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9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99화(99/320)
‘기다려 봐!’
지금 순간은 오히려 전투 중보다도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유진이 아톰을 의식적으로 회전했다.
‘탐욕으로 검은 기운을 역으로 잡아먹어야 해!’
그 절대복종에 당하지 않으려면 유진은 가진 방법을 모조리 사용해야 했다.
유진의 왼손에 끼워진 반지에서 검은 기운이 솟구쳤다.
그 기운이 향하는 방향은, 다름 아닌 유진, 자신의 머릿속이었다.
피짓!
날카로운 송곳처럼 뾰족한 검은 기운이 유진의 머리를 파고들었고, 뇌를 차지하려던 고드릭의 뭉텅이진 기운을 기어코 찾아냈다.
온 마력을 다해 그것을 빨아들인다.
“후우!”
결국 검은 뭉텅이를 빼내 공중에 털어낸 유진이 심호흡을 몰아쉬었다.
‘아찔했어. 절대복종이라니, 아마도 교황의 짓이겠지.’
전생에서는 마법을 다루지 못했으니, 고드릭이 어째서 이토록 전투에 미쳐있으며 교황을 섬기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짐작만 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전말을 마주하니 유진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교황, 당신은 도대체 어디까지 잔혹할 생각이지?’
유진은 고드릭의 어릴 적을 알고 있었기에 교황이 해 놓은 짓거리에 기함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인 점도 있었다.
‘묵광의 효과 덕분인지 세뇌와 절대복종의 구조에 대해서 대충 알겠어.’
마법 구조의 이해가 효과를 발한 것이다.
덕분에 줄리아에게 배운 마법을 섞어 다양한 세뇌 마법도 부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도 써먹을 방법이 많겠는데,’
가령, 지금.
떠오르는 계획들을 뒤로하고 그가 고드릭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푸른빛이 유진의 손에서 뿜어져 나와 고드릭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유진이 상상하는 장면들이 고드릭의 머리에 그대로 심어진다.
‘나와 전투를 계속하다가 정신을 잃은 걸로 기억을 조작한다.’
기억 조작이란 본래 굉장한 고난이도 마법인 데다가, 마력 소모도 매우 컸다.
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강한 무위를 갖춘 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제약이 있었다.
다만, 마법 구조의 이해와 더불어 방금 전 고드릭의 검은 기운에서 뽑아낸 감각을 더하니 유진은 꽤 능숙하게 이를 행할 수 있었다.
탓.
모든 기억 조작을 마친 유진이 한 가지 조치를 더했다.
‘지금의 마법 수준으로는 몇 시간동안 고드릭을 잠재울 수 있지? 음, 길어도 1시간 정도군.’
유진이 진땀을 닦아냈다. 기억 조작과 더불어 최면 마법까지 하려니 역시나 마력 소모가 굉장했다.
‘보물을 찾는 동안 알리바이는 확실하게 만들어 놨고.’
고드릭은 머릿속에서 유진과 전투 중인지, 눈동자를 움찔거리고 있었다.
이어 유진이 고드릭의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마지막으로 할 일은.
척-
유진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미스릴 가면을 꺼내 얼굴에 씌우고, 고드릭을 응시했다.
그러자.
-어엇……! 저, 정말로 네놈이 이 녀석 얼굴로 변했다! 복장까지도!
‘어색한 점은 없어?’
-없다! 완벽한 고드릭이야.
유진은 혹시 몰라 연무장 창고에 고드릭을 집어넣어 둔 뒤 밖으로 나섰다.
입구 밖에는 고드릭이 말한 대로 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퉁, 퉁-
건드려보니 수준이 꽤나 높은 결계였다. 아마도 결계를 설치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들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물론.
유진은 마법 구조의 이해를 손쉽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이러한 결계의 해제는 식은 죽 먹기였다.
더군다나 애초에 태양신교의 참모로 있으면서 이러한 결계의 마법 구조를 형태화한 문서를 수도 없이 많이 보았으니 더욱 쉬울 수밖에.
몇 초만에 결계를 해제하고 통과한 유진이 밖으로 나섰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건 알고 있는……. 에휴, 그래. 내가 궁금해 해 봤자 뭐하겠냐. 알려주지도 않는데.
‘그래. 그냥 그러려니 해.’
유진이 잠시 시간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1시간 안에 태양신교의 보물창고를 털어야 해. 시간대는 지금이 딱 알맞다.’
체첸이 그 점을 짚어 물었다.
-중간에 고드릭을 아는 자라도 마주치면 아주 볼만 하겠군. 당황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일부러 이 시간대에 레나와의 싸움을 끝내놨어. 지금은 신도들이 야간 기도회를 가질 시간이거든.’
-재밌는 구경거리를 놓쳤군. 쳇, 철두철미하기는.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 있을 수도 있었다,
* * *
고드릭으로 변신한 유진이 태양신교의 본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 길이 맞나? 내가 입구에 설치된 요약도를 보니 여기보다는 방금 왼쪽으로 가는 게 더 최단 거리 같은데?‘
‘지도가 방들의 크기까지 제대로 실사화해 놓지 않아서 그래. 이 길이 더 빠른 길이야.’
-……진짜 고드릭인 줄 알겠군. 별 걸 다 알고 있어.
체첸은 이제 유진이 이렇게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태양의 말씀 받들어~ 이 한 몸 불사르리~
유진의 예상대로 본관의 대강당을 지나가자 신도들이 기도회에 앞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다.
이 시간에는 그 누구도 대강당에서 나오거나 들어갈 수 없다.
그랬기에 유진은 평소 고드릭의 느긋한 걸음걸이를 흉내내지 않고, 조금 더 빠르게 걸었다.
다만, 유진은 묘하게 어디선가에서 느껴지는 기척을 신경 쓰고 있었다.
‘뭐지? 왜 기척을 숨기고 다니는 거지?’
-무슨 기척 말이냐? 기척 같은 건 없는데?
‘아니, 아니야. 지금 이 시간에 기척을 굳이 숨기고 걸어 다니는 녀석이라면…… 설마?’
생각이 미친 유진이 재빨리 방향을 틀려던 차.
앞쪽 코너에서 등불을 든 한 남자가 돌연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 눈에는 안대를 덮어쓴 상태.
‘이런.’
이미 몸을 숨기기엔 늦었고, 투명화 마법을 쓰기엔 고드릭에게 마력을 너무 많이 사용해 버렸기에 무리였다.
애초에 투명화는 미스릴 가면과 중첩하기도 힘들었고 말이다.
어쩔 수 없었다. 유진이 자연스러운 걸음걸이와 더불어 고드릭이 뱉고 마시는 숨의 간격.
그리고 광기에 항상 물들어있는 표정까지 연기하며 등불을 든 남자를 지나쳤다.
-뭘 그렇게까지 긴장하나? 저 녀석이 너에게 말을 걸 이유가 따로 있는 게야?
‘그게 아니라, 이 시간에 등불을 들고 돌아다니는 저놈이 워낙 미친놈이라 그래.’
등불은 든 남자는 통칭 ‘태양신의 수색자’라 불리는 일종의 정찰대였다.
불시에 태양신교를 돌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임무를 지닌 녀석들이었다.
태양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수색자들은 고드릭만큼이나 강한 무위를 갖춘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니.
특징이라면 두 눈을 안대로 가린 상태이면서, 미간에 눈 하나가 달린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다니는 것이었다.
‘원래 지금, 이 날짜에 이 시간이면 수색자는 본관이 아니라 별관을 돌 타이밍인데, 자연스럽게 걸어야겠군.’
-눈이 미간에 있군. 윽…… 징그러워. 네놈이 긴장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수준이길래?
‘이놈들은 시각도 뛰어나지만, 냄새, 소리의 진동이나 오러로 형태를 파악해. 어떤 면에서는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할 때가 있어.’
-별, 무시무시한 놈들이군. 그딴 것까지 느낀다니…….
유진이 수색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모르는 척 지나치던 차였다.
도로록.
유진의 뒤로 지나치던 수색자의 눈알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 고드릭 사제님, 일전에는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제 아들이 많이 좋아했어요.”
수색자가 대뜸 말을 걸어오자 유진은 흠칫하며 뒤로 돌았다.
신세? 아들이 많이 좋아했다고?
고드릭과 수색자가 무슨 대화를 나눈 건지는 유진이 아무리 회귀자이고, 완전기억을 가졌더라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젠장……! 저 눈깔 모양은 가까이서 보니까 더 징그럽잖아!
‘조용히 해. 호흡 흐트러지니까.’
그랬기에 유진은 태연하게 웃어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하하. 그러시군요. 다음에 또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십시오.”
더 이상 고드릭과 똑같을 수 없었다. 또한 이 이상 무난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하! 네놈은 기사가 아니라 배우를 했어야 했다. 완전히 고드릭 그 자체군.
체첸도 기함을 토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수색자가 돌연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다음이라니요? 농담치고는 너무 과하신 게 아닌지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게 왜 농담으로 느껴지는 거지?
유진이 두뇌의 세포들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머리를 굴리던 차였다.
“아픈 아들이 그토록 원하던 그 인형은 아들의 관에 함께 묻었어요. 그런데 다음이라는 말은 지금 저에게 상처가 됩니다.”
유진이 그제야 문맥을 파악했다.
수색자의 아들이 어떠한 병으로 아파하던 차, 가지고 싶던 인형이 있었고.
그 인형을 고드릭이 구해다 준 모양이었다.
유진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려던 그때였다.
“아, 제 말은-”
“그런데…… 고드릭 사제님.”
“예, 말씀하시지요.”
수색자가 갑자기 유진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눈알이 하나밖에 달리지 않은 얼굴이 유진의 시야를 가득 메운다.
킁킁.
수색자가 유진의 얼굴 바로 근처에 코를 들이밀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유진의 머릿속이 크게 복잡해졌다.
‘지금이라도 베어야 하나.’
수색자들은 때때로 육감을 가졌다고 알려질 정도로 감각이 예민했다.
결국, 유진이 품속에 있는 단검으로 손을 뻗었다.
아니, 뻗으려 했으나.
“직전에 운동이라도 하셨나 보군요. 땀 냄새가 진합니다.”
“예, 저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하하. 같은 처지가 됐군요. 아, 목걸이가 비뚤어지셨습니다. 방금 말씀은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수색자는 유진의 목에 걸린 고드릭의 목걸이를 매만져 정돈한 뒤에 인사를 꾸벅 올리고 돌아갔다.
유진은 수색자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심호흡을 내쉬었다.
-미친, 이거 심장 떨려서 같이 다니겠나, 후우!
유진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스릴 가면이 땀 냄새까지도 흉내 낼 수 있는 것이냐? 난 솔직히 들키는 줄 알았다.
‘가능하지. 거의 모든 걸 따라 하게끔 만들어졌으니까.’
십 년 감수한 유진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뭐가 이렇게 멀어? 갈수록 구석탱이로 가는 것 같은데. 맞게 가는 것 맞느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체첸의 말대로 유진이 도착한 곳은 태양신교의 화려한 건물들과는 상반되게 굉장히 허름해 보이는 건물 앞이었다.
-여기가 보물창고라고?
‘정확히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기도원이지. 그래서 오히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유진이 단상 옆에 있던 기도원의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있다.’
그가 찾은 것은 그림에 미세하게 새겨져 잇는 홈이었다.
마치 그림들이 기도하듯이 움직이다가, 이내 그림이 갈라지며 건너편에 있는 공간을 드러냈다.
어두컴컴한 공간 안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발광석이 군데군데 놓여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유진이 익숙한 듯 안으로 발을 뻗던 차였다.
우웅!
돌연, 유진의 왼쪽 팔목에 끼워진 화룡검이 강하게 진동했다.
‘뭐지? 이게 왜 갑자기.’
유진은 의문이 들었으나, 시간이 없어 지금 당장은 이 의문을 해결할 수 없었다.
‘전생에서도 여기까지만 들어갈 수 있었어.’
유진이 공간 안으로 들어가자 화룡검의 진동이 더욱 강해졌다.
‘그 물건이 화룡검과 원래 반응하는 물건이었던가? 딱히 연관성은 없는데.’
-저 녀석은 왜 이렇게 울어대는 것이냐? 이 안에 뭐가 있길래?
유진은 체첸의 물음을 무시하면서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그러자 서서히 느껴졌다.
-독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강한 맹독이야.
체첸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실제로 유진이 전생에 여길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공간을 가득 채운 독기 때문이었다.
태양신교 기도원 안에 이런 함정이 있을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원래 여길 통과하기 위해 태양신교에서도 꽤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갔지.’
결국 고드릭이 나서서 가져오긴 했지만.
그 독이 얼마나 강했는지 고드릭 또한 몇 달을 정양해야 할 정도였다.
그렇게 떠올릴 뿐, 정작 당사자인 유진은 별생각이 없어 보였다.
묵광 5성에 다다르면서 얻었던 효과, 만독불침 때문이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