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이상현상 (2)
푸르르, 피스가 몸을 거칠게 털었다. 털끝에 매달린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가만히 있어야지.”
– 끄앙.
“금방 말려 줄게.”
부드러운 수건으로 피스를 감싸며 드라이기를 꺼냈다. 피스가 꿍얼거리며 내 손을 핥았다.
“혼자 털 말릴 수 있다니까.”
욕실에서 나온 유현이가 투덜대듯 말했다.
“그래도 피곤할 텐데 또 마력 쓸 필요 없잖아. 피스는 털 금방 말라. 금방 끝나. 너도 머리 말려 줄까?”
“응.”
“거기 앉아 있어.”
동생이 얌전히 의자에 앉고 재빠르게 피스의 털을 마저 말렸다. 어째 털이 평소보다 더 빠지는 거 같은데. 이제 9월이니까 슬슬 털갈이할 때가 되었구나.
그래도 여름털에서 겨울털로 바뀔 땐 털이 덜 빠졌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는 게 문제지. 동물병원 알바할 때 털갈이 중인 중형견이 왔었는데 속의 솜털이 손댈 때마다 무더기로 빠져나왔었다.
로봇청소기를 두어 대 더 들여놓아야겠군. 테이프클리너도 더 사고. 피스를 놓아주고 유현이에게로 다가갔다.
“어릴 때는 내 앞에 앉혀 놓고 머리 말려 줬는데.”
둘 다 앉아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동생만 앉고 나는 일어서야 했다. 젖어서 곱슬기가 더 강해진 머리카락을 새 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요새는 종종 머리칼을 펴고 다니지만 어릴 땐 그대로 두어서 정말 귀여웠지.
수건을 치우고 드라이기를 가져와 마저 잘 말려 주었다. 내 동생이지만 역시 잘생겼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하는데, 원래도 잘난 동생이 잘나다 못해 완벽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냐.
“다 됐다. 졸리지? 얼른 자.”
둘이 같이 자도 좋을 텐데. 유현이는 피스를 영 자기 방에 들이려 하질 않았다. 털 때문인가.
“안 나갈 거지?”
유현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가긴 어딜… 아, 소록이 간식 주려다 말았는데. 주방 바구니에 든 말린 과일은 먹으면 안 된다. 몬스터용이야. 사람은 식용 가능 판정 아직 안 내려진 과일이 대부분이라.”
“…몬스터 먹을 과일도 직접 말려?”
“양이 너무 많아서 명우한테 부탁하고 있어. 이스무아르 덕에 마르기도 금방 잘 마르고 과일 다듬는 것도 장난 아니더라. 난 쫓아도 못 가겠어.”
귀하신 몸에게 그런 부탁한다는 게 무척이나 민망했지만 내가 직접 소록이용 간식 만들다가는 다른 일은 하나도 못 할 판이었다. 단단하고 손질 까다로운 과일도 많아서 명우가 하면 1분 컷인 게 내 손에서는 한 시간 넘게 걸리기도 했다.
소록이 간식만 주고 오겠다고 하자 동생이 따라 일어났다.
“나도 같이 갈게.”
“금방 갔다 온다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혹시라도 뭐.”
“…형 혼자 배구공 찾아갈지도 모르잖아.”
그게 걱정이었나. 물론 가 보고 싶긴 했다. 특히나 예림이가 염려되어서.
“걱정 마. 절대 혼자 안 간다. 예림이도 내일쯤 되면 나오지 싶은데 뭐.”
고작 하루도 못 기다릴 정도 아니라며 걸음을 옮기자 동생 놈이 졸졸 따라왔다. 피스도 따라붙고 거실을 지나면서 삐약이와 벨라레까지 줄을 지었다. 이것 참.
하는 수없이 품에 안고 머리에 이고 손목에 감고 집을 나섰다. 과일 바구니는 유현이가 들어 주었다.
“소록아.”
– 삐애애앵!
사육실 정원에 늘어져 있던 소록이가 우리를 보자마자 후다닥 뒷걸음질 쳤다.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 거 처음 봤다. 유니콘들은 다가오긴 했지만 머뭇거리는 눈치였다. 피스가 문제인가 유현이가 문제인가. 피스를 유현이에게 넘기… 려고 했지만 받아 안을 생각이 없어 보여 그냥 바닥에 내려놓았다. 과일 바구니를 들고 나만 다가가자 소록이가 짧은 꼬리를 실룩거렸다.
코끝을 킁킁대며 과일을 잘도 받아먹는다. 유니콘들도 두어 개씩 얻어먹었다. 하루 다섯 개 이상 주지 말고 가능한 산책 보상으로 쓰라고 담당 헌터에게 말해 둔 뒤 바구니를 건네주고 사육실을 나섰다.
“이젠 정말로 자라, 둘 다. 나도 딱히 나갈 일 없어.”
할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시선은… 단순히 신입이나 다른 시스템 관리자가 살펴본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거 말고는 별일 없었다고 했고.
하지만 내가 거실 소파에 앉자 유현이도 피스도 또 따라붙었다. 안 자냐. 피스야 내 무릎 위에서 자도 되지만.
“스물이나 먹은 애가 어째 어릴 때보다 더 달라붙는 거 같냐.”
“안 돼?”
“안 될 거야 없… 아니, 안 되지. 한가하면 나가서 친구도 좀 사귀고 연애도 하고. 말 나와서 말인데 유현이 너, 관심 있는 사람 진짜 없어?”
스무 살이면 연애 한두 번쯤은 해 봤을 나이 아니냐.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이성 없냐고 물으며 TV를 켰다. TV 속 사람들이 유현이의 공략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없어.”
“진짜 한 명도?”
유현이가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는 느릿이 입을 열었다.
“꼭 다른 사람을 좋아해야 해?”
“…응?”
“나는 잘 모르겠어. 어떻게 좋아해야 하는지. 형만 빼고.”
…예전에 패륜아들이 해 준 말이 떠올랐다. 태생 S급은 동족과 잘 섞이지 못한다고. 단순히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도 힘든 것일까. 하지만 리에트는 아닌 것 같았는데. 성현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진심인지 연기인지 헷갈려서.
“적어도 나는 좋아한다는 거잖아.”
“응.”
“그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형만큼 날 좋아해 주는 사람은 없는 걸. 형은, 좀 달라.”
“야, 왜 없어. 그런 소리 하지 마.”
자신감 없는 소리에 괜히 속상해졌다. 부모님의 냉대 때문인 걸까. 대신해 주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영향이 가지 않을 순 없었겠지.
“너 좋아하는 사람 많아. 해연에서도 너 아끼는 사람 많잖아. 피스랑도 잘 맞지 않아? 예림이도 나름 유현이 너 꽤 챙겨 주던데. 잠옷도 사 줬잖냐. 너도 예림이는 신경 써 주고 있고. 안 그래?”
“박예림이야 뭐… 나쁘진 않으니까. 피스도, 잘 맞기는 해.”
“그 정도면 소소하다 해도 좋아하는 거 맞지 뭐. 좋아하는 게 별거냐. 눈에 자꾸 들어오고 챙겨 주고 싶고 계속 알고 지내고 싶으면 호감 있는 거지. 그렇게 시작해서 점점 커지는 거고.”
단숨에 푹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천천히 알아가고 쌓아가는 호감도 있다.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 단단하게.
“그리고 나만큼, 나보다 더 널 좋아해 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없을 거 같은데.”
“있어. 세상 일 모르는 거야.”
태생 S급이라 힘들다곤 해도 모를 일이다. 강소영도 스킬 덕분에 거부감 전혀 없이 리에트와 잘 지내고 있으니까. …유현이도 용종 칭호 얻으면 가능성 있을 거 같은데. 아니면 정령 관련이나 화 속성 관련 스킬이라거나.
“난 세상 모든 사람이 유현이 널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예림이도 그렇고.”
둘 다 사랑받을 만하잖아. 실제로도 인기 많기는 하지만 욕심은 더욱 컸다.
“역시 제일 좋은 건 널 아주 많이 사랑해 주는 사람과 함께하는 거지만. 너도 상대방을 좋아해야겠지만 그 이상으로 널 좋아해 주는 사람이어야 해. 아니면 난 반대다.”
단순한 연애도 더 사랑받는 쪽인 게 좋지만 결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유현이는 물론이고 예림이도. 애들이 둘 다 부모가 없어서 책잡힐 가능성도 큰데 마음까지 더 주면 절대 안 되지.
순간 그동안 들었던 각종 불행한 결혼에 대한 이야기와 집안 문제에 회귀 전 봤던 막장드라마까지 줄줄이 떠올랐다. 애들 결혼 말까지 나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속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진짜 안 돼. 너희 둘 다 반드시 목숨 걸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만약에 짝사랑이거나 상대가 가벼운 마음가짐이면 진짜, 정말로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반대다. 예림이는 너무 어려서 더 걱정되네. 주위에 이상한 놈 없겠지.”
“걱정하지 마, 형. 박예림도 이상한 놈한테 걸리면 내가 조용히 처리할게.”
예림이까지 신경 써 주겠다는 말이 너무 기특했다. 그래, 동생 잘 챙겨야지. 그런데 언제 잘 거냐. 무릎 위의 피스는 이미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들었는데.
결국 유현이는 소파에 구겨진 채 잠이 들었다. 편하게 들어가서 잘 것이지.
그날 저녁은 물론이요, 다음날에도 예림이는 나오지 않았다. 게이트도 그대로라 무사한 것은 확실했지만 슬슬 걱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하나는 경험이 적고 다른 하나는 상급 던전 초행이라고 해도 S급이 두 명이다. A급 던전 정도면 나흘 이내에 끝낼 구성이었다.
심지어 블루는 비행 속도 빠른 기승수고 예림이는 광역 공격 스킬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데.
“진정해, 형. 어차피 그쪽도 닫힌 던전에 들어가게는 못 해 줄 거야.”
유현이가 내 뒤를 바싹 따라붙으며 말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방법이 있을지도.”
“방법이 있으면? 분명 대가가 필요할 텐데 형이 또 무언가 내어주는 건 박예림 헌터도 바라지 않아.”
않을 거야도 아니고 확신하고 있구나. 하지만 얌전히 있기엔 너무 불안했다.
“너 혼자라서 불안하면, 그럼.”
마침 건물 밖으로 나왔기에 빌딩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최근의 노아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실내에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은 빌딩 옥상에 드래곤의 모습으로 올라앉아 있었다. 인간으로 변하며 날아 내려온 노아가 나와 유현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세요, 유진 씨?”
“혹시 시간 되면 같이 던전 안 가실래요? 노아 씨가 동행하면 괜찮겠지?”
보조계긴 해도 S급에 전투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니까.
“저야 물론 괜찮─”
“안 돼.”
내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온 직후,
“큭─!”
노아의 목이 붙잡혔다. 유현이의 손이었다. 순식간에 노아의 뒤로 이동한 유현이가 그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노아 또한 얌전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아, 수화한 손으로 한유현을 공격하려 했으나 그보다 빠르게 손목마저 붙잡혔다.
노아의 자유로운 남은 손에는 어느새 이린이 올라탄 채였다. 불꽃을 일렁이는 도마뱀 몸 아래로 용의 비늘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
“유현아!”
“짐만 될 뿐이야.”
“야, 너보다 강한 헌터가 몇이나 있다고!”
“박예림 헌터가 나오면 큰 강이나 호수가 있는 던전으로 들어가면 돼. 자리만 잡고 나면 나도 쉽게 못 건드려. 하지만 노아 헌터는 다르지.”
노아가 분한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반박지는 못했다. 유현이가 마음만 먹는다면 노아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이었다. 독은 불로 막을 수 있고 드래곤으로 변해 비행한다더라도 도망치는 것 이상은 불가능할 터였다.
푸른 천둥새의 예장을 쓰면 속도까지 상승해, 접근한 순간 끝난다. 능력치 차이가 크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리에트 때도 그래서 계속해서 도망쳤었고.
“블루는 장난기 많다면서. 노느라 공략이 늦춰지는 걸 수도 있어. 박예림 팀 첫 공략이니 합을 맞춰 보느라 일부러 느리게 진행할 가능성도 있고.”
노아로부터 손을 떼고 한 걸음 물러나며 유현이가 말했다. 이린이 스르륵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확실히 블루는 몬스터를 가지고 노는 걸 더 좋아해서 저번 던전에서도 공략이 늦어지긴 했지만…….
“…알았어. 노아 씨, 죄송해요.”
“아니에요. 제가 부족한 건… 사실이니까요.”
노아가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옆으로 물러나 섰다. 유현이를 힐끔 쳐다보았다가 한숨 섞어 말한다.
“…역시 저도 던전 공략을 주기적으로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노아의 말에 괜찮다고 대답하기 전에 유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바람직한 생각입니다. 노아 헌터가 이곳을 지켜 주는 것은 고맙지만 계속 자리보전하는 건 아까운 일입니다. 저나 박예림 헌터가 머물고 있을 때는 던전에 들어가십시오.”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유진 씨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뇨, 지금도 충분히 도움이, 야, 한유현. 처음부터 곱게 말로 하지.”
손부터 대고 보냐. 노아 씨 기가 팍 죽어 버렸잖아. 내 타박에도 유현이는 아무렇지 않게 노아에게 말했다.
“간단한 대련 정도는 도와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련이라니, 그거 좋다. 사실은 노아를 신경 써 주고 있는 거였나.
결국 하루 더 얌전히 기다리기로 하고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다음 날, 던전에서 나온 것은 예림이가 아닌 성현제였다. 예상보다 빠른 소식에 나는 곧장 성현제가 들어간 던전으로 향했다.
“저는 괜찮으니까 들여보내 주세요.”
내 말에 세성 길드원이 곤란한 얼굴을 했다. 성현제는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였다.
S급 던전 건물이 세워진 곳은 서울 중심부의 번화가였다. 보통 상급 던전 주위로는 사람들이 머물길 거부해 근처가 통으로 한산해졌지만, 이곳은 달랐다. 던전 바로 부근만 시세가 떨어졌을 뿐 북적이는 거리는 전과 별다를 바 없었다.
던전이 생긴다고 죄다 텅 비면 남아나는 곳이 없을 테니까. 대신 이런 경우에는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썼다. 그래서 세성에 던전이 맡겨지기도 하였고.
“별문제 없다고 연락도 왔었다면서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 연락이, 길드장님으로부터 직접 들어왔습니다.”
세성길드 공략팀이 공략을 마치면 보통 한 시간에서 두 시간가량 대기하였다가 밖으로 나온다고 했다. 별달리 흥분한 사람이 없어도 그게 기본 수칙이었다.
성현제가 포함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라 공략 직후 길드에 연락을 하고 대기하는데, 그 연락한 사람이 길드장 당사자라고 했다. 팀원 중 한 명이 아니라.
다시 말해 다른 팀원이 길드장 대신 연락을 넣을 상태가 못 된다는 뜻이었다.
“단순한 변덕이실 수도 있지만 안전을 기해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아니, 더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평소와 다르다. 즉, 성현제도 유현이처럼 이상 현상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었다. 한두 시간쯤 기다리는 거야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이미 이틀이나 기다린 탓인지 자꾸만 초조해졌다.
“괜찮으시다고 해도… 그리고 내부 상황이 어떠한지 알 수 없기에 해연길드장님께선 절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유현이가 미간을 좁혔다. 나야 S급이 아니라 C급만 되어도 꼼짝 못 하지만 유현이는 아니니까.
“그냥 기다리자, 형.”
“하지만.”
전화라도 해 볼까. 받으려나. 여기서는 듣는 사람이 많아 제대로 이야기할 수도 없으니, 차에라도 타서 전화를 걸어 보려는데 에블린이 다가왔다.
“들어가도 괜찮지 않을까요, 한 소장님은.”
그녀가 옅게 미소 띠며 말했다.
“저희로서도 걱정되니 대신 상태를 확인해 주신다면 감사하죠.”
“형을 혼자 들여보낼 순 없습니다.”
“바로 코앞인걸요. 비상 버튼이라도 드릴까요. 그리고 여기.”
에블린이 한쪽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빙그르, 커다란 활이 나타나 그녀의 손에 자리 잡았다.
“신호를 보내시면 건물만 깔끔하게 날려 드릴게요.”
그러니 안심하고 들어가시라며, 안경 너머의 눈이 반짝거렸다. 세성길드장이 걱정된다는 건 핑계고 반쯤은 재미 같은데.
하지만 도와준다는 걸 거절할 이유는 없기에 비상 신호 버튼을 받아들었다. 유현이를 달래 놓고 은혜를 S급 수준으로 사용한 채 던전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