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제작자 (2)
“전 오후 늦게 강소영 헌터에게 가 봐야 할 거 같은데… 괜찮을까요?”
빌딩에 들어서던 노아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강소영의 생일이라고 했지. 전날 크루즈선 터져서 길드장은 물론 세성 자체에도 징계 떨어졌을 텐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생일 분위기가 별로겠구나.
“네, 당연히 괜찮죠. 다른 헌터들도 많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예림이는 외출 중이지만 유현이는 바로 옆 건물에 있고, 성한 씨도 있다.
“노아 씨야말로 괜찮겠어요? 리에트도 있을 것 같은데, 껄끄럽지 않을까요?”
“어제 일 때문에 제대로 모이는 건 힘들어서요. 따로 보기로 했어요. 강소영 헌터가 아는 사람이 대부분 상급 헌터다 보니 시간을 나눠서 방문할 예정입니다.”
아, 하긴 그렇구나. 예림이와 문현아도 강소영과 친해 보였으니 생일 축하해 주러 갈 텐데, 그랬다간 S급 헌터만 벌써 네 명이다. 어제 일 직후에 그렇게 모이는 건 눈치 보이다 못해 송 실장님 위장 상하는 짓이지.
…근데 둘이서 따로 만나는 건 데이트 비슷한 거 아닌가. 반사적으로 노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 두 사람도 꽤 잘 어울리긴 하지. 비록 노아가 벽치고 있지만 생일이라고 가 주겠다는 거 보면 아주 싫은 건 아닌 모양이고.
‘뭣보다 소영 씨가 좋다니까.’
코메트 때문에 강소영과 간간이 마주쳤지만 솔직히 유현이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형으로서는 가슴 아프지만 회귀 전의 염문이 단순한 찌라시였나 싶을 정도였다. 유현이도 강소영 이야기는 꺼내질 않고.
“노아 씨는 뭘 입어도 귀엽, 멋지지만 이왕이면 깔끔하게 차려입고 가세요.”
“네? 네.”
“생일이면 역시 꽃다발이죠.”
“…꽃이요?”
“노아 씨가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있으면 분명 잘 어울릴 거예요.”
붉은색 장미 꽃다발 같은 거 품에 가득 찰 정도로 커다랗게 만들어서. 진짜 찰떡이네. 옷은 역시 하얀색 정장… 은 너무 나갔나. 이건 결혼이나 약혼, 최소 프러포즈 수준이고.
지금부터 얼른 준비하러 가라며, 해연 쪽 도움받아도 된다며 등 떠밀어 보내곤 혼자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명우에게 전화를 걸어 봤지만 휴대폰이 침수로 망가졌는지 받지 않았다.
빌딩 꼭대기에 있는 거주지엔 엘리베이터로 한번에 올라갈 수 없었다. 중간에 한번 보안 시설을 거치고 갈아타도록 되어 있었다. 위쪽 3층을 전부 주택으로 리모델링했는데 아직은 반의반도 차지 않았다.
명우의 집은 가장 위층의 일부로 그리 크지는 않았다. 작업실도 따로 있고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황금대장간도 있으니, 넓어 봤자 번거롭기만 하다며 주방만 크게 빼 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벨을 누를까.’
문 앞에 서서 망설였다. 비밀번호를 알고 있지만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인댔으니 막 들어가기 좀 그랬다. 하지만 새삼 벨 누르는 것도 이상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문이 열렸다.
“들어오지 않고 뭐 해?”
“어? 아니.”
평소와 별다를 거 없어 보이는데. 삐약이를 머리 위에서 내려 들며 안으로 들어갔다. 명우 집에는 마석이나 마석 가루가 종종 굴러다니고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집 크기에 비해 넓은 거실에 햇빛이 들이비치고 있었다. 소파에 앉자마자 삐약이가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삐약삐약!
“안 돼. 밥 먹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잖아.”
-삑! 삐약!
테이블 위의 마석을 향해 날갯짓하는 게 꼭 어린애가 달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조그만 날개를 한껏 빼어 파닥파닥거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순간 넘어갈 뻔했다. 하지만 안 되지. 저거 A급 마석이야, 삐약아.
“자, 이거 먹고 참아.”
인벤토리에 있던 D급 마석 조각을 부리에 물려 주었다. 여전히 테이블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지만 잠시나마 조용해졌다.
“어제 말이야.”
주전부리를 들고 오는 명우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꺼냈다.
“대장간에서 다른 헌터들이 많이 거슬리게 굴었어?”
“그다지.”
그릇에 담긴 것은 가늘게 썬 육포와 말린 과일이었다. 잘라 놓은 사과와 비슷하지만 속살이 붉다. 감 같지도 않고, 뭐지.
“던전에서 나온 과일이야. 식용 가능 판정받은 거라 만들어 봤어. 이거면 인벤토리에도 들어갈 테니까.”
“육포도?”
“그건 아니고. 식용 가능한 몬스터도 있다곤 하지만.”
등급이 높을수록 독성을 품은 경우가 많지만 하급은 평범하게 맛있는 몬스터도 있었다. 아직은 거부감이 클 때지만 나중에는 고급 식재료로 팔린다. 인벤토리에 저장이 가능하니 던전 공략용 식품으로도 많이 쓰였고.
지금도 던전 공략 때의 식수는 던전에서 공수한 물을 주로 가지고 다녔다. 마켓에서 병값 포함, 500ml 한 병에 만 원이다. 던전 부산물인 병에 물 운반비에 검사 및 힐러 정화 비용 생각하면 싼 거라나 뭐라나.
“맛있다, 이거.”
명우가 준 게 뭔들 안 맛있었냐만 단순히 과일 말린 건데도 맛있네. 육포도 부드럽고 잘 구운 고기 맛이 났다. 내가 먹어 본 것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 아예 카테고리 자체가 다르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노아 씨가, 고자질은 아니고 네가 걱정되어서 한 말 같던데, 기분 상한 거 같았다고 해서.”
“기분이 좋을 리가 없잖아.”
육포를 먹다 말고 명우 쪽으로 눈을 돌렸다. 소파에 기대 앉아 있는 명우와 시선이 마주쳤다. 목소리만큼이나 표정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네게 은혜를 만들어 준 것이 후회됐어.”
“…응?”
“나는 유진이 너를 지키고 싶어서 은혜를 만든 거지, 스스로의 안전을 내동댕이치라고 만든 것이 아니야.”
“그건…….”
“은혜가 없었으면 너도 나서지 않고 대장간으로 피했겠지.”
그야 그랬다. 당연히 피했을 거다. 나를 보호할 수단도 없이 무모하게 굴 정도는 아니니까.
“지키고 싶은 사람은 밖에 내버려 두고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 달가울 리가 없잖아. 심지어 그게 내가 만든 아이템 때문이라면.”
“네 잘못은 절대 아니야!”
황급히 말했다.
“네 도움을 얼마나 많이 받고 있는데. 게다가 내가 부탁한 대로 만들어 준 거잖아. 솔직히 은혜를 믿고 위험한 일에 나선 적이 여러 번 있긴 했어. 하지만 명우 네가 만들어 준 아이템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무사히 앉아 있기 힘들었을 거야.”
설사 내가 얌전히 살았다 해도 저주독룡종의 왕, 디아르마가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을 것이다. 유현이에게 있어 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알아챈 뒤였으니까. 결국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테고, 피해 무효화 아이템 없이는 용인종을 쓰러뜨리기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명우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유진이 너야만 할까.”
“…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어. 사육 시설 안에서 안전히 보호만 받아도 될 텐데. 나를 포함해 그러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고,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그건, 내가…….”
내가 되찾아야 할 것이 있고. 그리고. 받은 것이 있으니까. 내 스킬들은, 지금 내게 있는 대부분의 스킬들은…….
“…말했었잖아. 던전 난이도가 올라갈 거고, 그걸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그리고 웬만하면 나도 몬스터나 키우긴 할 거야.”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명우는 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내 표정을 살피곤 입을 다물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머릿속에 떠오르려 하는 생각을 억누르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말했다.
“별일 없으면 던전에 잠시 가지 않을래?”
배구공이 준비해 주겠다는 거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물어볼 것도 있고. 그리고 명우도 한번쯤 배구공을 만나 보는 게 괜찮을 것 같았다. 이스무아르와 대장간에 관련해 시스템 설명을 대략 해 주긴 했지만 직접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를 테니까.
대장장이는 구출 대상일 거라는 해파리의 말도 걸리고. 확실하게 알아보는 게 좋겠지.
“하급 던전으로… 잠시만.”
해연 쪽에 연락해 관리 중인 하급 던전 중에 바로 입장 가능한 게 있냐고 물었다. 길드 관리하의 던전이면 입찰 절차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
E급 하나가 있다고 해 공략 부탁을 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동생이었다.
[던전 들어가려고?]“어. 명우랑. 그 배구공도 만날 겸.”
E급이니 둘만으로도 별문제 없겠지만 혹 모르니, 노아는 안 되고. 예림이도 안 되고. 이어 자연스럽게 성현제까지 떠올랐다. 이제는 빼놓아야 하는데 자꾸 끼어드네. 예전 같았으면 성현제한테 전화해서 던전 하나 내놓으라고 했을지도 모르지. 말 한마디 하면 알아서 준비해 주고 데리러도 왔을 테고.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으니 한동안은 계속 떠오르겠구먼.
“피스에 블루도 데리고 갈까 싶어. 벨라레까진… 괜찮을 테고. 둘이면 충분하겠지.”
벨라레는 아직 어리고 은근 빨라서 혹 흥분해 날뛰면 명우가 다칠 수도 있다. 명우에겐 독저항이 없으니까. 내가 바로 해독해 준다 해도 위험할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게 좋지.
[나도 갈까?]“괜찮아. 지금 MKC 관련 일 하고 있는 거 아니냐. 아이템 시험도 해 봤다며.”
[그렇긴 한데.]“저녁 전에 올게. 너무 걱정하지 마.”
유현이가 조금 머뭇거리다가 알겠다고 대답했다. 전처럼 안 돼부터 나오진 않았지만 걱정되는 건 여전한 모양이었다.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니까.
이내 해연에서 연락이 와 던전과 차량을 준비시키겠다고 했다. 블루도 같이 가기에 짐 싣는 공간이 넉넉한 승합차가 왔다. 아직은 이 정도로도 괜찮지만 좀 더 크면 화물 트럭이 필요할지도.
‘나도 차량과 운전기사를 마련해 둬야 할까.’
그 정도는 해연과 계약하는 식으로 해도 될 것 같지만. 지금처럼 전화 한 통 해서 부탁하는 게 아닌 제대로 된 계약을 체결해야겠지.
그 전에 회계나 경리도 필요할 테고. 지금은 내 자산도 머릿속에 제대로 입력되어 있질 않았다. 사육시설 등록은 또 어떻게 되어 있지. 해연에 맡겨 놔서…….
‘내가 다 할 순 없고 역시 사람이 필요해, 사람이.’
던전 갈 준비가 되길 기다리는 사이 도하민에게 사람 좀 찾고 싶다고 말해 두었다. 아쉽게도 폰을 바꾼 지 얼마 안 되었는지 도하민의 능력으로는 찾을 수 없어 자기가 아는 믿을 만한 흥신소와 연결해 주겠다 하였다.
그 외에도 더 사람을 고용해야 할 터였다. 단숨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E급 던전 건물 안으로 들어가 게이트에 노크를 세 번 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블루가 풀쩍 뛰었다.
-꺄아우!
밟히는 눈에 화들짝 놀라는 눈치더니 공중에 흩날리는 눈발을 향해 앞발을 휘두른다. 놀란 것도 잠깐이고 첫눈을 본 강아지처럼 신이 났다. 내 옆에 선 피스가 그런 블루를 보며 꼬리를 탁 털듯 흔들었다. 어째 한심해하는 것 같다.
“춥지 않아?”
“이 정도는 괜찮아.”
준비해 온 겉옷을 걸치지도 않고 명우가 말했다.
“그런데 여기… 좀 특이하네.”
“일반적인 던전은 아니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명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주위를 살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 내다니.”
“응?”
“일종의… 건물이나 아이템처럼 말이야. 나도 다 알아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까지 만들 수도 있구나.”
뭔 소리지. 그때 배구공이 통통 튀어 왔다. 블루가 하얀 공을 발견하곤 기뻐하며 덮치다가 퉁 튕겨져 나갔다.
-꺅!
[허니! 오늘은 대장장이도 있네요! 안녕하세요!]배구공이 명우에게로 다가가 빙글빙글 돌았다.
“이건…….”
[신입입니다! 제가 여길 만들었어요!]“아, 그러시군요.”
명우가 정중하게 말했다.
“솜씨가 대단하십니다.”
[그렇죠? 이런 건 잘한다고 선배들도 놀라워하더라고요.]어깨가 있다면 으쓱거릴 투로 신입이 말했다. 전에 날 위해 여길 마련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둘의 대화를 듣자 주위 풍경이 새삼스럽게 비춰졌다. 그냥 눈 내리는 숲인데 만들었다니. 정확히는 이 공간 자체를 저 배구공이 만들어 낸 거겠지.
‘우리도 촬영용 세트장 같은 건 만들긴 하지만.’
그런 것의 초월적인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느낌일까. 그런데 명우는 어떻게 한눈에 만들었다는 걸 알아차린 거지.
[저기 허니, 아직 약속 기간 전인데 무슨 일이에요?]내 주위를 막으며 신입이 말했다. 독촉받는 하청업자라도 되는 듯 주눅 든 티가 났다. 가만 보면 배구공 녀석 특이하다니까. 나보다 한참 강하고 위에 있는 존재일 텐데 다른 패륜아들보다 뭐랄까, 인간적인 느낌이다.
…유현이에 대해서 말했을 때를 제외하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내 가슴의 마석 말이야. 성현제, 체인의 파편 일부가 들어갔는데 진짜 아무 영향 없는 거 맞아?”
내 물음에 배구공이 고개를 갸웃하듯 움직였다.
[네. 극히 일부니까요. 영향을 못 주는 게 보통이에요. 체인이 인간이 맞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