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3
3화 내 동생이 이상하다 (1)
나는 드래곤 시체가 아닌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지독한 피 냄새도 깨끗이 사라졌다. 입고 있는 옷 또한 바뀌었다.
‘…진짜 과거로 돌아온 건가?’
일단, 상태창은 열리지 않았다. 인벤토리도 없었고. 5년 전이면 내가 아직 각성하기 전이었다.
‘유현이 녀석은 이미 잘나가는 길드장이었지.’
길드 해연(垓埏). 소수 정예 위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끝에 결국 명실상부 한국 최고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길드다.
물론 나는 못 들어갔고. …길드원 중에 나 싫어하는 놈들도 많았지.
‘길드장님 근처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꺼지란 소리도 골백번쯤 들었고.’
어휴, 치사한 것들. 그래, 이번에는 얌전히 살아 준다.
주머니를 뒤적이자 휴대폰이 나왔다. 날짜는… 오, 진짜 5년 전이네. 가장 최근 메시지가—
‘잠깐, 이거 각성 브로커잖아?’
바로 오늘 아침에 각성 브로커와 연락한 내용이 남아 있었다. 그걸 보자 과거의 일이 촤라락 떠올랐다.
‘그때로 돌아왔구나.’
세상에 던전이라는 것이 생기고 각성한 헌터들이 나타난 지 3년째. 급격히 바뀌어 간 사회도 점차 안정되어 가던 시기.
S급 각성자로서 잘나가는 동생의 뒤만 쳐다보며 한창 열등감에 몸부림칠 때였다. 그리고 나도 각성만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서 각성 브로커와 연락을 했었다.
각성 브로커. 간단히 말하자면 사기꾼.
비각성자도 던전을 클리어만 하면 각성할 수 있다고 말하며 거액을 받고 불법으로 던전에 들여보내 주는 브로커다. 하지만 대부분은 돈만 받고 잠적하거나 던전에 데리고 간다 해도 보호는 해 주지 않는 악질들이었다.
‘애초에 던전 클리어로 각성하는 것도 아니고.’
던전이라는 위험한 환경에 반응해 각성할 가능성은 높지만, 공략을 하는 것과는 관계없다. 그 사실이 대중에게 밝혀지는 건 반년 뒤로 한국 헌터협회에서 안전한 각성 시설을 만들면서 브로커도 깨끗이 사라지게 된다.
아무튼 그 브로커 만나겠다고 돈 싸들고 갔다가.
‘동생 부하한테 붙잡혀 끌려왔었지.’
그래, 확실히 기억나네. 여긴 해연 길드 건물 내의 객실 중 하나였다.
이제 곧 동생 놈이 찾아와 못마땅해 죽겠다는 얼굴로 잔소리를 하겠군.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문이 벌컥 열렸다. 한유현이 안으로 들어선다.
녀석도 양반은 아니야.
“형.”
살아 있는 동생이 나를 불렀다. 이쪽을 바라봐오는 얼굴이 무척이나 앳되다. 5년 후에도 많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정말로 어렸다.
스무 살이었지, 지금은.
이제 겨우 성인이라는 딱지가 붙은, 평화로운 세상이었다면 아직 학생일 나이였다. 아니면 막 입대했거나. 물론 군대는 여전히 있긴 했지만.
‘쟨 S등급 각성자라 면제받았지.’
나는 갔다 왔고. 군대에서 각성하고 조기 전역하는 놈들이 그렇게 많다는데 각성도 못 하고. 해 봤자 F등급이라 만기제대 했겠지만. 병역 면제는 E등급부터다.
아무튼 저놈은 너무 잘나셔서 군대도 안 가고……. 아, 또 열등감 폭발하려고 그러네.
욕심을 버리자. 번뇌를 버리자. 나무아미타불.
자리에서 일어나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현이 앞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5년이란 세월이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회귀 전의 이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어린 녀석이 고생 많았겠다 싶었다. 아무리 S급이라 해도 자기 길드 만들고 키워 나가는 일이 쉬운 건 아니었겠지.
그 와중에 하나 있는 형이란 놈은 사고나 치고 다니고.
…내가 잘못했네.
“던전 브로커들은—”
“미안.”
일단 사과부터 했다.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던 동생이 입을 딱 다물었다.
녀석이 마치 처음 보는 생물 대하듯 나를 바라보았다.
“앞으론 안 그럴게.”
이것저것 다. 그냥 주제에 맞게 얌전히 살란다. 유현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뭔가 큰 사고라도 친 거면…….”
“그런 거 아니다.”
이 자식이 형을 못 믿네. 못 믿을 만하지만.
나는 웃는 얼굴로 녀석의 팔을 툭 쳤다.
“그냥, 앉아서 생각 좀 해 보니까 내가 철이 없었던 거 같더라고.”
드래곤 등딱지가 서늘하니 머리 식히기에 딱 좋았지.
조금 멋쩍어하는 내 말에 동생이 당황해했다.
“아니 철없달 정도는… 아니고.”
“아니긴 뭐. 야, 한번 안아 봐도 되냐?”
“으, 응?”
“오랜만에.”
녀석에게는 오랜만이겠지만 나는 아니다. 차갑게 식어 가던 몸뚱이의 감촉이 손바닥 아래 선명했다.
“…마음대로.”
유현이가 머뭇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짜식, 형이 동생 한번 안아 보겠다는데 뭘 쑥스러워하냐?
나도 좀 닭살 돋긴 하지만.
팔을 뻗어 훌쩍 커 버린 동생을 끌어안았다. 각성하기 전에는 이보다 더 작았었는데.
“내 동생, 한유현.”
두 팔 안의 몸은 따뜻했다. 약간 빨라진 심음과 숨소리가 들려온다.
깊은 안도와 함께 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무언가에,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소리를 입에 담았다.
“사랑한다.”
녀석의 몸이 움찔 떨렸다. 야, 나도 쪽팔리니까 아무 말 하지 마라. 그냥—
[각성자 ‘한유진’ 등록 완료되었습니다.]…어?
[전설급 칭호 ‘완벽한 양육자’ 부여!]어어?
[칭호 ‘완벽한 양육자’의 효과가 발휘됩니다.완벽한 양육자 부가 스킬 – 내 새끼가 최고
각성자 ‘한유현’의 성장 속도가 두 배로 증가합니다.
지속 시간 – 3일]
으어억?!?
미친. 뭐야, 이 사기 스킬은?
양육자 칭호는 흔한 편이었다. 각성자를 돌보고 키운 부모형제라면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혈육이 아니어도 가능했다.
피양육자의 각성 등급이 C급 이상이고 관계가 원만하다면 십에 팔구는 칭호가 등장했다. 피양육자 등급 C급에서 B급은 ‘어설픈 양육자’. A급은 ‘무난한 양육자’. 마지막으로 S급은 그냥 ‘양육자’였다.
S급 이상의 각성자는 없기에 ‘양육자’ 칭호가 가장 높은 등급인 줄 알았는데.
‘완벽한 양육자라고? 대체 이게 뭐야?’
게다가 성장 속도 버프가 무려 두 배다.
예전 내 칭호인 ‘양육자’는 최대 10퍼센트의 추가 성장 버프를 주었다. 유지 기간도 단 하루였고. 그런데 두 배라니. 일 년 동안 올릴 레벨 반년 만에 올린다는 소리잖아?
‘아니, 레벨보단 스킬이지. 등급 높은 스킬일수록 성장 속도 더럽게 느린데!’
와, 이거 완전 사기. 던전 들어가기 전에 버프 걸어 주면 광속 성장해서 나오겠네.
“…형?”
“어, 응. 아니.”
너무 놀라서 계속 끌어안고 있어 버렸다.
팔을 풀고 후다닥 물러서자 유현이가 조금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내가, 강압적으로 군 적도 많았는데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형.”
“고, 고맙긴.”
“…….”
“…….”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음. 흐음, 흠.
미묘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창문 깨고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즈음, 유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따가 같이 저녁 먹을래? 오랜만에.”
“어, 나야 좋지.”
“응. 그럼, 나는 일이 있어서.”
“어어, 수고해라.”
동생이 나가고 문이 닫혔다. 나는 머리를 잡아 뜯었다.
‘와, 씨. 개어색해.’
저녁 먹을 때도 이 꼴 나는 거 아냐? 유현이야 3년 만이지만 난 8년 만인데. 괜히 먹는다고 했나. 지금이라도 그만두—
벌컥.
“깜박했는데.”
떠난 줄 알았던 유현이가 다시 문을 열었다. 깜짝이야.
“각성 브로커 연락처 삭제해.”
녀석이 침대 위에 놓인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
“어차피 전화해 봤자 못 받게 만들 거지만.”
“…뭐?”
브로커를 잡아 족치겠단 소리로 들린 건 내 착각이겠지.
유현이 녀석은 말이 끝났음에도 나가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봐왔다. …지금 당장 삭제하라는 건가? 휴대폰을 집어 들고 브로커 연락처를 삭제하는 걸 보여 주자 녀석이 만족한 표정으로 나갔다.
동생 놈의 태도가 좀 찝찝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보다.
‘내 상태창!’
나는 얼른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각성자 한유진칭호 – 드래곤 슬레이어(L), 완벽한 양육자(L)]
자, 잠깐만. 드래곤 슬레이어?
‘니가 왜 여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