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ighteous Demon of Kunlun RAW novel - Chapter 550
암흑대공전기(暗黑大公傳奇) 6화
거래
‘정신 나갈 것 같아.’
에스텔의 에메랄드빛 눈이 초점 없이 흐려져 갔다.
큰 용기를 내어 바깥세상으로 나왔건만 정광과 걷는 길은 가시밭길이오, 산 넘어 산이었다.
하다못해 시차라도 좀 두고 이러든지, 휜펠 제국의 슈테른 기사단이 쓰러지자마자 프로부뉴 왕국의 에브뢰 후작이 그의 기사들과 함께 말달려오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잠깐. 말달려와?’
이렇게 주저앉아 넋 놓고 있을 겨를이 있나,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한 오싹한 느낌과 함께 반쯤 떠났던 정신이 돌아오고 풀렸던 눈이 또렷해졌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정광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에브뢰 후작의 무리를 바라보며 두 손을 매만지고 있는 모습이 두 눈 가득 들어왔다.
에스텔은 소리를 빽 지를 수밖에 없었다.
“손부터 쓰려고 하면 어떡해! 말로 시작해야지!”
정광이 해명했다.
“아까 말로 인사를 나눴잖아요. 이제 손을 쓸 차례인 거죠.”
“이익! 슈테른 기사단을 해치웠다고 기사들을 쉽게 보지 마! 그들의 진짜 실력은 기마 돌격에서 나와!”
정광이 기뻐했다.
“호쾌해라. 이 동네는 아직도 낭만이 살아 있네요.”
“……뭐?”
“자오, 들으셨죠? 기사분들의 장기가 뭔지.”
“네, 단주.”
자오가 오래전 추억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오이라트 기병들처럼 전진과 후퇴를 끊임없이 반복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화살을 퍼붓는 게 아니라 거침없이 달려가 직접 부딪치는…….”
“완벽해요. 자, 손님이 오셨으니 예의를 차려야겠죠. 마중하러 나가볼까요.”
쓸데없는 예의였다.
바람처럼 달려오는 인마들의 목적지는 다른 곳이었다.
정광 일행이 아니라 멀찍이 서 있는 프로부뉴 사절단의 손님이었던 것이다.
에스텔은 에브뢰 후작이 사절단의 수장인 알베르 공작과 인사하고 대화하는 걸 멍하니 보다가 정광을 슬쩍 봤다.
왠지 평소와 조금 달라 보였다.
“저기. 혹시나 해서 묻는데. 지금 무안해?”
“설마요.”
“흐음. 영 이상한데.”
“기분 탓이겠죠.”
“그럼 그렇다 치고. 후작은 왜 이쪽이 아니라 저쪽으로 간 거지? 마뉘엘 성격에 보고를 안 했을 리는 없는데.”
“자신을 영광스러운 프로부뉴의 후작이라고 소개하길래 바보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제국 분들이 누워 계신 게 더 중요하겠죠.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대책을 세운 뒤에나 올걸요.”
“기회네, 빨리 도망가…… 하아아. 나야말로 바보네. 기마술의 달인인 기사들한테서 무슨 수로.”
잠시 뒤.
후작의 기사들과 프로부뉴 사절단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슈테른 기사단과 사신을 응급처치하기 시작했다.
에스텔은 홀로 다가오는 후작을 보며 입술을 깨물다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어차피 언젠간 닥칠 일. 지금 결판을 내자.”
정광이 웃으며 칭찬했다.
“하하. 이렇게 성장하신 걸 보니 뿌듯하네요.”
“됐고. 또 손부터 쓸 건 아니지?”
“기마 돌격도 없는데 뭐 하러요.”
얼마 지나지 않아 후작이 가까이 와 정광을 노려봤다.
“넌 누구냐?”
“안녕하세요, 정광이에요. 이분은 자오, 저분은…….”
“에스텔이지. 전에 몬스터들을 전멸시켰을 때보다 훨씬 더 엄청난 일을 저질렀구나.”
“뭘 그런 걸 가지고 칭찬을 다. 후작님도 배포가 크시네요. 이렇게 혼자 오시고.”
“자신이 넘치는군. 그래, 그럴 만도 해.”
몬스터들을 도륙한 것도 대단했지만 이번은 더 했다.
슈테른 기사단은 의장대이기에 황제 직속의 다른 기사단들보다는 부족하나 기사 작위를 서훈받은 강자들 아닌가?
그런 이들을 단둘이 때려눕혔는데 이 정도 자신감쯤이야.
하지만 이것만큼은 이해 못 했다.
“왜 슈테른 기사단과 사신을 저 꼴로 만들었느냐?”
정광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공작님께 못 들으셨어요? 좀 떨어져 있었어도 분명히 들으셨을 텐데. 슈테른 기사단장이라는 분이 에스텔에게 혹해 누명을 씌웠어요. 정당방위였죠.”
“그건 나중 일이고. 길을 막고 있었던 이유를 말해라.”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분들이 신기해서 멍하니 봤을 뿐인데요.”
후작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몬스터들을 몰살시킨 건 배가 고파서였겠군.”
“그, 그걸 어떻게?”
“농담 따위를 할 때가 아니다.”
“깜짝이야. 넘겨짚으신 거구나.”
“……잘 들어라. 휜펠 제국의 황제 직속 기사단이 아국 영토에서 박살 났다. 안 그래도 위태롭던 아국이 피에 잠기게 될 수도 있어.”
정광이 씩 웃었다.
“말씀하시는 내용에 비해 무척 침착하시네요.”
“그래야 하니까. 나는 짊어진 게 많다.”
“뭐죠?”
“국왕 전하께 충성하고 프로부뉴의 영광을 위해 힘쓰며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와아.”
정광은 얼마나 뻔뻔하면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물으려다 후작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맑은 눈과 당당한 자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꿈은 크게 가져야죠. 그럼 이렇게 해요.”
정광의 이어지는 말에 후작의 눈이 점점 커졌다.
“프로부뉴는 척박해서 그다지 볼 게 없으니 제국으로 갈게요. 제국에 알리세요. 슈테른 기사단과 사신을 훈육한 이방인들이 그쪽으로 갔다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에스텔이 정광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내저었지만 소용없었다.
“그 정도면 제국도 별말 안 할걸요. 힘이 없어서 못 잡았다는데 어쩌겠어요. 뇌물로 기름칠을 좀 해야겠지만 그건 후작님이 토벌해야 할 몬스터들을 우리가 대신 잡아준 값으로 치시죠.”
에스텔은 넋이 나간 얼굴로 주저앉고 후작은 정광을 뚫어져라 응시하다가 물었다.
“진심이냐?”
“못 믿으시겠으면 뒤에서 따라오면서 감시하시든가요.”
“만용이라 표현할 수준이 아니군. 그렇다고 미친 것 같지도 않고. 대체 무엇을 노리는 것이냐?”
“세계평화.”
“…….”
“그런 세상을 주유하는 거예요.”
“…….”
후작은 너무 황당해서 대꾸할 수도 없었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는 녀석이 제국의 기사단과 사신에게 시비를 걸어 두들겨 패는 게 말이 되는가?
‘가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얘기인데…… 아!’
후작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해가 불타는 땅’을 지나왔느냐?”
“그런데요.”
“……치크라고 불렸고? 저 평범한 자는…….”
“카마우요. 여기까지 소문이 퍼졌나 봐요.”
“……!”
정광의 정체를 알게 된 후작은 갈라진 목소리로 설명했다.
“양 대륙 간의 교역은 극히 제한적이다. 서로를 싫어하기 때문이지. 그런 상황이다 보니 상인들은 사소한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한다. 자연히 입도 무겁고. 너희들에 대한 정보를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제국도 아국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그렇게 긴장하세요?”
“…….”
‘조용한 전사’도 대단하지만 ‘신의 힘을 가진 자’가 써온 수많은 신화를 일부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럴 수밖에.
‘강하다는 건 느끼고 있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던 건가.’
후작은 억지로 평정을 되찾고 솔직히 답했다.
“너에 대해 들은 끔찍한 얘기들 때문이다.”
“크게 나쁜 일을 한 적은 없는데. 바다를 건너며 얘기가 와전됐나 보네요.”
후작도 일부분 동의했다.
안 그래도 너무 터무니없는 부분이 많아 누군가 꾸며낸 존재이거나 설령 실존한다 해도 크게 부풀려졌을 거라 믿어 왔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일관된 부분은 있었지. 천하제일미남이라는 것과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
후작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정광이 불쑥 물었다.
“후작님은 고위 귀족이시니까 부자죠?”
“살아오며 부족함을 느낀 적은 없다.”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데 하룻밤만 먹이고 재워주시죠. 내일 아침에 휜펠 제국으로 떠날게요.”
슈테른 기사단 사람들과 사신의 응급처치를 끝내고 말이나 수레에 거의 다 실은 상황.
후작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알겠다. 그렇게 하자.”
* * *
정광은 후작의 성이 가까워지자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거 영 심상찮은데.’
불안감은 성내로 들어가자 확신으로 굳었다.
‘뭐야 이게. 곤륜보다 조금 나은 정도잖아.’
응접실도 그렇고 손님용 방도 그렇고 어찌나 익숙한 광경인지.
곤륜 도사면 모를까, 겨우 이런 곳에 살면서 지금껏 부족함을 느낀 적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나마 식사는 괜찮았다.
그래봐야 여관 식당보다도 못했지만.
‘차라리 밖에서 묵을걸. 술이나 마시고 자자.’
정광이 식사를 대충 끝내고 와인을 연거푸 들이켜자 지켜보고 있던 후작이 입을 열었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느냐?”
“벌써 묻고 계시잖아요.”
“내가 너에 대해 들었던 일화 중 일부분이라도 와전된 게 아니라면 너처럼 행동하다간 아무리 강해도 오래 못 살 것이다. 죽음이 두렵지 않으냐?”
“후작님은요?”
“두렵다.”
“보통 그래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후작님은 왜죠?”
후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국왕 전하를 끝까지 보필하지 못하고 죽는 죄를 범하기 싫고 프로부뉴의 영광을 이루지 못한 한을 남기기 싫으며 백성들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주지 못하고 떠나는 슬픔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정광이 술을 꿀꺽 삼키고 중얼거렸다.
“괜히 물었네.”
“너도 대답해라. 죽음이 두려운지 아닌지.”
“후작님 은근히 한가하시네요. 공작님은 병상에 누워 있는 분들을 달래시느라 바쁘신데.”
“각자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다. 나는 너에 대해 더 알아야 해. 너는 죽음이 두…….”
“처음이 살짝 꺼림칙하지, 다음부터는 별생각 안 나요.”
“……무슨 말인지 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있어요, 그런 게. 결론은 두렵지 않다는 거죠. 뭐 천수를 누리고 죽게 돼 있으니 더 그렇지만.”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 것이냐? 미래를 엿보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그런 능력이 어디 있어요. 그냥 제가 그렇게 만들면 되죠.”
“…….”
후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평상 너 같은 사람은. 아니, 반의반이라도 비슷한 사람조차 본 적이 없다. 대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그리됐는지 궁금하다.”
정광은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오.”
“네, 단주.”
“아직 식사 중인데 미안해요. 졸려서 그러는데 저 대신 후작님께 얘기 좀 해주실래요?”
자오의 두 눈이 열정으로 이글거렸다.
“제게 맡기고 푹 주무십시오.”
“자오도 잘…… 그럴 일은 없겠네요. 내일 봐요. 에스텔도요.”
“자, 잠깐. 나도…….”
에스텔은 벌떡 일어서려다 말끝을 흐렸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자오의 간절한 표정 때문이었다.
“왜, 왜요? 왜 그렇게 봐요?”
자오가 간곡히 부탁했다.
“단주께서 임무를 내리셨는데 내가 아직 프로부뉴어도 공용어도 많이 부족해 에스텔의 도움이 필요하오. 에스텔은 내가 말이 막힐 때면 문맥이나 어조 같은 것만으로도 유추해, 진짜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짚어내곤 했잖소.”
에스텔은 단칼에 거절하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그간 별 관심이 없는 척해왔지만 정광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해서였다.
“네. 도와드릴게요.”
“정말 고맙소.”
자오는 후작에게 시선을 돌리고 나직이 물었다.
“들을 준비가 되셨습니까?”
후작의 눈이 빛났다.
너무 과묵해서 ‘조용한 전사’라 불렸던 자가 어떤 말을 할지 기대돼서였다.
“그렇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자오는 건조해져서 살짝 갈라진 입술을 물로 축이고 미소 지었다.
“후작님. 이제 기본적인 얼개는 대충 말씀드렸으니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후작이 퀭한 눈을 부릅뜨고 단호히 거절했다.
“됐다. 충분하다.”
“네?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부터가 진짜란 말입니다.”
눈이 퀭한 걸 넘어 안색까지 파리해진 에스텔이 후작을 거들었다.
“자오. 후작님께서 충분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아니, 그래도…….”
자오의 입이 다시 바쁘게 움직이자 결국 참다못한 후작은 마나를 끌어올려 외쳤다.
“여봐라! 오래전 침실로 간 귀빈을 불러와라!”
* * *
정광이 개운한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좋은 아침이요. 후작님, 이제 저에 대해 대충 이해하셨죠?”
“아니. 더 복잡해졌다.”
“그럼 자오에게 더 상세히 들으시는 게…….”
“중요한 얘기인 것 같아 이제껏 인내하며 들었으나 더는 들을 수 없다. 그보다 더 중차대한 일이 많아.”
“예를 들면 어떤 거요?”
“곧 모두가 알게 될 일이니 상관없겠지. 오랫동안 동면에 들었던 드래곤이 깨어나려고 한다.”
에스텔이 놀라 소리쳤다.
“드래곤이! 정말이에요?”
“그렇다.”
정광이 손을 높이 들었다.
“잠시만요. 저도 좀 알고 같이 놀라면 안 될까요. 드래곤이 뭐죠?”
후작이 드래곤에 대해 설명하자 정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용! 용이구나! 그게 진짜 있어요?”
“네 나라에선 그렇게 부르는가 보군. 그렇다. 마지막 드래곤이다.”
“자오! 들었죠? 역시 세상은 넓다니까요! 이런 낭만이 살아 숨 쉬는 동네가 다 있다니!”
자오도 입을 떡 벌렸다가 정광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하하. 축하드립니다, 단주.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군요.”
후작은 거의 얼싸안으려는 두 사람이 못마땅해 인상을 찡그렸다.
“수많은 사람이 죽을 텐데 뭐 하는 짓이냐?”
“사람이 왜 죽어요? 나쁜 드래곤이에요?”
“역사서마다 아주 흉포하다고 기록한 드래곤이지만 휜펠 제국에서 잡으러 올 거다. 성공하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까. 드래곤의 사체는 물론이고 레어에 쌓여 있을 수많은 보물까지.”
“저 같아도 그러겠네요. 잡기 쉬워요?”
“전혀. 다만 동면에서 막 깨어났을 땐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니 휜펠 제국이 작정하고 나서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정광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애먹을 거면 차라리 자고 있을 때 잡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드래곤은 동면에 들기 직전 본인이 지닌 마력을 전부 발산해 레어 전체를 감싼다. 그 방어 마법을 뚫고 들어가는 건 불가능해. 그래서 드래곤이 동면에서 깨어나 그 마력을 거둬들일 때를 노리는 거다.”
“방어 마법이 약해지고 드래곤도 마력을 완전히 거둬들이지 못했을 때 잡아야 한다는 얘기죠?”
“그렇다.”
“다 이해했어요. 드래곤이 힘을 회복해서 행패를 부리기 전에 잡아야 하는데 프로부뉴 만의 힘으론 불가능하니까 휜펠 제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휜펠 제국은 프로부뉴의 기사들과 병사들을 방패막이로 쓰며 드래곤을 죽일 거고요. 수많은 사람이 죽을 거라는 게 그런 의미였죠?”
“아국의 피해를 최대한 덜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쓰는 중이다. 알베르 공작님도 그걸 위해 제국으로 가시는 중이고. 하지만 잘될지는…… 쓸데없이 말이 길었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광이 후작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미소 지었다.
“제가 있잖아요. 어제 한 약속, 조금 바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