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403
401화 일몰 (5)
카트를 끌며 화려하게 꾸며진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너른 로비 한쪽에 줄줄이 놓인 푹신해 보이는 의자에 내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실내니까 패딩을 벗은 거야 당연하지만, 어, 바지는 왜 벗고 있냐.
여러모로 곤란하고 난감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의 내 앞에 동생이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몸을 굽히고 있었다. 유현이가 유심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내 다리였다. 정확히는 다친 쪽 다리다.
“야, 유현아. 나랑, 세성 길드장님 오셨는데.”
뒤늦게 우리가 들어온 것을 눈치챈 내가 쪽팔려하며 유현이의 어깨를 툭툭 쳤다. 패딩으로 허벅지까지 가리고 있긴 했다만 말이야. 유현이가 몸을 일으키며 나를 돌아보았다.
“왜 나한테 화 한번 내지 않았어?”
“…응?”
소파에 앉아 있던 내가 자기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야 내가 스무 살짜리 유현이에게 괜한 소리 했을 리 없겠지만. 약간 굳은 얼굴의 동생을 마주 바라보았다.
“내가 너한테 왜 화를 내겠냐. 애초에 아직은 별일 없었잖아.”
아 물론 동생이 갑자기 집 나가서 마음고생은 많이 했지만, 그거 외에는 별거 없었다. 없는 콩고물 노리는 놈들이나 사기꾼 따위가 붙은 정도였지.
“넌 기억도 못 하는 일이고, 네가 그런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 눈치챈 걸까. 설마 다리 고쳐 달라고 찾아간 거 차갑게 쫓아냈단 소리를 내 입으로 털어놓진 않았을 거고. 그냥 왜 나를 다친 채로 내버려 두었냐, 이 정도겠지?
“그래도. 형에게는 나라고 생각되었을 거잖아.”
“어? 어, 응.”
반사적으로 고개는 끄덕였지만, 입안이 껄끄러워졌다. 내 동생이지, 둘 다. 둘 다 유현이지만.
“최대한 빨리 치료해 줄게.”
유현이가 다시 회귀 전 나를, 내 다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친 쪽과 멀쩡한 쪽이 차이가 뚜렷이 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상대적으로 마른 다리 위를 길게 흉터가 휘감고 있다.
저쪽도 못 쓰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저것도 많이 나아진 편이었다. 다리를 막 다치고 제대로 쓰지 못했더니 근육이 어찌나 쭉쭉 잘 빠지던지. 그래도 이때는 평범한 수준은 되었다. 멀쩡한 쪽은 더 열심히 움직이고 힘도 더 들어가다 보니 튼실했고.
“…뭘 그렇게 보냐. 네 다린데.”
회귀 전의 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다친 다리 남한테 보여 주는 거 싫어했었지.
“흉터는 지금이라도 포션 좋은 거 쓰면 지워지지 않냐.”
“됐어. 겉만 멀쩡해서 뭐 하려고. 가뜩이나 던전 속인데.”
“형도 앉아.”
유현이가 내게 말했다.
“아니, 나는 괜─”
억. 동생 놈이 내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나를 잡아다 의자에 눌러 앉혔다. 옆 의자의 나라는 놈이 나도 그랬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봐왔다.
“야, 잠깐만! 걷으면 되잖아, 걷으면. 아니면 잘라도 되고!”
“벗겨.”
나라는 새끼가 말했다. 저 망할 새끼가! …나한테 망하라고 하려니 찝찝해지네.
“최소 1년은 되어 보이는군.”
그때 성현제가 패딩 뭉치를 끌어안고 있는 내게로 다가갔다. 내가 흠칫 경계 어린 시선을 성현제에게 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성현제가 천천히 상체를 굽혔다.
“살펴봐도 되겠나.”
“뭐, 를요.”
“다리 말이네.”
의자 등받이에 바싹 붙은 회귀 전의 내가 미간을 좁혔다.
“전에도 봐놓고 뭘 또… 어?”
어? 내 입에서도 당혹스런 소리가 튀어나왔다. 전에도 봤다고? 설마?
“기억나는 거 있어?”
“아니, 그게,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내가 당황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분명 성현제와, 그러니까 회귀 전에 그와 만난 적 있는 반응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회귀 전의 성현제와 지금 성현제는 같지만 다른 존재니까, 그게 영향을 미친 건가?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성현제 씨, 마음껏 살펴보시죠.”
“뭐? 야!”
“제가 허락합니다. 고로 상호동의 한 거예요.”
아무튼 나는 나니까. 내가 꼬리 밟힌 짐승처럼 사납게 나를 노려보았다. 뭐 왜 뭐. 멀쩡한 다리가 겁도 없이 성현제를 걷어차려 했지만 가볍게 탁, 잡히고 말았다. 아이고, 미역 볶기도 전에 고소한 냄새가 폴폴 나네.
다만 나도 비슷한 꼴이라는 게 문제였다. 내가 둘이니 쪽팔림도 두 배라는 건가. 유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내 다리를 매만졌다.
“뼈가…….”
“지금은 안 아악!”
“안 아프다고?”
“누르면 아프지, 누르면!”
“살짝 누른 거야. 이 정도면 걸을 때마다 아픈 거 아냐?”
“아니거든. 걷는 건 괜찮아.”
목발이나 지팡이 없이는 통증이 좀 느껴지긴 했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었다. 유현이가 이를 으득 갈았다.
“너무 편하게 잘랐어. 천천히 으깨 놨어야 했는데.”
“다음에 또 마주치면 밟아 놔.”
아직 살아 있으니 말이다. 살아 있겠지? 그사이 성현제 씨는 재미 좋은 모양이었다. 의자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어 세성 길드장이 부담스러워 죽으려 하는 나를 쳐다보았다.
“더 떠오르는 거 없냐?”
“없다! 잠깐만요, 양말은 왜 벗기는데요!”
“반응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서지.”
하하하, 꼴좋다. 아니 잠깐만.
“유현아, 그쪽 다리는 멀쩡한, 야, 야.”
“멍이 들었잖아. 무릎에 흉도 졌고. 속상해, 형.”
“살다 보면 좀 부딪히고 넘어질 수도 있지, 뭘 그래. 괜찮아, 괜찮아.”
그러니 이제 바지 좀 주라. 카디건이 길어서 다행이지.
“…세성 길드장님, 저쪽도 살펴봐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유현이가 몸을 일으키자 내가 이 악물며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뭐가 당연해요! 동생이 잘 살펴봐 줬습니다!”
“보는 눈이 다 다르니 여럿이 확인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됐습니다.”
딱 잘라 말하곤 얼른 바지를 챙겼다. 성현제의 시선이 내 다리에 꽂히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내 상태가 영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조금 뚱한 표정을 하고 있더니 역시나 바지 껴입고 있는 회귀 전 내게로 시선을 돌린다.
“외과적인 처치와 상급 힐러를 동원한다면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을 거라네.”
“사양하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말했다. 가라앉은 표정으로 짧게 숨을 내뱉고는 성현제를 올려다보았다.
“상급 힐러는 푼돈으로 움직여 주지도 않을 테니까요. 갚을 능력 없습니다.”
“길드원 복지 혜택으로 처리가 가능해. 등급과 계약 조항에 따라 달라지고 등록 전의 부상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내가 길드장이지 않나.”
“TV에서 봤던 것보다 더 재수 없으십니다.”
약간 떨리긴 했지만 무뚝뚝한 목소리였다. 나도 참,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니까. 자기를 어쩌지 못할 거라고 상황 파악 끝나긴 했겠지만 그래도 공포 저항도 없는 F급과 태생 S급인데.
“형은 내가 치료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 둘 다 말이야.”
바라 마지않던 말이었을 텐데도 회귀 전의 나는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그런 나를 보는 유현이의 얼굴에도 그늘이 졌다. 그, 음, 으음.
“어, 슬슬 밤을 맞을 준비 하죠! 커튼은 다 쳐졌나? 머물 방만 쳐도 되려나요.”
“오면서 보니 세 군데는 커튼이 걷어져 있더군.”
“눈도 좋으셔라. 그럼 그건 성현제 씨에게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커튼 쳐 놓는 게 좋겠지. 성현제가 고개를 끄덕이곤 걸음을 옮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유현이 너는, 여기 주방 있지?”
“응. 1층에 있었어.”
“그럼 장 봐온 것 좀 정리해 줄래? 요리할 준비도 해주면 좋고.”
유현이가 알겠다며 마트 카트를 밀고 로비 옆 식당으로 향했다. 그럼 우리는.
“저기 장식 천 뜯어서 유리벽이랑 문 가리자.”
단순히 커튼 치세요, 라기보단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하세요, 라는 뜻이 맞을 것이다. 식당과는 좀 떨어져 있는 라운지로 나와 함께 들어갔다. 회귀 전의 내가 인벤토리에서 갈고리 달린 와이어를 꺼내 들었다.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갈고리가 천장에 달린 천을 향해 던져졌다. 그리고 부우욱, 단숨에 천을 잘라낸다.
바닥에 떨어진 천 뭉치를 거두다 말고 카디건을 벗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난방도 되는지 좀 덥네.
“너, 진짜…….”
“아니, 이거 아이템, 장비.”
물론 중국풍 옷에 재킷에 카디건까지 걸친 꼴이 웃겨 보이긴 하겠지만! 내 패션 센스가 그렇게까지 막장은 아니라고. 평범한 편은 된다.
“카디건도 아이템이라며. 겹쳐도 되나.”
“효과 종류와 등급 차이가 많이 나서 괜찮긴 하겠지만, 그냥 보온용으로 입은 거야. 이거 마수 양털이라고. 단순히 옷만으로도 따뜻해.”
변명을 했음에도 나라는 놈은 영 꺼림칙한 눈빛을 했다. 왜 나를 못 믿냐.
“패딩은 인벤토리에 안 들어가더라.”
“그야 당연, 잠깐. 여긴 던전이니까 일반 옷도 던전 아이템인가?”
따지고 보면 그런 셈인데. 테이블 위의 작은 꽃병을 집어 인벤토리에 넣으려 해봤다.
[오류! 인벤토리에 넣을 수 없습니다!]응, 오류냐. 이 던전 완전 엉망진창이네. 아무래도 아까 내가 쓴 갈고리 와이어처럼 원래도 던전 아이템인 물건만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유현이가 향한 식당 쪽을 흘끔거리며 말했다. 제아무리 S급 헌터라 해도 절대 듣지 못할 거리니 괜찮겠지.
“널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다고 장담하진 못해.”
“그래.”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가능한, 어떻게든 데리고 나갈 거야.”
“…왜?”
내가 나를 바라봐왔다. 가라앉은 눈이 무겁다.
“너한테 좋을 건 없잖아. 나는 별로 쓸모도 없고.”
그 말 그대로였다. 눈앞의 나는 양육자 칭호밖에 가지질 못했다. 심지어 회귀 직전의 나보다 어리니 알고 있는 미래지식의 총량도 적었다. 할 수 있는 일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어렵게 데리고 나갈 정도는, 냉정하게 말해 아니었다.
차라리 다른 S급들을 데리고 나가는 편이 낫겠지. 예림이도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이건 유현이한테 비밀인데, 너라면 지켜 주겠지.”
두 번째 천 뭉치를 돌돌 감으며 말을 이었다.
“난 아마도 오래 못 살아.”
“뭐?”
“몸 상태가 안 좋대. 쉽게 포기할 생각도 없고 더 살려고 노력도 할 건데, 그래도 한계는 있지 싶거든.”
“…어차피 너나 나나 몸뚱이는 똑같지 않나. 불치병이라도 걸려서 회귀한 거냐?”
“달라. 지금의 나는 내가 감당 못 할 등급 높은 스킬을 여럿 가지고 있거든. L급 칭호가 두 개에 거기 딸린 L급 스킬이 다섯 개나 된다.”
내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믿기 힘들겠지.
“그거 말고도 또 이래저래 문제가 있어서, 몸이 감당을 못 한대. 몸뚱이는 F급 그대로라.”
“스킬을 안 쓰면?”
“안 쓸 형편도 아니야. 수명 조금 늘리려다가 지금 당장 죽을 순 없잖냐.”
이 소리 가장 먼저 털어놓게 되는 상대가 나일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내가 어떤 녀석인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 믿을 수 있는 녀석이니까, 마음도 편하고 말도 술술 나왔다. 따지고 보면 혼잣말이나 마찬가지인가.
“그러니까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우리 동생을 위해서. 넌 지금부터라도 건강관리 잘하면 오래 살 수 있지 싶거든. 내가 아는 어르신한테 부탁하면 등급 올리는 것도 가능할 거 같고.”
꽤 굴러야겠지만. 한 중급만 되어도 백 살 가볍게 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어린 혼돈처럼 초월자까지 되는 건 힘들어도 S급은 스승이 좋으니까 혹 모른다.
“유현이가, 나 없으면 아무래도 살아갈 것 같지가 않아. 한 백 년쯤 뒤면 그래도 평범한 인간만큼은 살았으니 괜찮을 것도 같은데, 일이십 년은 안 되잖아. 그보다 더 짧을 수도 있고.”
쌓인 일이 산더미니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꼭 몸 상태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너는 나니까 네가 있으면, 윽!”
거칠게 낚아채듯 멱살이 틀어잡혔다. 내가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이 빌어먹을 새끼가.”
“개소리, 라니.”
“시발, 너 진짜.”
몸이 밀쳐졌다. 비틀거리다가 긴 소파 위로 넘어졌다. 회귀 전의 내가 무릎을 굽혀 내 복부를 거침없이 짓눌렀다.
“큭, 야!”
아파! 잠깐만, 뭐야, 은혜야? 은혜야? 너 설마 저게 나라서 피해무효화 안 해준 거냐? 아니면 너도 내가 맞을 소리를 했다고 생각하는 거니.
“너는 나와 달라.”
서늘하게 노기 어린 눈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슬픈 것 같기도 했다.
“너도 이미 느끼고 있겠지. 그러니까 대타나 뛰어 달라는 개소리가 술술 나오는 거고.”
내 입가가, 눈가가 일그러졌다.
“나는 그냥, F급이고 너는 아니니까. 젠장, 열등감 덩어리란 소리 많이도 들었지만 나한테까지 이러게 될 줄은 몰랐네.”
“…우리가 질투한 건 동생의 옆자리였잖아.”
“그래. 너 말이야, 너. 좋겠다. 이런 던전에 같이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인정받아서.”
내 손이 내 목을 움켜쥐었다. 그대로 조여 버리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억지로 생각 안 하려고 했어. 나는 몬스터고, 유현이는, 그래, 좋아 보이더라. 하지만 나를 끌어내서 네 빈자리를 채우겠다니. 치사한 새끼야. 내가 너보다 잘났으면 그딴 소리 지껄였겠냐. 너 새끼 살아 있을 땐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는 거지.”
“솔직하게, 읏, 맞아.”
나도 내가 치사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거 잘 안다.
“하지만 너는 나잖아. …받아들일 거잖냐.”
입장이 반대였다더라도. 유현이를 죽게 내버려 두는 새끼는 내가 아니다. 으득, 이가 악물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미친 새끼. 아무리 그래도, 그래도. 진짜 나 맞냐? 내가 동생 아끼는 건 맞는데, 진짜 아끼긴 하지만.”
“유현이가 죽었어.”
내가 굳었다.
“나 때문에. 나를 구하려다가. 그래서 회귀한─”
퍽. 한쪽 얼굴이 얼얼했다. 입술이 터진 것도 같았다.
“무슨 소리야. 그게.”
“미칠 일 맞지. 그럼. 제정신이겠냐.”
“유현이가 왜 죽어!”
또다시 주먹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기다리고 있다가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녀석의 다리를, 다친 쪽을 걷어찼다. 윽, 하고 녀석이 비틀거리는 사이 몸을 굴려 소파에서 빠져나왔다. 몸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멈추지 않고 그대로 한 바퀴 더 굴렀다. 아니나 다를까.
푹!
바닥에 칼이 꽂혔다. 시발, 살벌한 새끼. 그래도 난데.
“네가 그러고도 형이냐! 잠깐만, 너, 칭호, 설마…….”
“맞아.”
“이, 개새끼야!”
칼을 뽑아드는 나를 보고 얼른 테이블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한쪽 다리가 불편하기에 상대가 낮은 위치에 있으면 공격하기 더 힘들다. 그래서 내가 칼 대신 창을 꺼내들었다. 몸을 굽히는 대신 아예 두 무릎을 미끄러지듯 바닥에 대어 창을 낮게 찔러온다.
“그냥 죽지! 시발!”
“나도 그러려고 했어!”
인벤토리에 구르고 있던 방패를 꺼내 창을 막았다. 텅! 소리와 함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역시 등급 오르긴 올랐나 보다. 단순히 레벨 차이라기엔 힘이 세네. 녀석이 묵직한 테이블 다리를 잡으며 몸을 빙글 돌려 바닥을 쓸 듯이 낮게 발차기를 날려 왔다. 동시에 창을 공중으로 던진다.
저 창의 특수 효과가 퍼뜩 뇌리에 떠올랐다. 진짜 죽일 생각이냐! 발차기에 맞고 밀려나면 정확히 창의 낙하지점일 터. 그것도 수직으로 강하게 내리꽂히는 창날이다. 얼른 단검을 꺼내 바닥에 박고는 밀려나지 않게 버텼다.
“근데 왜 살아 있는데! 아주 멀쩡하게!”
“그러게나 말이다!”
내가 또 내게 욕설을 퍼부었다. 차라리 속 시원했다. 나 아니면 누가 이렇게 화내 주겠냐. 유현이도 자기가 죽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데.
“형!”
소란이 커서인지 유현이가 달려왔다. 내게 덤벼드는 나를 얼른 붙잡곤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살펴보았다.
“괜찮아? 대체 무슨 일이야? …형?”
어째서인지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도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