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448
446화 돌아와서도 일합니다 (2)
사진 촬영은 멀리 갈 것 없이 해연 건물 내에서 이루어졌다. 애초에 성체인 피스를 촬영하는 만큼 일반 스튜디오를 쓰기는 힘들었다. 이래저래 절차 밟느니 그냥 해연에서 하고 말지.
“삐약이와 벨라레는 제작 들어갔고 다음 차례는 소록이였습니다만.”
김하연 팀장이 예림이와 함께 온 마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마르라고 했지요.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전 좋아요! 그치, 마르야?”
– 뀨륵!
그럼 예림이와 현아 씨도 자기 기승수들과 같이 사진 찍는 건가. 마르와 소록이는 유체화를 배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새끼 때 촬영 먼저 하고 성체 때 따로 또 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혹시 소영 씨는 안 한대요?”
“실물 사이즈 인형을 만들어 보는 건 어때요! 라고 제안해 왔습니다.”
하연 씨가 말했다. 실물 사이즈라니.
“코메트는 물론 리에트 헌터도요.”
“아…….”
리에트는 좀 많이 크지 않냐. 그걸 어디다 놔둬.
“리에트 헌터와 노아 헌터의 10분의 1 스케일 피규어 제작도 추진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 음. 열정적이네요.”
“최종 목표는 전시관 개설이었습니다. 실물이 최고지만 사랑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해야 하는 법이라더군요.”
…다양하게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뭐 그런 것일까. 하기야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말도 있고. 나도 애들 사진이나 영상 좀 자주 찍어 둘까 보다. 전시관은 만들 생각 없지만.
“한 소장님 컨셉은 일상 느낌으로 갈 겁니다.”
촬영팀 중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사랑스러운 반려동물과의 따스하고 평범한 하루. 실내 한 컷, 실외 한 컷으로요.”
“아, 네.”
“최대한 자연스럽게 피스를 예뻐해 주시면 됩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포즈나 표정연기 해야 하는 거 아닌지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내 다리 상태는 비밀이었지만 촬영 세트도 오래 서 있지 않아도 되도록 소파에 벤치 등이 있었다. 화장하고 머리 손질도 받고 옷을…….
“저기, 이건.”
“삐약이 잠옷이에요. 피스 잠옷과 세트죠.”
…잠옷 차림으로 남들 앞에 나서는 것으로도 모자라 사진까지 남게 되는 거냐.
“피스야, 이리 온.”
– 끼앙!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평소대로!”
어떻게 신경을 안 쓰냐. 그래도 최대한 못 본 척 노력하며 피스에게 장난감 공을 던져주었다. 안아주고 쓰다듬고 빗질도 해주고 간식도 주고, 옷 갈아입고 또 찍고 배경 바꿔서 산책 나간 척도 하고 날개도 꺼내고.
생각보다 꽤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나는 좀 지쳤지만 피스는 멀쩡해 보였다. 피스는 유현이와도 같이 찍어야 하니까.
“수고했어, 피스야.”
– 끄르릉.
피스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데 유현이가 나왔다. 나와는 정반대되게 무채색 슈트에 길게 흘러내리는 코트 차림이었다. 머리칼도 직모로 펴서 쓸어 넘겼다. 약간 서늘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였다. S급과 스탯 F니까 기획 의도야 잘 알겠다만, 그래도 내가 형인데.
“으… 기분이 더러워지고 짜증이 샘솟으려고 해요.”
예림이가 유현이를 보고 작게 말했다. 멋있지 않나?
“잘생겼잖아.”
“그게 문제죠. 아, 짜증 나.”
혹시 예림이는 잘생긴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걸까. 성현제한테도 좀 퉁명스럽긴 했다. 그래도 노아 씨와는 사이좋은 것 같았는데. 현아 씨랑은 많이 친하고.
“형.”
유현이가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누구 동생인지 참 흠잡을 곳 없이 잘나긴 했어. 이어 피스가 유현이 쪽으로 가 성체화했다. 금빛 섞인 붉은 털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촬영 스태프 중엔 비각성자도 있다 보니 몇몇이 겁먹고 뒷걸음질 쳤다.
멋있긴 정말 멋있다. 그런데.
“…해연 길드장님, 이쪽을 봐주세요. 피스도 고개를 돌려야 합니다.”
둘 다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유현아, 저기 봐야지. 날 바라보면 어쩌냐. 피스도.”
“하지만 형이 있는데 어떻게 형을 안 봐.”
– 그르릉.
애들도 참. 예림이가 불여우 두 마리, 하고 중얼거렸다. 시선 처리도 시선 처리지만 내가 있으면 둘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잠시만 자리를 피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예림이도 저 꼴 보기 싫다며 따라 나왔다.
“마르야, 피스 변하는 거 봤지? 너도 할 수 있어! 유체화! 아님 소형화!”
– 뀨욱.
“마르가 못 배운다고 해도 언니가 스킬 꼭 구해다 줄게!”
새끼 수룡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박수치듯 가슴지느러미를 파닥거렸다. 그래, 정 안 되면 나도 비행 스킬 구해다 배우게 해줘야지. 피스도 배웠잖아.
촬영장 밖에서는 사람들이 나와 피스 사진을 확인하며 고르고 있었다. 그걸 보자 도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홍보하는 데 꼭 제 사진이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피스만 찍어도 될 거 같은데. 아니면 유현이만이라거나요. 유현이 기승수니까.”
“캐릭터 상품은 스토리도 중요합니다.”
김하연 팀장이 내 무릎 위에 피스 인형을 놓아주며 말했다.
“특히나 기승수 상품은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길드장님보다 오히려 한 소장님이 더 크게 자리 잡아야 합니다.”
스탯 F급의 안전합니다, 증명서쯤 되겠지.
“덧붙여 포토카드는 한정 증정입니다.”
“…예? 증정이요?”
잠깐만, 포토카드라니, 그게 뭐야.
“무, 무슨 말입니까, 그게요.”
“사진 들어간 카드예요. 요만한 거.”
예림이가 설명해 주었다. 아니, 나도 그거 자체는 알겠는데.
“인형에, 그걸 끼워 준다고요?”
“예. 초판 한정 이벤트입니다.”
“아니 왜요? 왜 인형에……? 게다가, 제거는,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도 딱히 없을 텐데요!”
유현이야 원래 인기 많으니까 문제없겠지만 나는 끼어드는 거 이상하지 않나. 피스도 있으니까 괜찮은 건가? 그보다 애초에 왜 피스 인형에 사진이 덤으로 들어가는 거냐고. 그냥 광고용으로 쓰고 마는 거 아니었어?
“왜요, 한 소장님 팬도 많아요.”
해연 직원 중 하나가 우리 이야기를 듣고 다가와 말했다. 또 다른 사람도 동의했다.
“몬스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단 한 명뿐인 각성자. 해연 길드장을 부모 대신 돌봐 주고 S급 각성자인 박예림 헌터를 발굴해 내며 황금의 손을 지닌 장인을 유일하게 알아봐 준 사람이 바로 한 소장님이잖아요. 이것만 해도 유명세 타고도 남죠.”
“거기에 납치 경력까지!”
…납치 경력이 왜 나오냐.
“한 소장님은 중장년층에게도 인기 많아요. 짠하다고.”
“S급 헌터들 사이에 있으니 더 그렇죠. 불안불안하고.”
그… 뭐냐. 불쌍해 보이도록 의도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 이미지 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거지.
“저 좋아해 주는 분들에게는… 감사하네요.”
“팬클럽도 있는걸요.”
아니, 어, 그……. 뒷덜미가 화끈해졌다. 뭐어, 유명해지면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음, 전혀 몰랐는데. 그럼 식사 대접이라도 한번─”
“아니에요, 소장님. 하지 마세요.”
“해연 홍보팀에서 길드장님, 박예림 헌터님과 함께 맡고 있으니 신경 쓰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SNS 업데이트만 자주 부탁드려요.”
중국 가 있느라 못 올리긴 했지. 세성에서 새끼 몬스터들 등록 끝나면 새 얼굴들 소개시켜 줘야겠다.
얼마쯤 후 촬영이 끝났다는 말에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유현이도 옷을 갈아입었는지 예장 차림이었다. 전투 직후 컨셉으로 머리카락도 흐트러지고 뺨에 가짜 핏자국도 나 있었다. 유현이가 클렌징 티슈를 받아 뺨을 닦으며 내게 다가왔다. 피스도 몸 크기를 줄이며 폴짝 뛰어왔다.
“마지막은 아성체로 우리 둘이 같이 찍을 거래.”
“그래? 대체 몇 장이나 들어가는 거지. 인형 하나에 포토카드인가만 댓 장쯤 들어가는 거 아니냐.”
“다 주는 건 아닐걸?”
뭐? 알고 보니 유체화 버전, 유체화 날개 버전, 성체 버전, 성체 날개 버전 다 따로 증정이었다. 심지어 마지막 아성체 사진은 랜덤이었고. 수익보다는 홍보와 이미지 개선을 위한 거 아니었나, 이거. 그냥 사진일 뿐이긴 하지만.
촬영이 다 끝나자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밖에서 저녁 먹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애들과 피스 먼저 보내고 사육장에 들렀다. 새끼 뿔여우는 여전히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안정될 때까진 제가 데리고 있을게요.”
피스 눈치가 보여도 여기 두는 것보다는 나을 듯했다. 정체 모를 알 또한 함께 데리고 왔다. 집으로 올라가자 피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나왔다. 그리곤 고개를 갸웃하며 내 품 안의 여우를 올려다보았다.
– 끄응.
“피스야, 착하지. 겁이 많은 동생이니까 놀라게 하지 말자. 응?”
귀를 쫑긋 세우는 여우를 데리고 거실로 향했다. 내 뒤를 졸졸졸 따라온 피스가 먼저 소파 위로 올라갔다.
“유현아, 위험하다 싶으면 말려 줘.”
동생에게 부탁하고 뿔여우를 소파에 내려놓았다. 복실한 여우 꼬리가 둥글게 말려 몸에 딱 붙는다.
– 아르르르르.
잔뜩 경계하는 새끼여우를 피스가 가느스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역시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이었다.
– 크르르.
피스가 나직이 으르릉거리며 앞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곤 여우의 코를 툭 쳤다. 살짝 기선제압하는 수준─
– 캐앵! 캥!
“왜, 왜 그래?”
“무슨 일이에요?”
마르와 함께 자기 방에 올라갔던 예림이도 깜짝 놀라며 거실로 나왔다.
– 깨애앵! 컁! 컁!
새끼여우가 죽는소리를 내며 내게 달라붙었다. 피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귀를 쫑긋거렸다.
“다쳤어? 아프게 때린 거 같진 않았는데…….”
– 캐애앵! 끄응, 컁!
등급 차이가 커서 그런가. 하지만 상처도 없었다. 당황하며 새끼여우를 달래는데 지켜보고 있던 유현이가 입을 열었다.
“엄살이야.”
“응?”
“내버려 둬.”
– 깨앵, 캥!
새끼여우가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확실히 아픈 거 같진 않았다.
– 끼우응.
피스가 내 눈치를 살피며 작게 끄응거렸다. 망설여지긴 했지만 최대한 단호한 태도로 새끼여우로부터 물러섰다.
“피스는 아프게 때린 거 아니지?”
– 끼앙.
“동생에게 잘 대해 주면 좋지만, 그래도 잘못한 건 아니야. 괜찮아.”
말이 통하는 동족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몬스터와 몬스터다. 그리고 피스는 이 집의 첫째 몬스터였다.
– 키이잉.
새끼여우가 안아 달라는 듯 내 다리에 몸을 비볐다. 그것을 피하며 다시 뒤로 물러났다.
“피스야.”
피스가 폴짝 뛰어 내게 다가왔다. 새끼여우 대신 피스를 쓰다듬어 주자 여우가 당황한 듯 바싹 굳었다.
“너도 이리 와.”
– 아르릉.
피스의 눈치를 살피며 새끼여우가 주춤주춤 다가왔다. 다른 쪽 손으로 여우 또한 쓰다듬어 주었다. 내 손길을 받아들이면서도 키잉, 하고 억울하다는 듯 칭얼거린다.
“피스가 정말로 널 공격했다면 나도 네 편을 들어 줄 거야. 하지만 엄살은 안 돼.”
– 크응, 컁.
“여기선 피스가 첫 번째고 대장이야.”
말을 알아듣진 못하겠지만 분위기는 파악했는지 새끼여우가 피스를 향해 머리를 낮추었다. 그리곤 데굴, 드러누워서 배를 보였다.
– 캬르르르.
누운 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새끼여우를 피스가 조금 질색하듯 내려다보더니 한쪽 앞발을 들어 올렸다. 이어 건성으로 여우 콧등을 툭 쳤다.
“얘 보통이 아닌 거 같은데요. 피스도 어이없나 봐요.”
“눈칫밥을 많이 먹어서 그럴지도.”
피스가 몸을 돌려 소파로 올라가자 새끼여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나와 피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잠시 고민하나 싶더니 피스에게 다가가며 갸르릉거린다. 얼씨구? 잘 지낼 거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특이한 녀석일세.
새로운 몬스터들의 수속은 하루 만에 완료되었다. 역시 일처리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다음 날 헌터 협회에서 사람들이 와서 몬스터들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갔다.
다만 중국에서 온 헌터들은 무사히 한국에 도착은 했지만 수속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하였다. 노아 씨와는 달리 밀입국에 중국 상황도 걸리적거리는 모양이었다. 평범하게 국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니 아무래도 손 가야 할 곳이 많은 듯했다. 그래도 호연 선생님은 A급 힐러인 만큼 빠르게 한국 헌터로 등록될 예정이었다.
“이 꼬마로군요.”
새끼 페가수스를 내려다보며 에블린이 말했다. 그다지 감흥은 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기승수를 잘 돌봐 주려나, 살짝 걱정되네.
“네. 에블린 씨와 잘 맞을 것 같더라고요.”
“페가수스는 메두사의 것이라고도 할 수 있죠.”
“예?”
“재미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어요.”
에블린이 옅게 미소 지었다. 그리곤 손을 뻗어 페가수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손길만큼은 꽤 다정했다.
“그럼 가실까요, 한 소장님.”
에블린은 페가수스도 확인할 겸, 내 경호를 위해 방문했다. 한동안은 외출 시에 S급 헌터가 내게 따라붙기로 하였다. 고개를 끄덕인 뒤 새끼 양을 안아들었다.
“아빠 보러 가자, 송이야.”
– 메애애.
세성에서 새로운 새끼 몬스터들과 함께 각성자관리실 소속 기승수 등록도 맡아 주었다. 덕분에 지금 헌터 협회에서 성현제와 함께 송 실장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휴, 오래도 걸렸지. 그래도 성공했으니 수갑과 와이어도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