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240
238화 한유현의 세계 (1)
뜀박질은 멈추지 않은 채 퀘스트 창을 노려보았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830포인트가 뭐냐.
“이봐요, 파트너 씨. 포인트가 너무 짠데? 생일 년도는 왜 빼먹었습니까. 8자리로 줘야지!”
그럼 근 이천만 포인트다. 지갑 탈탈 털었다더니 포인트가 없나. 그보다 시스템과 연결된 것도 그렇지만 어떻게 아이템이며 포인트를 주고 있는 거야?
‘포인트야 몬스터 잡으면 벌 수 있고 아이템도 포인트 상점이 있긴 하지만.’
와인이며 샴페인, 통행증 따위는 포인트 상점에 없는 것들이었다. 설마 메드상 시에서 직접 쇼핑이라도 했나. 아무튼 신기한 인간이라니까. 일단 SS급짜리 떡밥부터 보상 수령해 보았다.
[광범위 떡밥 – SS급사방 200Km 이내의 SS급 이하 몬스터들 모조리 끌어들일 수 있는 떡밥 세트. 10개 10가지 향.
일회용]
작은 상자 뚜껑에 터뜨려 주세요! 라고 적혀 있었다. 안에는 동글 말랑한 구슬이 10개 들어 있다. 사방 200Km면 면적으론 대체 얼마냐.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400Km쯤 된다던데 거의 우리나라 정도 아냐? 장난 아니네. 도시 밖의 몬스터까지 끌어들일 수 있겠는데. 터뜨리면 난리 나겠다. 지금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잘 챙겨 넣었다.
샴페인은 유현이 구한 다음에 받고, 털목도리… 진짜 뭐야. 그래도 일단은 받기로 하고 보상 수령하는 순간.
“억, 무슨 목도리가!”
너무 길잖아! 눈앞을 가리는 핑크빛 물결에 하마터면 발이 미끄러져 떨어질 뻔했다. 살쾡이 신발 스킬 아니었으면 추락했어, 이 양반아!
“이게 대체 몇 미터야?”
내 키의 두 배는 가볍게 넘어서겠다. 목도리를 보자 더더욱 이거 준 놈이 성현제구나 싶어졌다. 그 인간이 전에 짜고 있던 털목도리와 무늬가 완전히 같다.
…쓸데없이 잘 만들어서 더 짜증나네. 거기에 돈 팍팍 들어간 몬스터 부산물이 재료라 감촉 좋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핫핑크지만.
두 팔에 가득 차다 못해 흘러넘치는 목도리를 일단 인벤토리에 쑤셔 박았다.
“알아봤으니까 이젠 이런 쓸데없는 거 보내지 마세요!”
허공을 향해 버럭 소리치다가, 갑자기 뒷목이 선득해졌다.
잠깐만, 그럼 설마 그동안 성현제가 날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건가. …뒷목 정도가 아니라 전신에 소름이 좌악 돋았다. 나 뭐 이상한 소리 안 했나? 입 밖으로는 별말 안 내뱉었던 거 같은데. 대체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거냐. 성현제인 줄 알고 시그마한테 갔다가 걷어차였던 거나 목줄… 악, 미친! 트, 특별히 이상한 짓까진, 안한 거 같은데…….
“…우리 한동안 얼굴 보지 맙시다.”
보지 마! 화면 꺼! 볼 거면 포인트라도 충분히 줘라! …설마 50만 포인트 그거 시청료 같은 거였냐. 수치심이 밀려들었다가 쓸려나가자 이제는 현실적인 걱정이 들었다.
‘…내 상태창도 봐 버린 거면 어쩌지.’
여기 처음 떨어졌을 때 상태창을 확인했었다. 바뀌어 버린 떡잎 외에는 상세설명 창까진 열어 보지 않았지만 스킬명과 칭호명은 모두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진짜 시스템에 들어가 있는 거라면 내가 열어 보지 않아도 다 확인 가능했을지도.
다른 건 그렇다 쳐도 키워드는 망할, 약점으로 잡힐 수도 있는데. 그렇게 치사하게 굴 인간은 아니긴 하지만…. 만약 봤다면 성현제에게는 영영 키워드 적용이 불가능해 지는 건가. 어차피 포기 상태긴 했어도 살짝 아쉬웠다.
‘앞으론 조심해야겠다.’
근데 진짜 어디서 어쩌고 있는 거냐. 궁금하네.
지붕과 지붕을 넘어 달리길 얼마 지나지 않아, 밤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몬스터가 꼬이지 않도록 빛이 새어 나가지 못하게 막아 뒀겠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라서인지 여기저기서 불빛이 움직이고 있었다.
방위청 바로 근처 건물 벽에 붙어 다시 무전기 채널을 조절했다.
“코앞입니다. 상황 보고하세요.”
[5분 전 S급, A급에 B급까지 가드들 다수 방위청을 출발했습니다. SS급 몬스터들을 상대하던 S급 가드들은 소식이 끊긴 것으로 보아 사망 추측 중입니다. 보조 스킬과 아이템을 모두 동원해 최대한 피해 없이 시간을 끌 작전입니다.]함정에 빠진 S급들은 무방비한 상태에서 공격을 당했으니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같은 S급을 상대할 줄 알고 보조해 줄 가드도 하나 없이 와 버렸으니. 하지만 제대로 체계를 갖춘다면 시간 끌기 정도는 가능할 터였다. 우리 동네에서도 A급 팀 경력자 위주로 구성 잘하면 S급 하위 던전 공략도 충분히 해내니까.
“아카테스 방위청 소속 S급 가드가 총 9명이라고 했었죠.”
[네. 한 명은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고 세 명은 사망 예상이니 남은 건 다섯 명입니다. 다섯 명 모두 출동할 줄 알았는데 결국 한 명은 남기로 하였습니다.]“우리 쪽에도 S급 가드가 한 명 있으니 괜찮겠죠. 미리 말한 대로 신호 받으면 바로 돌입하세요.”
통신을 끄고 다시 방위청을 바라보았다. 아카테스 방위청은 중앙의 건물을 중심으로 네 개의 건물이 둘러싸는 형태였다. 당연히 중앙이 마나 홀이 있는 곳이었다.
네 건물들 주위에 자잘한 건물이 있고 서로 연결하는 통로가 층층이 붙어 있어 곧장 중앙으로 들어가기는 힘든 구조였다. 나처럼 등급 높은 은신 스킬을 가지지 않고서야 뚫고 들어가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S급은 한 명만 남았다지만 A급 이하는 아직 제법 있을 테고.
마나 포션으로 마나를 보충한 뒤 방위청으로 들어섰다. 지도 덕에 건물 내부는 이미 훤히 꿰고 있었기에 가볍게 중앙 건물에 도착했다. 텅 빈 로비에 선 채 인벤토리에서 원격 스위치를 꺼내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퀘스트가 떴다. 하여간 제일 신나셨어.
[아카테스 방위청 건물을 두 개 이상 무너뜨려 봅시다! 연속으로 터지면 두 배의 즐거움이! 폭발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보상: 10,000P, 이쪽입니다(SS)]
보상 포인트가 늘어났다. 그새 지갑 좀 채워 넣은 건가. 이쪽입니다는 또 뭐야. 하트… 음……. 아무튼 SS급이 달린 걸 보니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그래, 구경 좀 할 수도 있지. 내 스킬창만 뒤적이지 말아 주십시오.
‘신호 갑니다.’
스위치를 눌리며 귀를 막았다. 그와 거의 동시에.
콰과과광!! 콰앙!!
어마어마한 폭음이 중앙 건물 양쪽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건물 하나당 용의 숨결 폭탄 하나씩. 내 주먹보다 작은 크기의 폭탄 하나가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하며 폭발한 것이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비상사태를 알리는 경고음이 요란하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보다도 건물 무너지는 소리가 더 컸다. 태풍 한가운데 선 것처럼 우르릉 콰르릉, 천둥과 같은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대체 무슨 일이야!”
“폭탄이야! 폭탄 테러!”
다른 건물에도 폭탄이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감에 사람들이 우르르 건물 밖으로 나갔다. 무너지는 양옆의 건물이 아닌 다른 쪽으로 대피행렬이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에도 콰르르릉, 묵직한 파편들이 쏟아져 내리는 굉음이 들려왔다. 바닥은 물론 중앙 건물 자체도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린다.
등골이 살짝 오싹해졌다. 가슴도 조금 두근거렸다.
서서히 굉음도 진동도 가라앉을 때 즈음, 은신 스킬을 풀었다. 약간 지직거리는 무전기에다 대고 물었다.
“들어왔습니까.”
“아주 잘 들어왔죠.”
대답은 로비 입구에서 들려왔다. 비테라와 그노시, 그 외의 A~B급 가드들이었다. 비테라가 환한 얼굴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우선 감탄을 표하죠. 정말 대단하네요.”
“감사합니다만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얼른 움직이죠. 따라오세요.”
소식을 듣고 S급 가드들이 하나라도 돌아오면 귀찮아진다. SS급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와중에 몸 빼기 쉽지 않겠지만, 혹 모르니까.
지도를 보고 외워 둔 경로를 따라 재빨리 걸음을 옮겨갔다.
“누구─!”
퍼억, 우리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던 B급 가드가 순식간에 배를 맞고 기절했다. 다른 방위청 직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주치는 족족 침입자가 있음을 알릴 시간도 없이 의식을 잃었다.
폭탄 테러라는 말에 빠져나간 사람들이 많았지만 아직 남은 자들도 꽤 있는 모양이었다. 마나 홀이 있는 지하층은 피난가지 않는 쪽이 더 안전하기도 할 거고. 마나 홀의 힘을 빌어 튼튼하게 만들어졌다는 곳이니.
“엘리베이터가 커서 다행이네요.”
일행들, 스무 명 남짓이 넉넉하게 한 번에 탈 수 있었다. 미리 사둔 만능열쇠로 잠금을 풀고 가장 아래층 버튼을 눌렀다. 비테라가 이쪽으로 마나 홀에 가는 건 처음이네, 하고 웃으며 말했다.
“바닥을 특수처리 해놓아서 땅굴로 파고 들어가긴 힘들더라고요.”
“마나 홀 근처 벽은 SS급이라 해도 부수기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지도에 따르면 수뇌부는 마나 홀 쪽에서 올라갈 수 있는 위층에 있는 모양이던데요.”
“S급 가드도 아마 마나 홀을 지키고 있을 겁니다.”
“그럼 중간에서 갈라지도록 하죠.”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총을 꺼내들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지키고 서 있는 A급 가드를 향해 발포했다. 마탄보다도 빠르게 비테라가 다른 쪽 A급 가드를 처리했다. 이어 그녀의 발차기가 닫힌 문을 와장창 깨뜨려 부쉈다.
“이 정도는 열쇠 쓸 필요도 없죠.”
아끼게 해주면 나야 좋지.
복도를 달렸다. 한 발짝 한 발짝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방해물도 거의 다 제거했다. 곧 동생을, 내 손으로, 내 힘으로 구할 수 있다.
그 사실이 기뻤다.
유현이가 붙잡혀 있다는 상황 자체는 치가 떨렸지만, 동생에 대한 취급은 언제 떠올려도 속에서 불이 올라왔지만. 그럼에도 지금만큼은 심장이 뛰었다. 뜨거운 충족감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멈춰─ 컥!”
콰앙, 닫힌 문짝이 우그러지며 뒤로 날아간다. 갈림길이 나타나도 망설임 없이 방향을 잡았다. 지도를 수차례 들여다보며 몇 번이나 그려 본 길이다. 눈을 감으면 복사한 듯 똑같이 떠올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이쪽입니다.”
지시를 내리며 코너를 돌았다. 얼마 못 가 다시 갈림길이 나오고 잠시 멈추어 섰다.
“비테라 씨.”
“여기서 갈라져야겠네요.”
비테라가 서늘한 눈으로 마나 홀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납작하고 긴 검을 꽉 틀어쥔다.
“유일하게 남은 S급 가드가 마나 홀 쪽에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여기서도 느껴지거든요, 우리 언니가.”
방위청에 남은 가드가 그녀의 언니였구나. 괜찮겠냐고 묻지는 않았다. 비테라는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며 미소 짓고 있었다.
내 쪽에는 그노시를 비롯한 세 명의 A급 가드가 붙었다. 수는 적었지만 비테라를 제외하고는 제일 능력 뛰어난 전투계들이었다. 어차피 우리 쪽에는 보조는 딱히 필요 없었다.
“여기 2회 남은 열쇠입니다. 마나 홀 근처 문은 부수기 힘들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비테라 일행이 먼저 자리를 떠나고 우리도 다른 쪽 방향으로 이동했다. 앞을 막는 사람은 몇 없었다. 이제는 비테라 대신 그노시가 앞으로 나서며 A급 가드의 목을 부러뜨렸다. 오랜 경력을 지닌 베테랑답게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재빠르게 제압한다.
그런 그를 조금쯤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서로 협력키로 하였으나.
‘알파를 내게 순순히 넘겨줄 리는 없겠지.’
반란에 성공해 방위청을 무너뜨린다 하더라도 그 후의 일 또한 생각해야 했다. 아카테스 시 유일의 SS급 가드를 외지인에게 넘겨준다는 건 당연히 안 될 일이다. 도시 자체를 아예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알파를 놓칠 순 없다.
‘내가 알파와 함께 아카테스에 머물러 주길 바란다고 좋게 말할 가능성도 있긴 하다만.’
독재에 시달려 온 자들이다. 그들이 단 한 명이서, 그것도 외부에서 온 사람이 알파를 다루는 꼴을 두고 보려 할까. 아마도 나를 인질로 붙잡으려 들 가능성이 높았다. 마침 C급이니 제압하기도 쉽다.
열쇠로 알파의 구속구까지 풀고 나면 곧장 덮쳐들 것이다. 어쩌면 그 전에 먼저 잡으려 들 수도 있고. 나를 잡아 알파가 공격하지 못하게 막은 뒤 최소한 계약서라도 작성하게끔 만들겠지.
‘A급 이하 계약서라면 그냥 순순히 작성해 주고.’
아니면 유현이에게 형 목숨 다섯 개니까 걱정 말고 공격하라고 하면 그만이다. …괜찮다 해도 동생은 망설이지 않을까 싶지만. 최후의 방법으로는 폭탄 하나 더 남았으니 터뜨리면 되고. 물론 유현이와 따로 떨어진 뒤에 말이다.
“여기입니다.”
유현이가 갇혀 있는 마나 흡수실. 다시 그 앞에 섰다. 새로 산 열쇠로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곧장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C급 모아스]마지막 남은 각인 연결자. 망설임 없이 바로 총을 쏘았다. 퍽, 소리와 함께 뭐라 말할 틈도 없이 C급의 머리가 날아갔다.
“마나 흡수진 끌 수 있는 사람 앞으로 나와. 죽기 싫으면.”
B급짜리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앞으로 나섰다. 다른 두 명은 혹 모르니 기절만 시켜두었다. 방위청 소속 B급을 끌고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파르스름히 빛나고 있는 흡수진과, 그 가운데에 잠들어 있는 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심장이 아프면서도 동시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마나 흡수진이 작동을 멈춤과 동시에 유현이에게로 달려갔다. 애 묶인 거라도 풀어주고 나 잡아라. 잠시만 기다려 줘.
“금방 풀어 줄게.”
이제 괜찮아. 망할 새끼들이 그새 팔을 또 묶어 놓았다. 링거 바늘부터 뽑아 버린 뒤 얼른 열쇠로 팔과 다리의 구속구를 풀었다. 철컥철컥 자동으로 풀려나가는 게 속이 다 시원했다. 눈가리개와 입을 막은 재갈 또한 풀었다.
“…형.”
목이 메마른 탓인지 바로 앞에 있는 나조차 듣기 힘들 정도로 가느다랗게, 유현이가 나를 불렀다. 아직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내 팔을 붙잡아 왔다. 올려다봐오는 얼굴에 미소가 맺혔다.
“기다리고 있었어.”
“…응, 그래. 착하네.”
착하기도 하지, 내 동생. 유현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마나 포션을 꺼내들려는 그때. 눈앞에 갑작스런 메시지 창이 떴다.
[ㅇㅠㅈㅣㄴㅇㅏ]흐트러진 문자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탕!
총성이 울렸다. 등이 불에 덴 듯 뜨거워졌다. 유현이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어 혼란스러운 와중에,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넌 자유야, 알파.”
그노시가 말했다. 알파에게. 이젠 다 괜찮을 것이라고.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했다. 그랬다.
나는 ‘알파’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유현이가 들어 간 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여겼다. 동생을 너무도 우선시해 버려 알파와 그의 주위 관계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질 못했다.
그노시에게, 비테라에게 한 번이라도 알파에 대해 물어봤더라면. 그들이 알파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고 구할 생각이 있었던 것이었다면 나도 바꿔 말했을 텐데. 알파의 취급이 불합리하며 그에게 동정심을 느껴 구해주고 싶다는 식으로. 이제는 늦어버렸지만.
“…ㄱ…….”
괜찮다고, 말을 해줘야 하는데. 목소리 대신 핏물이 입 밖으로 흘러내렸다.
“혀, 형……!”
굳어 있던 유현이가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며 나를 끌어안으려 애썼다. 포션이 꺼내졌지만 소용없을 터였다.
정말로 괜찮은데. 그냥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동생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한 채 의식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