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382
380화 무서운 것 (2)
“방금 들으셨죠? 이 일대가 던전화한 모양입니다.”
즉, 보스 몬스터를 잡기 전에는 나가지 못한다, 인데. 문제는 그 보스 몬스터가 윤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도깨비들의 말을 들어 보면 거의 백 퍼센트다.
“윤윤이, 도깨비가 도깨비대왕이 되었을 때 사용된 아이템이 이름 없는 마왕의 물레바퀴, SS급이었습니다. 윤윤은 처음에는 1급 마족, SS급의 마왕으로 변했었어요. 하지만 원래의 도깨비가 되길 원해서 바뀌었죠.”
아마 그때의 영향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것도 도깨비 종족 전체에게. 마왕으로 변했을 때 최적화 스킬이 뭐였더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 다시 확인하면 되긴 하겠지만.
“원해서 바뀌었다, 라. 내 파트너께서 관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만. 병실이 엉망이 되었을 때인가.”
“잘 아시네. 자세한 건 나중으로 미루고요, 마왕화되었다면 다시 돌려놓을 수도 있을 겁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퇴치보다는 구출 쪽을 우선했으면 싶어요.”
SS급 몬스터 상대로 스킬이 대부분 봉인당한 S급이 구출이라니, 솔직히 지나친 부탁이었다. 그럼에도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고맙게도.
‘지성 없는 언데드뿐이라 우리 애는 못 써도 두 배는 남아 있으니까.’
상대의 스킬과 약한 속성을 확인한 다음 공격 스킬 두 배를 적용시키면 된다. 최소한 우리가 질 확률은 낮았다. …구출은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펜던트는 어떻게 해요? 제 스킬이 제일 유리하긴 한데.”
그래도 아직 경험이나 그런 쪽은 제가 약하니까, 하고 예림이가 물었다.
“그거 몸에 닿기만 하면 효과가 나타나지?”
“네.”
“손에 감아쥐고 유현이한테 대줘 봐.”
“알았어요. 뭘 보냐, 나도 너 건드리기 싫어.”
예림이가 툴툴대며 유현이에게로 순간이동해 갔다. 펜던트를 감아쥔 예림이의 손이 유현이의 어깨에 닿았다. 그러자 내내 모습을 감추고 있던 이린이 톡 튀어나와 갑갑했었다는 듯 빙글빙글 맴돈다.
“돼요!”
“좋아. 그럼 예림이 네가 필요할 때 맞춰서 대주거나 건네주는 걸로 하자. 넌 순간이동과 비행이 가능하니까.”
여기에 선생님 스킬까지 더해지면 타이밍을 맞추기 쉬워질 것이다. 예림이와 피스에게도 선생님 스킬을 썼다. 키워드 적용된 상대라 해도 수가 늘어나니 슬슬 힘에 부쳤다. 윤윤에게 쓰는 건 무리이려나. 펜던트 적용 수신호도 정했다.
“예림아, 접근하기 어렵다 싶으면 그냥 던져도 돼. 굳이 직접 대줄 필요는 없어.”
“걱정 마세요!”
“피스랑 멀리 떨어지지 말고, 스킬 막히면 바로 합류하고.”
예림이의 능력 특성상 스킬이 막히면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도 거의 없어진다. 그러니 피스의 도움을 받는 편이 안전했다. 유니콘 아종인만큼 피스는 맹수형 몬스터치곤 이동 속도가 무척 빨랐다. 불길 질주를 쓰지 못한다 해도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쯤이야 쉬울 것이다.
마나 보충을 하며 파르스름히 빛나는 얼음 호수 저편을 바라보았다. 폭음 이후 별다른 기척 없이 잠잠했다.
“…여기가 진짜 던전과 비슷하다면 시간을 끄는 방법도 통할 수도 있습니다.”
던전에 들어가 일정 시간 이상을 죽지 않고 버티면 리셋 현상이 일어난다. 마치 던전을 공략한 것처럼 던전 포화도가 떨어지고 게이트도 열렸다. 감당 못 할 몬스터는 그런 식으로 버텨서 처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SS급 보스 몬스터 던전이라면 한두 달로도 부족할 수도 있었다.
“혹은, 게이트 석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게이트 석은… 송 실장님?”
“없습니다.”
응, 역시 안 가지고 계시는구나. 성현제도 하나뿐이고 유현이가 두 개 가지고 있었지만 예림이와 노아는 없었다. 애초에 그걸 쓸 게이트도 안 보이기는 했다.
“그럼 가죠.”
노아가 나를 안아든 채 날아올랐다. 예림이도 비행 스킬을 쓰며 활 대신 임시로 들고 온 A급 빙 속성 보조 마력 지팡이를 꺼냈다.
“송 실장님! 저 무기 많이 주웠는데, 부숴도 돼요!”
화운이네 검 빼고. 그건 유현이 거라. 내 말에 성현제가 전투해머를 꺼내들었다. 와, 안 어울려.
“금이 약간 갔지만 쓸 수 있을 거라네.”
송태원이 군말 없이 무기를 받아들었다. 그의 한쪽 손에 와이어를 감은 것을 보자 퍼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것도요! 오다 주운 겁니다, 편히 쓰세요!”
화운이네 수갑을 꺼내어 던지려다가 노아에게 건넸다. 내가 던지면 안 닿아. 방어력 높고 날붙이에 추가 방어까지 붙었으니 송 실장님이 쓰는 게 딱 알맞았다. 노아가 대신 던진 검은 수갑을 송태원이 받아 손에 찼다.
‘어째 흐뭇하네.’
평소에도 저렇게 얌전히 받아 주시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저것들 전부 전투 끝나면 즉각 반납하시겠지. 아깝다. 수갑이라도 어떻게 못 떠넘기려나. 마지막 착용자 귀속으로 개조할 수 없는지 명우에게 슬쩍 물어볼까.
순식간에 섬이 가까워졌다. 우르르 무너져 내려 원래의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는 헬기장에 언데드들이 우글거리는 것이 보였다. 다가오는 우리를 발견하고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며 몰려온다. 예림이가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그그긍-
거대한 파충류가 등을 따라 돋은 가시를 바싹 세우듯 얼음 기둥들이 치솟았다. 그리곤 그대로 언데드들을 향해 기울어진다.
콰직, 콱! 언데드들이 깔아뭉개지며 얼음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저거 계속 재생해! 유현아, 수장시켜 버려!”
재생 속도를 보면 태워도 재까지 재생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물에 빠뜨려 버리고 그 위를 얼음으로 덮기까지 하면 어떻게 나오겠냐. 평범한 인간형이.
내 말에 예림이가 재빠르게 유현이에게로 순간 이동했다. 예림이의 손이 유현이의 어깨에 닿자마자 불길이 치솟았다. 채찍처럼 뻗어나가는 불길 사이로 이린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얼음 위를 길게 타고 나간 검푸른 불꽃이 언데드 무리에 닿자마자 터져 나가듯 그 세력을 늘린다.
화르륵!
순식간에 얼음이 녹아내리고 불길에 휩싸인 언데드들이 호수 아래로 잠겨들었다. 기세를 올리던 불이 사그라듬과 동시에 예림이가 다시 앞으로 나섰다. 쩌저적, 언데드 무리를 삼킨 물이 그대로 얼어붙는다.
방해물 하나 없이 매끄럽게 깔린 얼음길을 가로질러, 섬 위로 올라섰다.
“깊이 들어가진 마! 호수가 가까운 게 좋으니까.”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면 반응을 나타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땅이 울렸다. 섬 전체가 뒤집힐 듯 흔들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호수까지 쩌어억 금이 퍼져나간다. 묻어 놓은 좀비 튀어나오면 귀찮아지는데.
콰르르릉- 콰아앙!!
공기가 쩌엉, 묵직한 기운을 머금고 전신을 두들겼다. 천지가 진동하는 폭음과 함께 섬의 중앙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
건물 잔해들과 돌덩어리, 흙덩어리들이 중력을 잃은 듯 높이 떠올랐다가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노아가 날개를 크게 꺾으며 내 머리 위를 감싸 주었다. 호수의 얼어붙은 표면과 섬의 일부였던 것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여오길 잠시.
피어오른 흙먼지가 가라앉고 거대한 크레이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화산이라도 폭발한 듯 움푹 팬 분지 곳곳에 희미한 반딧불 같은 것이 떠다니고 있었다. 도깨비들이 변신한 불의 축소형 같았다.
“저, 저기…….”
내 어깨 위의 빨간구슬 도깨비가 조그맣게 말했다. 목소리 가득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그래, 나도 봤어.”
아직은 인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예전 모습 그대로 하얀 머리카락에 파란 눈의, 성별을 짐작키 힘든 얼굴. 하지만 백발 사이로 뿔이 솟아나 있었다. 내게 떼 주었던 뿔과 똑같은 것에, 두 손 또한 험상궂게 커지고 날카로운 손톱이 굽어졌다.
펑퍼짐한 옷 아래로 마왕으로 변했을 때의 것과 비슷한 꼬리 또한 길게 늘어져 있다.
“윤윤!”
윤윤은 내 외침에도 아무런 반응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른 떡잎 스킬을 사용했다.
[각성자 – 도깨비대왕 윤윤현재 스탯 등급 S~SS
각성 가능 스탯 등급 S
최적화 초기스킬
도깨비족의 시조(L) 획득
도깨비문(SS) 획득
누구게?(S) 획득
구름 발걸음(B) 획득]
예전과 같다. 단 하나, 스탯 등급만 제외하곤. 원래는 S였던 현재 스탯 등급이 S~SS로 바뀌었다. 혹시 이게 마왕화되고 있다는 표시…….
[누ㄱ의 주인(SS)]…순간 누구게? 스킬 명이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도깨비족의 시조도 일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역시 아직 완전히 마왕이 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선공하지는 말고, 대화부터 시도해 보겠습니다. 현재 스킬은 원래 도깨비가 가진 것 위주예요. 공간이동과 은신스킬은 이미 아시죠? 그리고, 변신 스킬도 있습니다.”
전투 스킬은 아니지만 전부 까다로운 스킬들이다. 심지어 도깨비의 은신 스킬은 S급이다. S급 헌터라 해도 전투 중에 갑자기 사라지면 얼른 뒤를 쫓기 힘들었다.
여기에 마왕의 전투계 스킬이 더해진다면, 내 기억 속 그 어떤 SS급 몬스터보다 까다로운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
내가 말을 걸어 보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머릿속 가득 경고등이 새빨갛게 켜지는 느낌이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송태원이었다. 방패에 검은 그림자를 어리게 한 채 뛰어오르고, 그 자리에 있던 예림이가 뒤로 순간이동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허공에서 돌연 나타난 검붉은 손톱이 방패를 강하게 긁는다.
카가각!
엄청난 힘에 두꺼운 방패가 거의 반 가까이 패였다. 송태원의 몸이 후려쳐지듯 땅을 향해 떨어졌다. 그 짧은 틈에도 자세를 바로잡았지만 종아리까지 푹, 땅에 들이박힌다.
송태원을 공격한 윤윤의 모습이 곧장 사라졌다. 눈으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공간이동이다. 하지만.
콰르릉─!
어느새 예림이의 손이 성현제의 어깨에 가닿고, 전격을 휘감은 사슬이 길게 뻗어졌다. 정확히 윤윤이 다시 나타난 자리였다. 윤윤이 손톱으로 사슬을 막았지만, 그 멈칫하는 사이 차디찬 안개가 그를 휩쌌다. 안개 중 일부가 완전히 얼어붙으며 윤윤을 가운데 둔 둥근 고리를 이루고.
파지직! 강력한 전류가 다시금 튀어 올랐다. 예림이의 마력이 만들어 낸 길을 따라 성현제의 마력이 집중된다. 얼음 고리가 황금빛으로 빛나다가.
콰아앙!
눈부시게 터져 나갔다. 그것을 고스란히 맞았더라면 아직 S급과 SS급 사이를 오가고 있는 윤윤에게 타격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윤윤은 다시 공간이동했다.
그와 동시에 유현이와 송태원이 땅을 박찼다. 전투예지에 힘입어 윤윤이 나타날 장소를 향해 송태원이 먼저 뛰어들었다. 카드득, 방패에 다시금 손톱이 박히고 크게 휘어져 찔러 들어오는 꼬리를 수갑 찬 손이 맞잡는다.
송태원의 뒤를 바싹 따르던 유현이가 크게 도약하고, 윤윤의 머리 위로 빙글 제비를 돌며 군림자의 검을 휘둘렀다. 새카만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마왕의 뿔을 스친다. 윤윤이 뾰족해진 이를 드러내며, 공간이동 해 몸을 빼냈지만.
쐐애액!
이번에는 전류를 휘감은 얼음 창들이 날아들었다.
‘전투예지 완전 사기.’
진짜 사기다. 솔직히 랭킹전에선 못쓰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도 혼자 쓰면 속도로 누를 틈이라도 있지, 여럿이 공유하니까 정말로 사기였다.
하지만 공간이동 또한 그에 맞먹는 사기 스킬이긴 했다. 그나마 이동 직후 짧은 딜레이라도 있어 공격이 닿기라도 하지, 그마저도 없었다면 전투예지도 소용이 없다. 순간이동과 달리 경로 방해도, 잡아두는 것도 불가능한데 뭘 어쩌겠어.
“윤윤! 나 못 알아보겠어?!”
다행히 아직 마왕의 전투계 스킬은 잘 쓰지 못했지만 여기서 더 자극이 들어갔다간 위험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크게 소리쳐 불러 보았지만 윤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쪽으로.
쾅!
꼬리가 날아들었다. 금빛 비늘 돋친 팔이 막았지만 힘이 모자랐다. 노아가 날개를 퍼득이며 뒤로 밀려나기 무섭게 그 자리를 유현이가 차지했다. 어느새 예림이가 던져 준 펜던트를 손에 쥐고 푸른 버들잎을 밟으며 윤윤의 꼬리를 쳐낸다.
이번에는 윤윤도 공간이동으로 도망치지 않고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윤윤!”
“저리 가! 인간!”
검붉던 윤윤의 손톱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유현이가 버들잎 위에서 빙그르, 크게 회전하며 연검을 거세게 휘둘렀다. 카앙! 요란한 소리가 일며 발 디딜 곳 없는 윤윤이 뒤로 밀려난다. 윤윤이 으르렁대며 다시 사라지고, 유현이가 피스를 타고 다가온 예림이에게 펜던트를 던졌다.
펜던트를 받아 든 예림이가 곧장 수십 개의 얼음 창을 만들어 던지고, 성현제가 제어 안 되는 전류를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얼음 창들에게 퍼부었다. 힘의 집중을 예림이에게 맡긴 것이었다.
불이나 바람 같은 거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마력으로 이루어진 얼음은 전격을 고스란히 담는 것이 가능했다. 금빛을 발하는 얼음 창들이 또다시 윤윤을 향해 퍼부어지며 요란한 폭발이 연달이 터져 나갔다.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모양인데. 어쩔까, 형.”
버들잎이 사라지고 땅에 착지한 유현이가 말했다. 내 지시를 기다리는 시선에 고민스럽게 미간을 좁혔다.
“음, 조금씩 전투에 익숙해져 가는 게 보여서, 오래 끌면 안 될 거 같긴 한데.”
더 늦기 전에 공격 스킬 두 배를 적용시켜야 할까. 하지만…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중간 김서방.”
그때 빨간구슬 도깨비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