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ighteous Demon of Kunlun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주거니 받거니
수왕 신계수.
정광의 사조인 운후보다 한 배분 높은 인물이다.
수많은 주름살과 오만한 눈빛이 그가 헤쳐온 세월과 성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보통 이런 자들은 대화가 안 통하는데.’
정광은 그래도 말했다.
손해 볼 것은 없지 않은가.
“저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 같네요.”
“그렇다.”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 봐요.”
“할 말이 있는 건 너겠지. 그래서 그런 짓을 벌인 것 아니냐?”
수왕이 어서 말해보라는 듯 바라보자 정광이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서 말씀드리긴 좀 그런데.”
수왕은 정광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수룡대주에게 명했다.
“이 녀석과 대화를 좀 할 테니 방해하지 말아라.”
“존명!”
“너희 둘도 마찬가지야.”
수왕의 시선이 장강쌍위에게 향하자 그들의 눈에 다급한 빛이 어렸다.
“총채주님. 드릴 말씀이…….”
“저놈은 진짜…….”
“그만.”
수왕이 고개를 젓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너희가 내 명을 이행하지 못한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저 녀석의 능력이 소문보다 더 뛰어나겠지.”
수왕이 눈짓으로 무혈단을 가리켰다.
“저 아이들과 말벗이라도 하고 있어. 처벌은 나중에 정하마.”
“존명!”
장강쌍위가 부복하며 외치자 수왕이 정광에게 물었다.
“이제 됐느냐?”
“깔끔하시네요. 잠시만요.”
정광도 무혈단에게 당부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금방 올게요.”
무혈단원들의 얼굴에 근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수왕과 단둘이 있겠다고?’
‘아무리 단주라 해도 이건…….’
부단주인 당오군이 참지 못하고 전음을 보냈다.
-단주. 수왕을 가볍게 보지 마시오. 게다가 여긴 적진이오.
-걱정하지 마세요. 혼자여야지 더 편하거든요.
만약 일이 잘못돼도 홀몸이면 피할 자신이 있다는 얘기.
모두 무혈단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
당오군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알겠소. 무혈진을 펼친 채 대기하고 있을 테니 조심하시오.
-좋은 생각이에요. 이분들이 수상한 짓을 하면 독과 암기를 아끼지 마시고요.
-알겠소이다.
정광은 무혈단원들에게 빙긋 웃어 보인 뒤, 수왕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실 거예요?”
수왕은 앞만 바라보며 대꾸했다.
“답답하게 어디 들어가느니 걸으면서 얘기하는 게 낫지.”
“그렇긴 하네요.”
정광은 수왕과 달리 목책으로 뒤덮인 삭막한 풍경을 둘러보며 걸었다.
강변 쪽은 운치 있게 꾸며져 있었으나 비릿한 강물 냄새만큼은 감출 수가 없었다.
마치 지금의 장강수로연맹처럼.
“이제 말해보거라. 무슨 용무지?”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부탁하러 온 놈이 그런 행패를 부려? 하긴. 그래서 만나주긴 했다만.”
“행패를 부리다뇨? 좋은 일만 했는데.”
수왕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수재민들을 도운 거야 그렇다 치자. 내 수하들에게 손을 쓴 것도 좋은 일이란 말이냐?”
“당연하죠. 그들이 수재민들을 괴롭혔는데. 피해를 당한 분만 도우면 뭐하나요. 피해를 주는 자를 벌해야지.”
“역시 아직 어려.”
수왕의 얼굴을 뒤덮은 주름이 더 깊어졌다.
“세상은 그리 단순하게 돌아가는 게 아니다. 본맹이 있기에 장강의 민초들이 그나마 편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게야.”
“일부의 잘못을 전체의 책임으로 몰지 말라고요?”
“잘 아는구나.”
“그럼 누가 책임져요? 그 일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수왕은 드넓은 장강을 흘깃 쳐다봤다.
“장강은 엄청나게 길고 복잡하다.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 줄 아느냐? 항상 부족해. 사람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어떡해야 할까?”
“수하들의 악행을 눈감아줌으로써 이익을 보장해 준다, 이 말씀이군요.”
“어느 정도의 탐욕만 넘어가 주는 거다. 그래야 맹을 굴릴 수 있어.”
“참 당당하시네요.”
수왕은 실제로 가슴을 폈다.
“물론.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그렇지. 네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장강은 어땠는지 아느냐?”
“얘기는 들었죠.”
“그럼 이해할 텐데.”
수왕의 오만한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태조(太祖)께서 떨치고 일어나 몽고를 북으로 쫓아낸 후, 현 황조를 세우신 뒤에도 천하는 혼란스러웠다.”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개국공신(開國功臣)들을 모조리 숙청하시느라 바쁘셨다면서요?”
“……너는 혀를 정말 잘 간수해야겠구나.”
“왜요? 사실인데.”
수왕은 정광을 돌아봤다가 다시 앞을 보며 걸음을 옮겼다.
“멀리 보면 그래야만 하셨다. 그때의 장강은 아예 무법천지였지. 장강수로십팔채는 진짜 수적들이었어.”
“수많은 배를 약탈하고 민초들을 괴롭혔다 들었어요.”
“관군과 싸우는 일도 다반사였다. 나는 그 꼴이 마음에 안 들었어.”
“수숙채(水宿寨)인가? 거기 계셨을 때 얘기군요.”
“사내로 태어난 이상 뭔가 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 일단 수숙채부터 시작하자. 내가 채주가 돼서. 그리고 실행에 옮겼지.”
“그래도 잘 안 됐죠?”
수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여덟 개의 수채 중 하나가 변해봤자 뭐가 달라질까?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먹어갔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총채주가 될 수 있었지.”
“그러고 보니 연화채주가 총채주님을 닮았네요. 그런 행보를 하고 계시던데.”
“화진양 말이냐? 그런 점이 없진 않다만 너무 조급해. 뭐 덕분에 잘 써먹긴 했지.”
“일부러 두고 보신 거예요? 총채주께 반하는 이들을 모아서 뭉치게.”
“그래야 한 번에 솎아낼 수 있지 않느냐? 서로 경계하며 반목하게 할 수도 있고.”
“음흉하시네요.”
“그래서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이야. 앉자마자 생각했다. 좋아, 이제 됐어. 장강을 내가 바꾸는 거다. 하지만…….”
수왕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특히 관군이 그렇더구나. 누가 봐도 놈들이 우리보다 더 악랄하게 민초들을 수탈했어. 이걸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마침 일이 터졌지.”
명(明)을 세운 태조(太祖) 홍무제(洪武帝)의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된 것이다.
과거 스물여섯 명의 아들 중 장남 주표를 황태자로 삼았으나 요절해 버린 지 오래였다.
주표의 아들인 주윤문이 황태손의 자리에 있는 상태.
태조는 죽음이 코앞에 이르자 고민이 커졌다.
“몽고가 북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천하는 아직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태조께선 어린 황태손을 폐하고, 연왕(燕王)에 봉해져 북에서 몽고를 막고 있던 현 황상께 자리를 물려주려고 하셨지. 난세에는 무용이 뛰어난 황상이 제격이라 판단하신 게야.”
“그거, 확실한 건가요? 말이 많던데.”
수왕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역사는 승자의 것 아니더냐. 그때의 연왕께서 황상이 되셨으니 그것이 곧 진실이다.”
태조가 정말 그런 마음을 먹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죽기 직전 그는 연왕 주체를 황궁으로 불렀다.
그때의 황궁은 강소성(江蘇省) 남경(南京)에 있었는데, 연왕이 밤낮을 달려 도착하자 그를 맞은 건 태조가 붕어했다는 비보와 황태자 주윤문의 명을 받은 황군(皇軍)이었다.
“황상께서는 가까스로 도주하셨다. 육로는 모두 막혔기에 장강을 타실 수밖에 없었지.”
“총채주께서 그걸 도우셨고요.”
“그래, 승부수를 띄웠다. 황상을 모시고 장강 물길을 헤쳤어. 황군과 싸우며 도주하다 보니 어느새 무한(武漢)까지 이르더구나.”
수왕은 주름 가득한 얼굴을 뒤틀며 주변을 빙 둘러봤다.
“허허. 결국 황군을 따돌리고 여기에 숨어들었지.”
“그래서요?”
수왕이 손을 들어 근처에 있는 작은 전각을 가리켰다.
“저곳이었다. 황상께선 괴로운 마음과 뱃멀미에 지친 육신을 어느 정도 추스르시고 내게 한 가지 약조를 하셨지. 나 역시 그랬고.”
“정말 소문처럼 천자의 자리에 오르면 장강을 주겠다고 하신 건가요?”
“…….”
“수왕께선 장강의 민초들을 도와 장강을 윤택하게 만들겠다고 약조하셨고요.”
“…….”
수왕은 침묵했으나 정광은 집요했다.
“근데 왜 약조를 제대로 안 지키세요? 장강, 갈수록 더러워지고 있잖아요.”
수왕이 정광을 노려보다가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걸 명분으로 나와 싸우려는 것이냐?”
“그렇죠.”
“용기가 가상하구나.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까?”
수왕의 몸에서 막대한 기세가 일어났다.
정광은 그 기세를 받으며 빙긋 웃었다.
“저는 이길 수 없는 상대도 항상 이겨왔거든요.”
전생의 일들을 말한 것이었으나 사정을 모르는 수왕의 귀엔 더없이 광오하게 들릴 수밖에.
“재밌군. 허나…….”
수왕이 일으켰던 기세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너를 죽이면 무척이나 귀찮아지겠지. 직접 보고 판단해 봐라. 어떤 약조들이었는지 보여주마.”
수왕이 전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정광이 그를 따라가며 의심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안에 함정을 파놓으신 거 같은데.”
“그렇다면? 안 갈 것이냐?”
“일단 구경이나 해보죠.”
작은 전각에 들어가자 수왕이 벽면의 기관 장치를 눌렀다.
쿠쿠쿠쿠-
벽이 열리고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드러났다.
“따라오너라.”
수왕이 횃불을 들고 앞장섰다.
좁고 긴 계단이 계속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축축한 느낌에 정광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거 영 음습한데.’
그들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큰 철문 앞에 이를 수 있었다.
쿠쿠쿠쿵.
다시 기관을 작동시키자 철문이 열렸다.
“오오.”
정광의 눈이 살짝 커졌다.
꽤 넓은 방이 나타났는데, 정면의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간결하면서도 힘찬 필체가 눈에 띄었다.
“혹시 황상의 글씨?”
“그렇다.”
“황상께선 상도덕을 아시네요. 말뿐만 아니라 글로 남길 줄도 아시고.”
“입조심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러게요. 횃불 좀 빌릴게요.”
정광은 횃불을 건네받고 벽면으로 다가갔다.
“내용이 꽤 기네. 제법 걸리겠는걸.”
그리고 품속에서 육포를 꺼내 횃불에 구워가며 우물거렸다.
구수하면서도 매캐한 냄새가 방에 퍼졌다.
“좀 드실래요?”
수왕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됐다. 글이나 똑똑히 봐라. 내가 틀렸는지 아닌지.”
정광은 수왕의 요구대로 벽면에 쓰인 글을 똑똑히 봤다.
잠시 뒤.
모든 내용을 읽은 정광이 수왕을 돌아보며 물었다.
“뭐가 이렇게 추상적이죠? 애매하기 그지없네요.”
“그분께서 한낱 수적에게 장강을 주겠다고 하실 리가 있느냐? 그렇게 돌려서 말씀하실 수밖에 없지.”
“나를 도왔듯 장강이 안정을 되찾도록 도왔으면 좋겠다.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해줄 테니 힘 좀 써봐라. 단, 지나친 욕심은 부리지 말고. 이거, 상납금 바치란 소리죠? 이 짧은 내용을 이렇게 길게 쓰다니.”
정광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황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시더라도 반발하는 세력을 쳐내는 데 전력을 기울이셔야 하니 총채주께 장강의 안정을 맡기신 거네요.”
“그렇다. 나는 황상의 명을 충실히 따랐다. 그러기 위해선 작은 희생쯤은 넘어가야 해.”
“거참. 진짜 민초를 보듬고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라는 말은 한 줄도 없네.”
“황상께서 그런 작은 것까지 어떻게 신경을 쓰시겠느냐?”
“그래도 총채주께선 신경 좀 쓰셨잖아요. 옛날이지만.”
“기틀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지. 게다가 수하들을 언제까지 억누를 수는 없어. 풀어줄 때가 되니까 풀어줬을 뿐이다.”
“흐음. 역시 안 되겠네.”
“무슨 뜻이지?”
“시간이 더 흐르면 장강이 개판 될 것 같다는 말이죠.”
“나를 도발하는구나. 너희 정파가 그렇게 좋아하는 명분도 없이.”
“뭐 꼭 명분 챙길 필요 있나요? 굳이 챙기자면 대역죄인을 처단하는 거로 하면 되죠.”
수왕의 눈에서 살기가 쏘아졌다.
“대역죄인? 황상의 충신인 내가?”
“그분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실 것 같은데.”
정광이 손가락을 하나 들어 흔들었다.
“중원이 안정된 지 오래됐죠. 총채주의 쓸모가 다했어요.”
“흥. 그렇다 해도 천하에 퍼진 소문 때문에 황상께서는 나를 함부로 대하실 수 없다.”
“앞으로는 아닐걸요.”
“무슨 의미냐?”
“건강이 안 좋으시다던데. 심지어 황태자 전하께서도.”
“…….”
“태조께서 개국공신들을 숙청하신 것처럼 힘 있는 자들을 정리하고 싶으시겠죠. 혹여나 황태자 전하께서 잘못되시면 아직 젊은 황태손 저하가 자리를 이으셔야 하잖아요.”
“지금의 관은 황상께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있다.”
“그러니까 관 밖의 것을 회수해야죠. 여기 장강처럼.”
“…….”
“그동안 얼마나 아까우셨을까. 이렇게 알짜인 곳을 일개 수적에게 주셨으니. 그냥 상납금 받지 말고 직접 관리하시면 훨씬 더 버실 텐데.”
“……후우.”
수왕은 나지막한 한숨을 내쉰 뒤, 왕(王)이라는 별호에 걸맞는 기운을 뿜어냈다.
“칭찬해 주마. 이번 도발은 아주 성공적이었어.”
무형의 기가 유형화되어 정광을 짓눌렀다.
실로 의기상인(意氣傷人)의 경지라 할 만했지만.
정광은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도발이 아니라 사실을 말씀드린 거죠. 총채주께서도 걱정하시던 참이죠? 다른 데 줄 대셨을 것 같은데. 어디예요?”
“……!”
“어? 맞나 보네. 찍었는데.”
“…….”
한동안 침묵하던 수왕이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아닌, 음산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뒤는 생각 말고 일단 죽여야겠군.”
“어디에 줄을 대셨는지 알려주시고 시작하면 안 될까요?”
“널 수장시킨 뒤에 말해주마!”
수왕이 이형환위의 신법으로 물러나며 벽면의 기관 장치를 눌렀다.
쿠쿠쿠쿠-쿵!
철문이 내려와 방이 밀실로 변했다.
정광은 횃불을 든 채 고개를 갸웃했다.
“뭐 하러 닫으세요?”
“이러려고!”
수왕이 또 벽면을 만지자 한쪽 벽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터져 버렸다.
콰앙!
동시에 강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콰아아아-
어찌나 세차게 들어오는지 정광의 무릎까지 금세 물이 차오르는 상황!
정광이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 함정이 있을 것 같더라니. 그래도 이런 규모의 것일 줄이야.”
“바보같이 잘도 따라와 줘서 고맙군.”
“황상의 글도 다 훼손될 텐데.”
“그의 마음이 이미 떠났는데 있어 봐야 뭐 할까.”
“흐음.”
정광은 들고 있던 횃불을 대충 던졌다.
횃불은 강물에 닿아 금방 꺼져 버렸다.
“황상께서 종이가 아니라 굳이 벽에 글을 남기신 건 장강수로연맹을 잘 관리하라는 뜻이겠죠. 그걸 저버린다? 반역 같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수왕이 양손에 아미자를 꺼내 쥐며 되물었다.
“무슨 말이냐?”
“진기가 제대로 안 모이실 텐데.”
수왕의 안색이 변했다.
내공을 십성까지 끌어올려 본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큭.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정광은 가슴까지 차오른 물을 힐끔거리며 대답했다.
“아까 횃불에 산공독(散功毒)을 좀 태웠거든요. 사천당가 태상가주님의 아우분이 태상가주님을 노리고…… 아니, 위해서 만든 것을요.”
“네놈도 그 연기를 들이마셨을 텐데?”
정광이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
“육포에 해약을 묻혀 먹어서요. 그러게 좀 드시지.”
“……!”
물이 정광의 입 바로 밑까지 차올랐다.
정광이 운룡을 꺼내 쥐며 이죽거렸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했으니 공평하네요. 시작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