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 I picked betrayed me RAW novel - Chapter 33
33
다른 노르트인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으로 봐서 넬도르의 성격이 원래 이 모양인 것 같았다.
3장
“대, 대장. 이게 다 뭡니까?”
어쩌다 보니 노르트인들을 따라 그들의 거처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사방에 술판이 벌어졌다.
“너 때문이잖아! 휴고, 이 자식아.”
휴고에게 한 번 으르렁거려 준 후 옆에서 계속 술을 따르는 넬도르를 노려봤다.
사실 넬도르를 따라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녀석의 복장은 노르트 왕족의 것. 그리고 넬도르의 나이를 봤을 때 아마 노르트의 왕자 중 한 명이리라고 추측했기 때문이다.
‘제국과 군소 국가들 간 회의가 있을 테니, 넬도르에게 정보를 좀 얻어 볼까.’
일단 제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려면 정보통이 필요하다.
사실 그를 위해 진형기를 찾을 생각이었지만, 노르트인과 일이 생긴 김에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봐, 해수. 안 마시고 뭐 하나? 내가 제국이라면 지긋지긋한데 이 술은 정말 좋다네, 으흐흐.”
이유가 있어 따라오긴 했지만, 이렇게 술고래일 줄은 몰랐다.
적당히 마셨으면 그만둘 줄도 알아야 할 텐데, 넬도르는 술이 동날 때까지 마실 생각인 것 같았다.
“아하하, 이거 맛나! 기분 좋아!”
그리고 그 옆에 골칫덩이가 하나 더 있었다.
루스가 어느새 술동을 끼고 앉아 고기 안주를 뜯으며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미치겠구만, 이거.’
예상하던 그림과 너무 빗나갔다. 술을 적당히 즐기다 보면 왜 이곳에 왔는지 정도는 물어올 줄 알았는데.
‘저놈이 술을 다 처먹고 곯아떨어져야 끝나겠군.’
넬도르를 보며 다른 노르트인들이 고개를 내저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확 때려서 기절시킬까 하는 마음을 겨우 눌러 참은 끝에 자리가 파했다. 드디어 술이 떨어진 것이다.
넬도르가 술을 더 가져오라고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노르트인들이 그를 진압해 데리고 갔다.
우리는 새벽이 되어서야 노르트인들이 내어 준 방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 * *
다음 날, 점심나절이 되어 넬도르가 방으로 찾아왔다. 이제 막 깨어난 모양인지 부스스한 모습이었다.
“이보게, 친구. 잠자리는 편했나?”
“술고래가 새벽까지 못 자게 하는 바람에 불편했다.”
불퉁하게 대답하자 넬도르가 멋쩍게 웃었다.
“하하하, 내가 술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다네. 어서 점심 식사나 하러 가세. 내가 크게 대접하겠네.”
“점심에는 술이 안 나오겠지?”
“하, 하하. 오늘은 안 마실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
영 안 믿겼지만 식사 초대를 받았으니 안 갈 수도 없다.
나는 일행을 이끌고 넬도르의 안내를 따라 그의 거처로 향했다.
식사 자리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넬도르의 말대로 제대로 차려진 음식들이었고, 술도 없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넬도르가 물어 왔다.
“자네 수도에는 무슨 일로 왔나. 이곳은 요즘 영 뒤숭숭한데.”
“재앙이 곧 일어난다지? 그래서 왔네. 나도 그것과 전혀 관계없는 입장은 아니거든.”
“그게 무슨……. 자네, 혹시 플레이어인가?”
넬도르도 확실히 신탁에 대해서는 들어 봤는지, 플레이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래, 플레이어야.”
“그럼 제국에 소속된 것 아닌가?”
“아니야, 제국과는 함께하지 않아. 그냥 일행이랑 따로 다니고 있어. 그래서 말인데…….”
녀석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정보가 필요해. 제국이 재앙에 어떻게 대처할지, 암흑 교단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 말이야.”
넬도르는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딱히 이쪽도 정보랄 것이 없네. 아는지 모르겠지만, 제국이 우릴 대등한 관계로 생각하지 않거든.”
녀석의 얼굴이 언뜻 찌푸려졌다.
국력이 워낙 차이 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기분이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곧이어 넬도르의 말이 이어졌다.
“며칠 있으면 연회가 있네. 제국 귀족들과 다른 국가 사절들이 참석하는 자리지. 사실상 이번 일을 의논하는 자리가 될 걸세. 정식 회의 전에 편한 분위기로 의논해 보라 이거지.”
“그런가? 근데 그걸 왜 말해 주는 거야?”
“자네가 원하면 그 자리에 자넬 데리고 가겠네. 어차피 경호 인원을 대동하게 되어 있거든. 그때 자네가 같이 가면 되지 않겠나?”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넬도르도 직접 정보를 얻어 줄 만한 여유는 없는 듯했다.
“좋군, 그럼 그렇게 하지. 고마워.”
“하하, 자네 같은 전사를 친구로 삼으면서 그 정도도 안 할 수 있나. 그럼, 그때까지 여기서 머물게.”
연회가 있을 때 미리 귀띔해 주기로 하고 자리를 파했다.
잠시 후, 나는 루스와 수도 거리를 걷고 있었다.
휴고는 남겨 둔 채였다.
용건이 끝났으니 다시 한잔해야 된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넬도르에게 제물로 던져 준 것.
‘본인 때문에 시작된 일이니, 스스로 책임져야지.’
휴고의 명복을 빌어 주며 나는 목적지를 찾았다.
“개암나무 열매라. 주점인 것 같은데, 도통 찾을 수가 없군.”
지금은 저번에 진형기에게 들은 곳을 찾는 중이었다.
하지만 넓은 수도에서 주점 하나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루스가 냄새로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대충 위치라도 알려 줄 것이지.’
진형기를 원망하며 한참 동안 거리를 걸었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주인! 저거 맛있겠다!”
루스가 길거리에 파는 음식을 보고 달렸다.
퍽-
그러다 누군가와 부딪쳤다.
“이 비천한 것이!”
상대는 대뜸 손바닥을 휘둘렀다. 하지만 루스가 맞아 줄 리 만무했다. 루스는 뒤로 슬쩍 물러나 손바닥을 피한 후 나를 돌아보았다.
마치 패 버려도 되나 묻는 것 같아, 손짓해 뒤로 불렀다.
그리고 잠깐의 틈을 이용해 상대를 살폈다.
상대는 귀족들이나 입을 제국의 전통 복장을 하고 허리춤에는 가느다란 칼을 걸고 있었다.
‘저놈은…….’
아는 얼굴이었다.
회귀 전 제국 소속이었던 플레이어. 단, 나는 놈의 정확한 능력을 모른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저런 자가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그는 전투에 제대로 나서지 않는 자였는데, 비슷한 자들을 모아 무리를 이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름이 뭐였더라?’
그때를 떠올리는 와중에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방진 놈들이 죄를 짓고 사과도 없구나. 쓴맛을 봐야 분수를 깨닫겠지.”
어느새 놈의 주위로 다른 플레이어 3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은 말로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근처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쪽이 먼저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하자 의아해하던 놈들이 곧 웃으며 따라 들어왔다.
어느 정도 걸었을 때, 나는 뒤를 돌아 녀석들을 보며 말했다.
“우리 일행이 부딪친 건 사과하지.”
굳이 따지자면 이쪽이 먼저 실수를 한 건 맞다.
놈도 손을 휘둘렀으니 세세하게 따지면 또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딱히 이용하려 들거나 배신한 것도 아니었기에 한 번쯤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당당하게 골목으로 들어오기에 뭐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달라질 게 있는 줄 아느냐?”
하지만 놈은 얇은 검을 뽑아 든 채로 거만하게 말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행색이 이상하다.
제국 귀족 같은 차림새에, 행동도 마치 귀족이라도 된 양 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이만하면 기회는 줄 만큼 줬고. 내가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내 말투가 갑자기 변하자 놈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말을 이었다.
“혹시 너희, 술집 잘 아냐?”
놈이 일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정신 나간 놈이군. 매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식상한 대사를 내뱉은 놈이 대뜸 검을 뽑았다. 이쪽을 겨눈 검 끝에 가느다란 오러가 맺혔다.
그러고는 득의만만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가소롭기만 했다.
‘한번 써먹어 볼까.’
보리스에게 얻은 강기공을 한번 써 보기로 했다.
테스트해 보기로 한 나는 마력을 끌어 올렸다.
평소보다 훨씬 진한 밀도의 오러가 솟아올라 온몸을 감쌌다.
마력이 강할수록 위력이 더 높아지는 강기공이 S급에 이른 마력에 반응했다.
싸아아-
몸을 감싼 강기공에 공기가 밀려나며 스산한 소리가 났다.
놈들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뭐 해? 칼 뽑았으면 휘둘러야지. 안 오면 내가 가고.”
“자, 잠깐! 일단 말로…… 컥!”
나는 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놈에게로 달려들었고, 루스도 벌써 쫓아가 나머지 놈들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러자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딱히 죽일 필요는 없었기에 적당히 주물러만 준 후, 나는 놈들을 일렬로 꿇어앉혀 놓았다.
“너, 이름이 뭐지?”
귀족 차림의 놈에게 물었다.
“아, 안토니입니다.”
녀석이 퉁퉁 부은 얼굴로 대답해 왔다.
‘그래, 안토니였었지. 흔한 이름이고 인상도 희미해서 잊어버렸군.’
“안토니, 넌 왜 제국 귀족 같은 행세를 하고 다니냐?”
“그게, 제가 작위를 받아서…….”
작위? 그런 말을 언뜻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았더니 떠오르질 않는 모양이다.
일단 궁금증을 더 풀기로 했다.
“그거 받아서 뭐 하는데? 재앙이랑 싸우는데 작위가 무슨 소용이지?”
안토니가 우물쭈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게……. 저희 같은 애매한 실력의 플레이어들은 어차피 재앙과 싸움에 도움이 안 됩니다. 차라리 귀족가에 의탁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입니다.”
“그럼 재앙이 나타나면 싸움은 안 하고?”
“그땐 귀족가의 병력과 함께 움직이면서 기사처럼 활동하면 된다고…….”
그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어느 귀족이 바람을 넣었나 보군. 하긴 회귀 전에도 제대로 싸우는 자들은 한정되어 있었다.
사실 놈의 말처럼 크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이제 궁금증은 풀었고, 나머지 용무를 볼 차례.
“너 혹시 주점 좀 잘 아냐?”
“예, 웬만한 곳은 다 알……지는 못하고 몇 군데는 아는데, 혹시 찾으시는 곳이 어딘지?”
잘 안다고 했다가 끌려다닐까 싶었는지 놈이 얼른 말을 바꿨다.
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개암나무 열매라고 혹시 알아? 몰라도 어떻게든 찾아야 될 테니까 잘 생각해 봐.”
안토니는 의외로 표정이 밝아졌다.
“압니다. 대광장 귀퉁이에 있는 곳이에요.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핫플레이스라, 진형기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나?’
안토니를 한 번 걷어차 주고 길을 나섰다.
놈은 억울한 표정이었지만, 오히려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안 죽인 걸 고맙게 생각해야지.’
골목에서 사람 몇 죽어 가는 건 일도 아닌 세상이니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몇 분을 걸어 대광장에 도착했고, 안토니에게 들은 대로 구석을 살폈다.
그러다 새로 만든 간판을 단 주점이 보였다.
그곳을 향해 걸어간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상했던 모습과는 다른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한 실내에 주인으로 보이는 자가 서 있었다. 바 앞에서 술잔을 닦고 있는 모습.
아직 손님이 없는 시간인 듯 보여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주인이 말을 걸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처음 오신 분이시면 카탈로그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카탈로그라.
이 가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설명을 들어 보기로 했다.
“그러지, 처음이니 설명 좀 부탁할까?”
“아, 잘 모르고 오셨군요. 이곳은…….”
주인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카탈로그에 적힌 대상을 선택하면 1시간 동안 술은 공짜.
그 대신 대상과 대화를 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이었다.
카탈로그에는 예쁜 외모의 여성들뿐 아니라 남자의 모습도 그려져 있었다.
‘이런 게 장사가 된다고?’
영문을 모를 일이었지만, 여기서는 이곳이 핫플레이스라고 하니 그러려니 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진형기를 만나는 것.
궁금증은 푼 나는 주인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진형기를 만나고 싶은데?”
그러자 주인이 태연하게 대꾸해 왔다.
“저희 카운슬러 중에 그런 이름을 가진 자는 없습니다, 손님.”
대화 상대를 카운슬러라고 부르는 모양.
“카운슬러 말고, 내가 찾는 건 플레이어야. 그가 날 이리 불렀거든. 그러니 진형기한테 연락이라도 해 봐.”
주인이 잠시 말없이 나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정해수야.”
“아! VIP 회원이셨군요. 따로 마련된 공간이 있습니다. 그쪽에서 기다리시면 카운슬러가 들어갈 겁니다. 안내해 드리지요.”
주인이 바에 있는 벨을 누르자 종업원이 나와 어디론가 안내했다.
좁은 복도를 따라 한참을 걸은 후, 방을 몇 개나 통과하여 한 곳에 도착했다.
척 보기에도 훌륭해 보이는 응접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시면 카운슬러가 올 거예요. 드시면서 기다리셔도 됩니다.”
종업원이 옆에 놓인 다과와 술을 가리키며 말한 후 방을 나갔다.
루스가 신나서 달려들었다.
나는 넬도르 때문에 루스가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한 것이 걸려 주의를 주었다.
“술은 마시지 마라.”
“응, 일단 이거부터 먹을 거야!”
루스가 다과를 다 흡입하고 술을 탐낼 즈음이 되어서야 누군가 방으로 들어왔다.
“오, 정 형. 슬슬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은 했었소!”
진형기가 능글맞게 웃으며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