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무늬만 S급 (2)
“스탯은 C급이지만 B급에 근사한 수치군요. 조금만 구르면 B급까지 가겠어요.”
내 말에 김민의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니 전 편하게 살고 싶은데요.”
“…그런데 왜 동전 던져서 결정한 겁니까? 그냥 B급으로 남는 편이 덜 귀찮을 텐데.”
“S급 되면 공부할 필요 없잖아요. 길드장님도 수업 한 번 안 들어가고도 학점 4.0 받았다던데요.”
학점이 4점이라니 뭔 소리야. 백점 만점은 아닐 테고 10점 만점이라고 해도 반도 안 되는 거잖아.
“아무리 수업 안 들어간다고 해도 4점밖에 안 줘요?”
“네? 아, 4.5점 만점이에요.”
“예?”
만점이 5점도 아니고 4.5점? 점수 책정이 뭐 그러냐. 아무튼 B급까지는 던전 공략으로 수업 빼먹는 것까진 가능하지만 과제도 하고 시험도 쳐야 한단다. 제적은 면했지만 성적 미달로 유급당한 경력의 김민의 학생은 S급이 되어 날로 학점 먹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길게 고민할 필요 없이 B급으로 남았을 거예요.”
“아, 예. S급 되면 던전 안 돌고 날로 돈도 받아먹을 수 있을 겁니다.”
“헐, 진짜요?”
더불어 인생의 일부도 날려먹게 되겠지만.
아무튼 키워드 적용해 키워 주면 스탯 B급까진 충분히 갈 것이다. A급까지 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힘들겠지. 노아 이후로 사람한테는 웬만하면 키워드 안 쓰겠다고 했지만 위험요소는 없어 보이는 상대니까.
김민의의 스킬은 A급부터 C급까지 꽤 다양하게 가지고 있었다. A급 스킬은 방어계 버프로 효율이 상당히 좋아서 스탯만 따라줬다면 S급 팀까지도 들어갈 수 있었을 거라 하였다. 하지만 스탯 C급으로는 보호받는 보조계라 해도 A급 던전이 한계다.
“스탯만 S급으로 맞추면 스킬은 지금 정도로도 S급 헌터 인정받을 수 있겠네요. 그럼 이거 삼키고 편히 주무시고 있으세요.”
내민 알약을 보고 김민의가 울상을 했다.
“또예요?”
“앞으로 종종 보게 될 테니 친하게 지내세요.”
페이크 치고 움직일 수 있는 S급짜리 신분을 그냥 내버려 둘 순 없지. 범죄는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 *
헌터 협회에 연락해 김민의 헌터의 등급 재측정을 받기로 하였다. 물론 잠든 김민의가 측정을 받는 건 아니었다. 대신 협회로 갈 사람은 다름 아닌 노아였다.
“갑작스럽게 부탁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안경을 쓰며 노아가 생글 웃었다. 잘 어울리네. 바탕이 되니 뭔들 안 어울리겠냐마는. 마치 대학생 컨셉으로 촬영 중인 해외 모델 같다.
김민의로 변할 수 있는 안경이 있으니 S급 인증받는 거야 쉬웠다. 하지만 아무 S급 헌터의 스탯으로 측정했다간 후에 곤란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체력과 근력은 일상생활에서도 티가 많이 나는 스탯이다. 거짓으로 S급입니다, 해 봤자 상급 헌터와 가벼운 악수 한 번으로도 들통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예 체력과 근력 스탯을 확 낮추어 측정받기로 했다.
“여기 스탯 하락 패널티 붙은 계약서예요.”
준비해 둔 S급 계약서와 펜을 노아에게 내밀었다. S급 치고는 체력과 근력 스탯이 낮은 편인 노아였다. 그 두 스탯만 보면 A급에 더 가까운지라 계약을 어겨 스탯 하락시키고 해연의 디버프 스킬 지닌 헌터의 도움도 받으면 A급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 정도면 김민의를 스탯 B급으로 만들고 아이템 적당히 맞춰 주면 등급을 의심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물론 스탯 하락만 시키면 평균치가 S급에 못 미치게 된다. 그래서.
“노아 오빠, 오랜만~”
예림이가 손을 팔랑이며 방으로 들어왔다. 마력 스탯이 독보적으로 높은 예림이다. 노아의 스탯 대여 스킬로 예림이의 마력 스탯을 절반 빌려오고 그에 더해 그림자 없는 낮으로 버프까지 주면, 뻥튀기된 마력 스탯으로 S급 수준의 평균 스탯치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력 스탯은 평소에는 F급이든 S급이든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스탯 대여도 네 버프도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니까 협회에 도착한 뒤에 써야 해.”
예림이의 버프는 그림자 없는 낮의 범위를 벗어나면 얼마 안 지나 효과가 사라진다. 그러니 협회에 가서 사용한 다음에 최대한 빠르게 측정을 끝마쳐야 했다.
“노아 씨, 여기 마스크요. 입 모양은 티 나니까요.”
번역 아이템을 쓰면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입모양은 다르다. 노아에게 마스크를 챙겨주고 밖으로 나갔다. 대기하고 있던 헌터에게 체력 근력 스탯 디버프를 받은 뒤 주차장으로 향했다. 나와 예림이는 아직 면허증이 없기에 노아가 운전석에 자리 잡았다.
“면허 따야 하는데. 아저씨, 이번 주말엔 납치 일정 없죠?”
“일단은 없는데 일본 가야 할지도 몰라.”
“진짜요? 저도 가도 돼요?”
“밀린 수업 성실하게 다 들으면.”
투덜거리면서도 네, 대답한다. 그사이 차가 출발하고 노아의 손이 능숙하게 핸들을 돌렸다. 운전을 맡겠다고 해서 살짝 걱정했었는데 잘하네. 길드장씩이나 한 충분한 어른인데도 자꾸 잔걱정이 든단 말이야.
협회 건물 근처에는 이미 기자가 여럿 와 있었다. 방송에 나오는 걸 원치 않아서 카메라에는 모습이 흐릿하게 비춰지는 아이템을 쓰겠다 말했는데도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예림이와 노아가 각각 스킬을 썼다.
“저 헌터마켓에 갈 건데 뭐 필요한 거 있어요?”
“마나 포션이랑 S급 계약서 서너 장쯤 사다 줘. 여기 카드.”
세성 길드장의 카드를 건네주며 네 것도 이걸로 긁으라고 말했다. 거절하지 않고 카드를 받아 든 예림이가 씨익 웃었다.
“진짜 막 써도 돼요?”
“당연히 되지. 이왕 쓰는 김에 한도 어디까진지 알아봐라.”
“네엡! 다녀오겠습니다!”
신나하며 차에서 내린다. S급 아이템은 경매로만 나오니까 세성 길드 거덜 낼 정도로는 못 쓰겠지만. 억 단위 찍으면 카드 돌려달라고 연락 오려나.
“그럼 노아 씨, 아니 김민의 헌터. 가실까요.”
“네.”
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스크를 썼다. 차에서 내리자 기자들이 접근해 왔지만 죄다 무시하고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버프와 디버프 효과 떨어지기 전에 얼른 측정받아야 한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던 협회 직원이 우리를 측정실로 안내해 주었다. 가는 길 도중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누군가가 고함도 질렀다.
“뭔가 어수선하네요.”
“아, MKC 헌터들이 몇 찾아와서요. 길드장이 아직 실종 상태일 뿐인데 S급 던전과 아이템을 압류했다고 불만을 품은 모양입니다.”
협회 직원이 한숨을 섞어 말했다.
“다들 A급 헌터라 감당하기 어려운데 예비 부회장님께서 송 실장님을 호출하진 말라고 하신 탓에 실랑이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예비 부회장님이시라면.”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최은영 이사님께서 맡게 될 예정입니다.”
협회 이사진 중 한 명으로 복귀한다고 들었는데 부회장직이라니. 송태원을 부르지 말라고 한 건 나도 동의한다.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라 해도 어디까지나 서로의 소속은 다르다. 긴급사태가 아니고서야 협회 힘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지 송태원에게 너무 의지하는 건 좋지 않다.
‘윗물을 갈아치우니 확실히 나아지네.’
이대로 더 신경 쓸 필요 없어졌으면 좋겠다.
“요청하신 대로 스탯만 재측정하겠습니다.”
스탯 측정은 금방 끝났다. 체력과 근력은 중급 헌터로 보일 정도로 낮으면서도 마력은 국내는 물론 해외 헌터를 통틀어서도 최고 수준이다. 그 비상식적인 수치에 협회 직원이 의아한 얼굴을 했으나 스탯 평균값은 어쨌든 S급에 턱걸이했다.
측정 결과를 놓고 협회 직원들이 무어라 수군거리다가 윗선에 전화도 걸었다. 잠시 뒤 직원이 약간 곤혹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스탯 S급에 스킬 A급. 일단은 보조계 S급 헌터십니다만… 김민의 헌터의 S급 던전 공략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뉠 듯싶습니다.”
“김민의 헌터는 특성상 던전 공략에는 참가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예? 던전을 공략하지 않는다고요?”
“네. 지난 며칠간 김민의 헌터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들으셨을 겁니다. 측정된 스탯과 달리 전투계 S급 헌터 수준의 능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새로 얻은 스킬 덕분입니다. 마력 스탯을 타 스탯으로 전환하는 스킬이지요.”
물론 그런 스킬 실제론 없다. 내 말에 협회 직원들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 그래서……. 확실히 김민의 헌터의 마력 수치라면 타 스탯으로 전환 시 전투계 헌터로서 활동 가능하실 겁니다. 그런데 왜 던전 공략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거지요?”
“스킬에 시간 제한과 대기 시간이 있는 탓입니다. 긴 시간 이루어지는 던전 공략에는 적합하지 않는 스킬이지요. 그래서 던전에는 보조로 가끔 들어가고 주로 해연 길드와 몬스터 사육시설의 보호를 맡아 주실 예정입니다.”
다시 말해 던전 공략은 불가능한 반쪽짜리 S급 헌터다. 허나 다른 S급 헌터들이 던전에 들어가느라 비워지는 자리를 든든히 맡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했다.
나는 손을 뻗어 노아의, 김민의의 어깨에 올리며 미소 지었다.
“특히 사육 시설 쪽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 주실 예정입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은 저로서는 든든하기 그지없지요.”
노아가 나를 바라보며 마주 방긋 웃었다.
“그러시군요. 정말 든든하시겠습니다. 듣기론 두 분께서 사이도 좋으시다더군요.”
“네. 제가 무척이나 아끼는 동생이랍니다. 그간 여러 가지로 도움도 많이 받았지요.”
지금도 이렇게 선뜻 김민의 노릇을 해 주고 있다. 별로 해 준 것도 없는데 너무 받기만 해서 종종 미안해질 정도다.
던전 공략은 제대로 못 한다는 말에 약간의 논의가 더 있었으나 기본 조건은 만족했기에 김민의의 헌터 등급은 무사히 S급으로 올라갔다. 등급 수정 절차 마치고 헌터증 재발급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쾅!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헌터들 몇이 말리는 협회 직원을 뿌리치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중 한 남자가 노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김민의! 대체 길드장님께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이런 젠장. MKC 길드원이구나. 그것도 김민의, 유현이와 최석원이 만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놈인 듯했다. 즉 최석원의 측근이다. 나는 재빨리 노아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저주 해제됐어요? 디버프는 풀리려면 아직 몇 분 남은 거 같은데.”
“해제됐어요. 6분… 이제 5분 남았어요.”
노아는 보조계인 데다가 지금은 부분 수화도 할 수 없으니 디버프가 완전히 풀리기 전까진 A급 헌터들을 상대하기에 불리하다. 은혜를 사용하며 몸을 돌려 노아를 보호하듯 섰다.
“주인이 없으니 개새끼들이 목줄 풀고 날뛰네.”
혼잣말하듯 중얼거렸지만 A급 헌터들 귀에는 당연히 똑똑하게 들이박혔을 터다. 놈들의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들었어? 미안해. 근데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최석원이 있었더라면 나한테 면목이 없어서라도 제 애완견들이 짖게 내버려 두진 못했을 텐데.”
길드 단속 제대로 못 해서 납치당하게 만들고, 아예 납치 주모자가 되기도 하고. 무능에 부패까지 끼얹었다.
“이왕 얼굴 마주친 김에 무능한 길드장 대신 사과라도 하지 그래? 얌전히 머리 숙이고 꼬리치면 새 주인 찾아 줄 수도 있는데. 해연 세성 브레이크, 어디든 말이야.”
내 인맥 쩌는 거 잘 알지 않냐는 말에 두 놈 정도가 무심코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눈치챈 최석원의 측근이 얼굴은 물론이요 목까지 시뻘겋게 붉혔다.
“이 자식들이!”
퍼억, 내 말에 혹한 헌터가 거칠게 휘둘러진 주먹에 얼굴을 맞고 비틀거렸다. 나머지 하나도 발로 걷어찬 최석원의 측근이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네놈도 분명 아는 게 있겠지!”
“물론 있지. 직접 보기도 했고. 최석원이 어떻게 꼬리 말고 도망쳤는지 자세하게 묘사해 줄까? 죽기 싫다고 징징거리던 얼굴이 정말─”
커다란 손이 내 멱살을 잡기 위해 뻗어왔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노아가 움직였다. 내 동체시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노아의 손이 남자의 팔목을 잡아 꺾었다.
“물러나 계세요.”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어느새 내 앞으로 나선 노아가 긴 다리를 접어 올리며 남자의 명치를 가격했다.
“컥!”
이어 반쯤 접힌 몸뚱이를 가차 없이 들어 내던진다. 콰당탕, 몸뚱이와 집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비명이 울렸다. 내 눈으론 쫓아가기도 전에 헌터 하나가 기절한 채 바닥을 주르륵 미끄러지며 널브러졌다.
“진짜 S급 전투계 수준이 가능하네요!”
줄줄이 쓰러지는 MKC 헌터들의 몰골에 협회 직원이 감탄했다. 우리 노아가 스탯이 좀 처지긴 해도 평범한 보조계는 아니지.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고 잠시 뒤.
“어떤 개새끼들이야!”
예림이가 눈을 부라리며 뛰어들어 왔다. 차디찬 안개를 휘감으며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벌써 끝났냐며 아쉬운 소리를 내뱉는다.
“쇼핑은 잘했어?”
“네! 5억 좀 넘게 썼는데 한도 오버 안 됐어요.”
“잘 썼네. 잘했다.”
우리 예림이, 돈도 팍팍 잘 쓰네. 혹시나 싶어 휴대폰을 바라봤지만 스킬 씨로부터의 연락은 없었다. 뭔가 좀 아쉽기도 하고.
예림이로부터 카드와 마나 포션을 받아들며 협회 직원들을 돌아보았다.
“우리 민의 헌터 실력,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셨죠? 아직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 좀 잘 퍼뜨려 주세요.”
S급 헌터라는 걸 확실시해야 괜히 시비 거는 사람이 안 생기니까. 잘 부탁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