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 I picked betrayed me RAW novel - Chapter 61
61
시뻘건 옷을 입은 놈들이 무감정한 표정으로 요새의 연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실 제국이 이곳에 어느 정도 병력을 충원했으리란 것은 나도 예측하고 있었다.
재앙의 기운이 퍼지면서 몬스터들이 변한다는 사실은 신탁을 통해 알려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북쪽에서 강력한 존재가 나타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곳에 제법 강한 병력이 있을 것은 이미 예측했다.
거인들을 이곳으로 끌고 온 것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내가 예측한 것은 끽해야 마스터 정도였다.
‘미친! 저게 다 몇 놈이야?’
족히 백 명은 되어 보이는 황가수호대는 진짜 예측 밖의 일이었다.
황가수호대는 강하다.
이제 몇 명 정도는 나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는 무력을 갖추었지만, 저렇게 백 단위가 넘어가면 감당이 안 된다.
너무 놀라 육성으로 토해 낸 욕설 탓인지, 황가수호대의 시선은 일제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놈들의 눈빛이 일제히 붉게 빛났다.
그리고 동시에 똑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각……을 내, 놓……아라.”
섬뜩한 느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젠장, 정신 바짝 차리자. 잘못하면 죽는다.’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 자칫 잘못하면 몸 성히 빠져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수많은 황가수호대에 놀라 잠시 멈칫한 탓일까.
뒤쪽에서 날아온 강력한 공격이 거의 몸에 적중하기 직전에야 나는 눈치챌 수 있었다.
어느새 거인 한 놈이 요새의 벽을 넘어와 내게 도끼를 휘두른 것이다.
‘절대불변.’
콰쾅!
다행히 늦지 않게 사용한 절대불변 덕에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옆에서 다른 거인의 몽둥이가 횡으로 쓸어 오고 있었다.
‘바람의 걸음.’
나는 재빨리 바람의 걸음을 사용한 후, 몸을 바닥에 눕듯이 낮추며 뒤로 미끄러졌다.
후우우웅-
서리 거인의 몽둥이가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순간 반대편에서도 공격이 날아왔다.
거인의 공격을 피하는 사이 황가수호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황가수호대 특유의 붉은 오러가 뭉쳐져 내게 날아들었다.
앞쪽에 있던 몇 놈이 동시에 나를 겨냥하고 날린 공격이었다.
‘젠장. 거인이랑도 좀 싸워라, 이 자식들아!’
아무래도 내가 양쪽에서 집중적으로 미움을 받고 있는 모양.
이대로는 상황이 내게 좋게 흘러갈 것 같지 않았다.
콰콰쾅-!
내가 몸을 젖혀 피하자 황가수호대의 오러가 바닥에 떨어지며 폭발했다.
공격을 겨우 피해 낸 나는 폭발의 기세를 거스르지 않고 몸을 날렸다.
‘거인이랑 황가수호대를 서로 싸우게 만들어야 해.’
나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다시금 피해 내며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이제 서리 거인들은 우두머리를 빼고는 모두 요새 안쪽으로 넘어와 있었다.
우두머리만이 요새 벽에 올라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도망치게 둘 생각은 없다 이건가?’
놈은 내가 또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는지, 전투에 가담하지 않고 내 쪽만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상황을 살핀 결과,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일단 황가수호대가 내게 집중하고 있지만, 재앙의 기운을 풍기고 있는 서리 거인들에게도 적의를 내보이고 있었다.
‘어떻게든 거인을 놈들에게 붙여야 돼!’
결정을 확실히 내렸다.
때마침 서리 거인의 도끼가 나를 목표로 내리찍어 왔다.
나는 일부러 황가수호대 쪽으로 움직이며 도끼를 피해 내었다.
콰쾅!
도끼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이번에는 황가수호대의 오러가 내게 날아들었다.
‘되었다!’
황가수호대의 공격은 주로 오러를 뭉쳐 날리는 원거리 형태.
내가 노린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다시 한번 내가 몸을 날려 놈들의 공격을 피했을 때.
콰쾅-!
빗나간 황가수호대의 공격이 서리 거인에게 명중했다.
크아아아-!
서리 거인이 고통에 찬 괴성을 내질렀다.
그러더니 황가수호대를 향해 들고 있던 도끼를 내던졌다.
콰콰쾅-!
그 공격에 황가수호대 한 놈이 맞아 날아갔다.
팔다리가 이상하게 꺾여 있는 것을 보니 최소한 전투 불능.
‘그래, 싸워라, 싸워!’
그 장면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성벽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저절로 혀가 차졌다.
‘쯧, 안 되겠네.’
이제 점멸의 재사용 시간이 돌아왔다.
점멸을 이용해 요새 밖으로 단번에 빠져나가 볼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성벽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초반에 당황한 나머지 뒤쪽에서 접근한 거인의 공격에 내몰린 탓이었다.
콰콰쾅-!
콰쾅!
사방에서 연이어 폭음이 울렸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계획대로 되었다.’
어느새 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양쪽이 모두 나만을 쳐다보느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
서로를 적으로 인식한 순간, 그리고 서로 간에 공격이 한 번이라도 오가는 순간, 싸움이 붙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제 슬슬 몸만 빼면 되는데.’
여전히 날아오는 공격을 피해 내며 주위를 살폈다.
그러다가 우두머리 거인에게 눈길이 미쳤다.
‘젠장. 편하게 되는 일이 없구만.’
우두머리 거인이 검을 머리 위로 치켜 올리고 있었다.
그 검 끝에는 파란색 구체가 생겨나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놈의 목표가 누구일지는 뻔한 상황.
한시바삐 몸을 뺄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생각 중에도 우두머리의 검 끝에 모인 기운은 차츰 커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내 머리가 번개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방법, 방법을 찾아라!’
그리고 한 가지 방법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얼른 황가수호대가 모여 있는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놈들의 오러가 나를 노리며 집중적으로 날아왔다.
‘절대불변.’
콰쾅-!
한 방을 절대불변으로 막아 내고.
‘멸세폭’
콰콰콰콰쾅-!
그 이후 날아오는 공격은 멸세폭을 터트려 상쇄시켰다.
내 몸이 회복되는 찰나의 순간.
결국 우두머리 서리 거인의 검이 휘둘러졌다.
그러자 푸른색 구체가 내 쪽으로 쏘아져 왔다.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압도적으로 강력한 기운.
저것을 정통으로 맞으면, 분명히 죽는다.
하지만 공격이 날아올 것을 예상하고 미리 계획해 둔 것이 있었다.
나는 공격이 떨어지는 찰나에 맞춰 스킬을 사용했다.
‘점멸.’
콰콰콰콰쾅-!
압도적인 폭발이 내가 있던 곳을 강타했다.
나를 공격하던 황가수호대가 휩쓸려 죽어 나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순간 나는 성벽 근처에 있는 서리 거인의 얼굴 앞, 공중으로 순간 이동해 있었다.
‘쳐라, 쳐!’
내가 속으로 외치는 순간, 내 의도대로 거인이 몽둥이를 휘둘러 왔다.
그리고 몽둥이가 막 내 몸을 후려치려는 순간.
‘절대불변.’
왼손을 내밀어 원혼의 거울에 절대불변을 걸었다.
콰쾅-!
왼손과 몽둥이가 맞부딪힌 찰나, 절대불변의 효과로 내 몸이 공중에 정지했다.
단 1초의 짧은 순간.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발을 뻗어 몽둥이를 밀어 찼다.
팍-
그리고 그 힘을 빌려 몸을 성벽 쪽으로 날렸다.
이것은 점멸의 부족한 이동 거리를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다행히 계획은 성공적이었고, 나는 무사히 성벽 위로 떨어졌다.
그 후 나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요새 바깥으로 몸을 날렸다.
콰콰쾅-!
뒤에서는 여전히 거인들과 황가수호대의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살았다.’
내가 막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뒤에서 무언가 느껴졌다.
흘끔 돌아보니 악귀 같은 얼굴을 한 우두머리 거인이 내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끈질긴 새끼. 좀 꺼져라.’
여기서 당장 우두머리 거인과 싸우다가는 겨우 떨쳐 낸 놈들이 다 몰려올 수도 있는 일.
나는 어쩔 수 없이 놈을 뒤에 달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멸세폭의 후유증도 있고, 전투의 피로도 있는 몸 상태로는 놈을 완전히 떨쳐 내기가 어려웠다.
‘안 되겠군. 끌고 가서 처리해야 되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거기 모여 있던 놈들 중 가장 강한 놈만 쏙 뽑아서 데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 놈을 피해 없이 잡아낼 수만 있다면, 오히려 큰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생각 중에도 내 발은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얼마 후, 멀리 목표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 탈출 경로로 삼은 곳은 던전.
‘아는 건 써먹어야지.’
이곳도 회귀 전 제국의 정보를 통해 알아낸 던전이었다.
이번에 이용하려는 것은 공략 중에 내가 직접 발견한 히든 피스.
그것은 제국 측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몬스터도 던전에 따라 들어올 수 있는 건가?’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궁금증은 곧 풀렸다.
내가 몸을 날려 던전 안으로 들어섰을 때.
머지않아 우두머리 거인의 모습이 뒤따라 나타난 것이다.
‘그래, 차라리 잘되었다. 계속 따라와라.’
기왕 이리된 것, 나는 놈을 잡아 스탯을 흡수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미 놈을 잡을 방법도 준비되어 있었다.
일행을 먼저 보낸 것도 이런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놈과 추격전을 벌이며 던전을 달려 나갔다.
던전 초입에는 일행이 미리 정리해 둔 덕에 몬스터가 없어, 거침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한 몇 분 정도 달렸을 때, 드디어 원하던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통로의 옆쪽 벽이 허물어져,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는 얼른 몸을 날려 구멍을 통과했다.
그곳은 내가 회귀 전 발견한 숨겨진 통로였다.
쾅- 쾅-!
우두머리 거인이 구멍을 검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던전의 통로는 거인이 다닐 정도로 충분히 넓었지만, 히든 피스로 통하는 입구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놈이 입구를 넓힐 동안 나는 부지런히 달렸다.
얼마 후 루스와 휴고의 모습이 보였다.
“주인!”
“대장, 오셨습니까?”
둘이 나란히 인사해 왔다.
하지만 인사를 나눌 시간이 없다.
나는 얼른 휴고에게 질문했다.
“휴고, 준비는 다 해 놨나? 우두머리 놈이 쫓아왔다. 그러니 계획을 살짝 수정해야 해.”
“예, 시키신 대로 다 끝내 놨습니다. 근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놈을 끌어들인 후 빠트린다. 내가 처리할 테니 너희는 일단 뒤쪽에 물러나 있어.”
막 녀석들에게 지시를 마쳤을 때, 우두머리 거인이 기어코 입구를 뚫고 통로로 들어섰다.
놈은 노르트 수도에서부터 쌓인 것이 많아서 그런지, 악귀 같은 표정으로 내게 돌진하고 있었다.
“물러나 있어. 루스는 준비하고.”
“응, 주인. 걱정 마!”
말을 마친 후 나도 우두머리 거인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고 놈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놈이 내 근처로 막 다가왔을 때, 나는 바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멸세폭.’
콰콰콰쾅-!
강력한 충격이 바닥을 후려쳤다.
콰르르-
그러자 내가 있는 곳은 물론 우두머리가 있는 곳까지, 근처의 바닥이 모조리 부서지며 아래로 꺼졌다.
‘점멸.’
순간 나는 점멸을 사용하여 뒤쪽으로 물러났다.
철퍽-
잠시 후, 우두머리 거인이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놈이 떨어진 곳에는 늪처럼 끈적한 액체가 고여 있었다.
발이 차츰 아래로 빨려 들어가자, 우두머리 거인이 늪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 정도로 놈을 죽일 수는 없다.
애초부터 놈을 액체에 빠트리는 것은 목적이 아니었다.
이곳은 원래 숨겨진 통로로 진입한 자들이 후퇴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함정이었다.
앞쪽으로 일정 거리를 더 나아가면, 이곳의 바닥이 저절로 무너지면서 아래에 고여 있는 인화성 물질이 불타오르게 만들어져 있었다.
지금은 억지로 바닥을 무너트린 상황이라 불이 붙지는 않은 상태.
나는 얼른 뒤쪽으로 소리쳤다.
“루스, 태워 버려!”
“응!”
루스가 내 말에 대답하며 앞으로 튀어 나왔다.
그러더니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불을 내쏘았다.
화르르르-
루스가 쏘아 낸 불길이 부서진 바닥 아래로 쏘아졌다.
불길이 아래에 고여 있는 끈적한 액체에 닿은 순간.
콰르르르르-!
액체가 폭발하듯이 불타올랐다.
크아악!
그와 동시에 몸이 타들어 가기 시작한 우두머리 거인이 비명을 질렀다.
놈은 늪 같은 액체의 점성 탓에,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허우적거리며 불에 타고 있었다.
하루를 꼬박 추격과 탈주에 쓴 탓인지, 내 몸에 쌓인 피로가 만만치 않았다.
이제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이 들자, 내 입에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말이 튀어나왔다.
“후우, 해치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