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98)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98화(98/320)
연무장의 입구.
유진은 자신의 기감을 확장했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군. 미리 준비를 해 놓은 모양이야.’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구나. 그런데, 고드릭과는 왜 굳이 싸우려는 거냐? 태양신교와는 얽히지 않는 게 상책일 텐데.
유진이 히죽 웃었다.
‘보물이 있거든. 이 태양신교 안에.’
-엥? 고드릭과 싸우는 게 태양신교의 보물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고드릭이 가진 저 목걸이. 저 목걸이가 보물창고를 여는 열쇠니까.’
-그래서 뭐, 훔치기라도 할 거냐?
‘응, 맞아.’
-뭐가? 뭐가 맞아?
‘훔치는 거 맞다고.’
-미친 게 확실하군.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체첸이 놀라거나 말거나.
유진은 대답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연무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마자.
고드릭이 단검을 꺼냈다.
스릉!
“이곳에서는 어떤 규모의 전투도 허용됩니다. 제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도, 나갈 수 없게 결계를 쳐 놨으니 안심하십시오.”
“나갈 수도 없게 해 놨다는 건 의외네요.”
고드릭의 눈매가 호선을 그린다.
“중간에 도망이라도 가면 재미가 없잖습니까?”
그 말과 동시에 고드릭의 양손에 든 단검에서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불순물은 하나도 없는, 순백의 오러였다.
-태양신교 놈들 아니랄까 봐, 좋은 걸 많이도 처먹었나 보군. 쯧!
‘그런 것 같네. 오러 수준이 나쁘지 않아.’
-태양신교의 고위급 사제인데 당연하지! 7성 정도인가. 그래도 다행인 건 유리, 그 녀석보다 약하구나.
‘아니, 감춰둔 수를 꺼낸다면 유리와도 동등해. 혹은 더 강할지도.’
-음……? 정말로?
실제로 둘은 후에 일어날 교지와 흑지의 전쟁에서도 서로 호적수로 불리곤 했다.
그런데 여기서, 체첸은 유진의 묘한 확신을 가진듯한 말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 언급한 ‘감춰둔 수’를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기 때문이다.
‘백익, 그 날개를 꺼낸다면 말이지.’
백익(白翼), 태양신교의 비전 중 하나였다.
오러를 천사의 날개처럼 만들어 크게 산개하여 몰아치는 기술.
깃털 하나하나가 순수한 오러의 밀집체였기에 스치기만 해도 큰 부상으로 이어지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공중전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크나큰 단점이 있었다.
‘백익은 제 명을 깎아서 펼치는 기술이다. 물론 나중에는 태양신교에서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어.’
굳이 대련에 불과한 이 자리에서 고드릭이 자신의 수명을 깎아서까지 백익을 사용하진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예외가 있었다.
‘고드릭은 그저 교황만 믿고 보는 광신도다. 그런 만큼 멘탈이 정상이 아니야. 잘하면 백익을 사용하게 만들 수도 있다.’
사실, 이 싸움은 유진에게 너무나 유리했다.
태양신교의 무학을 모두 정리했던 경험이 있는 유진이다. 애초에 자신의 묵광도 여기서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고드릭이 가지고 있는 필살기가 백익이라는 점도 알고 있을뿐더러.
이미 가지고 있는 오러 수준도 차이가 났다. 물론 고드릭은 유진의 오러 수준을 그 정도까지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진은 고드릭의 멘탈과 더불어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었다.
“이제 시작할까요.”
화르륵!
유진이 화룡검을 꺼내 들자 고드릭이 신기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호오, 희한한 검을 가지셨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은 곧바로 고드릭과 맞부딪혔다.
화룡검의 불길이 연무장 내부를 순식간에 덥힌다.
쿠란의 검과 더불어 화룡검까지.
이도류를 사용하는 유진의 검술에 고드릭이 처음에는 당황하는 눈치였으나.
“후우! 예상대로 너무 재밌네요, 하하하!”
고드릭은 광소를 터뜨리며 유진의 이도류를 감당해냈다.
물론 유진은 제힘의 절반조차도 꺼내지 않은 상태.
다만, 유진은 신경 써야 할 게 몇 가지가 있었다.
바로 고드릭을 크게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기절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전력을 다하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채앵!
검과 검을 섞던 유진과 고드릭이 짧게 대화했다.
“왜 그렇게 소심하게 구시죠? 초신성들을 제압할 때처럼 과감하게 하지 않고?”
처음에 재밌다는 말을 하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묘하게 열이 받아있는 목소리였다.
하긴, 싸움에 있어서 가장 자존심이 상하는 게 ‘봐주면서 싸우는’ 것이었으니.
제 본진인 태양신교에서 15살짜리 꼬맹이가 여유를 부리면 화가 날 법도 했다.
“이게 저의 힘입니다만.”
“건방 그만 떠시고, 제대로 하란 말입니다!”
버럭 소리를 지르는 고드릭은 눈동자에서 광기가 도는 듯했다.
그만큼 싸움에 미친 인생을 살아왔다는 게 단적으로 보이는 대목이었다.
‘단번에 제압해야 하는데 틈을 잡기 어렵네.’
유진이 입술을 짓씹었다.
본래 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것이 더 어려운 법.
고드릭은 초신성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두 수 위는 되는 실력이었다. 그렇다 보니 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쿵!
계속해서 유진이 제 모든 힘을 꺼내지 않자 고드릭이 돌연 유진을 밀쳐내며 거리를 확 벌렸다.
“그런…… 개 같은 태도는 제 앞에서 꺼내지 마십시오, 검룡.”
유진은 히죽 웃었다.
애초에 전력을 파악해 오라는 게 교황의 명령이었는데, 유진이 그 뜻에 따라주질 않으니 고드릭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고드릭 사제님께서 너무 강해서 빈틈이 보이질 않는데 어떡합니까.”
“개소리!”
고드릭은 농락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광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유진이 속으로 히죽 웃었다.
‘저 미친놈, 이때도 저 버릇이 있었구나. 정말 이성을 잃을 수도 있겠어.’
그 예상대로였다.
“감히 이제야 초신성의 반열에 오른 자가 여유를 부리다니, 팔 하나는 잘라서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군요.”
초반에 친절한 미소를 짓던 고드릭은 온데간데없이, 스산한 눈동자만을 얼굴에 띄우고 있었다.
이때.
유진이 결정타를 먹였다.
“제가 힘을 꺼내면 사제님은 죽습니다.”
마치 이미 이 싸움의 결과를 알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고드릭은 그 말을 듣고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쿠우웅!
고드릭이 힘을 내뿜자, 주변으로 강한 돌풍이 일더니 연무장 바닥이 깊게 패이기 시작했다.
유진의 눈앞에 돌가루가 튀어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동시에 급격한 대기의 무게가 유진의 숨을 가쁘게 만들었다.
-허어! 저 자식, 뭔가 심상치가 않다! 비기를 꺼내는 게 분명하다!
체첸은 백익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고드릭이 엄청난 기술을 꺼내 든다는 것은 파악했는지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그 예상대로, 자존심이 크게 상한 고드릭은 기어코 제 필살기를 꺼내고 있었다.
물론.
“죽기 직전까지만 찢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교황의 임무가 있기에 그는 유진이 죽기 직전까지만 백익을 펼칠 생각이었다.
그러니 분명 유진은 위기상황이었다.
비록 앞에서 벌인 싸움은 여유로웠을지언정,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유리와의 싸움보다 더 위험했다.
하지만.
유진은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백익은 공기의 흐름을 이용해서 오러를 자유자재로 휘몰아치게 만드는 일종의 태풍과 같은 기술.’
그러므로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동시에 맹점이 있었다.
‘태풍에 태풍의 눈이 있듯이, 백익에도 안전한 지점이 있다.’
유진은 그 지점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백익의 중심이었다.
백익이 시전되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유진이 펜첼의 절벽에서 느꼈던 감각을 꺼냈다.
눈을 감는다.
-뭣? 뭐 하는 거냐?
‘조용히 해.’
-으, 응…….
일종의 깨우침인 신검합일은 필요할 때 꺼내거나 집어넣을 수 있는 물건 같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유진은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신검합일의 경지에 다다랐기에.
이 깨우침을 상황에 따라서 기운을 모아두었다가 증폭시키기도, 아예 갈무리하기도 할 수 있었다.
마음을 차분히 한다. 명경지수는 이제 물 마시듯 할 수 있었다.
이윽고.
번쩍!
유진이 눈을 떴다.
화룡검이 크게 공명한다.
백익을 꺼내는 그 찰나에 유진은 신검합일에 도달한 것이다.
고드릭이 멀뚱히 서 있는 유진을 향해 백익을 내뿜었다.
현재 유진의 수준에서 신검합일을 꺼내 백익과 맞부딪힌다고 해도 백익이 우위일 터였다.
하지만.
조금 전의 생각대로, 유진은 백익의 중심을 향해 일검을 내리쳤다.
동시에 백익의 폭풍도 유진을 향해 커다란 회오리를 형성하며 치달았다.
순백의 오러는 닿기만 해도 소멸시켜버릴 듯한 기세였다.
콰과과과!
그런데.
“멍청한 펜첼의…… 응?”
고드릭이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
백익이, 유진의 일검에 흩어져버린 것이다.
파스슥.
짜게 식은 국물처럼, 백익은 제 약점인 중심을 찔리자마자 사그라들었고, 곧이어-
“크억……!”
유진이 신검합일로 내려친 검격이 고드릭을 경계로 연무장 바닥은 물론 천장부터 벽까지를 두 갈래로 갈라버린 것이다.
고드릭의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기다란 검흔이 남았다.
체첸이 기겁했다.
-태양신교의 사제를 죽이다니! 저 자식, 반토막이 나버렸다고!
하나,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기절할 정도로만 공격했어. 죽지는 않았다.’
실제로 고드릭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긴 했지만, 반절로 갈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상처가 매우 깊어 보이긴 했다.
-뭐, 뭘 믿고 그렇게 무모한 공격을 한 거냐! 정말로 죽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고드릭도 당연히 붉은 전갈의 수장처럼 인체 개조 수술을 받았겠지. 무엇보다도 신검합일을 통제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하! 안 어울리게 겸손은. 신검합일의 통제가 가능하다는 건 겸손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이 몸이 그 정도 거드름은 받아주마.
‘너 진짜 피곤할 텐데.’
-방금 말 취소.
모두 유진이 심상 속에서 매일 수련한 결과물이었다.
저벅.
유진이 정신을 잃은 고드릭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동물을 상대로 해봤는데 간단한 세뇌 정도는 된단 말이지. 특히나 정신력이 낮은 상태일수록 잘 먹히고.’
-뭘 하려고?
‘뭐겠어. 보물을 훔칠 동안 필요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야지.’
유진이 고드릭의 머리에 손을 대고 정신을 집중하자 고드릭의 무의식이 반응했다.
검은 실과 같은 기운이 고드릭의 머릿속에서 유진의 검지를 타고 흘러들어 온다.
그 덕에 유진은 고드릭의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태양신교, 교황, 이단, 심판.
딱 네 개였다.
‘진짜…… 광신도 그 자체네. 무의식인 상태인데도 이런 것밖에 없다니.’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을까 싶어 유진이 지배의 권능을 조금 더 강화하자.
울컥!
이번에는 어떤 혹처럼 커다란 흑색의 뭉텅이가 고드릭의 머릿속에서 빠져나왔다.
‘절대복종……?’
그 순간 유진의 몸이 감전된 것처럼 굳어갔다.
유진은 화들짝 놀라 체첸에게 반사적으로 말했다.
“체첸! 정신 방벽!”
-이 몸이 나설 차례군.
이 검은 기운과의 싸움에서 밀렸다가는 유진은 정신이 오염되어 영영 교황의 개가 될 터였다.
체첸이 담겨 있는 쿠란의 검에서 푸른빛의 기운이 유진의 몸을 잔뜩 휘감았다.
정신 방벽을 강하게 걸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크윽! 이, 무슨, 개 같은 마법이 다 있지? 너무 강하다! 시간을 끌 수 있을 것 같은데, 완전히 막는 건 안 될 것 같아……!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