발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연검을 휘둘렀다.
콰과과!
검은 검이나 마치 채찍처럼 늘어나고 휘어지는 게 특징인 연검은, 고성급 기사도 회피는커녕 궤적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무기였다.
물론 그만큼 다루는 이도 어려운 무기였다.
하나.
-네놈이 고성급 무인이니 회피 정도는 쉽게 하겠구나. 하! 이 꼬맹이가 8성이라니.
체첸의 말대로 유진의 눈에는 모든 궤적이 낱낱이 그려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펜첼의 검술이 월등히 뛰어나. 괜히 펜첼이 북방을 지배하는 검술명가가 아니구나.’
뛰어난 펜첼의 검술을 습득했으며, 익혀온 검술들을 조합하고 재정립하기까지 한 유진에게 연검 따위는 어린애의 잔재주처럼 보였다.
유진이 잔뜩 휘어지며 날아드는 연검을 유령곡예보로 그림같이 피해내며 내뱉었다.
“오러만 늘린 채 검술의 핵심은 파악하지 못했어.”
“뭐?!”
“연검이라는 무기의 특수성에 기대지 마라. 큰 인물이 되려면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의지해.”
“건방진 사내놈이!”
연검이 공기를 찢으며 한 번 더 치달았다.
그러나 유진은 그 공격들을 속속들이 파악한 듯 귀신같이 피해냈다.
탓!
유진은 검지와 엄지손가락으로 연검의 경계선을 잡아채 힘을 주더니.
꽈드득!
연검을 그대로 두 동강 내버렸다.
“화려하기만 한 검은 검술이 아닌 검무라 불리지. 화려함 속에 진짜를 만들어.”
“크으윽……!”
에드뮬이 당혹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쿵!
“어디다 대고 조언질이야, 자꾸?”
해머를 든 발타르가 취기를 뿜어내며 마치 풍차를 돌리듯 해머를 크게 돌리다가 유진에게 강하게 던졌다.
커다란 풍채에서 나오는 힘은 멍청해 보이는 외양과는 다르게 동작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유진에게는 같잖았다.
“움직임이 너무 크다. 그리고 느려. 해머는 파괴력이 강한 무기인 만큼 유연하게 사용하는 법을 길러라. 가벼운 속임 동작을 중간중간마다 섞으면서 보조 무기를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말이 왜 이렇게 많은 거냐……!”
어지간한 기사가 와도 직격 시 피떡이 될 일격이었으나.
“이렇게 큰 공격을 한 번에 가하면 누가 맞아준다고. 돈 주고도 못 사는 조언인데, 듣는 태도가 불량하네.”
오히려 그는 유령곡예보를 통해 해머의 궤적 위로 뛰어올라 해머 위에 서 있었다.
“어, 엇? 아니?”
발타르가 멀뚱멀뚱 서서 얼어붙어 버렸다.
‘해머의 젤칸 가문. 제이드의 추모를 위해 가장 먼저 뛰어왔고 복수를 해야 한다며 길길이 날뛰었지.’
발타르의 당황한 얼굴과 의리로 가득했던 미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얼빵하기는.”
유진이 피식 웃다가 발타르에게 튀어 나가 그대로 얼굴을 걷어 차버렸고, 발타르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에드뮬과 발타르 둘 다 부족하지만 유진의 눈에는 그나마 발타르가 들어왔다.
‘타고난 신체에 의외로 민첩함까지 갖춘 게 나쁘지 않았어.’
순식간에 두 명이 쓰러진 상황.
웬만한 오러가 담겼으면 몰라도, 그의 손찌검과 발찌검에는 이 초신성들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오러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 수준을 쉽사리 가늠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가주님의 신법을 공격에도 차용했구나. 주먹이 상대에게 맞닿는 그 순간에만 오러를 터뜨리니 저 녀석들이 눈치를 채지 못할 수밖에.
그 상황을 지켜보던 루한은 조금 색다른 반응을 보였다.
루한은 앞선 전투에서 유진과 자신의 격차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는 걸 아는 싸움이라도 명예를 위해 싸움에 임하는 게 슬릭 가문이자, 기사의 정신이다.”
체첸이 토를 하는 시늉을 했다.
-우웩! 저 녀석은 무슨 소설에서나 볼 법만 대사를 쓰잖아? 백마라도 태워야 할 것 같군!
‘그러게 말이야.’
유진이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루한의 슬릭 가문이 원래 기사도를 중요시하긴 하지만 루한 슬릭은 특히 더한 편이긴 했지.’
하지만 이러한 성격을 지닌 루한 슬릭이기에 은혜와 복수에 관해서는 더욱 철저했다.
‘은혜를 입은 만큼 날 도와줄 녀석이야. 한번 강제로 빚 좀 만들어볼까.’
현대에 와서는 오러 운용법이 발달하면서 검과 방패를 쓰는 기사는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
강력한 오러 앞에서 방어구 따위는 소용이 없었으니까.
‘물론 저 녀석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군. 방패에 오러를 중첩하고, 그 위에 또 중첩하여 공격을 흘리는 기술은 슬릭 가문의 전통 기술이자 모방이 어려우니.’
-방패를 이용한 패링(Parrying), 좋은 기술이지.
유진이 체첸은 듣지 못하게끔 홀로 미래 정보를 되짚었다.
‘루한은 몇 년 뒤에 유리와 대적할 정도로 크게 성장하는 녀석이긴 해. 강력한 공격기술이 없기에 이기진 못하지만, 유리의 공격을 방어해내는 공식을 세운 놈이니까.’
전사의 요람의 진격을 홀로 멈춘 기사. 그것이 루한 슬릭이었다.
그나마 기대가 되었다.
체첸이 히죽 웃었다.
-그래도 나와 호흡을 맞추는 녀석이 쓸만한 놈인 건 썩 좋은 일이군.
‘왜? 두들겨 패니까 속이 시원해?’
-그래. 저 대단한 놈들을 1대 1도 아니고 한꺼번에 몇 명씩 패버리니 대리만족이 장난 아니다. 큭큭!
‘별것도 아닌 놈들인데 대리만족까지야.’
-네놈이 이상한 거다! 저 나이에 6성, 7성에 근접하는 게 대륙에 흔한 일 같으냐? 에잉, 재수 없어.
그 사이 루한이 침을 꿀꺽 삼키며 유진을 향해 검을 내세웠다.
‘저놈은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자라온 것이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
루한이 이를 뿌득 깨물며 유진을 노려봤다.
‘녀석은 이제 고작 15살이라 들었고, 나는 곧 성인이 될 나이다. 그런데 이 위압감은 대체……!’
하지만 루한은 이 싸움을 피할 수 없었다.
기사도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했으니까.
탓!
발에 오러를 몰아넣어 폭발력을 더한다.
순식간에 유진의 지척까지 다다른 루한이 검을 찔러넣는다.
유진은 루한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한 것인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상태였다.
‘뭐야, 의외로 느리잖아? 단순한 도발에 불과했던 건가? 검룡은 이렇게 오만한 성격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루한은 어쩌면 유진을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
휙.
유진이 루한의 검에 거의 닿기 직전의 거리까지만 뒤로 물러서 공격을 피했다.
루한은 유진의 의도를 불현듯 추측했다.
‘방금도 그랬다. 에솔의 검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피했어.’
그 이유가 도대체 뭘까?
알 수 없었다.
뭔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는데, 그게 정확히 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아슬아슬한 회피가 의도된 거라면 이는 실력 차가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루한은 입술이 터지라 짓씹으며 방패를 밀어 유진의 중심을 무너뜨리려 했다.
방패가 유진의 어깨에 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오러를 방패에서 폭발시킨다.
그만의 비전 기술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루한은 확신했다.
‘웬만한 7성 기사도 나의 쉴드 아웃 버스트(Shield Outburst)에는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쉴드 아웃 버스트.
루한의 가문에서 쓰이는 가문 고유 기술 중 하나로, 강한 방어와 더불어 공격까지 겸하는 필살기였다.
하지만.
유진은 검을 꺼내 들더니 역전검을 시전, 쉴드 아웃 버스트를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쿠당탕!
방패로 공격을 가까스로 막긴 했지만, 루한은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을 세차게 굴러야 했다.
이어 제 기술에 역으로 당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상대가 역습할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둬라. 지나친 확신은 전장에서 죽음을 뜻하니까.”
“저, 전장에 가본 적이 있다는 거냐?”
고작 15살이?
유진은 그 물음을 무시하고 검으로 루한의 검과 방패를 가리켰다.
“검에는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내가 의외로 느리다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그 예상이 맞든?”
“…….”
“게다가 네놈 가문의 상징이라는 방패는 방어에만 특화되어 있고, 그나마 공격이 들어가 있는 필살기, 아웃 버스트는 파훼법이 너무 쉬워.”
“그러면.”
“오러를 폭발시킨다는 발상은 좋은데, 애초에 발상만 좋고…… 아, 이러면 조상 모욕이 되나. 어쨌든.”
유진이 검을 검집에 꽂아 넣고 루한에게로 걸어가더니, 손을 뻗었다.
“일어나.”
“……?”
얼떨결에 유진의 손을 잡고 일어난 루한은 멍한 표정으로 유진을 바라봤다.
“다시 덤벼봐. 다른 머저리들은 몰라도, 너는 내가 특별 대우 해줄 테니까.”
마치 스승이 제자에게 지도대련을 제안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루한이 묘한 모욕감을 느꼈으나.
동시에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꼈기에 배움의 기회를 얻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정적으로.
“자고로 기사도 정신을 가진 자라면 배움의 기회를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고 아는데?”
기사도 정신을 언급하자 루한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배우겠다.”
“이제 내 공격을 막아봐, 어디 하나 잘려도 붙여줄 테니까 겁먹지 말고.”
화아악!
유진이 오러를 뿜어내자 루한의 무릎이 땅에 처박혔다. 기세가 너무도 강한 탓이었다.
유진의 검이 루한의 빈틈을 속속히 찌르며 다가왔다.
쾅! 쾅! 쾅! 쾅!
방패로 어떻게든 공격을 막아내긴 하지만, 공격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
“오러를 방패에서 좀 덜어내고, 손과 발에 넣어. 그래야 균형이 잡히지. 백날 방어만 하다가 죽을 거냐?”
“이, 이렇게……?”
“그래, 그렇지. 말귀가 밝은 편이라 좋군. 그리고 네 가문에서 배웠던 자세는 다 좋은데, 뒷발이 너무 빠져 있어.”
“그러면 어떻게 하지?”
“앞발에 방벽을 두르고 발을 더 벌려. 그래야 공격할 자세가 잡힌다.”
유진의 개인 강습이 길게 이어졌고, 결국 루한은…….
“조금만 더 막아봐. 네놈 오러가 7성에 다다르기 직전이니까.”
“크읍!”
쾅……!
오러홀이 크게 격동하는 감각과 함께 오러 7성에 다다랐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