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남매 싸움 (4)
“송 실장님, 국회의사당 폭파시키고 싶어요.”
[참으십시오.]“하긴 송 실장님도 참고 계신데 제가 나서긴 좀 그렇겠죠. 그래도 밀어버리고 싶어요.”
[심호흡을 하시고 근처에 피스가 있다면 쓰다듬으십시오.]청와대에선 안전을 가장 중요시하라고 그랬다던데, 시벌놈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가 문제였다.
상급 각성자 대상 대련 이벤트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잘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일단 대회장 같은 것은 만들지 않았다. 어차피 던전 부산물, 그것도 최상급을 쏟아붓는 미친 돈지랄을 하지 않는 이상 다 부서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안정상 일반 관중을 입장시킬 수도 없으니 더더욱 불필요했다.
그래서 장소는 상급 헌터 훈련소 부근, 에블린의 사격으로 깔끔히 밀어 놓은 산 아래로 정해졌다. 방송국에서 시설이 너무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해 왔으나, 어차피 비각성자는 물론이요 중급 헌터조차도 방어계가 아닌 이상 접근이 금지되었다. 대결 중계는 드론이나 상급 헌터를 통한 것만 가능했다.
그 밖의 규칙이나 점수제 등도 큰 문제 없이 빠르게 정해졌다. 내가 미래의 랭킹전 규칙을 알려 준 덕분이었다. 비록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고 고집스럽게 수정하긴 했지만, 토대가 튼튼하기에 완성까지 금방이었다.
‘준비도 잘되었고, 화제도 장난 아니고.’
나는 그냥 토너먼트식으로 우승자 이하 4위까지 상 주고 말 생각이었는데 협회에서는 리그전을 원했다. 물론 하나하나 다 붙여 놓을 수는 없고 10개 그룹으로 나누어 승부를 정한 뒤 10위부터 순위를 결정짓는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 국내 A급 전투계 헌터들의 랭킹을 매기겠다는 뜻이었다.
그냥 싸움 구경도 재밌건만 강자들의 순위를 정한다, 라는 말에 흥분하지 않을 사람은 몇 없었다. 국내는 물론이요 해외까지 들끓었고 물밑에서 도박판이 여럿 세워졌다.
– A급 헌터도 역시 세성이지 S급 하위던전팀 팀장 구하사 걔가 빼박 1위 아니냐
– 해연 김성한 쫌만 늦게 S급 됐어도 우승 먹는 건데! S급 될 정도면 A급 중엔 당빠 최강이지
└ 방어계를 어디다 대냐 ㅂㅅ아
└ ㅅㅂ 공격 안 먹히면 끝이지! 김성한 공격 스킬도 있다 그랬거든!
– 강소영 왜 던전 들어갔냐ㅠㅠㅠㅠ 우리 소영이 싸우는 거 보여 주세요ㅠㅠㅠㅠㅠㅠ
– 부산의 수호신 해풍길드 황세문 파이팅!
어느 길드의 누가 강하니 하며 A급 헌터들에게도 관심이 쏟아져 내렸다. 그간 S급 헌터들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그들도 연이은 인터뷰 요청과 사람들의 응원에 들떠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성황리에 이벤트, 제1회 한국 A급 헌터 랭킹전이 개최되나 싶었는데.
‘리에트가 튀어나와 버렸지.’
강소영은 피곤해 죽으려고 하면서도 예선전이 끝났다는 사실에 아쉬워했다. 그리고 리에트는, ‘그럼 대회에서 페블이랑 싸우면 되겠다!’라고 즐겁게 외쳐 버렸다. 리에트가 아직 범죄자 신분인 탓에 던전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협회 관련자들 앞에서 말이다.
S급 남매가 결투를 하기로 했다는 말은 빠르게 퍼져 나갔고 과도한 관심에 흥분 상태이던 몇몇 사람이 ‘대박이다!’를 외쳤다. S급과 A급은 그 위상이 사뭇 다르다. 회귀 전 랭킹전도 S급과 A급으로 나뉘어 있었건만, 둘의 차이는 월드컵과 국내 리그 수준이었다.
S급 헌터의 전투를 최초로 생중계한다.
협회 측 관계자 중 상당수가 이건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며 나댔다. 하지만 물갈이한 보람이 있었는지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던전 밖 S급끼리의 전투는 기각되었다. 심지어 노아와 리에트는 강한 독 스킬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외진 곳이라 하여도 전력으로 실력을 드러내게 할 순 없었다.
그렇게 잘 끝나는 줄 알았는데.
높으신 분들이 끼어들고 말았다. 이번 기회에 빌붙어 자기 경력 한 줄 더 넣고 지지도를 올리고 싶어 하는 국회의원들이었다.
회귀 전에는 각성센터 개장으로 국민의 눈길을 끌었는데, 그게 무산되니 이번 랭킹전으로 시선을 돌린 모양이었다. 마음 같아선 꺼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헌터 협회는 일단은 국가 기관이기에 들어오는 압력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방송국이며 각종 대기업들까지 안전거리 범위 넓히고 독 안 쓰면 되지 않느냐고 참견해 왔다.
그래도 당사자가 싫으면 못 하는 법이니 리에트에게 이런 거 안 좋아하지 않느냐, 자칫하면 스킬 다 들통날 거라고 말했는데.
‘내가 처음이면 환영이지~’
라는 뒷목 잡을 대답이 돌아와 버렸다. 스킬이야 눈으로 본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드러나 봤자 자기는 여전히 강할 것이며 개막식이면 서비스로 해 준다나 뭐라나. 심지어 노아까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괜찮다고 승낙을 했다.
결국 노아 VS 리에트 전이 개막식으로 벌어지게 되고 만 것이었다.
“그나마 독을 안 쓰기로 했으니 감당할 만하겠지만요. 마무리 다 해 놓은 시점에 말 몇 마디 얹어서 일 늘리는 데는 선수라니까요. 망할 인간들.”
바로 전날에 무슨 난리냐. 자기들이야 혀 나불대고 뒷짐 진 채 지켜만 볼 뿐이니 편하시겠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금쯤 티브이며 포털사이트에는 S급의 결투 광고로 한창일 터였다. 노아한테 협찬받아 달라는 전화도 엄청 걸려 왔었지. 헌터용 장비가 아닌 브랜드 상품 걸치고 전투하라니 미쳤냐는 소리를 곱게 순화시켜 말해 줬더니 인터뷰 때만이라도 입어 달라나.
“아무튼 정말 죄송합니다. 리에트만 아니었으면 주말에까지 나오실 필요 없으실 텐데. S급 헌터가 끼어들어 버렸으니 근무… 하셔야겠죠?”
[리에트 헌터의 일이 아니었다더라도 현장 대기하고 있을 예정이었습니다.]“…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세성 길드장 놈을 제가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는데.”
“천만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나도 책임이 있는 만큼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업무 관련 대화가 조금 더 오간 뒤 내일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고개를 들자 보이는 하늘이 어둑하다.
“아, 모기.”
옥상정원에는 여전히 날벌레가 많았다. 손을 휘휘 젓다가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역시 이대로는 안 돼.’
짜증 나지만 참고 부탁하자. 연락처 목록에 들어가 ‘망할 스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 크게 벌려 놓고 혼자 한가하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를 받는다.
[드디어 화가 풀리셨습니까.]“…일단은요.”
[사과의 선물에 답장 한 번 없더니 무언가 아쉬울 일이 생긴 모양이로군.]“사과의 선물은 무슨 개…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니 조금쯤은 굽히자.
“…선물 잘 받았어요. 답장을 못 해 드려 죄송합니다.”
헌터 협회에 있던 나와 송태원 앞으로 3분 간격으로 꽃바구니 배달을 줄줄이 보내는 미친 짓 참 잘 받았다. 퀵배달원은 안까지 들어올 수 없고 우리 둘은 외부 유출 불가 일을 하는 도중이어서 직접 연락 대신 방송이 광광 잘도 울려댔지. 반드시 육성으로 전해 듣게 해 달랬다는 메시지 죽이더라. 감동의 쓰디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와중에 송태원은 흔들림 하나 없이 태연한 얼굴이라서 살짝 존경스러워졌다. 하긴 나보다 3년이나 더 오래 저 인간을 상대… 아, 갑자기 또 눈물 날 거 같네.
[이런, 또 한유진 군의 귀여운 아이들 때문인 모양이로군. 이번에는 노아인가.]“가끔은 눈치 없는 척도 좀 하시… 아뇨, 정말 예리하십니다. 대단하셔요.”
일단 아부를 해 보았는데 내가 들어도 참 성의 없는 목소리였다.
“별로 힘든 일은 아니고요, 쉬운 일인데.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내가 말한 부탁의 내용에 성현제는 약간 어이없어하는 웃음을 흘렸다가 들어주겠노라 대답하였다. 정말로 어려운 건 아니니까.
통화를 끊고 고개를 돌려 빌딩 쪽을 올려다보았다. 저만치 건물 꼭대기에 희미한 금빛을 발하는 물체가 웅크리고 있었다. 오라고 손짓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훌쩍 뛰어내린다. 활짝 펼쳐진 금색 날개가 은은한 빛을 뿌리며 내 앞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왜 드래곤 모습을 하고 있어요?”
내 물음에 노아가 목을 약간 기울이며 대답했다.
– 비행 연습을 좀 더 할까 싶어서요. 블루만큼 능숙해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타고난 날개부터가 다른걸요. 그리고 지금도 충분합니다. 너무 걱정 말고 일찍 들어가서 푹 쉬세요. 잘될 겁니다.”
이길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부담이 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자신은 있었다. 모든 일이 생각대로, 예상대로 되는 건 아니라지만 준비는 충분했다.
내밀어 온 머리를 습관적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연회색 눈을 가늘게 뜨며 노아가 미소 지었다.
– 네. 좋은 밤 되세요, 유진 씨.
내일 뵈어요, 하고 다시금 용이 날아올랐다. 빌딩 쪽으로 멀어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도 정원을 떠났다. 으, 모기.
* * *
제1회 한국 A급 헌터 랭킹전의 날이 밝았다. 떠들썩하고 흥분하고 다들 신나 보였다. 휴대폰 속의 방송에서는 말이다. 정작 경기장은 휑했다. 그냥 산 아래 허허벌판이었으니까.
하늘에는 촬영용 드론이 십수 대 떠다니고 있었다. 다만 이쪽을 향해 오는 카메라는 없었다. 촬영을 원치 않는 S급 헌터도 있으니 거슬리면 무심코 부숴 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해 둔 덕분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경기장 근처에는 사람도 몇 없었다. 만약을 대비한 힐러 한 명과 힐러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계 A급 헌터 둘, 드론 관리를 맡은 역시나 방어계 A급 헌터 셋뿐이었다. 그 외엔 주인공인 노아와 리에트를 비롯해 유현이, 예림이, 성현제가 다였다.
다른 대회 관련자들은 전부 상급 헌터 훈련소에 있었다. 랭킹전 참가자인 A급 헌터들을 비롯해 각종 콩고물 주워 먹고 싶어 하는 인간들, 방송국 관계자들, 그리고 묵묵히 대기 중일 송태원까지.
지금 티브이 방송에서 나오고 있듯이 그쪽은 무척이나 떠들썩할 것이었다. 괜히 흥분해서 사고는 치지 마라, A급들. 주말 근무 중인 공무원 과로하게 만들지 마.
“형, 선크림 두세 시간마다 덧발라 주는 게 좋대.”
유현이가 선크림을 꺼내들며 말했다. 처음 예림이가 나한테 발라 줄 때에는 뭐 하는 거냐는 눈빛이었지만, ‘아저씨는 F급이니까 관리 잘 안 해 주면 피부암 걸릴 수도 있거든!’이라는 말에 둘이 같이 꼬박꼬박 챙기기 시작했다.
선크림 없이 천 년 넘게 살아온 인류인데 뭘 새삼… 이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애들이 챙기고 싶다니 어쩌겠냐. 귀찮긴 해도 얼굴 정돈 대 줘야지. …목에 손에 팔다리까지도 뭐.
“슬슬 시간 됐지. 예림아, 부탁할게.”
“네!”
대답과 함께 예림이가 창을 꺼내 들었고, 미리 퍼다 놓았던 물들이 솟구쳤다. 얼음처럼 물도 만들어 낼 수 있긴 하지만 그러려면 마력 소모가 더 크다.
치솟은 대량의 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경계선을 대충 그어 놓은 경기장 양끝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둥글게 굽어지고 휘어지며 화려한 모양새의 입구를 만들고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여름 햇살 아래에 얼음의 통로가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드론이 빙글빙글 돌며 그것을 촬영했다.
“역시 저 정도는 있어야지.”
노아 씨 첫 전투 방송인데 아무것도 없는 흙바닥에서 시작해서야 되겠냐. S급 랭킹전도 다 부서질지언정 시작은 화려하게 했다.
현장은 고요했지만 현장을 비추는 방송에서는 배경음악이 빵빵하게 깔렸다. 휴대폰으로 방송을 확인하면서 리에트와 노아를 향해 손짓했다. 기다란 장검을 일부러 허리춤에 비스듬히 찬 리에트가 씨익 웃고는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광택 도는 검은색 가죽 워커가 얼음길 위를 내디딘다. 둥글게 굽어진 통로를 반쯤 들어선 그때.
화르륵!
아래에서부터 불길이 치솟았다. 미리 가 있던 이린이다. 새빨간 불꽃이 크게 부풀어 오르며 얼음을 녹이고 리에트를 휘감았다. 열기에 흔들리는 짧은 흑발과 불길의 심장처럼 빛나는 황금색 눈동자.
뜨거운 불에도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고 녹아내리는 얼음 사이로 태연히 걸어 등장하는 그 모습이 웅장한 배경음과 함께 전파를 탔다. 여러 이유로 생방송은 아닌지라 현장보다는 조금 늦었다.
조그만 휴대폰 화면인 것이 아쉬울 정도로 화려한 자태를 선보인 리에트가 걸치고 있던 코트, 실레키아의 날개를 높이, 멀리 내던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S급 프리헌터, 흑룡 리에트!]그 모습과 함께 리에트를 소개하는 자막이 크게 박혔다. 실레키아의 날개는 물론 대기하고 있던 A급 헌터가 재빠르게 회수했다. 협조해 주신 성현제 씨에게 1감사.
드론들이 일제히 방향을 돌리고 이번에는 반대쪽 얼음 통로를 비추었다. 여유만만한 리에트와 달리 약간 긴장한 기색의 노아가 화면에 비춰졌다. 그의 시선은 반대편에 비스듬히 서 있는 누나에게 붙박혀 있었다.
걸음이 옮겨지고 역시나 통로의 중간 즈음에 다다랐을 때였다.
쿠르릉!!
번개가 쳤다. 수백 가닥으로 나누어진 빛이 얼음을 휘감으며 눈부시게 번쩍인다. 모두의 시야가 가려진 그 찰나.
콰지직─!
황금색 한 쌍의 날개가 넓게 펼쳐지며 빛이 감도는 얼음을 산산이 깨부쉈다. 수천 개의 보석과도 같은 얼음 조각이 흩뿌려지는 가운데, 금빛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닥에서부터 다시 빛이 튀어 오르고,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전류에 휘감긴 드래곤이 태양의 화신처럼 높게 날아올랐다. 재빠르게 로우앵글로 촬영된 그 모습이 숨 막히도록 환상적이었다.
‘역시 성현제에게 부탁하길 잘했어!’
잘 어울릴 줄 알았다! 최고다! 협조해 주신 성현제 씨에게 2감사. 예약녹화 잘되고 있겠지? 혹시 몰라 도하민에게도 녹화 따로 해 달라고 부탁해 놓고 왔다.
“특수효과로 써먹히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잘하시네요. 부업 삼으셔도 되겠어요.”
공격력은 최소로 한 데다 빛 효과 조절도 완벽했다.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고, 딱 좋았어. 완벽해. 물론 우리 유현이, 이린이도 리에트에게 어울리게 불길 진짜 어울리게 잘 넣었고 예림이야 두말할 거 없는 메인이지.
[S급 남매의 동생, 전 아크 길드장 황금룡 노아 루히르!]아니, 왜 노아 소개는 남매의 동생이 먼저냐. 보조계 무시하는 건가. 이어 전투계와 보조계의 차이 탓에 노아에게는 특별한 보조 스킬과 아이템이 다수 적용된다는 설명이 떴다. 내 스킬에 대한 걸 들킬 순 없었기에 그런 식으로 변명해 두었다.
나는 여기 오기 전부터 은신 스킬을 쓰고 있는 상태라 S급들 외에는 볼 수가 없었다. 지금도 주위 A급들에게 수상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특수효과 준비용이라며 간이 파티션을 친 상태였다.
내 은신 스킬이 촬영 시에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미리 확인을 해 보았다. 정지 화면으로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작고 흐릿한 그림자가 있는 듯 없는 듯 정도의 티밖에 나질 않았다. S급 헌터라 해도 촬영된 화면은 일반인과 같은 것만 볼 수 있으니 내가 들통날 일은 없었다.
누군가 이상하다는 의문을 제기한다면 노아가 받은 보조 스킬 효과 중 하나라고 하면 그만이고.
“그럼 다녀올게.”
“조심해, 형. 절대 무리하진 말고.”
“조심하세요, 아저씨.”
“걱정 마. 은혜 있잖아.”
혹시나 싶어 빠질 수도 있는 팔찌 대신 목걸이로 바꾸었다. 그것도 목에 딱 달라붙는 형태로. 독은 쓰지 않기로 했으니 독 저항 끄고 미리 멀미약도 먹어 두었다.
숨 한 번 깊게 들이켜고 땅에 내려서 있는 노아에게로 향했다. 계획된 대로만 하면, 승산은 충분히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