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341
339화 처음 뵙겠습니다 (3)
“…노아 씨가 왜요.”
전혀 아니라고,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노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 며칠간 계속 고민한 끝에. 그러니 재촉하기보다는 기다렸다.
“저도 제가, 그러니까, 쓸모없는 건 아니라는 거 알고 있어요. 길드도 언제든지 다시 만들 수 있고, 어디든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욕심이라는 거, 과욕이라는 거 잘 아는데…….”
자기도 안다면서 노아가 변명부터 늘어놓았다. 무척이나 방어적인 태도였다.
“그런데 유진 씨 주위의 S급 헌터들만이 아니라, 이제는 비각성자들에게도 질투가 나요. 이러면 안 된다는 건 압니다. 제가 그럴 자격 없다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제가 더 유진 씨와 오래 알았는데. 많이 차이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제가 더 도움이 많이 될 텐데. 그런데.”
연회색 눈이 나를 간절하게 바라봐 왔다. 조금 겁먹은 것도 같았다.
“…유진 씨가 직접 찾아가서, 필요하다고 말해 주고. 속을 털어놓기까지 했잖아요. 그리고, 이제 사육소의 일원이 될 거고요. 비교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저한테도 잘해 주셨고 신경 많이 써 주셨는데, 제가 받은 게 더 많은데. 그런데도 자꾸만 질투하고, 그런 생각하는 제가 싫습니다…….”
“노아 씨.”
“…전 왜 이러는 걸까요.”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그럴 수도 있다, 괜찮다고 해줘도 되는 걸까. 감싸 주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지금의 노아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듯했다.
무엇보다도 노아는 스스로를 너무 낮춰 보고 있었다. 객관적으로는 그럴 필요 전혀 없는 사람인데, 오히려 그래서 더 힘들어하는 모양이었다. 차라리 비각성자였으면 저렇게 변명할 필요 없이 나는 원래 약하니까 괜찮아, 로 도피할 곳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S급 헌터니까. 뛰어나니까. 주위의 다른 S급 헌터들처럼 되어야 하는데, 그런데 그럴 수가 없기에 더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 같았다.
“음, 질투 같은 건 누구나 다 해요. 저도 물론 하고요.”
“아니에요, 달라요. 저는, 부러워만 하는걸요. 아무것도 못 하고 바라고만 있어요. 진짜 한심해……. 지금도 이렇게 약한 소리만 늘어놓고…….”
“노아 씨가 왜 아무것도 못 해요. 절 도와주신 것만 해도 몇 번인데요. 게다가 리에트도 노아 씨가 바뀌었다고 인정했잖아요. 이제 노아 씨를 노아라고 해주고 면허시험장에서도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었잖아요.”
분명 많이 변했다. 그대로 멈추는 사람들도 많은데 부정적이던 관계가 조금이나마 풀어진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잖아.
내 말에 노아의 시선이 더욱 아래로, 발끝으로 떨어졌다.
“…아뇨.”
작게 숨을 들이켜고는.
“제가, 저 스스로 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비명처럼 소리쳤다.
“죄송, 죄송해요… 소리쳐서…….”
“아니에요, 노아 씨. 괜찮아요.”
“하지만 전, 저는, 혼자 한 게 없어요. S급 헌터라고 해도! 이것도 결국 누님이 만들어 준 거예요. 누님에게 벗어나려고 했을 때도… 세성 길드장의 도움을, 받았죠. 그리고 유진 씨가… 대가를, 대신 지불하고 빼내 주셨고요.”
젖은 목소리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으며 이어졌다.
“누님과 싸운 것도요, 모두 유진 씨가 도와주신 거잖아요. 망설이고 피하기만 하다가 유진 씨를 만나러 나선 것도, 명우 형이 등을 떠밀어 줘서고요.”
“노아 씨, 그래도 직접 움직인 건─”
“이젠 제가 뭘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노아가 웅크리듯 쪼그려 앉았다. 등을 잔뜩 굽힌 채 어린애처럼 훌쩍거린다.
“뭔가, 해보려고 생각은, 흑, 했는데. 그래도, S급이니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달래 주고 싶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내 손은 허공에서 헤맸다. 다 털어놓게 하는 게 더 나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메드상처럼, 저도, 흐윽, 그런 거… 근데 전, 뮤가 아니니까요. 혼자서는, 절대 못 할 거 같고… 유진 씨는, 괜찮다고 했지만… 뭘 어떻게, 뭘 해야 하는 건지, 진짜… 제가 원하는 건지… 그것도 모르겠, 고요…….”
…그동안 혼자 얼마나 고민한 걸까. 메드상을 겪고 뮤의 자리에 서 보고 노아는 자신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막막했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실마리조차 잡기 힘들었겠지.
아마 포인트로 스킬을 교환할 때도 많이 망설였을 것이다. 보조계 S급 헌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스킬을 선택할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쉴 것인지를. 전자가 옳다고들 흔히 말하겠지만 후자가 틀린 것 또한 아니다. 노아가 꼭 성장하고 보조계 헌터들을 위해 줄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무조건 부담 가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이미 어리광 부려도 된다고는 말했다. 집에 그냥 들어오라고도 했었다. 그럼에도 노아는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그 고민을 내가 적당히 하라고 막아서는 건, 역시 안 되겠지. 무조건 달래기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두고 싶지도 않아, 둘 수도 없어 머뭇거리는데 문이 끼익 열렸다.
“저기요.”
스물 초반의 여자가 머리를 빼꼼 내밀어 우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찾아온 사람, 민소한이었다. 나도, 노아도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참 여기 아파트 복도였지. 다 들렸겠구나. 얼른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금방 갈, 아니, 사실은 민소한 씨를 찾아온 건데요.”
“저요?”
“네.”
“…사육소 소장님 맞으시죠? 저분은 노아 헌터시고.”
고개를 끄덕이자 민소한이 잠깐만요, 하고 문을 닫았다가 잠시 후 다시 나왔다.
“일단 들어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노아 씨도─”
“…전 그냥, 여기서.”
“같이 들어오세요.”
민소한이 설렁설렁 손짓했다. 노아가 내 눈치를 살피곤 몸을 일으켰다. 낡은 건물 외관과 달리 안은 리모델링을 했는지 깔끔했다. 우선 가지고 온 선물부터 건네자 민소한이 의심스런 눈초리를 했다.
“혹시 추석 때 한우 보낸 것도 소장님이세요?”
“…예? 아, 아뇨.”
“맞는 거 같은데.”
딱히 올 곳도 없고, 하며 중얼거리는 게 여전히 예리하다. 민소한이 의자가 부족하다며 바닥에 앉으라 하곤 마실 것을 내어오려다 머뭇거렸다. 설거지 안 했구나. 손님 왔다고 대충 구석에 치워 놨겠지. 이불도 십중팔구 붙박이장에 구겨 넣어 놨을 것이다. 안 줘도 괜찮다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하곤 바닥에 앉는다.
“일단은, 여자 혼자 사는 집이잖아요. 두 분은 유명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자 둘이서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건 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죄송합니다.”
그러게 직장이 아니라 집인데 생각이 부족했다. 나 혼자 친한 거지 소한이는 초면이니까.
“그리고 저도 죄송합니다.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들렸네요.”
민소한이 노아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노아가 눈물이 그렁한, 약간 발개진 얼굴로 도리질을 쳤다.
“아니에요… 시끄러우셨죠.”
“제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듣게 되어서 말인데요.”
민소한이 목을 기울인 채로 노아를 보며 말했다.
“보통은 다 그래요.”
“…네?”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하고 뭐 해야 할지는 모르는 거 말이에요. 외국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보통 대학 갈 때까지도 뭐 대단한 비전 있는 거 아니거든요. 장래희망도 교사, 의사, 인터넷방송 이런 거고. 내신 잘 다지고 수능 잘 치자, 가 목표죠. 대학도 스카이 가고 싶다, 인서울권 하자 정도지 과 같은 건 대부분 수능 치고 나서 생각해요. 점수 맞춰서.”
노아가 눈을 깜박였다. 구슬 같은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떨어졌다. 나는, 어, 뭐 보탤 말이 없네. 내 장래희망은 뭐였더라.
“그리고 사실 어릴 땐 어른들 말 따르는 거 나쁘지 않거든요. 정보의 차이란 게 있잖아요. 뭘 알아야 스스로 무언가 할 테다, 계획도 세우죠. 주체성 없다기보단 그냥 어린 거예요.”
아무것도 없으니 역시 허전하네, 하며 민소한이 주스 한 잔을 따라다 노아 앞에 내놓았다. 깨끗한 컵이 그거 하나뿐인 모양이었다.
“노아 헌터도 이제 겨우 대학 들어갈 나이라고 들었는데, 맞아요?”
“성인이긴 한데, 네. 그래요.”
“그럼 혼자 뭐 못 하는 게 보통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것도 보통이죠. 저도 그렇고 제 친구들도 툭하면 나오는 게 졸업하면 뭐 하지, 인걸요.”
“하지만, 저는…….”
“이제부터 생각해도 늦지 않았어요. 오히려 평균보다 빠른 편일걸요.”
노아가 주스 잔을 만지작거렸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을 데구르 굴린다.
“전, S급 헌터라…….”
“그래도 고민하시는 건 저희랑 비슷하던데요. 내용이야 저희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 나이 땐 다 그렇다는 거죠. 게다가 노아 헌터도 날 때부터 헌터인 건 아니었을 거잖아요. 많아 봐야 겨우 4년도 안 됐을 텐데.”
“…제 나이 땐, 다 그래요?”
“저도 자취방 엄빠, 부모님께서 얻어 주신 거예요. 저 알바도 안 해요. 용돈 받아 쓰지. 어릴 때부터 혼자 해야 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보통은 성인 될 때까진 보호자 품 안이죠. 요샌 대학 졸업하고도 그런 경우 많고요.”
노아가 멍하니 민소한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약하면, 쓸모가 없으면 안 되는 건데…….”
“어떤 미친 새끼가 스무 살한테 그래요?”
리에트랑 성현제가요. 나 아니야. 날카롭게 목소리를 올렸던 민소한이 조금 멋쩍게 머리카락을 귓등으로 넘겼다.
“노아 헌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전 모르니까 함부로 말할 순 없지만 그건 확실히 아니에요. 심지어 아직 보호받아도 되는 나이잖아요.”
“그렇죠, 진짜로.”
슬쩍 끼어들어 동의했다. 생각해 보면 노아 주위에는 저런 말을 해줄 사람이 없었다. 나는 물론이고 유현이와 예림이도 어릴 때부터 홀로서기를 해버렸으니까. 명우도 고생했지만 자기 능력으로 성공했고 연구소 쪽이야 말할 것도 없다.
자신감 넘쳐나는 사람들이 너도 괜찮아질 거야, 라고 말해 봤자 오히려 부담만 되겠지. 나도 하루빨리 저렇게 되어야 하는구나, 하고.
“…그래도 잘, 모르겠어요.”
“저도 잘 몰라요. 그냥 그렇다는 거지 뭘 많이 알겠어요. 들은 김에 오지랖 부리는 거예요. 노아 헌터가 잘생겨서기도 하고요. 아니었으면 시끄럽네, 하고 낮잠이나 잤을걸요.”
잘생겼지. 저 얼굴로 울고 있으면 도와주고 싶어지는 게 당연할 거다.
“그러니까 꼭 제 말이 옳다는 건 아니고요. 근데 틀린 건 아니죠. 다들 그렇게 사는 건 맞으니까. 그러니 참고 정도나 해주세요. 세수하실래요? 저기가 화장실이에요. 울고 나서 세수하면 기분 좀 풀리잖아요.”
노아가 고개를 끄덕이곤 일어났다. 민소한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왜 찾아왔냐는 물음이 담겨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취직할 생각 없으세요?”
“네? 저 아직 졸업 전인데요.”
민소한은 별달리 부족한 거 없이 학교 잘 다니고 있었다. 아직은 말이다. 소한이가 헌터 일을 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사고 때문이었다. 정확히 어떤 사고였는지는 말하기 싫어해서 나도 듣지 못했다. 회귀하게 될 줄 알았으면 억지로라도 캐물어 두는 거였는데.
아버지께서 장기 입원하게 되시고 자연히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혹시나 싶어 각성센터를 찾아갔다가 헌터가 된, 흔한 루트였다.
“…혹시 제가 각성한 거 아신 거예요?”
민소한이 의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각성이라니.
“각성했어요?”
떡밥 스킬을 써보자 상태창이 떴다. 아직 시스템이 먹통이라 최적화 정보는 없었지만 스탯 E급이었다. 민소한이 괜히 말했나 하는 표정으로 끄덕였다.
“전에 몬스터 튀어나왔을 때요. 몬스터 피해서 숨다가 각성했어요.”
아, 그때. 회귀 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그럼 소한이 말고도 회귀 전보다 빠르게 각성한 사람들이 있겠구나.
“하지만 스킬은 헌터 할 만한 게 아니에요. 쫑긋한 귀, 간 두 배, 살금살금인데 숨기 좋은 스킬이거든요.”
쫑긋한 귀(F)는 소리를 좀 더 잘 듣게 해주는 스킬이었다. 간 두 배(E)는 긴장감을 덜어주는 스킬로 기세를 줄였다 해도 S급인 노아에게 태연하게 군 것도 이 스킬 덕인 듯했다. 살그머니(E)는 말 그대로 기척을 감추는 스킬이었다.
“던브 터지면 숨기엔 좋을 거 같은데 이젠 터질 일 없다잖아요.”
쓸모가 없다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회귀 전에도 소한이는 저 스킬을 다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공격 스킬이 하나 더 있어서 기습을 즐겨 했었는데. 물론 던전 공략은 안 하는 게 낫다.
그사이 노아가 세수를 하고 나왔다. 조금쯤은 개운해진 표정이었다. 민소한이 울고 나면 목마르다며 주스 마시라고 권했다.
“죄송합니다, 꼴불견이었죠. 왜 자꾸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꼴불견이긴요. 울 땐 울어야죠. 울면 약하다고 하는 거 전 싫어요. 게다가 노아 헌터는 울어도 잘생겼던데요.”
노아 얼굴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졸업하고 나서 와도 되니까 조건이라도 들어 보세요.”
내가 소한이 아버님 사고를 막아 주긴 힘들고, 여러 가지가 바뀌었으니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집안 형편이 나빠졌을 때 나를 찾아오면 도와줄 수 있으니까. 조건을 말해 주자 민소한이 사기꾼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왔다.
“몰래카메라 같은 거예요?”
“아니에요.”
“그렇게 막 퍼주다간 사기당해요.”
…왜 사회 물 충분히 먹은 직장인보다 대학생이 더 까다롭게 구냐. 하긴 일해 보면 조건 좋은 자리 절대 못 놓치지. 미심쩍어하는 소한이에게 명함을 쥐어 주고 나왔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며 노아가 말했다. 아직 생각이 많은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민소한의 말을 듣고 혼자서만 앓진 않으려는 듯했다.
“소한 씨 말대로 노아 씨에게는 시간이 많잖아요. 천천히 생각해도 되고, 이것저것 시도해 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실패하면요?”
“그럼 제가 도와줄게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요.”
나 외에도 노아를 챙겨 줄 사람들은 있다.
“지금은 제가 노아 씨 보호자랄 수 있잖아요. 하고 싶은 일 하다가 잘못되어도 괜찮아요. 웬만한 건 다 처리해 줄 수 있어요. 심지어 명우도 있는걸요. 연구소 사람들도 모른 척할 리 없고, 소영 씨도 두 팔 걷고 나설 거예요.”
그리고 리에트도 모르는 척하진 않을 것이다. 노아의 홀로서기를 인정했다곤 하지만 동생이 남한테 맞는 거 두고 볼 성격도 아니지.
“제 말을 덥석 믿으실 순 없겠죠. 불안할 거예요.”
예림이도 그랬다고 했으니까. 노아가 나를 믿고 안심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이 절대 버려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려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직접 겪어 보는 게 최고일 테니… 사고 거하게 쳐보는 편이 빠르려나?
유현이나 예림이처럼 자신감 있게 일 치는… 건 안 될 일이지만 노아 씨는 한번 쳐보는 것도 괜찮을 듯한데. 수습 가능한 정도로. 남에게 피해 많이 안 주고, 이왕이면 금전적으로만.
“그래도 지금은 이런 말밖에 해드릴 수가 없네요. 뭐든 하고 싶은 거, 딱히 하고 싶지 않은 것도 그냥 내키면 저질러 보세요.”
노아가 머뭇거리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운이 좀 났으면 좋겠는데. 음.
“아쿠아리움에 가볼래요?”
“네?”
“수족관이요. 사육소에서 그렇게 안 멀잖아요. 전 거기 한 번도 가본 적 없거든요. 그런데 다 같이 놀러 가본 적도 없고. 예림이는 가봤으려나? 유현이는 안 가봤을 텐데, 같이 갈까요?”
“아, 다 같이요? 저도 가본 적은 없지만.”
“오늘은 우리 둘이 미리 가보죠.”
노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둘이서요?”
“네. 다 같이 가려면 먼저 연락하고 통제하고 해야 할걸요? 혹시라도 부서지면 위험한 시설물은 그냥은 못 들어가게 해서. 하지만 우린 문제없죠. 은신 스킬 있잖아요. 안 들키면 그만이에요~”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주위 신경 안 쓰고 놀러 다닐 수 있다니까요. 노아 씨랑 나랑은.”
“…맞아요, 그렇죠.”
노아도 살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