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ighteous Demon of Kunlun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그야말로 신의(信義) 그 자체
정광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박장에 놓여 있던 판돈은 물론 비처에 숨겨져 있던 자금들까지 싹싹 털은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형, 이리 주십시오.”
“진옥룡, 제가 들겠습니다.”
두 사람이 손을 내밀었으나 정광은 고개를 저었다.
“사제와 자오는 다른 일을 해야죠.”
“네?”
정광은 두 사람을 이끌고 도박장 밖으로 나갔다.
싸움이 한창이었다.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딨어요. 물 들어 왔을 때 노 저읍시다.”
“……네.”
두 사람은 많이 지친 상황이었으나 정광의 말에 수긍했다.
석가장과 소림이 우세한 전력으로 사마련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
쉽게 말해 죽을 염려가 적고 상대를 마구 다뤄도 좋은 판이다.
이럴 때 합격술을 더 다듬지 않으면 언제 또 하겠는가.
두 사람은 싸움에 뛰어들었다.
정광은 ‘진옥룡 출입금지’라고 쓰인 큰 현판을 뜯어내 깔고 앉았다.
느긋하게 장내를 구경하다 보니 견적이 나왔다.
‘오래는 안 걸리겠네.’
석우완은 사마련 부지부장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었고 원굉을 비롯한 소림승들은 석가장 무인들과 협력해 사마련 무인들을 몰아치고 있었다.
게다가 백승무와 자오도 외곽의 적들을 쓰러뜨려 나가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상황.
‘음?’
한참 싸우고 있던 공우가 정광을 흘깃 보더니 신형을 뽑아 옆에 내려섰다.
“스님, 왜요?”
“내공을 많이 소진하셨을 터. 소승이 옆에 있겠습니다.”
“에이. 그냥 솔직하게 싸우기 귀찮다고 하시죠.”
“…….”
공우는 헛웃음을 참으며 주변을 경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눈이 커졌다.
사마련 무인에게 등이 베이기 직전인 석가장의 무인이 보여서였다.
‘이런!’
소리를 질러 경각심을 주려는 그 순간.
쐐애액-
자그마한 돌멩이 하나가 날아가 사마련 무인의 낭아도(狼牙刀)를 날려 버렸다.
쩌엉!
“크흑!”
그 소리에 놀란 석가장 무인은 재빨리 몸을 돌렸고 낭아도를 잡았던 팔을 부르르 떠는 사마련 무인을 발견하자 그대로 베어버렸다.
촤악-
“으악!”
석가장 무인 전칠은 누가 자신을 구해줬는지 찾을 틈도 없었다. 아직도 적은 많았기에 계속 싸워야 했다.
정신없이 도를 휘두르며 헐떡거리던 그는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의 동료가 뒤에서 몰래 접근한 사마련 무인에게 등이 꿰뚫릴 참이었다.
“안 돼!”
안타깝지만 공허한 외침.
동료의 죽음을 직감한 찰나 한 줄기 유성이 날아와 사마련 무인의 창을 부러뜨렸다.
쩌걱!
“커헉!”
동료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며 도를 휘둘렀다.
사마련 무인은 그대로 쓰러졌다.
전칠은 고개를 돌려 유성이 날아온 곳을 바라봤다.
현판 위에 앉은 정광이 돌멩이를 살짝 던져 올렸다 받는 걸 반복하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전칠은 눈을 부릅떴다.
‘진옥룡이 구해준 것인가!’
때마침 정광이 돌멩이 하나를 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더니 튕겨냈다.
그것은 아까의 유성처럼 날아가 소림승을 암습하는 사마련 무인의 병기를 박살 냈다.
‘저 나이에 저런 무위를!’
뿐이랴.
아까의 싸움으로 무척이나 힘들 텐데도 다른 이들을 돕는 의기라니!
전칠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소문보다 무공은 더 뛰어나고 성품은 더 좋구나! 진정한 용이라 불릴 만해!’
이런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넓게 퍼졌다.
많은 이들이 정광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며 자연히 알게 된 것이다.
얼마 안 가 싸움이 끝났다.
그들의 마음속엔 승리에 대한 기쁨보다 진옥룡이라는 세 글자가 크게 자리 잡게 되었다.
사마련 산서 지부의 부지부장을 생포한 석우완은 석가장을 대표해 감사를 표했다.
“진옥룡. 본장의 사람들을 구해줘서 고맙네. 이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을 약조하지.”
“네?”
“그것도 적의 무기만 날려 설욕할 기회를 주다니. 자네의 배려에 크게 감복했네.”
석우완의 오해에 정광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사마련과의 싸움이 이렇게 단발성으로 끝날 리 없다.
계속될 싸움을 위해 잘 좀 해보라고 기회를 준 것뿐이었건만 배려는 무슨.
어쨌든 은혜를 잊지 않겠다니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정광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장주님께서 하신 말씀. 반드시 기억할게요.”
“으하하하! 그러게나. 내 무엇을 아까워하리. 자네는 본장의 친우일세!”
석우완의 외침에 석가장 무인들이 환호했다.
소림승들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생포된 사마련 무인들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정광을 쏘아봤다.
그중에는 수하들이 급히 지혈을 해줘 가까스로 살아남은 송훈도 있었다.
“네놈이…… 네놈이…….”
“어? 살아계셨어요?”
“……본련에서는 절대로 네놈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와. 이런 우연이 있나.”
“……?”
정광이 싱긋 웃었다.
“마침 저도 그런데.”
“……!”
정광은 송훈에게서 관심을 끊고 백승무와 자오를 불렀다.
그리고 각자 하나씩의 포대를 짊어지게 했다.
자오는 등에 메고 있던 도가 거추장스러워 손에 들게 됐다.
그 도를 본 송훈의 눈이 커졌다.
‘저…… 저것은!’
천으로 둘둘 감아 정확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무척이나 익숙한 형태!
이제껏 크게 신경 쓰지 않았건만 이제야 알아차리게 되다니!
송훈의 입이 열리며 신음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풍도(寒風刀)…….”
사마련 무인들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듣고 나서 보니 정말 익숙한 형태의 도(刀) 아닌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부, 부련주님의 애도가 맞는 것 같은데?”
그들의 놀란 외침을 들은 정파 쪽도 경악하긴 마찬가지였다.
“자, 자오 대협. 도를 감은 천을 풀어줄 수 있소이까?”
석우완이 부탁하자 자오는 정광을 바라봤다.
정광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냥 버릴걸. 창피하게 무슨 꼴이야.’
그의 표정을 보고 지레짐작한 원굉이 급히 나섰다.
안 그래도 정광에게 받은 것이 많은 터, 자신이 도와야 했다.
“아미타불! 저 도는 사마련의 부련주 가균의 한풍도가 맞소이다!”
“……!”
원굉은 사람들에게 정광과 가균의 싸움을 간략히 설명했다.
자연히 자오가 사마련 출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배신자라고?’
사람들은 자오를 돌아봤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일말의 의심스러운 기색도 없었다.
하남성에서 산서성까지 동행하며 민초들을 대하는 헌신 어린 모습을 본 소림승들.
그 소문을 전해 들은 건 물론 자오가 사마련과 용맹하게 싸우는 걸 본 석가장 무인들.
모두 부드러운 눈길로 그를 칭찬할 뿐이었다.
자오는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오늘의 후의, 평생 잊지 않고 정진하여…… 윽.”
다행히 백승무가 재빨리 그의 입을 막았기에 나쁜 인상을 주는 일은 없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게 사람들은 다른 의문에 빠져 있었다.
‘진옥룡이 그런 일을 해냈다고? 말도 안 돼…….’
하지만 어쩌랴.
가균의 애도가 눈앞에 있다. 게다가 십팔나한의 일원인 원굉이 고룡 공우가 직접 목격했다며 사실임을 보증하지 않는가.
사람들의 생각이 크게 흔들렸다.
‘가만. 그러고 보니…….’
그들이 도착하기 전, 사마련 지부장과 많은 수하들을 쓰러뜨렸고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로 수많은 목숨을 구한 정광이었다.
그래.
그런 그라면 정말 해냈을 수도 있을 터!
“와아아아아!”
석가장 무인들은 미친 듯이 열광했다.
“크흐흑.”
그와 반대로 사마련 무인들은 절망을 느꼈다.
물론 정광의 얼굴은 더 안 좋아졌고.
그 기색을 눈치챈 원굉이 자신을 믿으란 표정으로 전음을 보냈다.
-언젠간 드러날 사실일세. 그럴 바엔 소림의 이름으로 확실히 말하는 게 나을 게야. 사람들의 수많은 억측으로 자네의 명성이 더럽혀지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나.
-제게 더러워질 명성이 있는진 모르겠고. 그냥 부끄러울 뿐인데요.
-……아미타불.
원굉은 마음속 깊이 감탄했다.
이렇게 떠받들어지는 상황이 되면 아무리 정심한 사람일지라도, 하물며 젊은이면 어깨가 으쓱할 법도 한데 정광은 진심으로 부끄러워하고 있지 않은가.
‘내 자네의 명성을 반드시 지켜주겠네.’
원굉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웅혼한 내공을 담아 외쳤다.
“진옥룡이 가균과 천랑대(天狼隊)를 징치한 건 사실이나 자신의 공을 내세우길 원치 않소이다! 그러니 모두 그만 조용히 해주시오!”
그게 될 리가 있나.
세속의 무인들은 소림승들과 달리 감정에 충실했다.
“우와아아아악!”
그들은 환호하다 못해 괴성을 질러댔다.
그리고 존경스러운 눈초리로 정광을 바라봤다.
사파무림의 최강자들인 팔사(八邪)의 일원이요, 사마련의 부련주라는 엄청난 위치에 있는 도사(刀邪) 가균.
그가 고르고 고른 직속 수하들로 대단한 명성을 떨치는 무력부대 천랑대.
그들을 물리치고도 드러내려 하지 않는 젊은 영웅이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
쿵! 쿵! 쿵!
“진옥룡! 진옥룡! 진옥룡!”
무인들은 각자의 병기로 땅을 찍으며 정광의 별호를 연호했다.
간간이 백승무와 자오를 칭찬하는 말도 넣으며.
놀란 원굉은 내공을 더 끌어 올렸다.
“아! 미! 타! 불! 그대들이 자꾸 그러면 진옥룡의 높은 뜻이 낮춰지는 것 아니겠소이까!”
“우와아아아! 진옥룡!”
무인들은 아예 병기를 하늘로 던졌다가 받고, 또 던졌다 받으며 열광했다.
원굉은 오히려 일을 키운 듯하자 식은땀을 흘리며 석우완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엄청나게 오른 사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였다.
-대사. 그제부터 긴히 하실 말이 있다 하시더니 이것이었구려.
-그렇습니다, 장주. 어서 상황을 수습해 주십시오.
-잠시만 있다가 그럽시다. 우리 쪽도 피해가 없진 않소. 슬픔에 잠기기 전에 통쾌함이라도 맛봐야 하지 않겠소.
석우완의 전음대로였다.
나직이 불경을 읊은 원굉은 미안한 마음에 정광을 바라봤다.
그런데.
‘……어, 없어?’
정광이 사라지고 없었다.
백승무는 물론 자오까지.
원굉처럼 그 사실을 눈치챈 석우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거참. 바람 같은 자로다.
-장주. 빨리 찾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가균의 습격을 받았었는데 이대로 보내긴 불안합니다.
-하하하. 진옥룡이 내게 노잣돈을 받아내겠다고 하지 않았었소. 그것도 아주 푸짐하게. 얼마 안 가 돌아올 것이오. 그보다…….
몇 개의 의문점이 있었다.
이 사실을 전해 듣는 다른 이들 역시 그럴 터.
석우완은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무림맹은 물론 전 중원이 뒤집히겠군.’
그의 예상대로였다.
* * *
하남성(河南省) 남양(南陽).
무림맹 한쪽에 있는 곤륜파의 숙소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앙!
“감히 내 제자를 습격해!”
단단한 오동나무로 만든 탁자가 박살이 났다.
그답지 않게 진심으로 분노한 허청은 석우완이 보낸 서찰을 접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곧장 맹주를 만났다.
“석가장주가 보낸 서찰을 보셨지요? 사마련의 부련주씩이나 되는 인물이 천랑대를 이끌고 본문의 어린 제자를 공격했습니다. 본문은 이를 결코 좌시할 수 없습니다.”
맹주 팽수관은 주먹을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정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팽가였다. 게다가 얼마 전엔 막내딸까지 정광의 제자가 된 상황.
오히려 그는 정광의 사부인 허청보다 더 분노했다.
하지만 개인의 사심으로 일을 그르칠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다.
“천룡단주(天龍團主). 내 마음도 같소. 허나 그 전에 두 가지 의문이 있소이다.”
“무엇입니까?”
“첫째. 왜 가균씩이나 되는 이가 자오라는 자를 쫓다가 진옥룡과 싸웠을까. 사마련을 배신한 자라 하나 부련주가 나설 일은 아니지 않소? 그것도 정예 무력대인 천랑대를 이끌고 말이오.”
“안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 정광 그 녀석을 만나면 물어볼 참이었습니다. 다른 하나의 의문은 정말 정광이 가균과 천랑대를 이길 수 있었냐는 것이겠군요.”
“그렇소이다. 천룡단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허청은 대답 없이 빙그레 웃었다.
그의 미소는 얼마 안 가 팽수관에게 전염되었다.
“하하하. 사실 의문이랄 것도 없지. 나는 진옥룡의 능력에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기로 한 지 오래요. 허나…….”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을 터.
벌써부터 몇몇 속 좁은 이들은 정광의 활약은 거짓이라 치부하며 노름을 했다는 것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뻔히 아는 허청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녀석의 사문인 본문이 괜찮다 하는데 남들이 뭐라 한들 어떻습니까.”
“내 말이. 진옥룡은 협격행을 했을 뿐인데 무슨 말들이 그리도 많은지.”
팽수관은 한동안 피식거리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어쨌든 이로써 우리 정파는 자신의 세력에 틀어박혀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게 되었소.”
“그렇지요. 사마련이 악소와 염왕채를 놓는 이들을 이용해 민초들을 괴롭히며 정파에게 반감을 갖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까요.”
“후우우. 진옥룡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소이다.”
사마련이 산서성에서 행했던 악행을 천하에 퍼뜨린다.
그럼으로써 지금껏 밥그릇 싸움으로만 지켜보던 세상에 민초를 위함이란 명분을 내세우겠다는 말이었다.
“맹주의 뜻대로 되겠지요. 명분도 있는 데다 체면도 걸린 일. 지금껏 사문의 이익만 따지며 웅크리고 있던 이들도 열심히 움직이게 될 겁니다.”
“그렇소. 다소 피를 흘리더라도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하오. 이대로 끌었다간 모두에게 좋을 게 없소이다.”
실제로 그랬다.
무인들 간의 다툼은 무인들의 피로만 빨리 해결해야지 이대로 갔다간 민초들의 상처만 곪게 될 판이었으니까.
팽수관의 마음을 이해한 허청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면 회의가 시작되겠군요.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아직 하나 남았소.”
“무엇입니까?”
“나는 강호의 배분을 무시하고 진옥룡을 공격한 가균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받아내려 하오.”
“……사마련주를 도발하시겠다는 겁니까?”
“뭐 겸사겸사.”
허청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맹의 체면을 생각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다른 저의가 걱정돼서였다.
“……좀 과격하군요. 군사(軍師)인 제갈 대협은 뭐라 했습니까?”
팽수관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맹에 산재한 소인배들에게 그렇게까지 화가 쌓였나 묻더이다.”
회의는 날카로운 고성이 오가고 치열한 말싸움도 있었지만 팽수관의 뜻대로 흘러났다.
확실한 명분. 단지 그것 덕분이었다.
무림맹에서 중원 전역으로 수많은 전서구와 사람이 출발했다.
중원 전역의 정파들은 분노하면서도 두려워했다.
사마련을 치고 싶은 마음과 그 싸움에서 흘릴 피 때문이었다.
한편, 이런 큰 그림을 완성한 정광은 산서성 전역을 돌며 도박장을 털었다.
그리고 마지막 곳을 털어 큰 그림에 진정한 방점을 찍은 뒤 석가장으로 향했다.
“사형. 석가장엔 왜 가십니까?”
“장주에게 노잣돈은 받고 떠나야지. 약조했잖아.”
그야말로 신의(信義) 그 자체인 정광이었다.
* * *
그렇게 석가장에 도착한 정광이 석가장주가 주는 엄청난 노잣돈에 흡족해하고 있을 때.
호남성(湖南省)에 있는 사마련 총단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하북성을 넘어 산서성까지 정광 일행을 추적하면서도 때깔이 좋았던 그 행색이 아니었다.
파리한 안색의 가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