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416
414화 달이 떠오릅니다 (2)
분홍색 비늘의 용이 작은 머리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 눈에 아직 잠기운이 어려 있었다. 사용한 힘을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었지만, 디아르마의 방법으로 만들어 낸 마수는 그 주인의 능력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
덕분에 한유진이 S급 이상의 능력을 지니게 된 지금은 잠시나마 깨어날 수가 있었다.
체인질링이 작은 발톱으로 옷을 긁으며 한유진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그리곤 작게 속삭였다.
– 아빠, 정말로 해?
“물론이지.”
– …아빠가 진짜 아빠인 이상 난 거절할 수 없어.
한유진의 목을 빙그르 감듯이 돈 체인질링이 머리를 아빠의 뺨에 대고 다정스럽게 비볐다.
– 나 아직 더 자야 해서 들어가 있을게. 쓰기에 따라 한 시간에서 최대 세 시간까지 가능할 거야.
“고마워.”
요정용의 모습이 흩어지듯 사라졌다. 은색 눈이 느릿이 움직이며 아래에 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한유진의 입술 양끝이 부드럽게 올라간다.
“기다려 주시다니 친절도 하셔라. 뭐, 어차피 내 몸에 있는 아이라 막을 수도 없겠지만요.”
“우리 아이를 싸움에 이용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성현제의 말에 한유진이 눈을 확 찌푸렸다.
“미쳤나 봐 진짜. 말을 해도 왜 그딴 식으로 합니까? 그리고 댁이랑은 상관없다니까.”
투덜거리면서 혀를 쯧쯧 차고는,
“……!”
한유진의 모습이 그대로 사라졌다. 한유현과 박예림이 긴장함과 동시에 성현제가 움직였다.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노아의 앞이었다.
쾅!
성현제의 발이 강하게 아스팔트 도로를 박차고 순식간에 노아의 앞으로 치달았다. 동시에 차라락, 금빛 사슬이 그의 팔목에 휘감기고,
카가강!
한유진의 검과 사슬이 맞부딪쳤다.
“힐러와 보조계를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하는 법이죠.”
한유진이 웃으며 검을 휙 거두었다. 뒤로 가볍게 물러서는 그를 성현제는 뒤쫓지 않았다. 대신 한유진의 발아래에 물이 고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미끄러지기 딱 좋은 물기 어린 빙판. 그것을 밟기 직전, 한유진이 자신의 발치에 불길을 일으켰다.
화르륵─
검붉은 불이 순식간에 얼음을 녹이고 젖어든 아스팔트 도로를 디디며 한유진의 몸이 퉁, 튀어 오르듯 더 넓게 간격을 벌렸다. 박예림이 아쉬워하며 소리쳤다.
“정확히 맞췄는데!”
“시도는 좋았어, 예림아.”
너른 도로의 중앙까지 순식간에 물러난 한유진에게로, 한유현이 덤벼들었다. 카가가각, 새카만 검날이 비늘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연검으로 변화하고 둥글게 허공을 가르다가─
캉! 카강!
날아들던 얼음 창들과 충돌했다. 얼음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달려들던 한유현과 공중에 떠 있던 박예림이 동시에 멈칫거렸다. 한유진이 그런 둘을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유현아, 예림아. 너희 둘 상성은 최악이야.”
“그래도 저 다른 사람들이랑은 잘 맞았는데요.”
“속성도 속성이지만 유현이 전투 스타일이 다른 사람과 맞추기 까다로워. 군림자의 검을 가진 뒤로는 더더욱 팀플레이에 안 맞지. 그나마 발을 맞춘다면, 리에트 정도? 아니면 노아 씨처럼 아예 보조계나. 예림이 넌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엔 성현제 씨와 제일 잘 맞지.”
“…확실히 아저씨는 아저씨네요.”
그 사이 한유현이 한유진의 코앞까지 치달았다. 휘잉, 공기를 베어내며 군림자의 검이 사정없이 한유진의 몸을 향해 내리쳐졌다. 한유진이 상체를 뒤로 젖히며 공격을 피하고 빗겨나간 검격의 여파가 카가각! 아스팔트를 마구 파헤친다. 검을 휘두른 기세 그대로 빙글, 회전하며 한유현이 어느새 손아귀에 형상화한 검푸른 불길을 내던졌다.
푸른빛을 띤 불의 창이 어둠을 가르며 한유진에게로 날아들었다. 한유진은 피하는 대신 그 창의 끝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콰득!
창날이 손을 꿰뚫고 붉은 피가 튀었다. 흘러내린 피가 검게 변하며 검푸른 불길을 휘감는다. 그리고 이내, 새카만 불길의 창이 한유진의 손에 들렸다.
핏방울 속에서 피어나는 흑염. 한유현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맺혔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의 불길을 삼키는 검은 불길을 보자 설렐 정도였다. 군림자의 검을 따라 뜨거운 기운이 타고 올랐다. 한유현은 발을 내디뎌 강하게 땅을 박차며 한유진의 품에 뛰어들 듯이 바싹 다가붙었다.
카가강!
불길과 불길이 맞부딪치고, 서로 뒤얽히며 검고 푸르게 물들이고 물들어간다. 군림자의 검의 힘이 더해진 검푸른 불이 환할 정도로 까맣기만 한 불과 팽팽하게 맞붙었다. 동생을 마주 보며 한유진 또한 웃었다.
“능력치는 S급이라도 공격스킬 두 배가 붙었는데.”
지금 한유진이 다루는 불은 SS급에 준하는, 흑혈염만 치면 그 이상의 등급인 스물다섯 살의 한유현의 것보다는 약했다. 하지만 두 배 버프가 들어갔으니 스무 살의 한유현보다는 강해야 맞았다. SS급 검의 힘이 더해졌다더라도 이렇게 쉽게 맞선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한유현이 성장했다는 뜻이었다.
“우리 유현이, 많이 컸네.”
한유현의 두 눈이 둥글게 휘어졌다. 곧게 뻗어 있던 검날이 휘어지며 한유진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 든다. 비늘 돋은 손이 검날을 받아내고, 카드득 귀 따가운 소리와 함께 피가 옅게 배어나왔다.
“형 덕분이야.”
한유현이 연검을 강하게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한유진의 옆구리를 향해 긴 다리를 휘둘렀다. 보통은 끌려가지 않기 위해 검을 놓을 것이다. 하지만 한유진은 손바닥이 파헤쳐지는 것을 감수하며 더욱 세게 검을 잡고, 그대로 몸을 휙 공중으로 띄웠다.
검을 당기는 힘에 한유진의 몸이 딸려가며 자연스럽게 한유현의 발차기를 피한다. 동생의 품 안에 파고들 듯하며 한유진이 멀쩡한 손의 손톱을 날카롭게 세웠다. 한유현의 가슴팍이 길게 할퀴어진다. 하지만 예장의 방어력 덕분에 안쪽의 일반 옷만 찢어졌을 뿐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
한유현은 팔꿈치를 세워 자신에게 바싹 붙은 한유진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이 정도의 거리라면 회피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한유진은 잡고 있던 검을 놓고 반쯤 눕듯이 아래로 몸을 홱 낮추었다.
한유현의 팔꿈치가 허공을 가르고 대신 장검으로 변한 칼끝이 무방비하게 누운 한유진을 향해 찔러들려는 순간,
와삭, 과자를 씹어 삼키는 소리와 함께 한유진의 몸이 확 줄어들었다. 심지어 순간이동으로 휙 사라지기까지 하였다.
화르륵─
한유현은 당황하지 않고 불길을 일으켜 형의 위치를 탐색했다. 불길로 형상화해 퍼져 나간 그의 마력이 곧장 등 뒤쪽의 기척을 잡아낸다. 한유현의 몸이 빙글 돌아서며 작아진 한유진을 향해 정확히 검을 휘둘렀다.
콰득!
“…형?”
한유진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한유현이 무심코 움직임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그의 등을 향해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읏!”
재빨리 몸을 뒤틀었지만, 허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한유현이 주륵 밀려났다. 그의 발에 동강 난 조그만 한유진이 채이며 완전히 으스러졌다. 상체를 굽힌 채 노아가 보내주는 치유 스킬을 받아들이며 한유현이 원래의 크기로 멀쩡하게 나타난 형을 바라보았다.
“그거 도플갱어 인형 미니버전. 마력을 퍼뜨리는 걸론 형태와 움직임 정도만 알아낼 수 있으니까. 작으니 더욱 헷갈리기 쉽고 말이야.”
시간을 들이면 상대의 마력과 기운을 느껴 조그만 물체라 해도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것까지도 가능하겠지만,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의 판단력으로 움직여야 하는 전투 중에는 힘들었다.
한유진이 상처 입은 손을 치료하며 저편의 노아를 바라보았다.
“역시 치유 스킬 가진 헌터부터 처리하는 게 정석인데.”
시선을 받은 노아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의 앞에는 여전히 성현제가 버티고 서 있었다. 박예림 또한 근처 공중에 자리 잡은 채였다.
“제가 노아 오빠 지킬 테니까 합세하는 건 어때요?”
“나도 맞지 않아. 박예림 헌터나, 혹은 송태원 씨라면 괜찮겠지만. 그리고 지금은 시간을 끄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
굳이 몰려들어 공격하기보다는 차례로 한유진을 상대해 가며 시간을 끌고 힘을 빼놓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했다. 무엇보다도 체인질링의 힘은 길어야 세 시간 이상 유지하지 못한다. 즉, 딱 세 시간만 버티면 한유진은 공격 스킬을 모두 잃고 만다는 뜻이었다.
다만. 성현제의 눈가가 살짝 찌푸려졌다.
“아직은 몸풀기 정도일 듯하군.”
“어, 아저씨 말이에요?”
카강! 또다시 불길과 불길이 맞부딪쳤다. 한유진은 아직 스킬을 몇 쓰지 않았다. 성현제가 한유진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노아 헌터, 포션은 충분한가.”
“네. 한유현 헌터가 전투 상황에서 빠져나오면 포션을 쓰겠습니다.”
전투 중 백업이 가능한 치유 스킬은 최대한 아끼는 편이 좋다는 뜻이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박예림이 무슨 소린가, 하고 눈썹을 기우뚱거렸다.
“한유현 헌터의 부상 빈도가 높을 듯하다는 말이에요.”
“그래요? 아저씨랑 비슷할 거 같은데. 아니, 아저씨가 더 많이 다쳤잖아요.”
“대량으로 물을 다루긴 힘들 거라고 했지.”
박예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너무 많은 힘을 썼다. 마나를 보충한다고 해도, 쌓인 피로는 그대로였다. 일몰 전의 전투처럼 수도를 터뜨리고 파도를 일으키는 정도의 대규모 컨트롤은 어려웠다.
“무리하면 될 거 같기는 한데요.”
“그럼 순간이동에 집중해 주게. 한유진 군이 벗어나려 들면 바로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은 박예림 헌터뿐이니.”
끼이익, 쿵! 검날에 잘려나간 가로등이 깨진 도로 위로 쓰러진다. 한유진이 건너편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가고 푸른 버들잎을 흩날리며 한유현이 그 뒤를 쫓았다. 챙강, 챙강, 유리창이 연속으로 터져 나간다.
한유진이 자신을 따라붙는 동생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인간으로서는 물론 헌터로서도, 그가 키워 낸 동생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의 것이다.
“유현아.”
은빛 눈이 가느다랗게 휘어졌다. 빌딩의 중간층에서 한유진이 벽을 박찼다. 콰지직, 발아래가 움푹 패며 한유진의 몸이 공중의 한유현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무턱대고 덤벼드는 형을 향해 한유현이 침착하게 검을 비스듬히 세워 들었다.
단순한 돌진처럼 보이지만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순간이동? 혹은 버들잎 스킬을 써서 방향을 틀지도 모른다. 또 쿠키를 먹을 수도, 흑혈염이 아닌 다른 스킬을 사용하거나 낯선 아이템을 꺼내들 수도 있다.
한유현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아니었다. 한유진은 그대로, 무방비하게 한유현을 향해 뛰어들었고,
콰득!
군림자의 검이 한유진의 어깨를 꿰뚫었다. 대체 왜. 예상을 빗겨 나가는 상황에도 한유현이 형을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연이어 공격을 가하려는 그때.
잘랑
작은 종소리와 함께, 은빛 사슬이 쏟아져 내렸다.
“한유현!”
박예림의 놀람 외침이 피비린내 짙은 공기 중에 울려 퍼졌다. 한유진은 비행 스킬을 쓰며 사슬에 꿰뚫린 동생의 등 뒤로 가 끌어안았다. 치명상은 없었다. 하지만 팔도 다리도 모두 달빛에 꿰인 채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피에 젖은 팔이 꿈틀거렸지만 사슬을 끊을 만한 힘을 넣을 수조차 없었다.
박예림이 반사적으로 얼음 창을 만들어 냈지만 한유현의 몸이 한유진을 완전히 가려 막아 공격하기 힘들었다. 성현제 또한 마찬가지였다. 노아도 사슬이 상처를 헤집고 있는 지금은 치유 스킬을 쓸 수 없었다.
하늘의 달빛과 이어지는 사슬이, 두 사람의 몸이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섰다. 한유현의 발이 먼저 땅을 딛고 그가 약한 신음성을 삼켰다. 한유진은 여전히 공중에 약간 뜬 채 동생의 목을 감싸 잡았다.
“내 동생, 착하지.”
한유진이 동생의 머리에 입 맞추고 다른 쪽 손으로 반가발을 움켜쥐었다. 한유현의 머리가 뒤로 약간 젖혀졌다.
“뭐든 잘 어울리는데, 그래도 난 짧은 게 더 좋아.”
그대로 뜯겨나간 반가발이 타오르고 순식간에 재가 되어 흩어진다. 한유현이 핏물 섞인 숨을 뱉어냈다.
“유현이가 좋아하니까 더 놀아 주고는 싶은데 형이 시간이 없어서. 송 실장님 찾아내서 죽여야 하거든. 아니면 유현아, 지금이라도 같이 갈래? 형 편 하자.”
유현이는 형을 제일 좋아하잖아. 형만 사랑한다고 했잖아. 다정한 속삭임에 한유현의 눈동자가 오른쪽을, 자신의 형을 향해 움직였다.
“…맞아. 하지만, 형이 원하는 게 아니잖아.”
“그건 그래. 초승달이 원하는 거지. 하지만 유현아, 난 송 실장님을 반드시 죽이고 싶거든. 사실 실장님도 그걸 바랄지도 몰라.”
한유현이 대답 대신 불꽃을 일으켰다. 검푸른 불이 그의 몸을 타고 오르며, 한유진에게까지 넘실거렸다.
“내 화염 저항으로─”
불의 색이 점차 맑은 푸른빛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한유진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잘그랑, 은빛 사슬이 순식간에 거두어지며 한유진이 한유현을 거칠게 내팽개쳤다. 한유현의 몸이 바닥을 길게 미끄러진다.
“한유현!”
“형은, 쿨럭, 형이 맞구나.”
박예림이 순간이동으로 한유현을 노아에게로 데리고 가고, 금빛 사슬이 대신하듯 뻗어져 나왔다. 한유진의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사슬이 건물 벽을 꿰뚫었다. 동시에 파지직, 강력한 전류가 튀어 오른다.
어둠을 순간적으로 태우는 강렬한 빛이 한유진의 시야를 가리고, 그 짧은 틈 사이에 성현제가 바싹 다가붙었다. 한유진이 양팔을 교차시켜 무시무시한 기세로 찔러드는 발길질을 막으며 건물 바로 앞까지 주르륵 밀려났다.
은색 눈에 날이 섰다.
“댁은 봐줄 일 없습니다.”
“바라는 바라네.”
치켜들었던 다리를 내리며 성현제가 미소 지었다.
“그래도 한유진 군이 확실하니 다행이야.”
“아무리 초승달이 깃들었다지만 설마 내가 유현이 대신 그쪽 물고 빨고라도 할까 봐서요?”
한유진의 발끝에서부터 붉은 불길이 치솟으며, 어둠을 흡수하듯 검게 물들어갔다. 은안이 성현제가 걸친 흑적색 코트를 바라보았다. 전(電) 속성 저항은 가지고 있으니 화염 저항에 치중하는 것이 옮은 선택이다.
“친애하는 파트너를 위해서, 그 코트 벗고 덤비시죠.”
“한유진 군이 예전부터 실레키아를 탐내긴 했었지.”
성현제의 손이 코트 깃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수족관에 함께 가준다면 얼마든지 벗어 주겠네.”
“진짜요? 당장 계약서 쓰죠. 계약서 쓰고, 선불 받고 나면.”
“안타깝게도 L급 계약서는 내게 없으니 후불로 하지.”
“지랄, 뭘 믿고. 아까우면 아깝다고 말하십쇼.”
“설마 고작 이런 코트가 아까울까.”
쿠드득, 콘크리트 파편을 흘리며 금색 사슬이 벽을 빠져나왔다. 성현제의 몸 주위를 휘감아 도는 사슬에 시선을 두며 한유진이 손바닥에 손톱을 세웠다. 흘러내린 피가 검의 형태를 이루고 은빛 사슬이 한유진의 주위로 잘랑잘랑 보석 주렴처럼 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