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일본행 (3)
한국의 박예림 VS 일본의 이와하타 가쿠토전의 일정은 대략 이러하였다.
호텔에서 회견하고, 만찬도 가지고 하루 쉰 다음, 이틀째에 시즈오카란 지역으로 이동한다. 시즈오카의 숙소에서 또 하루 머물며 경기장을 미리 확인, 적응할 시간을 준 뒤 3일째 되는 날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흑소 숲에 가서 스태미너 포션 재료 가지고 나와서 귀국하면 된다는 거지.’
대결 후의 관광 일정도 있었지만 일본이 지면 분위기 엉망일 텐데 구경은 무슨, 바로 돌아가야지. 스태미너 포션 재료에 대해서는 당연히 한국에 돌아가서 밝힐 예정이었다. 시시온지의 태도를 봐서는 난리 치긴 할 텐데 그건 세성 길드장님께서 알아서 맡아 주시겠지.
안내된 호텔 방은 넓었다. 침실 셋에 욕실 둘, 너른 거실과 식당, 서재까지 따로 있었다. 방은 한 명당 하나씩 배정되었지만 나는 스탯 F급이다 보니 유현이와 함께 쓰기로 했다. 예림이가 불만을 표했으나 집도 아니고 밖에서까지 같은 방 쓰는 건 뭣하지. 비록 집이나 다름없이 넓다 해도 말이다.
-삐약!
호텔 방에 들어온 삐약이가 곧장 거실 소파로 향했다. 벨라레도 따라갔다. 몸을 살짝 만 보석뱀이 퉁, 튕기듯 소파 위로 뛰어 올라간다.
-삐약삐약.
삐약이가 리모컨을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일본어라 못 알아들을… 어차피 한국어도 모르나? 유현이는 내 짐까지 들고 침실로 들어가고 TV를 켜 주기 위해 서랍을 뒤지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예림이가 들어왔다.
“아저씨!”
문 자동으로 잠겼던 거 같은데. 아닌가.
“아마 길드장 말이에요.”
예림이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방금 현아 언니한테서 들었는데요, 시시오가 사자왕이라는 뜻이래요.”
“…뭐?”
“사자왕이요. 어흥.”
어, 잠깐만. 사자. 그, 길드 제복 문양도 사자 같긴, 했는데.
“…별칭도 아니고, 이름으로 쓰는 거… 였잖아?”
“근데 그렇대요.”
푸흡, 하고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무심코 새어 나왔다. 아니, 그게 뭐야. 내가 다 쪽팔린다. 진짜야? 진짜 그… 사자왕? 헌터 별명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그거? 진짜? 라이온 킹?
공항에서의 모습과 피스에게 집착하던 태도까지 떠오르자 더는 참기 힘들어졌다. 아, 미친. 사자왕 씨 얼굴 이제 어떻게 보냐. 마주치자마자 웃어 버릴 거 같아. 진짜, 크흡.
“그, 그래도, 사람 이름 가지고, 흡, 놀리면, 안…….”
“설득력 전혀 없는 표정이에요, 아저씨.”
아, 진짜. 미친. 쿠션을 들어 얼굴을 묻었다. 아니, 나이 잡술 만큼 잡수신 분이. 십 대는 절대 아니고 스물 가볍게 넘기다 못해 서른 가까워 보이는 얼굴이던데. 사자왕 씨 얼굴을 떠올리자 또다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죽겠네, 이따 만찬장도 가야 하는데. 배탈 났다고 할까.
“형?”
유현이가 거실로 나왔는지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답은 못 해 주고 대신 괜찮다고 손을 흔들었다. 예림이가 그냥 웃느라고 이러셔, 말해 주었다.
-삐약뺙!
“자, 잠깐만, 삐약아.”
리모컨을 찾아 TV를 틀어 주었다. 그러자.
[한유현 헌터의 17세 때 사진입니다!] [오오~]…뭐? 이거 분명 일본 방송일 텐데 유현이가 왜, 아니 당연히 나오겠구나. 그런데 왜 17세? 당황하며 퍼뜩 TV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 속의 사진은 멀리서 찍은 듯 작고 흐릿했다. 던전 브레이크라도 일어났는지 주위에 무너진 건물이 보인다.
TV 속의 일본인들이 떠들어 대고 읽을 수 없는 자막이 나타났다. 뭐라고 적어 놓은 거야. 이어 유현이의 예전 모습들도 사진이며 영상으로 등장했다. 저건 나도 한국에서 본 기억이… 있는 것들이었다.
[불꽃을 다루는 고등학생 S급 헌터! 대단했죠, 그때.] [저도 보자마자 완전히 푹 빠져서, 유현 군 지금도 너무너무 좋아해요!]이번에는 최근의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잠깐 멈추었던 숨을 뱉어 내고 떠들어 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어… 뭔가, 한국의 방송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거 같은데. 그보다 내 동생 대학생이다. 스무 살이라고. 왜 계속 고등학생, 고등학생 거리는 거지. 게다가 저 엄청난 찬사들은 뭐냐. 황홀할 정도로 눈부시고… 아름다운… 세기의 미청년… 아, 그. 내 동생이 잘생기긴 했다만, 네…….
…연이어지는 칭찬에 손발이 오그라들 것만 같았다. 성현제가 잘난 건 맞긴 하다만 좀 과하지 않냐. 그보다 남의 나라 헌터잖아. 왜들 저래? 심지어 싸우러 온 거니 깎아내릴 줄 알았는데.
[박예림 양! 귀여워~! 미소녀 여중생 S급 헌터! 저렇게 귀여운 얼굴로 얼음을 다룬다니, 그 차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요!]대결 상대인 예림이까지 칭찬 일색이었다. 미소녀 미소녀 거리며 부모를 잃고 꿋꿋하게 어쩌고 하는 게 민망해질 정도였다. 유현이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까지 나와서, 악.
못 참고 채널을 돌렸다.
[드래곤! 황금빛 드래곤!] [그야말로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죠! 그 옆으로는 황금 대장간의 주인이네요. 대단한 장인~ S급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황금의 손의 주인공!] [호오, 한유현 헌터의 모습도 저기 보입니다. 차가운 얼굴이에요.] [얼음 같은 미청년이죠. 아, 옆의 형을 보고-]왜 또, 미친. 다시 채널을 돌렸지만 이번에도 한국에서 온 헌터에 대해 나오고 있었다. 그나마 이 채널에서는 약간 차분하게 성현제와 문현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와, 진짜. 인기 많은 거 진짜 사실이었구나.
“TV에 저도 나온 거 같았는데, 뭐래요?”
통역 아이템이 없는 예림이가 물었다. 통역 아이템도 귀한 거라 내가 받은 거 외에 해연에 두 개가 더 있었는데, 하나는 만약을 대비해 두고 왔다. 남은 하나를 유현이와 예림이 둘이서 쓰기로 했는데 지금은 유현이가 가지고 있었다. 덧붙여 명우는 노아가 통역해 주기로 하였다.
“어… 귀엽고 예쁘대.”
미소녀 여중생… 소리는 차마 못하겠다. 예림이도 그렇지만 특히 유현이는 생판 남인데도 어떻게 저렇게까지 찬사를 할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나도 내 동생 잘났다 잘났다 하지만, 저렇게까지는……. 그것도 속으로나 하지 입 밖으로 아름다운, 음, 어, 음.
대단하구나, 일본인들. 칭찬해 주는 건 고맙긴 하다만.
삐약이에게 리모컨을 주고 TV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유현이는 저 소리 다 알아들었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역시 얼음왕자, 가 아니라. 젠장, 그새 옮았어.
“여기 루프탑 수영장 경치 좋대요. 무지개다리도 훤히 보인다던데.”
수영가자고 예림이가 졸라왔다. 기운이 넘치는구나.
“오늘은 회견에 만찬도 있잖아. 내일 아침에 가자. 시즈오카에는 점심 먹고 출발한다더라.”
“아침에요? 그럼 밤에 나갈까요? 이왕 온 거 관광도 하고 싶은데!”
일본은 처음이니까 구경하고 싶겠지. 나는 그냥 호텔에 늘어져 있는 게 좋다만.
“유현이랑 같이 나갈래? 통역 아이템 빌려줄게. 나는 노아한테 가 있으면 되고.”
내 말에 두 녀석이 동시에 미간을 좁혔다.
“관광 같은 거 할 생각 없어.”
“그냥 현아 언니랑 나갔다 올게요.”
처음보다는 많이 친해진 거 같긴 한데, 애들은 어렵구나. 유현이랑 예림이랑 노아 씨가 사이좋게 웃으며 손잡고 놀러 다니는 거 보고 싶다. 잠깐 상상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구나. 아름다운 광경이다.
나가자는 예림이의 말을 거절한 것도 미안하고, 여기까지 와서 계속 방에만 있기 뭐해서 호텔 구경이라도 하기로 했다. 삐약이에게 벨라레를 맡기고 피스만 안아 들고서 방을 빠져나왔다. 호텔 직원들이 마주칠 때마다 공손하게 인사를 해 왔다. 홍콩 호텔 직원도 친절했지만 여긴 민망할 정도로 머리를 숙이네.
호텔 직원이 다과 명인을 특별히 모셔왔다며 추천해 준 라운지로 향했다. 전통 다과를 내오는 곳이라더니 라운지 인테리어는 서양 왕궁 같았다. 한쪽 벽에 크게 달린 사자 문양 깃발을 보자마자 또 웃음이 나올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사자왕 씨 자택 궁전처럼 지어 놓은 거 아니냐. 길드 건물도 중세 요새고.
“의자 예쁘다! 인형 가지고 올걸.”
예림이가 아쉬워하며 화려한 의자를 만지작거렸다. 드레스 입고 있는 커다란 인형 앉혀 놓으면 어울릴 거 같은 테이블 세트긴 했다. 예림이 유럽 여행 가면 좋아할 거 같은데, 베르사유 궁전 무사하던가. 회귀 전에는 반쯤 박살 났었는데 아직은 괜찮겠지.
“박예림 헌터.”
자리에 앉기도 전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칼을 차고 일본 옷을 입고 있는 남자였다. 배경과 정말 안 어울렸다.
“내가 바로 이와하타 가쿠토다.”
“네,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한 예림이가 테이블의 장식을 매만졌다.
“예림아, 너랑 싸울 사람인데.”
“알아요.”
아는구나. 가쿠토가 입을 꾹 일자로 다물었다.
“정당한 대결 상대를 이렇게 무시하다니, 무례하다.”
“인사했잖아. 근데 이 동네 헌터들은 말하는 게 다 왜 이래요? 길드장님도 밖에서는 나한테 존댓말 쓰는데.”
사자왕 씨는 길드장에 나이 차이도 많이 났지만 스물 초반쯤으로 보이는 가쿠토까지 반말 찍찍 하자 거슬린 모양이었다. 하긴 예림이가 어리긴 해도 지금은 공식적으로 초대받고 온 S급 헌터다.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손님이건만 저러면 안 되지.
“야, 가쿠토. 대결 장소를 호텔로 바꾸고 싶은 거 아니면 얌전히 지나가시지.”
“고작 3개월짜리 어린 계집아이가-”
쾅!
가쿠토의 모습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장식 기둥을 박살 내고도 더 날아가 벽에 처박힌 가쿠토가 보였다.
“한유현! 내 거야, 저거!”
예림이의 외침에 겨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유현이가 한 건 했구나.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라운지 여기저기 앉아 있던 일본인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현이가 입꼬리를 올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길드장으로서 소중한 길드원에게 무례를 저지르는 놈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내 거라니까, 진짜.”
소중하다는 소리에 으, 하고 인상을 찌푸린 예림이가 투덜거렸다. 처박혀 있던 가쿠토가 일어나며 몸에 묻은 돌가루를 털어 냈다. 그래도 S급이라고 타격은 없어 보였다. 나는 우리 쪽으로 오다가 굳어 버린 호텔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뭐가 맛있나요?”
라운지 박살 나기 전에 다과나 좀 챙겨가자. 하지만 가쿠토는 더 덤벼들지 않았다. 예림이와 유현이를 사납게 노려보기만 하곤 제 무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번엔 내 차례였는데 안 덤비네.”
예림이가 아쉬워하며 자리에 앉았다. 유현이는 약간이나마 상쾌해진 얼굴이었다.
“뭐야, 그새 사고 쳤어?”
요란한 소리를 들었는지 문현아가 라운지에 나타났다. 가쿠토가 몸으로 만들어 낸 흔적을 보며 나 있을 때 하지, 중얼거리며 우리 쪽으로 와 앉았다.
“한유현? 박예림? 표정 보니 해연 길드장님이시네.”
“제 건데 가로챘다니까요. 언니, 밤에 쇼핑 갈래요? 여기도 헌터 마켓 있을 거잖아요. 한국에 없는 아이템도 많을 거고.”
예림이의 말에 문현아가 고개를 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여긴 한국보다 세 배쯤 글러먹었어. 한국에서도 여성 헌터에게 어울리는 아이템, 지랄하는데 일본은 한 술, 아니 다섯 술 더 뜬다? 미친놈들이 멀쩡한 장비에 리본이나 레이스 달고, 색도 알록달록하게 바꿔서 여성 헌터분을 위한 특별한 아이템! 이러면서 돈은 더 받아먹어.”
“헐, 진짜요? 거추장스럽고 몬스터 눈에 잘 띄기나 할 텐데?”
“여성 헌터에게 대인기! 매력 어필 잡소리 하는데, 환장하는 줄 알았다니까. 애초에 쓸 만한 아이템은 대형 길드 독점이기도 하고. 한국은 길드 간 거래는 최대한 줄이고 가급적 마켓을 통하도록 되어 있잖아. 여긴 그딴 거 없어.”
그래서 마켓 자체가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중하급이면 모를까 상급 헌터는 가봤자 허탕만 칠 뿐이라고.
노아와 명우도 무슨 일인가 싶어 내려오고 긴 테이블 위에 다과가 차려졌다. 비행 내내 자고 있었던 명우가 작게 하품했다.
“좀 더 자지 그래? 일정 빼먹어도 너한텐 아무 말 못 할 거 같던데.”
“이따가 사우나나 가려고. 온천물이라더라.”
“사우나 좋지. 일본도 한국과 비슷하려나.”
역시 목욕은 대중탕이 좋다. 그간 거의 못 갔지만. 숙박객이 몇 없으니 언제 가든 물이 깨끗하겠지. 나도 밤에 사우나 갔다가 잘까. 후끈하고 습기 찬 공기를 떠올리자 벌써부터 몸이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예림이와 문현아가 밤에 같이 나가자며 노아를 꼬드겼다. 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명우에게 기념품 사 오겠다고 말했다. 유현이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하긴 그러면 여기 지켜 줄 사람이… 성현제가 있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조용하네.’
라운지에서 사고 친 거 모를 리 없을 텐데. 괜히 폰을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송 실장님에게 아직은 별문제 없다고 문자나 보낼까.
저녁 만찬 전에 회견자리가 마련되었다. 성현제는 아마테라스 길드장과 함께 나타났다. 둘이 따로 대화라도 했던 걸까. 향후 던전 관리 관련 협의라도 한 것일지도.
사자왕 씨와 마주치자마자 얼른 활짝 웃어 보였다. 그냥 만나서 반갑다고 웃는 겁니다, 시시오 씨. 이 정도면 비웃는 걸론 안 보이겠지. 그냥 웃는 거예요, 그냥. 다행히 내 표정이 이상하지 않았던지 라이온 킹님도 마주 웃었다.
유현이와 예림이는 나를 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긴 했지만, 뭐.
이제 보니 시시오 씨 머리스타일도 사자갈기처럼 만든 거였구나. 멋지네, 잘 어울리네. 그래도 S급 각성자답게 외모 되고 서구적인 느낌이라 그럴듯하긴 했다. 그래, 괜찮아. 사자왕다워. 웃지 말자.
회견 자리에는 예림이와 가쿠토가 중앙에 나란히 앉았다. 둘이 잘 어울린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인 기자가 물벼락 맞은 일 외엔 별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이어진 만찬장에 사자왕 씨는 황제 같은 차림으로 등장했다. 털 달린 망토까진 걸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쯤 되자 즐겁게 사시는구나 싶기도 하고. 피스에게 따로 자리를 마련해 주고 특별히 공수해 왔다는 신선한 상급 몬스터 고기를 준 것은 마음에 들었다.
‘계속 쳐다보는 건 부담스럽지만.’
전용 자리를 거부하고 내 무릎에 앉은 피스 때문에 피스는 물론 나까지 뜨거운 시선에 닳을 지경이었다. 내 동생 표정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잖아. 적당히 해라. 자리도 내 반대편으로 떡하니 옮겨온 채였다.
“3W라면 나도 들은 적 있지. 하얀 늑대 한 쌍이라, 아주 멋져. 해연은 정말 운이 좋군. 부러울 정도라니까.”
“개체 수가 많은 만큼 구하기 그리 어렵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역시 사자가 최고야.”
아, 네, 사자왕 씨. 화염뿔사자 던전을 미끼로 크게 뜯어먹을 수 있겠다는 냄새가 솔솔 풍겼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마테라스 길드장에게 손톱 끝만큼의 호감이 피어올랐다. 일본 왕이나 다름없다니까 좋은 거 많이 가지고 있겠지. 천둥새의 예장은 정말 고마웠어요. SS급 장비 더 없냐.
저녁 먹고 물에 좀 오래 몸 담그다 보니 어느새 9시를 훌쩍 넘어 있었다. 완전히 어두워진 창밖으로 불빛들이 반짝거렸다. 아직 잠들기엔 일러 TV라도 볼까 하는데 문자가 들어왔다.
[내 파트너에게. 면담을 요청하겠네.]성현제였다. 올 게 왔구나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