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354
352화 차오후 특별지구 (1)
“에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미안해지잖아요. 사랑한단 소리야 질리도록 들었는데 형이 하니까 새롭네요.”
박하율은 내 당혹감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조잘거렸다. 얼른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지. 다른 유사한 스킬?’
순간 심장이 덜컥거릴 정도로 놀랐지만 침착하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양육자 칭호 시리즈야 나 외에도 여럿 있었다. 박하율의 부모나 친척 중에 각성한 사람이 있는 걸까. 그래서 먼저 적용이 되어 버린 건가.
어쩌면 중국 쪽이나, 혹은 그 누님이라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도 등급은 내 칭호보다 훨씬 낮을 텐데. 선수필승인가.’
하긴 다른 종류의 스킬도 아니고 등급 더 높은 양육자가 나타났다고 해서 홀랑 옮겨가는 게 더 이상하긴 할 것이다. 만약 선적용 된 키워드를 밀어내고 재적용하려면 등급보다는 신뢰도가 더 우위에 있어야 하는 식이 아닐까. 그편이 그럴듯했다.
“하율이 너, 그 누님이라는 분 많이 믿고 있는 거 같더라.”
“네, 당연하죠~”
“막 각성했을 땐 스킬이 두 개뿐이라고 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세 개였잖아. 혹시 그 누님이 도와주신 거야?”
“네? 아아뇨.”
도와준 거 맞구나. 진짜 아니라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겠지. 어떻게 남이 스킬을 얻게 해줄 수 있느냐고. 혹은 그냥 레벨업했는데 나왔다, 라고 하거나.
‘…그렇다면 양육자 시리즈가 아닐지도.’
내 기억으론 다른 양육자 칭호들에 최적화 스킬을 얻게 만들어 주는 스킬은 붙어 있지 않았다. 완벽한 양육자 단 하나를 제외하고는. 그러니 내가 모르는, 완전히 새로운 조건으로 얻는 스킬이나 칭호일 가능성도 있었다.
신입에게 물어볼까. 던전은 언제 연결되는 거지.
‘최적화 스킬을 얻게 해주는 건 확실한데, 최적화 각성도 시킬 수 있을까. 전자만으로도 쓸모는 많지만.’
그것을 이용해 박하율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헌터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 대체 누구지. 회귀 전까지 까맣게 몰랐다는 건 끝까지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였다는 뜻이었다. 나로서는 짐작 가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박하율을 어떻게든 잘 꼬셔 봐야 하나.’
누군지는 몰라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인다면 분명 도움이 될 텐데. 무슨 속셈으로 날 납치해 중국으로 보내게 한 건진 모르겠지만 세상이 멸망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협조해 주지 않을까. 물론 그걸 밝히기 전에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봐야겠지만.
“다 왔어요, 형! 저기 육지가 보여요!”
나보다 시력 좋은 박하율이 손가락질했다. 블루에게 선생님 스킬을 쓰자 내 눈에도 바닷가 너른 광장이 보였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민간인인 듯했다.
“블루야, 멈춰.”
블루가 날개의 방향을 틀며 정지비행을 했다.
“왜 그래요?”
“사람이 너무 많고 블루는 너무 눈에 띄어. 내가 납치된 경로를 감추기 위해 목격자들을 제거하려 들 수도 있어.”
저 사람들은 무슨 죄냐. 블루에게 아래에서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이 올라가도록 지시했다.
“어차피 공항을 통해 다시 이동할 거지? 공항에 가서 뛰어내리자.”
“저 스탯 B급이라 자신 없는데요.”
“C급이라더니.”
“등급 올랐어요.”
최적화 스킬 말고도 등급도 맞춰 줄 수 있는 건가.
“B급이면 나 데리고도 멀쩡히 뛰어내릴 수 있어. 휴대폰 되냐? 공항 비우고 대기하라고 연락해.”
박하율이 알았다며 폰을 꺼내 유심 칩을 바꿨다. 그리곤 누군가와 통화했다.
“블루야,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집! 알겠지?”
– 꺄아.
공항에 다다르고 박하율이 불안해하면서도 나를 들었다. 던전 공략도 몇 번 안 해봤다는 말에 나까지도 걱정이 되어 블루에게 좀 더 아래로 내려가게끔 했다. 이어 박하율이 블루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얼른 가! 집에!”
내 외침에 블루가 공중을 크게 한 바퀴 돌고는 한국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박하율이 비행장에 내려섰다.
“와, 진짜 멀쩡하네요!”
“…내려 줘.”
뛰어내릴 때의 충격이 나한테도 상당 부분 전해져 와 골이 다 띵했다. 내 주위 사람들은 물론 제일 늦게 각성한 예림이까지도 나한테는 피해 없게 안고 다녔었는데. 등급 차이도 차이지만 하율이 녀석 조심성이 없다.
승차감은 유현이와 성현제가 제일 좋았지. 송 실장님도 안정감 있게 들어 올렸고. 물론 노아 씨도 빼놓을 수 없었다. 예림이는 몸집이 작다 보니 조금 불안정하긴 했다.
수 시간의 비행으로 굳은 몸을 풀며 목도리와 카디건을 인벤토리에 넣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얼른 통역 아이템을 꺼내 목에 걸었다.
“박하율 2급 특작원이 맞습니까.”
“네, 맞아요!”
제복 차림의 남자에게 박하율이 발랄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내 한쪽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연약한 F급에게 너무하는, 야! 잠깐만!”
옷을 왜 벗겨! 몸수색인 건가? 그래도 대낮에 야외잖아. 내 인권은!
“이어링 빼지 마! 그냥 B급 방어막에 마력 스탯뿐인데. 하율아, 나 마력 스탯 추가 못 받으면 스킬도 제대로 못 써! 아니 그건 통역 아이템, 통역!”
신발은 물론이고 양말까지 빼앗겼다. 홍콩에서는 특급호텔에서 휴가 보냈는데 여기선 맨발로 흙바닥에 서게 만드네! 차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형 살살 다루세요!”
“찬바람 맞으면 감기 걸려 드러눕는 몸뚱이야!”
진짜로 그렇다는 건 아니고. 하지만 요샌 많이 약해졌다니 가능할지도 모른다.
“내가 골골거리면 윗선에서 좋아할 거 같아? 감기엔 포션도 안 들어!”
윗선 소리까지 나오자 겨우 놈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하의는 무사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옮겨.”
억센 억양의 명령과 함께 덩치 큰 남자 하나가 나를 짐짝처럼 들쳐 멨다. 그대로 실내로 들어가자마자 옷을 마저 빼앗기고 새 옷이 주어졌다. 통역 아이템과 이어링도 검사 후에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어링은 압수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마나통 부족과 스탯 대비 스킬 등급이 높아서 없으면 내가 못 버틴다 협박 섞어 주장한 덕에 겨우 지켜냈다.
이어 급히 준비된 비행기로 끌려가 작은 방 같은 곳에 처박혔다.
“취급 봐라, 진짜.”
팔에는 수갑 대신 인벤토리 봉인구가 채워졌다.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그걸 드러낼 이유는 없었다. 가능한 끝까지 숨기는 편이 유리했다.
방에는 좁은 침대와 벽에 붙은 모서리가 둥근 탁자가 하나 있었다. 창문은 전부 가려진 채였다. 밖을 봐도 어디로 가는 진 모를 텐데. 중국 지리를 알아야 말이지. 중국에 공항이 몇 개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니 한 사오십 개쯤 있나.
침대에 걸터앉으며 감시로 들어온 두 남자를 쳐다보았다. 칙칙한 제복 차림에 딱딱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마도 각성자일 거고.
“안녕하세요, 등급이 어떻게 되십니까.”
놈들이 날 깨끗이 무시했다. 눈을 가늘게 뜨며 둘을 관찰하는 척하곤 다시 말했다.
“한… C급?”
“B급이다.”
등급 낮게 비치는 거 싫어하는 각성자들 많지. 다른 한 명도 B급이거나 그보다 더 낮은 듯했다. A급이면 먼저 입을 열었겠지.
“저기요, 밥 안 줍니까?”
놈들이 또 침묵했다.
“몇 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못 마셨다고요. 제가 이래 봬도 요즘 식사는 물론 약도 꼬박꼬박 챙김받는 상태인데 이러다 비행기 뜨기도 전에 탈진하겠습니다. 약은 못 줘도 밥은 챙겨줘야죠.”
네놈들이 날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다면 나 죽는다, 를 상냥하게 말해 주었다. 죽일 거냐, 응? 기껏 납치해 와서 죽일 거냐.
하는 수 없다는 듯한 놈이 어디론가 연락을 하고 곧 음식이 배달됐다. 밥에 고기 같은 것이 얹힌 덮밥이었다. 뭔지 모를 양념 맛이 강해 몇 술 뜨지 못하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같이 온 생수병을 따서 마시곤 두 헌터를 바라보았다. B급이랬지.
“한동안 얼굴 마주하고 지내야 할 거 같은데 통성명이라도 합시다.”
역시나 씹혔다. 입을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군대인지 특수부대인지 모를 대원으로서는 바람직한 태도였지만.
“전 이왕이면 편하게 지내고 싶거든요. 중요한 정보 말고, 그냥 가면 몸으로 체득할 만한 것들이라도 들을 수 없을까요. 어떤 S급이 성격 더럽다, 어느 구역에는 가면 안 된다, 어디 식당 밥이 맛있다. 그런 거 말입니다.”
여전한 침묵에 에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미리 인벤토리에서 빼내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작은 환약을 꺼내었다. 동시에 헌터가 덤벼들었다.
“악, 내 손목!”
환약이 데구르 바닥을 구른다. 다른 헌터가 발끝으로 환약을 눌러 잡곤 살펴보았다.
“라마티 꽃 열매. D급 독.”
“어디서 난 거지.”
“인벤 봉인팔찌 차기 직전에 슬쩍 숨겨 놓았습니다. 어차피 저거 통하는 사람 여기에 없잖아요.”
내가 독 저항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들 있었다. 병원에도 들어간 정보니 모르는 게 이상할 것이다.
“좋은 거 하나 가르쳐 드리려고요. 뇌물이에요, 뇌물.”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며 독환을 주워 들었다. 두 헌터가 방심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았다.
“혹시 제가 연구소 후원 중인 거 아세요? 세계적으로 떠들썩했을 테니 아실 텐데. 그래서 바깥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정보들을 여럿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이 라마티 꽃 열매도 있죠. D급이고 흔한 편이라서 얼마 안 하는 건데, 이걸 다른 재료와 조합하면 훨씬 쓸모 있는 아이템이 됩니다.”
니들도 헌터라면 관심 있을 거 아니냐. 정확히는 현재로선 나밖에 모르는 정보다. 한 이 년 뒤에나 알아냈으니까.
“정보를 팔아도 되고, 직접 부수입을 올려도 되고. 아님 위쪽에 보고해 보상을 받아도 되죠.”
솔깃하지 않냐며 웃어 보였다. 솔직히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송 실장님 빼고. 게다가 송 실장님도 새로운 아이템 정보 그 자체에는 관심을 보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 손목을 움켜쥐고 있던 손이 떨어져 나갔다.
“C급 이상 연기베일 템 있어요? 등급 높을수록 좋은데.”
몬스터의 시야를 가리거나 자신의 몸을 숨기기 좋은 아이템이라 흔히들 들고 다니는 것이다. 상급 던전에선 별 소용 없지만 B급이면 있겠지. 한 놈이 머뭇거리며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검은 막대를 내밀었다. B급이다.
이어 하급 포션병과 함께 수면가루도 받았다. 전부 B급 헌터에게는 효과가 없는 것들이라 경계하진 않았다. 포션의 내용물을 비우고 수면가루를 바닥에 깐 뒤 연기베일 막대를 똑똑 꺾어 넣고 마지막으로 환약을 밀어 넣었다.
“순서는 기억했죠? 잘 보세요, 좀 더 가까이 와서. 이제 중요한 부분이니까.”
두 헌터가 포션병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 정도 거리면 충분하지. 포션병 안쪽으로 천천히 마력을 움직였다.
스탯 F급의 마력 능력으로는 이걸 조합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마나각인의 도움을 받아 보다 섬세하게 마력을 조절할 수가 있었다. 수면가루가 작게 반짝였다. 헌터들이 더욱 집중하며 내가 움직이는 마력을 느끼려고 애썼다.
연기베일 막대가 녹아내리고 그 위로 환약 또한 흐물거리며 코팅하듯 덮어씌워진다. 병 전체에 열기가 치솟고.
텅!
작은 폭음과 함께 포션병이 터져 나갔다. 동시에 짙은 연기가 헌터들의 얼굴을 덮쳤다. 놈들이 무방비하게 연기를 들이마셨다.
“무─”
반응할 새도 없이, 헌터들이 풀썩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A급 마비연기. 범위가 좁은 게 단점이지만 효과만큼은 탁월해서 독 저항 B급 미만은 스탯 A급까지도 쉽게 기절시킬 수 있었다. 이론은 그렇고 실제론 닿기 전에 피해 버려서 B급 헌터한테도 효과 보기 힘든 거긴 하지만, 지금처럼 알아서 들이대 주면 끽소리도 못 하고 쓰러지지.
혹시나 싶어 잠시 문밖을 향해 귀를 기울였지만, 폭음은 이륙 준비 중인 비행기의 소음에 묻힌 듯 잠잠했다. 한동안은 아무도 안 올 테니까. 쓰러진 헌터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신분증… 은 뭐라고 써놓은 건지 모르겠고. 지갑인가, 챙길까. 도로 빼앗기려나. 차 키랑 무기는, C급이네. 됐고, 휴대폰.
“둘 다 잠금 걸렸잖아.”
철저하셔라. 휴대폰의 보호필름을 불빛에 비춰 보았다. 하나는 비밀번호인지 확인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선명하게 N자로 그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감사합니다.
휴대폰의 잠금을 푼 뒤 문자를 보냈다. 원래라면 이러면 안 되지만 뭐. A급 헌터도 있는 거 같은데 추락할 거 같으면 구해 주겠지.
[유현아, 형 중국이야. 무사히 잘 있고 지금 비행기 떴어.] [예림아, 아저씨 잘 있다. 중국이야.] [송 실장님, 저 지금 중국~ 죄송합니다.] [명우야, 미안해. 중국인데 진짜로 멀쩡해.] [노아 씨, 저 멀쩡하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현아 씨 번호가 뭐였더라. 그리고 성현제에에, 는. 음. 문자를 쭉 보내고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형이다. 다친 곳 없고 밥도 잘 챙겨먹었어. 위치추적 하고 있냐?”
[응. 막혀 있었는데 직접 연결된 거라 바로 뚫었대. 지금 대련 공항이지?]“맞아. 휴대폰 계속 켜놓을 테니까 확인해. 한국엔 별일 없고?”
[없어. 형이야말로 조심해. 벌써 보고 싶은데…….]“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너도 무리하지 말고, 사랑한다 내 동생.”
[나도 사랑해, 형.]애 혼자 두고 멀리 출장 나와 전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채 하루도 안 지났지만. 이어 예림이에게도 전화했다.
[아저씨! 괜찮아요?]“괜찮아, 괜찮아. 여기 밥 맛없는 거 빼고.”
[갈 때 도시락 싸갈까요? 입맛 없어도 잘 챙겨 드세요.]우리 예림이, 착하기도 하지.
[피스가 좀 울적한 거 같은데, 데리고 가도 되죠?]“아이고, 피스야. 물론 같이 와도 되지. 옆에 있어?”
[끼우응, 꺄앙!]“아빠가 미안해, 아빠 괜찮아. 무사해.”
우리 피스, 내가 없어져서 많이 놀랐을까. 예림이와 통화를 끊고 휴대폰을 숨겨 둘까, 아무 일 없었던 척 원래 자리에 넣어 둘까 고민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송 실장님 번호였다. 각관실 쪽에서도 위치추적하려는 걸까. 전화를 받았다.
“송 실─”
[한유진 군.]악! 깜짝이야! 뭐야, 왜 성현제가 나와! 당황하다 못해 휴대폰을 내던질 뻔했다. 이 인간이 하다하다 송 실장님 휴대폰까지 빼앗았나.
‘…지금은 통화하기 좀 그런데.’
좋게 헤어진 것도 아니고. 아주 약간 미안하기도 했다. 못 믿는다는 말에 상처받을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튼 여러모로 껄끄러웠다.
“어, 송 실장님은요.”
[옆에 있다네.]“아… 네……. 음, 저는 멀쩡해요.”
[다행이군. 정신계 스킬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 것 외엔 무모한 짓은 삼가게. 얌전히 있길 바란다는 말은 듣지 않겠지.]“…잘 아시네요.”
성현제는 몇 시간 전의 일은 조금도 꺼내지 않았다. 심지어 은혜를 보관 중이라는 말조차도. 몸조심하라는 말만 전하고 송태원에게 휴대폰을 넘기겠다는 목소리에 급히 그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그러니까, 연예인이요.”
박하율이란 이름은 꺼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성현제라면 이미 그의 정체는 알아냈겠지.
“좀 더 상세하게.”
[조사 말인가.]“해외에, 여자요.”
누님이나 박하율이 믿고 있다거나 그를 구해 준 사람 등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자 강한 거부감이 느껴졌다. 결국 이 두 마디를 내뱉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성현제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해외에도 발이 넓다고 했으니까 세성에서 나선다면 누님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송 실장님… 업무를 가중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많이 바쁘시지요?”
성현제가 전화를 바꾸자마자 사과부터 흘러나왔다. 박하율이 S급들에 대한 경계심을 올려놨다고 해도 송 실장님에 대한 미안함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대면한 게 아니라 전화상이다 보니 더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죄송했다.
[괜찮습니다. 몸조심하십시오.]“송 실장님도 쉬엄쉬엄… 일하실 순 없겠지만요.”
[휴가계를 냈습니다.]“…예?!”
세상에나! 이걸 중국에서 듣게 되다니 억울하다. 아니, 내가 중국으로 끌려와서 휴가 내신 건가.
각관실과 세성길드에서도 내 위치를 계속 추적하겠다고 하였다. 휴대폰은 베개 끝을 약간 뜯고 그 안에 넣어 감추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문이 벌컥 열렸다.
“안녕하세요~”
쓰러져 있는 헌터들을 보고 당황하는 얼굴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아휴, 표정이 소태 씹은 것 같으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