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ighteous Demon of Kunlun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박투(搏鬪)
천라지망(天羅地網)이란 하늘과 땅을 뒤덮는 그물을 말한다.
광오한 이름답게 안에 갇힌 적은 빠져나가기 힘드나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기는 그나마 수월한 진형이었다.
‘그래도 이건 좀…….’
정광은 곤륜의 잠행술 신행미종보(神行迷踪步)를 펼치며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보다 뚫고 들어가기 쉬워서였다.
‘독존을 잡기엔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변수를 없애려면 수를 더 늘렸을 텐데.’
이유는 뻔했다.
‘역시 청성을 치는 데 집중하고 있구나.’
진식으로 뒤덮인 당가나 명문가 여식들이 가득한 아미보다는 훨씬 편한 상대다.
누가 봐도 현명한 수였다.
‘군사의 말대로 머리가 꽤 좋은 놈이야. 얼굴을 보고 싶은걸.’
전력을 적절히 분산시키면서도 중요한 곳에는 제대로 집중시킬 줄 아는 모사(謀士).
그의 실수라면 정광이라는 존재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뿐이었다.
‘청성산에 가면 볼 수 있겠지.’
정광은 생각을 접고 전황을 살펴봤다.
당가 노인들은 많이 지친 상태였으나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독이며 암기며 엄청나게 뿌려댔나 보네. 아예 접근조차 못 하게.’
허나 사람이 지닐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는 법.
권장으로 싸우는 노인들도 있는 걸 보니 대부분 전부 써버린 것 같았다.
‘그나저나 독존은…… 응?’
정광은 어이가 없었다.
이 급박한 와중에 노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깨달음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한 계단 올라선다고? 당가주가 곤란해지겠는데.’
뭐 그거야 당가주의 사정.
정광에게는 나쁠 것 없는 일이었다.
‘깨어나면 제대로 부려먹어야지.’
정광은 당기철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물었다.
“지치셨나 봐요? 표정이 안 좋으시네.”
“어, 언제 왔나?”
“방금요.”
정광은 황당해하는 당기철에게서 시선을 돌려 당기황을 봤다.
써먹을 방법이 무궁무진하게 떠올랐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이젠 좀 쉬세요.”
정광은 말을 끝내자마자 운룡을 뽑아 들었다.
내공을 불어넣자 찬란한 금빛 광채가 일어났다.
정광은 금룡과 함께 사마련 무인들에게 쇄도했다.
“이, 이건 뭐야!”
“적이다! 곤륜의 진옥룡이 나타났다!”
누군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정광의 모습은 소문 그대로였다.
‘어디 한번 가볼까.’
찌르고 베고 부순다.
정광은 세 가지 행동을 거침없이 반복했다.
안 그래도 당가 원로들과의 싸움으로 잔뜩 지쳐 있던 사마련 무인들이다.
힘없이 쓰러져 가며 비통한 고함을 질렀다.
“조, 조심해!”
“함부로 덤비지 마라! 악귀다!”
정광은 눈을 살짝 찡그렸다.
뭐?
악귀?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똑똑히 좀 봐라. 응?’
정광의 오른손에 들린 운룡이 금빛을 토해내며 우아하게 노닐었다.
서걱-
유룡검(遊龍劍)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아름다운 검식이었다.
정광의 왼 주먹이 무겁고 장중한 기세를 뿌리며 날았다.
빠각!
태청신권(太淸神拳)의 진수를 담고 펼쳐진 멋진 초식이었다.
정광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리며 속으로 물었다.
‘어때? 우아하고 멋지지?’
당연히 그럴 터.
직접 심혈을 기울여 곤륜파 개파조사의 진의를 복원하고 자신의 색을 더한 무공들 아닌가.
눈이 달려 있다면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피해라!”
“무서운 놈이다! 정신 바짝 차려!”
“…….”
정광은 황당했다.
아니, 기껏 신경 써서 보여줬더니 뭐가 어째?
눈이 달려 있긴 한데, 그냥 장식인 거냐?
정광으로선 당연한 의문이었지만 사마련 무인들 입장에선 아니었다.
당장 목이 베이고 가슴이 함몰될 판이다. 초식이 우아한지 멋진지 알 여유도 없을뿐더러 알아봐야 뭐 하겠는가.
알든 모르든 죽는 건 마찬가지.
그저 살기 위해 악을 쓰며 거리를 벌릴 뿐이었다.
‘안목이 없구나. 이런 애들이나 상대해야 한다니…….’
정광이 내심 탄식하는데 당가 노인들의 감탄이 들려왔다.
“과연! 진옥룡, 진옥룡 하더니 다 이유가 있었구나!”
“저게 소문의 곤륜 무공인가! 아름답고 멋지기 짝이 없도다!”
“…….”
정광의 기분이 조금 풀렸다.
그리고 좋아지기까지 했다.
‘이번엔 제대로 하네.’
뒤늦게 달려온 무혈단원들이 청성파를 도운답시고 무작정 싸움에 뛰어들었던 저번과는 달리, 침착하게 당가 노인들에게 합류하고 있었다.
정광은 공우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 뒤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새 그의 주위는 텅 비어 있었다.
“흐음.”
정광은 운룡을 살짝 내려쳤다.
운룡이 머금고 있던 피가 바닥을 채찍처럼 때렸다.
“안 할 거예요?”
사마련 무인들은 몸을 움찔 떨었다.
당가의 악독한 독과 암기에도 악착같이 달려들던 그들이었으나 정광에게만큼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아닌 이도 있었다.
“내가 해보겠네.”
양손에 권갑(拳甲)을 낀 단단한 체구의 사내.
투웅(鬪雄) 원자형이 앞으로 나섰다.
“조금 정정하지. 내가 아니고 우리가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여섯 명의 중늙은이가 정광의 좌우와 뒤를 포위했다.
투웅은 홀로 정면에 선 채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나 혼자 하기엔 벅찰 것 같아서 말일세. 그렇게 우아하고 멋진 무공이라니. 나 참. 할 말이 없군.”
“안목이 있으시네요.”
“그런 편이긴 해.”
“일곱 분이 저를 막으시고 나머지 분들은 퇴각하시려는 거예요? 포기가 너무 빠르신 것 같은데.”
“자네가 왔으니 당가에서도 원군이 곧 오겠지. 아미에서도 달려오고 있을 테고.”
“포기가 아니라 상황 판단이 빠르신 거였구나.”
정광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물었다.
“수하들을 방패로 세우고 도망가실 줄 알았는데 반대로 행동하시네요.”
“내 맘 아닌가.”
“네. 그래서 마음에 들어요.”
투웅의 눈이 깊어졌다.
“협의니 뭐니 하는 위선이 아닐세. 정파의 시선으로 재단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알아요. 그래서 더 좋다니까요.”
투웅은 복잡한 눈빛으로 정광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물러나면 보내줄 텐가?”
“아뇨.”
“역시 현명하군. 그래, 나라도 그럴 걸세.”
투웅이 작게 한숨 쉰 뒤 눈을 빛냈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밖에 없군.”
“저를 묶어두고 당가 어르신들을 치는 거요?”
“……자네,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나?”
“안 될걸요.”
“……무슨 의미인가?”
정광은 당가타로 이어지는 길을 돌아보며 물었다.
“가주님. 그렇죠?”
“……!”
투웅의 눈이 커졌다.
녹의를 입고 달려오는 사내들을 봐서였다.
그 선두에는 나무토막같이 딱딱한 인상의 중년인이 있었는데 기세며 살기며 자신보다 낮지 않아 보였다.
“……빨리도 오는군. 독군(毒君) 당영중이구나.”
그의 짐작대로였다.
당영중은 놀랍도록 빠른 신법으로 정광의 옆에 내려섰다.
“진옥룡의 말이 맞소. 본가는 식솔을 건드린 자를 절대 용서치 않지.”
“그쪽이 먼저 우리를 건드렸소만.”
“사마련이 사천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럴 일도 없었을 터. 아니 그렇소?”
“그렇긴 하군.”
투웅은 피식 웃은 뒤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리고 배 속에서부터 끌어 올린 목소리로 수하들에게 명했다.
“살아라! 되도록 많이 살아서 장강(長江) 이남에서 보자!”
사마련 무인들 중 귀주원가(貴州元家) 무인들의 기세가 변했다.
언제 지치고 두려워했었냐는 듯 투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가주! 저희에게 맡기고 피하십시오!”
“곧 따라가겠습니다! 어서요!”
투웅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함께해서 영광이었다.”
“저희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다른 문파 소속의 사파인들은 투웅과 귀주원가 무인들에게 포권을 한 뒤 몸을 피할 준비를 했다.
그들이 결사항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었다.
그들에겐 그들의 방식과 길이 있었다.
정광은 가만히 듣다가 머리를 긁었다.
이래서야 누가 협객이고 악적인지 모를 판 아닌가.
‘투웅이라는 자. 사파 명문인 귀주원가(貴州元家)의 가주라 했지. 제법 괜찮은 재목 같긴 한데.’
사마련주나 돼지 같은 부류가 아니었다. 또한 가균과도 달랐다.
‘그러면 더 쓸모 있게 써야지.’
정광은 당영중에게 당당히 요구했다.
“이분. 제가 상대할게요.”
당영중은 그답지 않게 아쉬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게. 나머지 여섯은 내가 하지.”
그가 이끌고 온 당가 무인들이 사마련 무인들을 넓게 포위한 상태.
거기에 당기황을 지키느라 웅크리고 있던 당가 원로들과 무혈단이 합세했다.
지친 사마련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특히 투웅은 더 그랬다.
정광이 내공을 끌어 올리자 막대한 기세가 일어났다.
생사를 수도 없이 드나든 투웅조차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소문을 제대로 믿지 않았거늘. 정녕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천하는 넓고 기인이사는 많다더니.
어린 나이에 이런 무위를 보이는 무인이 눈앞에 있었다.
‘과연. 부련주를 잡을 만하다 이거지.’
투웅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동시에 투기가 일어났다.
그 투기는 그가 어색하게 걸치고 있던 두려움이라는 옷을 날려 버렸다.
투웅은 싸움에 미친 싸움꾼.
이제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정광을 잘 몰랐다.
“박투술(搏鬪術)의 달인이시라죠?”
정광은 운룡을 검집에 집어넣더니 두 손을 매만졌다.
“……지금 뭐하는 건가? 설마,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나와 싸우려고?”
정광은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몇 번 앉았다 일어났다.
발끝을 세워 땅에 찍은 채 발목도 휙휙 돌렸다.
허리까지 접었다 비틀다 하며 준비를 마친 정광이 개운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마침 저도 박투(搏鬪) 좀 하거든요.”
* * *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깨끗하게 가라앉았던 당기황의 의식이 깨어났다.
아직 내면에 침잠해 있는 상태였기에 주위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관조하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까지인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을.’
텅 비었던 단전에 충만하게 들어찬 내공이 느껴졌다.
진기의 흐름도 전보다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게 한 단계 올라선 것이 확실했다.
‘……진기의 수발(受發)이 더 자유로워졌다. 이 정도면…….’
십존으로 묶여 불리나 더 높은 경지에 있는 이들에게도 비벼볼 만할 터.
‘아니, 그건 나중 일이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다.
감히 그와 그의 가문을 공격한 이들을 단죄해야 했다.
‘서두르자. 벌써 다 죽었을지도 몰라.’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피가 이어진 아우들이다.
죽여도 그가 죽여야 하는 것이다.
당기황은 내면에서 박차고 나왔다.
벌떡 일어서면서 두 눈을 부릅뜨고 사자후를 질렀다.
“갈! 하찮은 것들이 감히…….”
“놀랐잖소. 조용히 좀 하시오.”
“응?”
당기황은 눈을 끔뻑이다가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기철이 책망하는 얼굴로 입술에 손가락 하나를 대고 있었다.
“……조용히 하라고?”
이번엔 당기철이 아니라 다른 노인들이 타박했다.
“거참. 제대로 들었으면서 왜 물으시오?”
“조용히 구경 좀 합시다.”
“무슨 깨달음이 이렇게 짧아? 아예 영원히 깨달음에 빠졌으면 좋을 텐데.”
다들 바닥에 주저앉아 힘 빠진 얼굴로 주절대는 꼴이라니.
하도 어이가 없어 멍하니 있던 당기황이 정신을 차렸다.
‘이것들이 진짜! 좀 좋게 봐줬더니!’
자신을 구하겠다고 목숨을 걸었더랬다.
마음이 조금 짠해 ‘내가 구할 테니 닥쳐라’ 하며 무아지경에까지 들었건만, 뭐가 어쩌고 어째?
사마련이 문제가 아니라 이놈들부터 쓸어버려야겠다 생각하는데.
노인들이 일제히 감탄했다.
“오! 다시 시작하나?”
“이번에도 대단할 거야!”
당기황도 얼결에 시선을 돌렸다.
정광과 투웅이 대치하고 있었는데 당장에라도 격돌할 것 같았다.
‘……투웅 저놈, 얼굴 꼬락서니가 왜 저래?’
멍들고 깨지고 아주 난리였다.
‘……이놈들은 또 언제 누웠고.’
사마련 무인들 중 적지 않은 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서 있는 자들은 당가 무인들과 싸우고 있었는데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언제 원군이? 사마련 놈들, 아까보다 숫자가 적군. 도주했나? 대체 내가 한 걸음 나아가는 사이에 무슨 일이…… 아!’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곳을 보자 아들 당영중이 여섯 명의 중늙은이들과 한창 싸우고 있었다.
‘고얀 놈. 왔으면 애비부터 챙겨야지, 신나서 쌈질이나 하고…….’
그 순간, 정광과 투웅이 격돌했다.
부우웅-
먼저 주먹을 뻗은 건 투웅이었다.
권갑을 낀 그의 주먹이 맹렬한 소리를 내며 정광의 인중(人中)을 노렸다.
“엿차.”
정광은 고개만 살짝 꺾어 투웅의 주먹을 흘렸다. 주먹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머리털 몇 올을 베며 지나갔다.
투웅이 급히 주먹을 회수하며 다른 주먹을 내뻗으려 했으나 정광이 더 빨랐다.
곤륜비전 상청인(上淸印).
정광의 빳빳이 세워진 손바닥이 투웅의 가슴을 지그시 짚었다.
“흡!”
투웅은 찌르던 주먹을 끌어당기며 가슴을 보호했다. 정광의 손바닥이 그의 팔 하박(下膊)을 때리며 맑은 소리를 냈다.
뽀각!
“큭.”
의심의 여지 없이 뼈가 부러지는 소리.
투웅은 그래도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보 내디디며 어깨를 내밀었다.
그의 단단한 어깨가 정광의 가슴을 부숴 버릴 기세로 부딪쳐 왔다.
정광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투웅처럼 반보 내디디며 어깨를 내밀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쿵!
짧고 간결한 진각(震脚)답지 않게 땅이 울렸다.
그 힘을 다리를 통해 끌어 올려 허리로 보냈다.
허리가 부드럽게 돌아가며 힘을 보탰다.
단단히 응축된 힘은 옆구리를 타고 올라와 어깨에 맺혔고, 그 어깨가 나선을 그리며 투웅의 어깨와 부딪혔다.
콰앙!
“크아악!”
비슷한 기세와 속도로 격돌했으나 묘리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투웅은 신음을 흘리며 연달아 뒷걸음질 쳤다. 걸음마다 땅이 깊이 파이는 모습이 그가 받은 충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크으…….”
부딪혔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부러지진 않았으나 탈구된 것이 확실하리라.
‘멋진 수…… 흡!’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어떻게든 신형을 안정시키려던 그의 눈이 커졌다.
이미 정광의 주먹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것 아닌가.
급히 고개를 틀어 가까스로 흘리는데.
정광의 팔이 굽어졌다.
그러자 팔꿈치가 뾰족하게 튀어나오며 투웅의 코를 가격했다.
뻑!
“컥!”
투웅의 꺾이지 않던 의지가 쏟아지는 코피와 함께 무너졌다.
정광은 기절한 채 쓰러지는 그를 잡아 바닥에 곱게 내려놨다.
“저런. 땅에 부딪히면 다쳐요. 조심하셔야죠.”
지켜보던 당가 노인들은 입을 떡 벌렸다.
‘얼굴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으면서…….’
‘팔도 부러뜨린 데다가 어깨까지 탈구시켰잖아.’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코까지 뭉개서 기절시켜 놓고는 뭐?’
심지어 당기황의 안색까지 살짝 변해 있었다.
정광의 행동이 황당해서가 아니라 강함에 놀라서였다.
‘투웅 저놈이 얼마나 독한 놈인데. 놈의 장기인 박투로 보내 버려?’
한 계단 올라선 만큼 정광에게도 큰소리 좀 칠 수 있겠다 생각했거늘.
‘……조금 더 올라서고 자랑하자.’
당기황이 한숨을 쉬고, 다른 노인들은 경악해서 정광만 바라보는데.
정광은 신경 쓰지 않고 투웅의 머리맡에 쭈그려 앉았다.
“오래간만에 재밌었네요. 잠깐 얘기 좀 하죠.”
“…….”
“저기요?”
“…….”
정광이 손을 들더니 투웅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
짜악!
“허억! 뭐, 뭐냐!”
정광의 어조는 여전히 평온했다.
“얘기 좀 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