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9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96화(96/320)
시간이 꽤 지났다.
“하아, 하아.”
“오러홀에 변화가 생겼나?”
“그, 그래. 내 손과 발, 몸, 그리고 단전이 너무도 가벼워졌다. 오러의 운용도 갑자기 너무 쉬워졌어.”
“명상이 필요할 거다. 경지를 완전히 깨달은 게 아니니까 잠시 오러를 천천히 다스려.”
“알겠다……!”
감격스러운 표정을 한 루한을 뒤로하고,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내려놓았다.
난장판이 된 주위를 둘러본다.
한쪽 편에서 레나 스피어는 아무 말도 없이 묘한 눈빛으로 유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레나 스피어, 맞지?”
“……네.”
“루한이 지금 중요한 순간에 있으니까, 방해는 자제해줘. 뭐, 내 알 바는 아니지만 그냥 그러는 게 우리 ‘초신성’들끼리 돕는 게 아닐까 해서.”
“알겠어……요.”
“웬 존댓말은.”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밖으로 나갔다.
‘싸워보지 않은 레나를 제외하면 루한과 발타르, 둘 정도는 괜찮은 수준이었다.’
-크으! 아닌 척하면서 동료를 챙기는 훈훈한 장면으로 마무리했구만! 그야말로 리더가 따로 없어! 이러려고 그 난리를 친 거였구나.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응? 뭐가 더 남았다는 거냐?
‘내가 진짜 붙고 싶은 녀석과는 아직 못 붙었거든.’
-레나? 저 창에 인생을 갈아 넣은 저 녀석 말하는 거냐?
유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 * *
-고드릭, 네게 조그만 일거리가 생겼다.
-어떤 명이든 받들겠습니다.
-초신성들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해서 내게 가져오거라. 그중 제일 뛰어난 초신성과 대면을 따로 가지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고드릭은 펜첼의 초신성이 왔다는 소식에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미 온 초신성들의 수준을 파악하고는 한껏 실망만 가득했다.
이런 녀석들이 초신성이라고 불린다니, 대륙의 수준을 알 만했다.
그저 명문육가이기에 붙은 이름 아닐까.
‘이 녀석이 검룡인가? 확실히 소문대로 얼굴은 잘생겼군. 그런데 별로 특별하진 않은 것 같은데.’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고드릭은 유진을 만났을 당시 은밀하게 살기를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녀석은 실력이 낮아 느끼지도 못했는지 아무 반응이 없었기에 다소 실망했었다.
‘한데, 초신성들과의 싸움을 보니 제대로 된 녀석이었어.’
전투광인 고드릭의 피를 들끓게 하는 전투가 눈앞에 있었다.
‘교황님 여기 있습니다. 교황님이 찾던 제대로 된 초신성이.’
짝짝짝!
어느새 유진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온 고드릭이 박수를 치며 감탄을 터뜨렸다.
“역시 검룡다우십니다! 아무리 폭력이 허용되는 시간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파격적인 행보를 보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유진이 뒤돌아보자 고드릭은 마치 연극을 하듯 과장된 몸동작으로 유진에게 찬사를 건넸다.
“검방과 연검, 해머까지 무기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높아 보이고, 이건 뭐, 당장 펜첼 소속만 아니셨다면 태양신교에 귀의를 꼭 권해드리고 싶을 정도군요.”
유진이 가볍게 혀를 찼다.
“초신성이라는 거창한 이명치고는 볼거리가 없던데, 영 재미가 없군요. 더 강한 상대가 있으면 좋을 텐데요.”
“하하. 더 강한 상대라…….”
고드릭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여기서 유진은 고드릭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교황이 초신성들 중 쓸만한 녀석을 데리고 오라고 했을 거야.’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상대가 없다면 그냥 이 정도 수준이 태양신교가 준비한 전부인 거겠죠.”
유진이 펜첼에 배정된 숙소를 향해 뒤돌아서던 와중.
귓가에 고드릭의 전음이 들렸다.
-제가 유진 기사를 상대해 봐도 괜찮겠습니까?
뒤돈 유진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드디어 물었구나.’
고드릭은 그런 유진의 속내는 전혀 모른 채 전음을 추가했다.
-제가 오늘 저녁에 찾아가죠. 그리고, 내일 교황님과 초신성님들의 자리 후에 교황님께서 유진 기사님을 한 번 따로 뵙고자 하십니다.
‘보나 마나 교황이 나의 수준을 파악하라고 했겠지.’
유진은 초신성들 간의 대결로는 정확한 실력이 가늠되지 않기에 고드릭, 본인이 직접 나설 것을 예상했다.
게다가 고드릭은 이미 유진과 싸우고 싶어 투기가 깃든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는데.’
* * *
초신성의 모임으로 만난 첫 자리는 유진으로 인해 엉망이 된 상태였다.
연검을 다루던 여자는 부서진 연검을 망연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고.
에솔과 더불어 해머를 다루던 사내는 바닥에 기절해 있다가 그제야 깨어나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마지막 한 명, 루한은 깨달음을 흡수하기 위해 명상에 빠져 있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청소하는 데에 귀찮겠군요.”
“사람이 지금 쓰러져있는데 청소라니……!”
“어이쿠, 말실수를. 어쨌든, 공지사항은 숙소로 개별 전달하겠습니다.”
고드릭이 눈을 찡긋하며 자리를 나섰고, 초신성들은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그사이 깨달음을 모두 체화한 루한이 연검을 들고 있는 에드뮬 실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괜찮나? 에드뮬.”
“어, 어…….”
그녀는 아직도 패배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멍한 표정이었다.
패배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기세에 눌려 손도 써 보지 못한 채 패배한 건 처음이야. 게다가 나는 녀석보다 서너 살이나 더 많은데…….’
옆에서는 눈탱이 밤탱이가 된 젤칸 가문의 발타르가 돌연 큭큭거리며 웃었다.
“발타르, 제정신 맞지? 갑자기 그렇게 웃으니까 무섭잖아.”
쿵.
해머를 바닥에 내려놓은 발타르가 마른세수를 하며 중얼거렸다.
“너무 재밌잖아. 크하하!”
발타르는 말 그대로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재밌었다.
‘저렇게 영혼이 털린 듯한 에드뮬의 표정을 보는 게 언제였지?’
초신성들은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들의 실력에 만족해 서로 업적을 자랑하기 바쁜 대화만 하고 했었다.
더 이상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자리가 아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검룡이 나타나며 변했어.’
검룡이라는 존재는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 돌멩이 같은 역할을 했다.
발타르는 주위를 훑었다.
‘검룡 덕분에 초신성들끼리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겠네.’
“무슨 말인가? 뭐가 재미있다는 거야?”
“검룡, 저 자식이 오기 전에 우리끼리 했던 말 기억 나냐?”
“……기억하지.”
감히 검룡이라는 이명을 쓰다니, 과분하다며 한방에 박살 내주겠다던 에드뮬이 얼굴을 붉혔다.
발타르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괜히 북벽의 펜첼이라 불리는 게 아니네. 정말 대단해. 인정하기 싫지만 말이야.”
그에 루한이 고개를 저었다.
“펜첼이 분명 특별한 가문인 건 맞지만, 검룡이 괴물 같은 것이다. 모든 펜첼 녀석들이 다 저렇지는 않을 거야.”
“하긴, 그 가문 놈들이 모두 다 검룡 같았다면 이미 펜첼이 대륙을 지배했겠지.”
전투의 여운이 깊었는지, 모두 유진의 무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다시 한번씩 상기하고 있었다.
에드뮬이 은발의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심호흡을 쉬었다.
“후우, 가문의 어르신들이 펜첼은 기필코 찍어눌러야 한다고 했는데 이건…….”
“우리 가문의 어르신도 그랬어. 아무리 놈들이 검술명가라 하더라도, 이 해머라면 감당해내기에 모자라진 않을 거라고. 근데 이건 말이 안 되는데? 큭큭.”
“뭐가 좋다고 계속 웃고 난리야? 나는 착잡해서 미치겠구만.”
기실 여기 모인 초신성들은 모두 가문에서 펜첼의 검룡은 무조건 꺾어야 한다는 명을 받고 온 이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실린 가문은 펜첼을 넘어서야 할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한 번도 펜첼을 넘어선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펜첼, 네놈들은 도대체 뭐가 특별한 거냐? 어떻게 살아야 그렇게 되는 거지? 미친놈들.’
‘나의 연검이 그딴 식으로 파훼된 건 처음이야. 모욕적이지만…… 배워야 하는 건가?’
여섯 가문을 명문육가라고 통틀어 묶였지만, 그 사이에서 펜첼은 언제나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검룡은 임무를 엄청나게 많이 다닌다고 했어. 만약.”
“만약에 너도 그렇게 임무를 많이 다니면 그 녀석처럼 될까, 싶은 거냐?”
“그래. 왜, 또 토 달아봐, 발타르.”
에드뮬이 부서진 연검을 늘어뜨리며 발타르를 노려봤다. 딴지를 한두 번 걸어온 게 아닌 모양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서도 레나 스피어는 전투를 복기하며 생각에 잠긴 표정이더니, 이내 유진과 고드릭이 나간 문으로 걸어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루한은 홀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레나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 했는데, 망신 아닌 망신을 당했군.’
하지만 그는 자신이 깨달음을 정리하는 동안 레나가 호법을 서줬다는 사실에 내심 기쁘기도 했다.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에솔이 답답하단 듯 외쳤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에드뮬은 그제야 연검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검룡 덕분에 나랑 발타르는 신나게 얻어맞고 기절했어. 그리고 루한 오빠는.”
루한이 말을 받았다.
“나는 전투 도중에 오러 7성의 경지에 올랐다. 너도 검룡을 상대해 봐서 알겠지만, 정말 대단한 녀석이더군.”
에드뮬이 발타르에게 물었다.
“녀석한테 두들겨 맞기 전에 들었던 말, 기억해?”
“당연하지. 그 녀석, 입이 거칠던데. 하긴, 내가 검룡의 입장이었어도 자신보다 실력도 낮은 것들이 무시하려고 했으면 이렇게 했겠지?”
“너였으면 더한 짓도 했겠지. 검룡은 신사였어.”
루한이 중얼거렸다.
“오히려 나에겐 깨달음까지 줬다. 가문의 어르신과 지도대련을 한 느낌이었다.”
“싸울 때 느낀 건데, 그 자식한테는 부족한 면이 없었어. 완전 무결점이었다고.”
“아니.”
루한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말했다.
“기사도가 부족해. 이건 내가 옆에서 꼭 가르쳐주고 싶더군.”
“그놈의 기사도…….”
“뭐라고?”
에드뮬이 투덜거리긴 했으나, 루한을 보는 다른 초신성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들은 처음 유진의 과격했던 행동은 잊고 유진의 조언을 하나씩 되짚고 있었다.
그 덕에 에드뮬은 겸손을 찾게 되었고.
발타르는 호승심을 느꼈으며.
루한은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다만, 에솔은 조금 달랐다.
“이 분위기는 뭐지? 다들 뭔가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인데, 이러면 안 돼!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녀석한테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이야?”
다른 초신성들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의 오만은 강자의 특권이다.”
“조언을 받은 부분이 있긴 하지.”
“……그래. 그렇다.”
에솔이 빠진 제 앞니 두 개를 손으로 더듬어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내 얼굴이 이 모양이 됐는데?”
“푸훗!”
에드뮬이 참지 못하고 웃자 모두가 웃는다.
“좀 웃기긴 하다, 야.”
“남자는 머리빨인 줄 알았더니, 치아빨이었군. 하하!”
에솔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서부의 초신성, 에솔 아힌에게 이딴 식으로 개망신을 안겨줘? 기필코 복수하고 말겠다!’
비록 유진이 펜첼 소속이기에 복수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건 자명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았다.
‘녀석이 펜첼이 아니라 로베르 가문 소속이라고 생각하면 일이 한결 쉽지.’
서부를 꽉 잡고 있는 아힌 가문이 무역로를 끊는다면 로베르에서도 난감할 것이었다.
‘안 그래도 서부 상단을 규합하고 있었는데 잘됐군.’
에솔이 빠진 두 앞니 사이로 거친 날숨을 뱉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