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용남매 (2)
상급 헌터는 보통 외모가 뛰어나다. 그중에서도 S급 헌터는 연예인 뺨치는 수준이고, 돈도 잘 벌고, 비인간적으로 강한 데다가 세상을 던전 브레이크의 위협으로부터 지켜 주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당연하게도 인기가 없을 리 없었다. 심지어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 주기 위해 이미지 관리도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팬 같은 것도 많다는 소리, 회귀 전에도 듣긴 했는데.
‘강소영이 개인적으로 만든 건가?’
노아는 아직 노출도 별로 없고 정식으로 한국 헌터가 된 것도 아니니. 그래도 용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로 상당한 화제가 되었던 모양이지만.
‘유현이도 팬클럽 같은 거 있겠지.’
좀 궁금하다. 회귀 전 헌터 방송에선 한국에서 제일 인기 많은 헌터가 재수 없지만 성현제라고 했는데. 정확히는 세계구급이었지, 그 인간. 이러니저러니 해도 랭킹전 1위 붙박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니. 사람들은 대부분 1위를 좋아하고 기억하기 마련이다.
음, 역시 재수 없어.
화르륵─
불길이 공기 중의 독기를 태워 없애며 유현이가 독에 당한 마지막 헌터를 내 앞으로 끌어다 놓았다. 도와준 건 고마운데.
“노아 씨한테 가 봐야 하는 거 아니냐.”
“누나라며. 알아서 하겠지.”
“야, 노아 씨 걱정도 좀 해 줘라. 저쪽으로 고개 돌려 봐. 안 보여.”
내 안경 역할 해 주기로 해 놓고선 나만 쳐다보면 어쩌라는 거냐.
“별일 없어. 안 봐도 돼.”
입술에 침이라도 바르고 거짓말해라. 손을 뻗어 동생 놈 얼굴을 잡고 고개를 돌리게 했다. 순순히 시선이 움직이고 대치 중인 셋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마왕처럼 버티고 선 리에트와 조금도 기죽지 않고 전의를 불태우는 강소영. 그리고 셋 중에서 제일 반짝거리는 노아. 오늘 볕이 좋네.
“스위티, S급?”
“A급입니다!”
“그런데도 조금도 위축되질 않네?”
“스킬 특성상 용종에 한해 위압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리에트 씨도 역시 용종에 가까우신 모양이로군요.”
그랬군. 노아 상대로 너무 거리낌 없어서 용종 대상 공포 무효화나 친근감을 가지는 스킬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긴 했었다.
강소영의 대답에 리에트의 눈매가 둥글게 휘어졌다. 그렇잖아도 느끼고 있던 호기심이 더욱 강해진 기색이다.
“두렵지 않다고 해서 실질적인 위험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는 편이 어때, 아가씨.”
“맞는 말이야.”
유현이가 다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나도 알고 있다만.
“…강소영 씨는, 피해 계세요.”
노아의 목소리였다. 잘 안 보여, 고개 좀 돌려라.
“도와주신 건 감사하지만, 위험합니다.”
“걱정 마세요.”
강소영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제가 노아 씨를 타면 되니까요!”
“…예?”
“용종을 탑승 시 둘의 스탯을 합쳐서 쓸 수 있거든요. 서로 잘 맞으면 최대 백 퍼센트까지 가능해요! 그럼 스탯만으론 웬만한 S급 이상이 되는 거죠.”
강소영이 두 눈을 빛내며 노아를 바라보았다. 드래곤 라이더 스킬의 효과가 스탯 통합이었구나. 강소영은 A급이지만 노아는 S급이니 확실히 스탯은 리에트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코메트도 스탯 S급까지 성장 가능하니 진짜 웬만한 S급 헌터 뺨치게 되겠는걸.
“그러니 절 태워 주세요!”
흥분과 기대 어린 목소리가 소리쳤다. …노아를 도와주러 온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타 보려고 온 거 아닐까. 어쨌든 드래곤 라이더 스킬을 쓰면 둘이서 리에트를 상대할 수 있겠지만.
“스위티, 그럼 그거 나한테도 적용되겠네?”
노아가 대답하기 전 리에트가 먼저 나섰다. 노아가 긴장하고 강소영이 리에트를 향해 고개를 스윽 기울였다.
“용종이시니까, 아마도요.”
“내가 태워 줄까?”
“네?”
어느새 강소영의 앞으로 바싹 다가선 리에트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양 입술 끝을 부드럽게 올렸다. 검은 비늘이 투둑 돋아난 손이 강소영의 눈앞에서 우아하게 흔들렸다.
“어때? 보고 싶지 않니? 내 전용화.”
“거, 검은색 비늘이시네요. 그럴 거 같았지만요.”
강소영이 반쯤 수화한 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아니, 저거 저거.
“야, 강소영 씨 빼내야 하는 거 아니냐. 계속 보고만 있을 거야?”
“공격할 생각 없어 보이는데, 뭐 하러.”
유현이가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도와줘야지. 친하지 않아?”
“안 친해. 마주친 적도 별로 없었는데?”
동생 놈이 무슨 소리 하냐는 듯 말했다. 아니, 그래도 나중에는 친해질 수도 있는 거고. 이럴 때 점수 좀 따 두면 좋잖아.
“…노아 씨와, 비슷하신가요?”
노아와 리에트를 번갈아 바라보며 번민하던 강소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리에트가 더더욱 크게, 소리 없이 웃었다.
“많~ 이 달라.”
“어떤, 어떤 모습이신데요?”
“말보단 역시 실물이지.”
탓, 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리에트가 뒤로 훌쩍 뛰어 물러났다. 야, 잠깐만.
“여기선 안 돼!”
“걱정 마, 자기야. 크기 줄일게!”
아니 줄여 봤자. 웬만한 남자도 올려다봐야 할 장신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검은 덩어리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고 머리와 꼬리, 네 다리가 나타난다. 차르르르─ 전신을 뒤덮는 검붉은 비늘에 이어 무시무시한 가시들이 까득까득 제 존재감을 뽐내며 솟아올랐다.
예전에 봤을 때보다는 확실히 작다. 하나 절반 이상 작아진 그 몸체도 대형 트럭만 하였다.
흉포함이라는 단어를 형상화해 놓은 듯한 검은 드래곤이 머리를 치켜들었다.
콰앙─!
가볍게 흔들린 꼬리 끝에 던전 건물의 일부가 박살 났다. 원래 덩치였다면 일부가 아니라 전체가 짓밟혀 그렇잖아도 뒤집어지는 중인 헌터 협회에게 무거운 짐 하나를 더 얹어 놓았겠지. 지금도 이미 얹고 있는 중이지만.
– 어때? 스위티.
황금색 눈이 장난스럽게 윙크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살 떨리는 눈짓이었다. 그 앞에 선 강소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겁에 질린 건 아닌 듯했다. 그도 그럴 게 표정이 완전…….
“언니, 사랑해요!!”
맛이 갔다.
“완벽해요! 아름다워요! 최고예요!”
응, 정말로 완벽하게 넘어갔네, 갔어. 당장이라도 팬클럽 옮겨 갈 기세의 강소영 뒤에서 노아는 누님이 대단하긴 하지, 하는 반쯤 해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랄까, 이 비슷한 일 많이 겪어 본 것 같은 반응이다.
“다리, 저 거대한 네 다리! 두껍고 튼튼해! 발톱도 진짜 살벌하고 크고 날카롭고! 가시는 정말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멋져요! 세상에, 등선을 따라… 저게 다 몇 개야. 꼬리 끝까지 이어지는 균형감이란! 심지어 목까지 굵다니, 너무 아름다우세요! 환상적이에요!”
환상적으로 사악하게 생긴 용이 흐흐흐 흐뭇하게 웃었다. 강소영 씨도 참, 저런 걸 보고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하는 거겠지.
– 우리 소영이, 언니한테 타 볼래?
“네, 네! 타 보고 싶어요!”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강소영의 모습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잠깐만,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소영 씨, 기다려요!”
드래곤 라이더 스킬은 기승수와 탑승자의 스탯을 더해 준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강한 리에트에게 A급 전투계인 강소영의 스탯이 더해지면 감당 안 된다.
강소영이 스킬을 안 쓰면 그만이긴 하지만, 지금 저 아가씨 완전 홀렸다고. 넋이 나갔어. 리에트의 말 한 마디에 네, 언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스킬 쓸 판이다.
“저거, 스킬, 스탯!”
허둥지둥 뛰쳐나가려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사람 몸에 발이 걸렸다. 넘어지는 나를 유현이가 잡아 들고는 땅을 박찼다. 순식간에 노아 곁까지 도착했지만, 강소영은 이미 리에트의 등 위로 올라선 뒤였다.
“진정하세요, 소영 씨! 지금 라이더 스킬 쓰는 건 불난 데 기름 끼얹는 꼴입니다!”
공격 스킬 두 배 받고 유현이와 성현제가 정신줄 잠깐 놓았던 거 생각하면 진짜 위험한 상황이다. 강소영의 스탯이 더해지는 게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합이 잘 안 맞아서 백 퍼센트 더해지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잖아도 싸우고 싶어 안달 난 리에트에게 아주 좋은 버프 들어가면 날뛰기 시작하는 것이야 당연한 수순이겠지.
“하지만 두 번 다신 안 올지도 모르는 기회잖아요!”
강소영이 흥분으로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SS급 스킬을 가지고서도, 제대로 한번 못 써 봤는데! 게다가 이렇게나, 이렇게나 강하고 아름다운 드래곤이라고요오!”
마치 평생을 바라고 또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지기 직전인 표정과 외침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말리는 건 진짜 글러먹었구나 싶어졌다.
“노아 헌터, 형을 부탁합니다.”
유현이가 나직이 말하곤 용의 등에 탄 강소영을 향해 뛰어올랐다. 하나 리에트의 움직임이 그보다 더 빨랐다.
카가각, 용의 발톱이 땅을 긁고 홰액 크게 돌아간 몸뚱이가 전신의 힘을 실어 꼬리를 휘둘렀다. 거대한 덩치에서 비롯된 파워가 더해진 꼬리치기를 맞받아치는 건 제아무리 S급 헌터라 해도 무리였다.
한유현은 덮쳐드는 꼬리의 힘을 거부하지 않고 돋은 가시 위에 올라서듯 하여 밀려났다. 그대로 빙글 몸을 틀어 다시 땅으로 내려선다. 그사이 노아가 용으로 변해 나를 태우고 날아올랐다.
– 죄송해요, 저희 누님께서…….
“아뇨, 노아 씨가 무슨 죄겠어요. 오히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겠다 싶어지는걸요.”
저런 사고 한두 번 쳤겠냐. 리에트라면 각성 전에도 틀림없이 별별 일 다 벌이고 다녔을 거다.
– 제가 좀 더 강소영 씨 마음에 들었어야 했는데…….
“소영 씨 취향이 특이한 거지 객관적으로 노아 씨가 훨씬 더 멋져요!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노아 씨를 선택할걸요.”
솔직히 노아가 훨씬 더 예쁘잖아. 반짝거리는 황금빛 용이다. 유선형으로 늘씬한 몸체에 매끄럽게 반지르르한 비늘. 작은 머리에 크고 동그란 연회색 눈까지.
“저는 누가 뭐라 해도 노아 씨 편입니다. 리에트 열 명과도 안 바꿔요.”
리에트가 열 명이면 세상 망할 일이지.
“사람들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겨 줘! 리에트! 사람은 해치지 마!”
유현이가 나를 한 번 올려다보곤 정신 잃은 사람들 쪽으로 이동했다.
– 스위티, 이거 좋다!
결국 라이더 스킬 적용되었는지 리에트가 신나 하며 외쳤다. 붕붕 휘둘린 꼬리에 남은 던전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그쵸, 언니. 진짜 좋죠?”
– 응! 독 스킬 쓰면 너한테 피해 가니?
“라이더 스킬 적용한 드래곤의 공격 스킬은 안 통해요!”
– 어머, 깜찍도 해라!
끔찍이다.
“독 스킬만큼은 쓰지 마!”
주위 대피는 잘 되었을까. 일해라, 협회. 바쁘겠지만.
‘그나저나 저걸 어떻게 말린담.’
강소영의 스탯이 얼마나 더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반응을 보아 적용 퍼센트가 상당히 높은 듯했다. 그럼 유현이 혼자 상대하기는 힘들다. 공격 스킬 효과 두 배 공유는 아직 못 하고, 리에트한테 선생님 스킬이라도 적용해 봐야 하나.
‘그 전에 본격적으로 싸움 붙으면 피해가 클 텐데.’
성현제한테 연락해서 댁네 헌터가 난동 부리는 중이니 챙겨 가라고 해 볼까. 하지만 그 인간이라고 해서 주위 피해 없이 저 환장할 한 쌍을 막아 낼 순 없을 것이다.
– 가자, 스위티!
“언니, 달려요!”
“가긴 어딜 가!”
“드라이브요!”
도로 다 부서질 겁니다만. 유현이가 사람들 구조하느라 시선 방향이 틀어져 노아에게도 선생님 스킬을 썼다. 강소영을 태운 검은 용이 쿵쿵 땅을 울린다. 진짜 어딜 가려고!
“진정─ 쿨럭, 쿨럭.”
망할, 소리쳐 대는 것도 힘들다. 가장 크게 상태가 나빠진 건 시력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직 정상은 아니라. 목 축일 겸 마나 포션을 마시는데 노아가 약간 우물거리며 말했다.
– 누님을 막을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정말요? 뭡니까?”
– 그게…….
노아가 방법을 말해 주고 나는 얼른 전화를 걸었다. 당장에라도 뛰쳐나가려는 용과 라이더를 유현이와 노아가 어떻게든 관심을 돌려 발을 붙잡는 사이, 차 한 대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선 사람은 다름 아닌 송태원이었다.
“리에트 헌터.”
송태원이 세상 살기 피곤한 표정으로 손에 든 것을 치켜들어 보였다.
– 쉿쉿!
화려하게 반짝거리는 작은 보석뱀이 커다란 손에 붙잡힌 채 바동거렸다. 그것을 본 리에트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 벨라레!
“…지금 즉시 난동 부리는 것을 멈추고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십시오.”
검은 용이 고개를 들어 황금색 용을 노려보았다. 누나의 애완 마수의 소재를 털어놓아 버린 노아가 두 날개 끝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