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ad to Glory RAW novel - Chapter (237)
영광의 해일로-237화 (외전 완결)(237/237)
[외전] 39화.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 (完) [신주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주혁: 야 설마설마했는데] [신주혁: 다른 건 몰라도 겨울이 여자앤걸 모르는 건 좀;;]방송이 나가고, 이 소릴 얼마나 듣는 건지 모르겠다.
벽화 방송을 할 때부터, 여기저기서 잔소리가 날라왔다.
신주혁뿐만 아니라, 리브부터. 황룡필 선생님에 어머니, 아버지한테도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혼났다.
멤버들도 정말 몰랐냐며 되묻고.
멍청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것 말고도 묻는 건, 주로 겨울이에 대한 이야기?
진짜 너랑 비슷하냐는 질문도 한 사람씩 다 한 것 같다.
그리고 덤으로 다른 레이블에 뺏기기 전에 계약해야 하란다.
[신주혁: 물론 니가 싫어서 안 올 수도 있지만ㅋㅋㅋㅋㅋㅋ겨울이한테 사과는 했냐?ㅋㅋㅋㅋㅋ]언제 봤다고 겨울이 겨울이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신주혁: 연락도 안 받는 거 아냐? 아니, 그 전에 거긴 통신망은 있나?] [지금도 잘하고 있어요] [신주혁: 오 그래? 겨울이 요즘 뭐 하는데?]특별한 걸 하진 않고 그냥 떠들고 있다.
겨울이는 요즘 학교가 끝나고, 어머니의 일이 끝나면 가사를 쓴다고 한다. 서두르지 않고 한 소절 공들이며.
또, 간혹 떠오르는 음상에 대해 말하면, 헤일로는 정리해주는 식으로.
그리고 뭐,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면, 불러주는 식으로.
최근 헤일로와 프라우 드웬이 만든 ‘더 라스트 데이’를 들은 겨울이는, 요들을 알려달라며 조르기도 했다.
그걸 떠올린 헤일로는, 신주혁의 질문에 아직 답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방송으로 보세요] [신주혁: ?] [신주혁: 방송 끝났는데 무슨 방송으로 보래] [신주혁: 야]신주혁이 따지건 말건, 헤일로는 문득 ‘빼앗길 수 있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 말을 실제로 베일 경에게 들었다.
해외에서 본방을 시청한 어거스트 베일이 겨울이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헤일로에게 겨울이 스케치북 보여줄 수 있냐고 청탁(?)을 넣었을 정도로.
듣자 하니, 해외에 판권이 팔리기 전에 너튜브 클립으로든 뭐든 꽤 많이 퍼진 것 같았다.
슬기로운 섬섬생활은 ‘Wise settling Life on the island(슬기로운 섬 정착기)’ 혹은 ‘The Documentary He is featured on(그가 출연한 다큐멘터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졌고,
네 명의 출연자만큼 사람들이 알기 시작하게 겨울이, ‘Winter’였다.
겨울이는 종종 섬에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있다고 그에게 알렸다. 한국인들이 제일 많았고, 일본인이나 중국인들, 그리고 더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이 종종 온다고.
선장님이 섬의 생활에 지장이 되지 않을 만큼만 데려오며.
그들은 섬을 조용히 둘러보고 떠난다고 했다.
항구와 해변, 벽화길을 따라 백운초등학교를 보고, 이제는 다시 빈집이 된 출연자들의 숙소도 구경하고, 그리고 보물찾기 길을 따라 산에 올라가 섬을 구경한다고.
그리고 꼭 마지막엔 다시 벽화길에 돌아와, 겨울이와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따라, 헤일로와 겨울이가 함께 그려 넣은 악보를 따라 걷는다고 했다.
방송이 한참 방영된 5월에 겨울이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간식 같은 걸 준다며 좋아했다.
헤일로는 그때까지 안심했다.
그러나 슬기로운 섬섬생활의 여파가 뒤늦게 섬을 강타했다.
선장 아저씨가 외지인 수를 조절했을 때는 괜찮았다.
무례한 사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마을 어른들도 있고, 그리고 외지인끼리 말리는 경우도 있어서.
그러나, 외지인을 백운도라는 섬에 데려가는 게 돈이 된다는 걸 안 외지인들이 ‘사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백운도가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사람이 사는 집에 막 들어오는 외지인들.
쓰레기를 버리고, 심지어 백운도 주민들에게 과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뭐, 어른들이면 차라리 이해라도 할 텐데.
아이들이 제일 문제였다.
외지인들이 학교로 들어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같이 놀려고 하고, 이름을 부르며 덥석 건들기도 했다.
멀리서 동물원의 동물을 보듯 손가락질하고, 사진도 찍어가며, 학교에 몰래 들어와 헤일로의 스케치북이나 피아노를 훔치려고 하거나, 방송반 설비를 마음대로 만진 이후론 마을에서 난리가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진짜 영재’. 혹은 ‘제2의 헤일로’. 서울 사는 다른 영재와 반반 나눠 먹던 관심이 겨울이에게 쏠렸다.
“외지인 출입을 금지하면 안 됩니까?”
“섬이 지대로 돌아가지 않소.”
시청과 구청에 항의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막을 만한 강력한 방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면, 아라도 바다 건너 보내야만···.”
“겨울이, 아는 어떻소. 아가 먼 죄라고 사람들이 그렇게 못살게 굴까.”
“그리고 섬에 있어봤자 뭔 음악을 하겄소 겨울이 어멈···”
섬 이곳저곳을 누비며, 돌아다니는 겨울이는 집에만 있었다. 지 선생님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마을 어른들은 이렇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아들도 내 찾아볼 테니, 겨울이 먼저 보냅시다.”
“한번 즈 선생님에게 연락해보는 것도···.”
“아는 뭐라고 하오.”
어느 날. 헤일로는, 겨울이에게 말했다.
“이곳으로 올래?”
겨울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오기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뭘?”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겨울이가 걱정하며 물었다.
서울도, 서울에 사는 아이들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그녀는 하나도 몰랐다. 엄마와 떨어져 사는 삶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
“도와줄 수는 있어.”
헤일로의 대답에 겨울이가 눈을 번쩍 떴다.
언젠가 교실에서 들었던 말이었다.
“원래 우리가 했던 대로.”
그래서.
헤일로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오고 싶어? 아니면 더 있고 싶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오고 싶다면, 올 수 있게 도와줄게.”
“어떻게?”
“저번에 비행기가 무슨 소리 나는지 궁금하다고 했지?
두두두두두.
겨울이는 비행기 대신 헬리콥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그날 알 수 있었다.
공공기관과 합의는 잘 되어가고 있지만, 슬기로운 섬섬생활은 감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백운도 주민들은 가끔 촬영을 괜히 허가했나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곧, 녹음된 소년의 아침 방송.
있어야 할 곳에 없는 사람들의 공백.
그리고 그들이 남기고 간 벽화를 보며, 미소 짓고는 일상을 시작한다.
후회하긴 뭘 후회해. 그이들 잘못도 아니고.
비쩍 말라서 밥은 잘 먹고 지내나 몰라.
그러게 말이야. 잘살고 있겠지.
그이들 낯선 섬에 와서도 지 집처럼 잘 산 거 기억 안 나? 어디서든 잘 지낼 살 사람들이여.
하긴 그래, 어서 일이나 합시다.
뱃고동소리가 다시 울린다.
#
슬기로운 섬섬생활의 에필로그는, 편집된 짧은 비하인드 그리고 떠나는 날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담는다.
섬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며 계단 난간을 타고 내려와 제작진을 놀라게 했던 소년의 아래에 ‘100세 이하의 어른이들은 따라 하지 마시오’ 자막이 달리고,
누구보다 콩나물 머리를 잘 따던 아저씨.
바람개비를 들고 화보를 찍은 이정민.
해변에서 나잡아 보라며 혼자 잘 노는 이소라 등 짧막한 영상들이 올라왔다.
2주동안 일어난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양이었다.
또한, 출연진과 제작진의 소감 인터뷰를 보며 시청자들은 진짜 끝나간다는 걸 알았다.
겨울이 스케치북을 헤일로가 프로듀싱하여 만든 곡이 엔딩크레딧과 함께 들려온다. 서울에 올라온 겨울이의 곡이 무사히 저작권협회에 등록되어서 삽입할 수 있었다.
[진짜 끝났네] [왜 끝난 거야ㅠㅠㅠ] [이제 믿는 건 웰마월밖에 없다…] [아직도 벽화는 소름..] [그냥 낙서라고 생각했는데] [거울 트릭이 ㄹㅇ 소름임 그릴땐 거기 거울 없었잖아 반사될 거 생각해서 그린 게 진짜···] [다른 그림은 못 그리지만 악보만큼은 귀신같이 잘 그리는 음악천재들] [겨울이 곡 좋다···이걸 누군 범재라고 하고 누군 천재라고 한 게 참 아이러니하다] [김선철 일은 결국, 재능 알아봐주는 선생님이 최고고는 결론나지 않았음?] [인성보단 자질 문제 돼서 더 커졌지ㅋㅋㅋ음악 하는 사람이 음악 재능 하나 못 알아보는 건···] [지금 강사 하던 거 다 잘린 거 보면 모르냐] [지금 와서 생각하니 비교한 거 개웃기네 김선철이 낫다 vs 헤일로가 낫다] [근데 헤일로는 자기 스승 아니라고 한 거 아님? 가르친 적도 없고 가르치지도 못하고, 가르칠 생각도 없다고] [청담 아줌마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듯ㅋㅋㅋㅋㅋ] [??: 안 가르쳐줘도 좋으니까 우리 애 친구라도 되어 주세요ㅠㅠㅠㅠ] [헤일로와 함께 앨범 내는 게 대학 갈 때 유리하니까ㅋㅋㅋ 심지어 쥴리아드 이런데서 겨울이 노리고 있다며 ]화면이 검어지며 다들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화면이 밝아지며, 바다를 비춘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촬영, 다들 수고하셨어요.”
이제 촬영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란 걸 깨달은, 시청자들이 리모콘을 든 채로 멈췄다.
[쿠키다!]출연진은 다 밝은 얼굴이었다.
이별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는다기보다는, 행복한 시간에 대한 만족이 더 컸다.
“넌 이제 돌아가서 드라마 들어가냐?”
“응, 다시 본업 해야지. 너도?”
“난 이미 시나리오 봐둔 게 있어서.”
“오올.”
두 배우의 복귀 소식에 시청자들은 좋아했고.
“정민이는?”
“저는 조금 더 쉬어보게요.”
“쉬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 잘 생각했어.”
안심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사람.
세 사람처럼 시청자들도 반쯤 기대를 가지고 소년을 바라본다.
마을에서 그렇게 많은 명곡이 나왔는데, 당연히 앨범 내줄 거지?
절대로 내야 했다.
“전 이제 정규 2집 내려고요.”
역시! 직장인이 주먹을 쥐었다.
“오! 헤일로 정규 2집? 사람들이 좋아하겠네.”
“아니요. 이건 노해일로요.”
“!”
어? 이건 더 좋은데.
하긴 한국음악이니, 헤일로 이름보단 노해일의 이름이 어울릴 것이다. 본캐의 부활에 직장인의 마음이 술렁였다.
“본캐 아직 하는구나.”
“그럼 ‘헤일로’는 당분간 쉬는 거야?”
이건 당연히-.
“아니요.”
응?
“헤일로도 앨범 낼 것 같아요. 아니, 헤일로 씨도 곧 컴백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
직장인이 눈을 껌뻑였다.
엉? 헤일로 씨가 컴백을 해? 어떻게?
“응? 노해일 앨범 낸다며.”
“나만 이해가 안 가나?”
이소라가 가려운 등을 긁어준다.
권재익씨, 저도 이해가 안돼요.
곧 들려오는 소리에 직장인은 사고를 멈췄다.
“그건 쉬우니까요. 이미 만들어놓은 것도 있고.”
“!”
“???”
불판을 같이 달리던 커뮤니티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가 올라오더니, 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로 도배되었다.
[쉬워? 아, 그게 쉽구나] [아니, 야 너 슬럼프라며. 슬럼프라고 말했으면 척이라도 해] [ㅋㅋㅋㅋㅋㅅㅂ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거야]기겁한 사람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헤일로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어쩌면. 이번에 헤일로 씨와 발매날이 겹칠지도 모르겠군요. 아주 재미있는 경합이 될 거 같아요.”
“최근에 헤일로 씨의 시상식을 인상깊게 봤는데, 좋아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된 거 저도 한 번 가볼까요? 그래미 어워드”
다른 사람이었으면 비웃었을 거다.
그래미 어워드가 장난이야?
니가 헤일로냐? 라고.
근데 진짜 헤일로가, 아니, 노해일이 ‘헤일로처럼 그래미 가는 게 목표’라고 밝히자, 다들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반쯤 포기의 의미로.
[ㅁㅊㅋㅋㅋ] [변방의 가수, 할리우드 대스타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해일아 그래미는 좀ㅋㅋㅋ] [ㅋㅋㅋㅋㅋ이거 좀 논란될지도] [헤일로부터 이기고 와서 말해라, 해일아ㅋㅋㅋㅋㅋ] [아니 감히 대선배님 헤일로한테 비비려고 하네ㅋㅋㅋ ]└헤일로가 선배임?
└ 노해일 3월 데뷔 헤일로는 직전년도 12월 데뷔
└ㅋㅋ4개월이면 대선배 확실하넼ㅋㅋㅋㅋ
[해일아, 1년 13집이 ㅈ으로 보이냐?ㅋㅋㅋㅋ] [이게 할리우드식 이름빵 2차전이냐 할리우드 살벌하네] [헤일로는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으면 제이슨 한테 이름빵 걸리고, 2차로 노해일한테 걸리냨ㅋㅋㅋ]헤일로는 EP로 올지, 정규로 올지 모르겠지만, 노해일로는 정규 2집으로 온다고 했으니, 이번 하반기에 들을 곡이 참 많겠노라고 사람들이 기대했다.
[그니까 이번 하반기에 헤일로랑 노해일이랑 둘다 컴백한다는 거지?] [와 하반기 라인업ㄷㄷ 살벌하다 살벌해] [헤일로는 싱글? EP? 정규?]헤일로와 노해일의 격돌.
“해일아, 근데 너 슬럼프 아니었어?”
시청자처럼 허허롭게 웃던 이소라가 뒤늦게 정신차리고 물었다.
시청자도 잊고 있던 부분이었다.
헤일로의 표정이 천천히 변해간다.
누가봐도 ‘아, 맞다’ 까먹었다 이제 생각난 얼굴이었다.
그러다 환히 웃으며, ‘슬기로운 섬섬생활’이 완전히 끝난다.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폰슬럼프인가 뭔가인가] [암만봐도 자기 슬럼프인거 잊고 있었던 거 같은데] [슬럼프 그래도 극복 맞지 않아? 백운도에서 어느 순간 매일 명곡 나오던데] [뭐가 됐든 좋다. 내 가수 슬럼프 극복하고, 이번에 복귀하고] [벌써 기사 올라옴 헤일로(부캐)VS노해일(본캐)]└ 근데 헤일로가 부캐가 맞냐?
└ 본명이니 본캐아님?
└ 규모로 따져야지
:
└ 애들 또 싸우네
└ 애들 싸우는 게 한 두번이냐
└ 내버려둬 애들은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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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앞으로의 이야기다.
“야, 이거 봐줄 수 있어?”
“뭔데?”
“겨울이랑 내기했어.”
“무슨 내기.”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선배라고 부르기로.”
“···.”
“그렇게 바라보지 말고 어서 봐줘.”
장진수가 민망해하며, 악보를 내밀었다.
옆에서 제가 선배라고 으스대야 할 겨울이는 보이지 않았다.
헤일로는 악보를 바라봤다.
“흐음.”
“왜? 별로야?”
장진수가 조마조마하며 바라봤다.
그의 친구는 호불호가 확실해서, 늘 각오한 채 물어야 했다.
“아니, 좋은데.”
“역시 그렇···뭐라고?”
“좋은 것 같다고. 연결이 좀 약하긴 하지만-.”
장진수가 멍하니 헤일로를 본다.
헤일로가 뭐라고 피드백을 하는데 들리지 않았다.
그냥 좋다는 한마디가 그의 귀에서 반복됐다.
“좋다고?”
제 말을 하나도 듣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헤일로의 표정이 곧 뚱해졌지만, 장진수의 마음이 천천히 들떴다.
“뭘 그렇게 좋아해.”
헤일로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장진수를 칭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걸.
장진수의 입꼬리가 실룩이며 위로 올라갔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건 안다.
그래도-.
아, 나도 잘 가고 있구나.
그런 깨달음이 들었다.
장진수에게 피드백을 마친, 헤일로는 멤버들을 찾았다.
멤버들은 어디 갔나 했더니, 로비에 몰려있었다.
그리고 얼핏 겨울이가 보였으며, 그 옆에 금발의-.
“로즈?”
소리를 쫓아 소녀의 고개가 그를 향했다.
겨울이는, 로즈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
분명 언어가 안 통할 것 같은데 어떻게 친해졌지?
“언제 왔어, 로즈?”
“지금. 아빠랑 영화 보러 왔어.”
“영화? 아.”
올해 여름, 모두에게 기대받던 영화 HALO의 티저가 공개되며 엄청난 반향을 나았다. 헤일로의 음향과 6, 70년대의 영국의 풍경, 주인공의 연기로.
그리고 더 말이 나온 건. 12월 크리스마스 동시개봉 이전, 한국에 선개봉한다는 게, 감독 발 오피셜이었다.
BB가 한국에만 인기 있는 감독도 아니고, 한국에 영화를 선개봉할 아무런 이유도 없으면서, 오로지 헤일로를 위해 개봉하는 게 분명했다.
이런 거 안 해줘도 되는데.
덕분에, 지인들에게 시사회 좀 초대해달라는 연락만 엄청나게 받았다. 같이 영화 보러 가자는 N 번째 관람 약속도 이루어졌고, 말이다.
“슬슬 갈까 생각 중이었는데.”
“짐은 다 준비했어요. 언제든 출발할 수 있게!”
“어? 다들 어디가?”
겨울이가 어리둥절하며 헤일로를 올려다봤다.
노해일 정규 2집과 헤일로의 앨범 발매로 한동안 바빴던 헤일로다.
그런 헤일로가, 오늘 조금 후련한 얼굴로 기타케이스만 들고 있었다.
“응.”
좀 멀리 갈까 생각했는데, 손님이 왔으니 조금 더 미루어야 할까? 아니면-.
“같이 갈래?”
한국어를 조금 배운 로즈가 고개를 기울인다.
헤일로가 고개를 돌렸다.
1층 레이블엔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뚫고 나가려면 좀 고생해야겠지만.”
“어디를 갈 생각인데?”
“그건 아직 안 정했어.”
“그럼?”
겨울이의 물음에 헤일로는 기분 좋게 웃었다.
슬럼프 경험을 통해 그는, 노해일의 음악을 만드는 법을 깨닫게 되었다. 헤일로의 음악은 그리 쉬우면서, 노해일의 음악을 하지 못했던 건, ‘사람들을 위한 노래’의 의미를 잘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귀 기울여야만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위한 이야기를 하려면, 그들의 삶에 다가가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했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건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이제,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러 갈 것이었다.
“가자.”
궁금하지 않은가.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헤일로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노해일.
누가 그 끝에 남게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건 그 끝에 가봐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될지도 모르지.
헤일로가 죽음의 끝에서, 다시 시작했던 것처럼.
그래, 이건 언젠가 그가 닿게 될 앞으로의 이야기다.
“음악 하러.”
-영광의 해일로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