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409
407화 목표 (2)
백연준은 습관적으로 왼발이 먼저 나갔다. 힘과 속도가 균형 잡힌 타입이지만 무게감이 왼쪽으로 쏠리는 버릇을 고치기 힘들어했다.
휘익, 칼날이 송태원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A급의, 지금은 S급에 가까워진 헌터의 검격은 휘감은 바람만으로도 옷깃을 찢어 놓았다. 송태원은 몸을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틀어 공격을 피하며 뻗어 온 백연준의 팔을 붙잡았다.
검은 그림자가 송태원의 손바닥에 어리며 백연준의 팔에 깃든 방어 스킬을 단숨에 무력화시켰다. 우드득,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고 뼈를 부러뜨린다. 송태원은 그대로 팔을 잡아 뜯듯이 강하게 당기며 왼쪽으로 몸을 회전했다. 백연준에게는 우측이었다.
‘아직도 오른쪽이.’
약하다. 송태원의 기억보다는 반응이 빨랐지만 여전히 왼쪽 반응에 비하면 뒤떨어졌다. 백연준의 몸이 끌어당겨지며 회전력이 들어간 송태원의 무릎이 그의 오른쪽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콰득
백연준의 잇새에서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송태원의 머릿속에 지금의 절반 정도 힘에 얻어맞고 우는소리를 하며 항복하던 백연준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의 백연준은 비명조차 삼킨 채 이를 악물며 몸을 틀었다. 잡힌 팔이 너덜너덜해지는 것을 감수하며 몸을 뒤로 빼낸다.
그가 잠깐이나마 시간을 번 사이, 각관실 헌터들이 정문 근처로 접근해 왔다.
“여기!”
누군가가 포션 병을 백연준을 향해 던졌다. 신체 스탯이 낮은 힐러가 뛰어오는 것보다는 포션을 던지는 편이 더 빠른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병이 백연준에게 닿기 전,
파삭!
송태원이 걷어찬 포장바닥 파편이 포션 병을 깨뜨렸다. 반투명한 액체가 허무하게 바닥에 쏟아졌다. 마치 포션을 던질 것을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움직임이었다. 아니, 실제로 송태원은 알고 있었다. 이곳의 그 누구보다도 더.
지금 이곳의 각관실 헌터들의 경력은 현재의 송태원보다 길었다. 하지만 단순한 전투경험이라면, 삼 년이 넘는 시간으로도 송태원을 따라잡기 불가능했다. 양으로는 엇비슷해졌다 해도 질적으로는 여전히 차이가 났다.
송태원은 포션을 처리함과 동시에 도로까지 물러난 백연준을 따라잡았다. 몸을 낮게 낮춰 차도 너머 보도블록까지 미끄러져 간 백연준이 주차되어 있던 미니 밴의 꽁무니를 움켜잡았다. 콰득, 손가락이 차체를 파고들고 그대로 볼링공 던지듯 미니 밴을 송태원을 향해 민다.
끼기기긱─
바닥을 긁는 소리와 함께 차가 송태원의 시야를 가리며 밀려들었다. 백연준의 모습을 잠깐이나마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송태원은 당황하지 않고 차를 뛰어넘지도 부수지도 않은 채 오른쪽으로 피해 달렸다.
“뭐─!”
정확히 오른쪽, 그에게 있어선 왼쪽으로 몸을 피하던 백연준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갈고리 진 굵은 손이 그의 목을 향해 뻗어왔다. 백연준이 급히 멀쩡한 팔을 들어 막았다.
송태원의 손이 백연준의 팔을 잡고 우드득 꺾어 당기며 다른 쪽 손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새로운 피가 아직 굳지 않은 혈흔 위를 뜨겁게 적셨다.
송태원은 단검을 길게 그은 팔을 그대로 뒤로 휙 젖혔다. 그의 손끝에서 날아 간 단검이 엉거주춤 서 있던 보조계 헌터를 꿰뚫었다.
‘보조계는 근접전투계 이상으로 상황판단이 빨라야 합니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적시에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거리를 유지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냉정하게 몸을 피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위험에 빠진 동료를 두고 몸을 돌리기란 쉽지 않았다. 어차피 저 혼자 남으면 공략하고 나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툭.
송태원의 손에서 시체가 떨어졌다. 뒤로 돌아서는 그의 눈에 앞으로 나선 방어계들이 보였다. 긴장 어린 얼굴들 중 하나만 익숙했다. 그가 모르는 얼굴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들 뒤쪽으로, 아직 아는 얼굴들이 더 많았다.
“해연에서 지원은 언제 도착하지?!”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세성과 협회는?”
“그곳도…….”
송태원의 사망 이후 각성자관리실에는 S급 헌터가 새로 들어오지 않았다. 헌터협회와 달리, 완전히 국가 소속이 되고 싶어 하는 S급 각성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향력 또한 많이 줄어든 채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 시에는 대형 길드와 헌터 협회에 지원을 요청해야만 했다.
“몬스터냐 헌터냐! 말이 통한다면 정체를 밝혀라!”
송태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인벤토리에서 금속으로 이루어진 봉을 꺼내 들었다. 다수의 약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 주로 쓰는 무기였다. 별다른 스킬 없이 그저 튼튼하기만 한 A급 아이템.
몇몇이 그것을 알아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사람을 특징짓기엔 너무 단순하고 흔한 장비였다.
“연락이 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
방어계 헌터들을 주축으로 정문이 막혔다. 제각각의 방패 셋이, 나란히 세워졌다. 그 뒤쪽으로 활이 당겨지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피잉─!
마법계 헌터가 만들어 주는 바람의 길을 따라 화살이 쏘아졌다. 단순히 목표를 맞추는 것이 아닌, 적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스킬이 깃든 공격이었다. 신체는 물론 그림자에 닿기만 해도 스킬이 발동된다.
송태원은 가볍게 뒤로 뛰어 피하며 금속 봉을 두 손으로 들었다. 처음 한 발은 조준용이다. 첫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휘우웅!
거칠게 바람이 퍼져 나가며 십수 발의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송태원이 손에 든 봉을 크게 회전시켰다. 타다다닥, 화살이 회전하는 봉에 막혀 튕겨 나가고 송태원의 몸이 방어계 헌터들을 향해 돌진했다.
“막아!”
쾅, 쾅, 콰앙! 방어계 헌터들이 자신들의 다리를 땅에 박아 넣었다. 동시에 강풍이 송태원의 돌진 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거세게 밀어닥쳤다. 송태원이 방패를 뛰어넘을 것을 대비해 위쪽으로 활과 근접 무기들이 겨누어졌다.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지상형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한 대형. 새로운 얼굴들이 일부 생겨났지만, 그것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송태원이었다.
‘분명 이 정도의 바람으론 상급 몬스터를 막을 수도, 잠시나마 묶어 둘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공격의 위력은 확실히 낮출 수 있습니다. 그 약간의 도움만으로도 방어계 헌터는 버텨낼 겁니다.’
‘맨바닥을 디디는 것보다 지지대가 있는 편이 공격을 막아내기 더 수월합니다. 다만 행동에 제약이 생기니 혼자서는 쓰지 마세요.’
바람을 가르며 봉이 크게 휘둘러졌다.
터어엉─!
무시무시한 힘이 방패를 두들겼지만 방어계 헌터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공격을 버텨냈다. 강력한 반발력에 송태원의 손아귀가 살짝 저려왔다. 그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춘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금 화살 비가 쏟아졌다. 하늘을 향해 직선에 가깝게 쏘아졌다 아래로 퍼부어지는 화살들. 동시에 방패의 틈 사이로 창날이 찔러들었다.
지이익, 송태원의 오른쪽 발이 바닥을 길게 긁으며 일자에 가깝게 뻗어졌다. 왼쪽 다리는 잔뜩 굽히며 자신의 머리 위로 봉을 휘두른다. 타다닥, 화살을 막은 봉이 그대로 빙그르, 세로로 세워지며 창날과 부딪치고,
쾅!
땅을 내리찍었다. 봉이 꿰뚫은 지점을 중심으로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쩌저적 금이 퍼져 나간다. 거의 절반쯤 땅에 파묻힌 봉의 끝을 두 손으로 잡고 송태원이 전신에 힘을, 무게를 실었다.
쿠그그긍─!
“피해!”
땅이 파헤쳐지고, 갈라지며, 1미터 가까이 양옆으로 치솟는다. 정문을 지나 주차장 안쪽까지 길게 흔들리며 단단한 시멘트 바닥이, 흙덩이들이 튀어 올랐다. 바닥에 다리를 박고 있던 방어계들이 허둥대며 몸을 피하려 들었다. 그 뒤쪽의 스탯 낮은 몇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송태원은 비스듬히 기울어진 봉을 놓고 땅을 박찼다. 허공으로 치솟은 그의 팔에서 와이어가 스르르 풀려나온다.
휘리릭!
던져진 와이어가 보조계 헌터의 목을 감았다. 착지와 함께 바로 옆의 방어계를 발로 찍어 누르고, 와이어를 강하게 당겼다. 뚜둑, 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송태원의 발끝이 바닥에 떨어진 창을 쳐올렸다. 공중에 뜬 창을 잡아 던지며 빠르게 이동해 궁수의 가슴을 발로 걷어찼다.
그사이 정신을 차린 헌터가 송태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림자를 드리운 맨손이 칼날을 움켜잡았다.
“그 스킬!”
우직, 송태원의 손이 칼날을 부러뜨리고, 부러진 칼날이 그대로 제 주인의 목을 찢었다. 창과 검이 동시에 송태원을 향해 날아들었다. 위와 아래로, 서로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오랜 시간 맞춰 온 합격이었다.
송태원은 다시 와이어로 감긴 팔을 들어 목을 노려오는 창날을 받아냈다.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 방패를 발끝으로 밟아 세웠다. 카득, 캉! 팔뚝을 감은 와이어에 흠집이 생기고 방패가 밀려나며 송태원의 다리를 두들긴다. 다리에 충격이 가해졌으나 칼날이 박혀들지는 않았다.
저 두 헌터는, 여전히 서로 잘 맞았다. 동시에 찔러드는 공격은 노련한 상급 헌터라 해도 막기 힘들 것이었다.
하지만 송태원은 그 모든 경로를 완벽에 가깝게 파악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작은 습관까지, 전부.
상단과 하단 모두 막혔다. 검과 창이 거두어지고, 이번에는 양쪽에서 감싸듯 들어올 것이다. 창수의 발디딤과 검수의 당겨지는 팔. 이어질 공격의 방향과 위치가 송태원의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둘 모두 상단.
송태원의 몸이 확 낮추어졌다. 완벽한 타이밍에 공격이 허무하게 스쳐 지나가고, 몸을 낮춘 그대로 반동을 더해 송태원이 두 사람에게로 튕겨 나갔다. 아직 거둬지지 못한 무기, 방어하기엔 부족한 시간.
송태원의 양팔이 크게 벌어지고, 앞으로 굽혀진다. 두 손이 그대로 두 사람의 목을 낚아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시체가 쌓였다. 남은 방어계 둘도 그럴듯한 반항은 하지 못했다. 송태원은 가슴이 움푹 팬 채 저만치 나뒹굴고 있는 궁수에게 다가갔다.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대체, 누구, 쿨럭… 실장, 님?”
혼란스러운 표정과 혼란스러운 목소리였다.
“아닙니다.”
무심코 대답이 튀어나왔다. 궁수의 눈가가 실룩거렸다.
“방금, 진짜 똑…….”
조용해졌다.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바닥을 구르는 구겨진 종이컵이 송태원의 눈에 들어왔다.
이제 다음은. 다음은.
떠오르지 않았다. 던전 공략 순서는 굳이 생각 할 필요조차 없었건만, 꼼짝할 수가 없었다.
‘우선적으로…….’
몬스터를 처치. 아니, 그 전에, 팀원들을.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싶었지만 피투성이였다. 수도시설은 작동하고 있을까. 몇 발만 걸어가면 익숙한 화장실이 있었다. 손을 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죽었으니까. 죽였으니까.
‘…이곳은 던전이다.’
송태원은 던전을 공략하고, 밖으로 나가야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할 일이 가득 쌓여 있을 것이었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의 풍경 속에서.
“망령이 따로 없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태원이 퍼뜩 숙이고 있던 고개를 치켜들었다.
“죽기 직전은 아닌 거 같고, 몇 살이야?”
계단을 걸어내려 오며, 문현아가 말했다.
“…문현아 헌터.”
“사망 소식은 들었고?”
송태원은 남은 계단을 한 번에 뛰어내리는 문현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문현아는 이 던전에 들어오지 않았다. 중국에 함께 오지도 않았었다. 머리색도 검었으며 진짜 문현아보다 더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 또한 이곳의 몬스터일까.
“왜, 저를 막지 않았습니까.”
“응?”
“당신이라면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문현아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원래 여기 없어야 했어.”
지금의 문현아는 한국에 없었다.
“각관실 실장 자리 제안은 받았었지. 송 실장이 직접 묻기도 했었잖아. 왜, 브레이커 길드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 말이야. 혹시 그때 죽게 될 거 알고 있었어? 그래서 권한 건가? 모르는 얼굴이네.”
“…….”
“그러니 분명 이상한데, 그 이상한 느낌을 강제적으로 지우려고 하고 있단 말이야. 주변만 봐도 이상하잖아. 아무도 없고.”
찝찝하다며 문현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한유진과 성현제, 박예림은 연결된 본체가 있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더 쉽게 현재의 수상쩍은 상태를 알아차리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문현아와 리에트는, 다른 헌터들은 아니었다.
등급이 낮은 자들은 이상한 상황을 잠깐 느낀다 해도 이내 의심 자체가 지워져 나갔다. 리에트는 뚜렷하게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노아를 발견한 뒤로는 일부러 신경 쓰지 않기도 했다.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면 깨어 버리게 되는, 그런 감각이지 않을까 싶은 탓도 있었다.
반면에 문현아는 리에트보다 자각 정도는 낮았지만 거부감은 더 컸다. 짙은 괴리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몇 살이야? 이젠 나랑 비슷한가? 혹시 더 어려?”
“지금, 문현아 헌터는.”
“내가 이상한 거 맞지? 맞다고 해줘.”
송태원이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던전이고 저는 공략자입니다.”
“그럼 나는, 몬스터인가? 진짜로?”
“예.”
허, 하고 문현아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역시 이 상황은 이상하지. 기분 더럽게. 아무튼 우리도 대충 비슷해졌으니 편하게 말할게.”
“…원래도 편하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태원아, 너 왜 이러고 있냐.”
문현아가 혀를 쯧쯧 차며 송태원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죽기는 왜 죽었고. 진짜 성현제가 죽였어?”
“모릅니다. 애초에 던전이 만들어 낸 가상의 미래일 뿐입니다.”
“지금 꼴 보면 별로 달라질 거 같지도 않은데. 그리고 내 입장에선 내가 진짜야. 넌 죽었고 성현제는 한국 떴지. 공식적으로 실종된 뒤에 딱 한 번 어쩌다 그 인간과 마주친 적 있거든?”
송태원은 무의식중에 문현아의 말에 집중했다.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귀가 기울여졌다.
“성현제가, 알잖아. 지루함을 깔고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거. 태원이 너랑 어울릴 땐 꽤 즐거워도 보였고. 근데 그런 게 싹 사라졌어.”
“…사라졌다고요?”
“언뜻 보기엔 여전한데, 뭐랄까, 세상 다 산 거 같은 느낌? 전에도 좀 그렇기는 했다만. 그나마 흥미 있게 하는 일이라곤 해연 길드장 형한테 엽서 보내는 것뿐이던데.”
“한유진 씨와 친하니까요.”
“뭐? 그랬어? 난 전혀 몰랐는데.”
문현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런 것치곤 답장도 없다고 했고. 어차피 해연 길드장 자기 형한테 관심 없으니 빼돌리라고 해도 들은 체 만 체고. 송태원에 대한 질문은 죄다 무시하고. 시시해져서 그 뒤론 만난 적 없어.”
시시하다는 단어가 성현제에게 붙으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송태원은 핏물이 굳어 있는 손을 천천히 쥐었다 폈다.
“들어와서 씻을래?”
“…아닙니다.”
“여전하네. 꽉 막혀서는. 나도 꽤 막혀 있긴 했지만 송태원에 비하면 말랑거렸지.”
문현아가 웃으며 걸음을 옮겨왔다. 송태원의 어깨에 미미한 긴장이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