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32
32화 찾았다! (2)
‘그래도 열일곱 개나 했네.’
가위라거나 잭나이프라거나 식칼 같은 걸 간 적이 있었나 보다. 좀 더 열심히 갈지.
‘만약 자기 재능 살려서 대장장이나 그 비슷한 기술자 같은 거라도 했으면 이 녀석도 기본 조건만 채우면 됐을 텐데.’
최적화 초기 스킬이었으니 어쩌면 각성과 동시에 스킬을 지녔을지도 모른다. 내 새끼 스킬 효과로 조건 완화된 거라 해도 일찍이 재능 살렸으면 칼 만 개만 갈았을까.
산업화 전에 태어났으면 그쪽 길로 가기 더 쉬웠을 텐데, 시대와 환경을 잘못 타고났어. 그나마 내 스킬이 있었기에 아직 자기 재능을 찾을 희망이 있지만 아니었으면 그냥 묻혔을 것이다.
‘…사람에겐 키워드 안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이걸 보니 또 흔들리는구만.’
전투나 힐러 계열 말고 파묻힐 게 뻔한 특수 스킬 보면 그냥 도와줄까. 명우처럼 스탯 등급이 낮으면 나중에 탈 날 일도 적을 거고. 스탯 C급 이상이야 내버려둬도 잘 살 테니 모른 척해도 된다.
어차피 극히 드문 케이스라 몇 명 되지도 않을 테니 눈에 띄면 낚아 오자.
“아저씨, 이거 어때요?”
예림이가 제 키만 한 거대 톱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도끼도 그렇고 톱은 또 뭐야. 왜 애한테 저런 걸 보여 주냐.
“얼음 잘 썰릴 거 같지 않아요?”
“얼리는 건 살짝 하고 그림자 먹기 위주로 써. 어차피 상급 던전 가면 탄식은 최대로 써도 얼마 못 붙잡아 둘걸.”
“그럼 역시 도끼가 좋을까요? 이거 근력 스탯 잘 붙은 거 같은데.”
“근력은 착용 장비로 보충하고 무기는 네 스킬과 체격에 맞는 걸 써야지. 이론 수업 때 들었잖아.”
예림이가 ‘그랬던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교육 중에 졸았니.
“어차피 넌 공격 스킬 생기면 무기는 거들 뿐이니까 손에 잘 맞는 걸로 잡아.”
전투 마법사면 주무기도 마력 스탯 위주가 좋았다. 예비로는 근접 공격 쪽으로 챙겨야 하지만. 검은 리치가 짧고 둔기보다는 창 쪽이 낫겠지. 잘 어울릴 것도 같았다.
예림이에게 조언을 해주고 아직도 머뭇대고 있는 유명우에게로 다가갔다.
“거기 있는 창 들고 방어 위주로 발라. 어제 배운 대로 급소만 피하면 돼.”
“어, 어.”
“하급 몬스터 상대로 등급 높은 장비 파손될 일 없으니까 걱정 말고 좋은 걸로 골라. 분실만 안 하면 되니까. 등급 낮은 게 오히려 더 잘 망가진다.”
내 말에 명우가 안심했다.
근데 왜 내가 애들 장비 골라 주고 있어야 하냐. 교육 담당 어디 갔어? 왜 안 와? 업무 태만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S급 신입 교육 담당이 지각을 다 하네. 빠졌구만.’
사회 경험 없는 어린놈인가. 미필일 게 분명하다. 이래서 사람은 군대를 가야 해. E급만 찍어도 면제시켜 주니 이 꼴 아니냐. S급도 공평하게 군대 가자. 국방의 의무 좋잖아.
투덜거리면서도 장비 챙기고 아이템도 챙겼다. 역시 대형 길드답게 좋은 거 많네.
“소모품은 비용 지불해야 합니까?”
“길드 소속 헌터가 아니라면 지불해야 합니다.”
“예림아~ 이거랑 저거, 요거, 저어쪽 빨간 병 챙겨서 우리 주라.”
“네, 아저씨!”
정비실 담당자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뭐, 왜, 뭐. S급님이 좀 쓰다 남는 거 나눠 주시겠다는데.
그때 정비실 문이 열렸다. 드디어 오셨구나 지각쟁이 교육 담당자님, 대체 누군지 얼굴이나…….
“…유현아?”
니가 왜 여길 와. 신규 A급 던전 공략 간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오늘 아닌데? 잘못 들어왔나.
“미안, 내가 좀 늦었지?”
유현이가 상큼한 낯짝으로 말했다.
…설마 사회 경험 없고 군대 안 가서 지각이나 하는 나이 어리고 빠진 교육 담당자 놈이 너였냐. 내 추측이 정말 딱 맞아떨어지긴 했네. 점집 차려도 되겠다.
가, 아니라. 아니 왜 쟤가 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호옥시 던전 공략 실습 담당자로 온 거라면 시간을 낭비하는 좀 더 착실하고 올바른 방법을 찾아보길 권유하고 싶다만.”
저번 실습이야 길드 내에서 이루어졌으니 잠깐 들러도 이상할 거 없다지만 이번에는 던전 공략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F급들 데리고 중, 상급 던전엘 들어갈 린 없고, 3년 차 S급이 하급 던전을 공략하겠다니 코미디냐. 화염방사기로 개미 퇴치하기, 뭐 그런 건가.
내 말에 동생이 섭섭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랜만에 얼굴 보는 건데 반갑지도 않아?”
뭘 새삼. 그리고 며칠 지나지도 않았다. 얼마 전 실내 실습 때도 봤잖아.
“네가 바빴지, 내가 바빴냐.”
“뿔사자 데리고 간 뒤론 집에도 거의 안 왔잖아. 나갈 때는 자주 올 것처럼 말해 놓고서.”
동생 놈이 외박한 남편 타박하는 마누라처럼 굴었다. 이게 다 스킬 탓이니 내가 참아야지.
“알았어. 자주 들어갈게.”
“전화도 좀 하고. 친형 일을 남에게 보고받아야 아는 게 말이 돼? 그 전에 말 좀 해.”
“전화는 네가 하면 되잖아.”
너는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내 말에 유현이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화하지 말라고 화냈잖아. 차단까지 해 놓고서.”
엥? 그랬던가. 5년 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났다.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 보자 유현이 연락처 옆에 무슨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게 차단 표시인가. 회귀 전에 쓰던 폰이랑은 다르네. 어쩐지 가둬 두려고까지 한 주제에 연락은 통 없더라.
“차단 풀었다.”
“고마워.”
그제야 동생 놈의 징징거림이 멈추었다. 무슨 애도 아니고. 스물이면 어리긴 하지만.
“그래서 진짜 네가 실습 담당자냐?”
“왜, 안 돼?”
안 될 건 없지만.
“한가한가 봐.”
“그런 건 아니지만, 새로운 S급의 첫 던전 공략 보조를 소속 길드장인 S급이 해 준다는 건 꽤 괜찮은 미담이니까. 박예림 헌터에게 한창 관심이 쏠린 시기이기도 하고. 국내 S급들은 대부분 사이가 좋다곤 말 못 하니 이참에 새로운 모습을 한번 보여 주자며 홍보팀에서 권해왔어.”
그러면서 유현이가 박예림 쪽을 쳐다보았다. 예림이도 녀석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오가는 시선이 절대 곱다곤 표현할 수 없었다.
새로운 모습은 개뿔. 저걸 우리 사이 좋아요~ 하고 포장할 거라는 건가.
“너 말고는 또 누가 가는데.”
“안 가.”
“아니 왜? 애들 챙겨 주고 가르치는 것도 네가 할 건 아니잖아.”
“석 팀장이 형만 있어도 충분할 거라던데?”
…그 아저씨는 월급도 안 주고 사람 막 부려먹는구만. 일단은 나도 신인 헌터인데 뭘 믿고 충분할 거라는 거냐. 석하얀이 잘알이라고 일러바쳤나. 아는 척 좀 덜 할걸.
“그래도 좀 불안… 하지는 않겠지만.”
원래도 팀 제대로 갖추면 평균 이틀 내에 끝나는 게 하급 던전 공략이다. F급 최단 공략 기록은 무려 23분이었고. 넓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현이 녀석이 따라온다면 길어야 반나절쯤 걸리려나. 그냥 소풍 가는 수준이겠지.
“공략할 던전은 D급 하위로 암석지대야. 근거리 공격 몬스터뿐이니 위험할 일은 없을 거고, 낙석만 주의하면 된다더군.”
“불날 일은 없겠네.”
D급이면 1레벨 F스탯은 발 들이자마자 사망할 수준이었다. 원거리 공격 몬스터가 있다면 보호받는다 해도 불안하겠지만, 없다니까 괜찮겠지.
회귀 전에는 첫 던전으로 F급 들어갔다가 죽을 뻔했는데 이번에는 안전한 D급으로 시작하게 됐네. 역시 세상은 인맥이 최고다.
던전으로 향하기 전에 미리 불러 놓은 기자들이 인터뷰를 따갔다. 물론 나와 명우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였고 유현이 놈과 예림이는 우리 매우 친해요, 를 연기해 보였다.
모르고 보면 정말 사이좋은 선후배로 느껴질 모습이었다. 가증스러운 것들. …내가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공략할 던전은 여의도 근처에 있었다.
포화되지 않은 던전의 입구는 보통 사람 한두 명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그렇게 작다 보니 관리가 잘되는 지금도 가끔 미발견 던전이 터져 나가곤 했다.
던전 입구가 발견되면 입구를 중심으로 등급에 따른 방어 시설을 짓는다. 그리고 협회에서 나온 관리자들이 24시간 상태를 관찰했다.
만약 건물 내부에 던전 입구가 나타날 시 기존의 건물을 밀어 버려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만, 보상은 만족할 만큼 해주는 편이었다. 보상금은 던전 수익에서 지불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건물이나 땅의 평균 매매가 이상 쳐준다. 물론 금싸라기 땅이며 건물에 수익성 바닥인 F급 던전이 알박기 하는 눈물 나는 사태가 아주 없진 않지만.
‘긴 휴가 끝에 직장 복귀한 기분 드네.’
정기적인 공략이 이루어져 안정화된 푸른빛 게이트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리 길지도 않았지. 게다가 다른 일로 바빴잖아. 별로 쉬지도 못했어.
휴가가 더 필요했다. 당장이라도 사직서 던지고 싶었다. 회귀까지 해서 또 던전 공략하고 다녀야겠냐.
꽃노래도 한두 번인데 질릴 만큼 한 개고생을 왜 또 해. 상급 헌터라 돈과 명예가 굴러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나 하나 빠진다고 던전 줄줄이 터져 나가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놀아야지. 제 꿈은 어릴 때부터 돈 많은 백수였습니다.
“던전 게이트는 활성화후 한 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유현이가 햇병아리들을 앞에 두고 노련한 헌터답게 설명했다.
“한 시간이 지나면 던전의 공략을 끝내거나 내부의 헌터가 전멸하지 않는 한 비활성 상태가 지속됩니다. 드나들 수 없어진다는 뜻이지요. 물론 비상 탈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탈출을 위한 아이템은 극히 귀합니다.”
그러면서 게이트석을 꺼내 보인다. 5년 후에도 귀했지만 지금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건데 가지고 있네.
“현재 국내에 단 스물두 개밖에 없는 데다가 일회용이지요. 그러니 절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던전은 공략에 도전해서는 안 됩니다. 설사 포화 상태에 접어든 던전을 발견했다더라도 목숨으로 시간 벌 생각은 가급적 하지 마세요.”
유현이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뭐, 인마. 나도 그런 미친 짓 할 생각 없다.
포화된 던전에 돌입하면 들어간 헌터가 사망할 때까지 브레이크를 미룰 수 있었다. 하지만 난 F급이니 한 1분 버티려나. 뛰어드나 마나 별 차이도 없는데 그냥 협회에 신고나 하고 튀어야지 미쳤다고 들어가겠냐.
그 밖의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더 늘어놓은 뒤 유현이가 먼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게이트 안의 상황이 어떤지 밖에서는 알 수 없기에 보통 가장 강하거나 방어 능력이 높은 사람이 선두로 진입한다.
물론 단독 진입은 절대 금물이고 조를 짜 연이어 들어가는 게 기본이지만 지금은 실습이니까. 교육 담당자가 안전을 확보하길 기다렸다가 신인들이 뒤를 따르면 되었다.
“이제 슬슬 들어가자.”
5분 정도 지났으니 충분히 정리 끝냈겠지.
내 말에 예림이가 겁도 없이 성큼 게이트로 발을 들였다. 이어 머뭇거리는 명우도 밀어 넣고 나도 안으로 들어섰다.
게이트를 넘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였다.
이어 탁 트인 하늘과 암석으로 된 절벽, 타고 남은 몬스터들의 잔해가 눈에 들어왔다.
지긋지긋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다.
단지 한 걸음 내딛는 것만으로 다다를 수 있는 다른 세상. 낯선 공기, 낯선 풍경, 문이 닫히면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그 단절감.
도피일 수도 있고, 해방일 수도 있었다.
그 어느 쪽이든 온갖 것에게 쫓기고 있던 나에게, 문을 넘어서는 그 찰나는 달콤한 순간이었다.
‘물론 그 뒤엔 피 튀겼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지금은 빚도 없고 쓰레기 소리도 안 듣고 동생과 사이도 좋았다. 회귀 만세. 소원석 내려 주신 시스템 만드신 분 감사합니다. 오타 좀 내면 어때요. 근데 스킬 설명은 자세히 좀 부탁드립니다. 제발.
“이 근처는 안전해.”
무기조차 손에 들지 않은 한유현이 말했다. 하기야 D급 하위 던전 몬스터쯤 스킬만 간단히 써도 쓸어버리겠지. 하지만 나랑 유명우는 아니었다.
“많이도 말고 딱 레벨 10까지만 부탁하마.”
S급 버스 좀 타 보자.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내 들자 눈치를 살피던 명우도 무기를 들었다. 우리 둘 다 장창을 선택했다. 장비 옵션은 방어와 근력 위주로, 던져 주는 거 주워 먹을 심산 만만이었다.
“저도요, 저도 도와줄 수 있어요!”
예림이가 레이피어를 휘두르며 말했다. 아니, 넌 네 레벨 올려야지.
“도와주긴 무슨. 여기서 뼈 빠지게 사냥해도 넌 10레벨 못 찍어. 스탯 등급에 따라 레벨 경험치 차이 엄청 난다고 했잖아.”
“그랬어요?”
“너, 진짜 수업 시간에 졸았구나.”
“…안 자고 그냥 딴생각만 쪼끔 했는데.”
뭐, 한창 공부하기 싫을 나이긴 하지. 물론 서른 먹어도 공부는 싫다.
“스탯 등급 F와 S는 1레벨당 필요 경험치가 다섯 배쯤 차이 나. 레벨이 올라갈수록 또 차이가 더 커지고. 대신 1레벨당 스탯 성장치는 S급이 훨씬 높지. 효율을 따진다면 F급이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다 날 정도고.”
그러니 예림이는 여기서 잘해야 5레벨쯤 오를 것이다. 던전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D급 하위면 독식해야 7렙쯤 된댔으니.
레벨이 오를수록 경험치 요구량도 늘어나니 10렙까지는 D급으론 두 개는 더 클리어해야 할 것이다.
“슬슬 이동하자.”
유현이가 절벽 사이에 난 길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잠깐만, 저기 쌓여 있는 재 사이로 보이는 거 마석 아니냐.
“마석 안 챙겨?”
“아… 팀으로 공략할 땐 내가 주운 적이 없다 보니 깜박했어.”
네, 그러시겠지요. 잘난 동생 놈에게는 D급 마석쯤 껌값이겠지만 나는 아니다. 안 그래도 칼 만 개 어떻게 구하나 싶었는데 저거 주워다 팔아서 사야지.
“예림아, 탄식 냉기 최소, 풍량 최대로 조절해서 쌓인 재만 날릴 수 있겠어?”
“해 볼게요.”
이내 차디찬 바람이 불어왔다. 이름부터가 탄식에 퍼지는 안개 형태라 강한 바람은 아니었지만, 풍량에 집중하니 재를 날리기에는 충분했다. D급 마석 세 개. 잘 쓰겠습니다.
“내가 가져도 되지?”
“물론.”
사랑합니다, 동생님.
“탄식을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네요.”
“별 쓸모는 없을걸? 그래도 응용력을 키워 놓는 건 좋지. 앞으로 던전 계속 돌 텐데 스킬은 최대한 다양하게, 별별 희한한 방법으로도 사용해 봐. 헛짓거리 하다가 유용한 쓰임새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네!”
그러고 보니 유현이 녀석은 스킬 다 잘 사용하고 있으려나. 던전 들어오기 전에 떡잎 써 보니 최적화 스킬은 다 얻은 상태라 내가 손댈 건 없었다.
경력 3년이니 그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 조금 아쉬웠다. 쿨 타임 다 차면 랜덤 스킬이라도 돌려 볼까. 혹시 아냐, 엄청난 놈이 튀어나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