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449
447화 돌아와서도 일합니다 (3)
다른 헌터는 없이 에블린이 직접 차를 몰아 빌딩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진짜 나만 면허증 없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차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처음 납치된 것도 아니고, 너무 쫓아다니네요.”
왜 남의 건물 앞에 계속 진을 치고 있냐. 내 말에 에블린이 나를 살짝 돌아보았다.
“인터넷 기사는 잘 읽지 않으신다지요.”
“아, 네. 아예 안 보는 건 아니지만요.”
내가 싫어하다 보니 애들은 물론 다른 주위 사람들도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 편이었다.
“납치보다는 다른 이슈의 영향이 더 크답니다.”
신호대기에 걸리자 에블린이 휴대폰을 들어 기사를 검색한 뒤 내게 보여 주었다. 기사 상단에 커다랗게 박힌 사진을 보자마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진짜 이 사진을 썼네…….’
분홍색 꽃다발을 안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뭐가 좋다고 웃고 있냐.
“기승수 사육소, 세성 길드와의 긴밀한… 아니, 잠깐만요. 왜 소설을 쓰고 있는 거죠. 특정 길드에 속하지 않겠다고 분명 처음부터 말했는데 세성으로 갈 거라고 추측들을 하고 있네.”
해외의 사육 의뢰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해연은 국외 영향력이 부족하기에 자연히 세성 길드와 더 깊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느니 하면서.
“에블린 씨 이야기도 나오네요. 세성 길드의 뛰어난 해외 헌터 영입력…….”
이래서 석시명이 나더러 유현이와 더 친한 척하라고 한 거였나. 물론 내가 세성으로 갈 일 없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만, 이런 기사들이 거슬렸겠지.
“한국 제일의 헌터 길드장의 적극적인 러브콜, 은 무슨. 헐, 세성 병원에서 건강검진 받을 거라는 기사도 벌써 떴네요. 세성 내부에 스파이 있는 거 아니에요?”
“일부러 흘린 겁니다.”
“개인적으로 식사를 몇 번 했다느니 하는 건 또 뭐래요. 밥이야 아무하고나 먹는데.”
“길드장님께서 개인적인 식사 대접을 한 사람은 한 소장님 외에는 없습니다. 송태원 실장님은 금액적인 문제로 거절하셨으니 제외하고요.”
“…같이 드신 적 없으세요? 길드원인데.”
에블린이 대답 대신 미소 지었다. 상사와 밥 먹는 건 S급 헌터라도 싫은 모양이었다. 소영 씨도 질색하며 도망칠 거 같긴 해.
“식사 상대로서 그리 나쁘진 않은데 말이에요.”
아무튼 세성 길드와 친한 척할 생각이긴 했지만 합병 소리까지 나오는 건 지나쳤다. 거리를 살짝 둘까. 아니면 유현이와 현아 씨랑 더 친하게 보여야 하나. 단체 연수 같은 걸 간다거나. 사육소, 해연, 브레이커 해서.
…세성만 빼는 건 좀 그렇긴 한데.
“이러다간 페가수스 주는 것 가지고도 말 나오게 생겼네요. 해연에는 S급 기승수가 가는데.”
에블린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투덜거렸다. 기사야 쓰기 나름이니까. 교묘하게 축소 확대하면 사실과는 영 다른 내용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이름은 에블린 씨가 지으실 거죠? 생각해 두신 거 있으세요?”
“아뇨, 없지만.”
에블린이 잠깐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바레님. 이걸로 하죠.”
“무슨 뜻이에요?”
“뜻은 없어요.”
그냥 적당히 붙인 건가. 페가수스에게 별다른 정은 없어 보여서 조금 걱정되긴 했다. 하지만 유현이도 피스와 잘 지내고 있으니까.
“혹시 사이비 종교 같은 거요, 성현제 씨에게 들으셨나요?”
“엮이지 않는 편이 가장 좋습니다.”
“에블린 씨가 그쪽에 대해 잘 알고 있다더라고요.”
“글쎄요. 제가 아는 것과 한 소장님이 원하는 아는 것은, 약간 다를 듯하군요.”
그래도 정보를 정리해 보내주겠다며 에블린이 말했다.
“길드장님으로부터 들은 대로라면 짧은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테지만요. 저는 S급 각성자는 살해한 적 없습니다.”
“…네?”
“마찰을 일으킨 적 없다는 뜻이죠.”
음, 결국 A급 이하와는 유혈사태도 꽤 있었다는 소리인 모양이었다.
그사이 차가 헌터 협회 주차장에 들어섰다. 기자들은 여기서도 대기하고 있었다. 세성 길드원과 함께 나타났다고 또 추측성 기사 쏟아지겠네. 그나마 거리는 꽤 띄우고 있어서 쓸데없는 질문은 던지지 못할…….
저 인간 때문에 떨어져 있는 거구만.
차 문이 열리고 성현제가 손을 내밀었다.
“여기까지 나오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밀러 헌터는 배려심이 약간 부족한 편이라. 지금의 한유진 군이 들기엔 너무 무겁지 않나.”
새끼 양은 덩치와 무게가 좀 있긴 했다. 뿔여우야 작고 마른 데다 피스도 가장 어릴 때로 유체화하면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들 수는 있는데.
“송이 혼자 걸을 수도 있어요. 그치?”
– 메앵.
“실외에서는 조심해야지.”
그야 그렇지만. 성현제가 새끼 양을 한 팔로 안아들곤 다른 쪽 손으로 나를 일으켜 주었다. 다 찍고 있잖아, 지금. 그래도 일단은 웃어야지. 카메라 성능 좋아서 이 정도 거리면 표정 선명하게 다 잡을 수 있겠지.
“우리 한동안 덜 친한 척합시다.”
“원하는 것을 얻자마자 버리는 건가. 내 파트너는 냉정하기도 하지.”
“버리긴 뭘 버려요. 헛소문이 돈다니까 그러는 건데. 해연이랑, 유현이와 더 친한 척해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건물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성현제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도련님과 지금보다 더 친한 척을 하겠다니. 그게 가능한 일이었나.”
“언론 노출 말이에요, 노출. 마침 피스 인형 출시 이벤트도 할 테니까 그때 딱 붙어서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 주면 되겠죠.”
“진심이 아닌 이벤트용으로 비칠 가능성이 더 높을 듯하네만.”
그런가. 그럼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할 게 없잖아. 보통 형제끼리 친한 모습은 집 안에서나 나오는 거니까. 밖에서는 주로 비즈니스 관계인데. 감시가 너무 엄중해서 사육소에는 파파라치도 붙질 못하니까. 일하면서 아이고 내 동생 잘하네, 대놓고 티 낼 수도 없고.
“어서 오십시오, 한유진 소장님.”
문을 열자마자 헌터 협회 홍보부 부장인 최영준이 활짝 핀 얼굴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협회 쪽으로 갈 거 아닙니다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연관되긴 하겠지. 송태원 실장님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마주 인사하고는 소파에 앉았다.
성현제가 새끼 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타닥, 유리판에 발굽 부딪치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화산흑양의 사육 비용은 기승수 사육소에서 부담하겠다고 하셨는데, 저희 쪽에 넘기셔도 괜찮습니다.”
“송이는 어디까지나 송 실장님의 개인 기승수입니다. 개인 기승수에 대한 비용을 공기관에서 지불해서는 안 될 일이지요.”
화산흑양에 대한 계약은 일반적인 것과는 다르게 이루어졌다. 우선 송이는 계속해서 기승수 사육소 소속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화산흑양의 파트너는 송태원이었다.
대충 A소속사 연예인이 B프로그램 종신 계약을 했다, 와 비슷하다고 할까. 아니면 스포츠 쪽 에이전트사와 구단이라거나.
“물론 화산흑양이 던전 공략, 던전 브레이크 처리, 각관실 및 헌터 협회 홍보 등의 업무 중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서는 헌터 협회에서 맡아 주셔야 하지만요.”
기본 사육 비용이야 사육소가, 내가 지불한다. 하지만 업무 중 드는 비용은 말이 달랐다. 그것까진 협회가 지불해 줘야지. 혹시라도 애 무리시켰을 때의 보상까지도 말이다.
“조건은 다 확인하셨죠? 노동시간 반드시 지키시고요. 등급 대비 위험한 몬스터를 상대하게 해서도 안 됩니다. 협회에서 기승수용 장비 입수 시 무조건 화산흑양에게 우선권 있고요. 송 실장님에겐 재분양권 없다는 사실, 확실하게 기억해 두십시오.”
마음 같아서는 송 실장님에게 권리를 다 넘기고 싶었다. 하지만 송 실장님이 부담스러워하는 데다가 그 혼자 힘으로는 화산흑양을 보호하기 힘들었다. 물론 지킬 능력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송 실장님이 강하게 막아선다면 누가 감히 송이를 건드릴 수 있을까.
문제는 그럴 분이 못 된다는 것이었다. 아직은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을 너무 쉽게 놓아 버리는 사람이니까. 더 많은 사람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라고 말하면 포기해 버리고 말겠지.
그러니 일단은 사육소 소속으로 두고 사육소가 보호하기로 했다.
“송태원 실장님의 자택은 일반 주거용 건물입니다. 애완동물 금지는 아니지만 화산흑양의 거주 허가는 곧장 나오기가 힘듭니다.”
“S급 헌터가 함께 있는데 뭐가 문젭니까. 심지어 아직 새끼예요. 얌전합니다. 업무 외 시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사육소에서 책임질 것이고요. 그리고 어차피…….”
묵묵히 앉아 있는 송 실장님을 힐끔 쳐다보았다.
“집에 오래 머물지도 못할 거 아닙니까.”
“그건… 예.”
최영준이 안타까워하며 내 말에 동의했다. 잠만 자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겠지. 다행히 송이는 일찍 잠들고 해 뜰 때까지 얌전했다. 새끼라서인지 잠이 많은 편이었고.
“헌터 협회에는 이미 기승수용 공간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유체일 때까지는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괜찮습니다. 각성자관리실 역시 부서 내에서의 활동은 자유롭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그래도 바뀐 사람들은 말이 잘 통해서 편하다니까. 나머지 추가 사항들을 조율하는 사이에도 송 실장님은 조용했다. 그의 시선은 테이블 위에 앉아 있는 새끼 양에게 내내 닿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키 어려운 표정이었다. 묵직하고 차분했다.
최영준이 일처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떠나고 새끼 양이 매에 작게 울었다.
“한번 안아 보시죠.”
내 말에 송 실장님의 입매가 희미하게 굳었다. 구경꾼이라도 되듯 느긋하게 앉아 있던 성현제가 그것을 보곤 미소 지었다.
“겁이라도 먹은 건가.”
“갑자기 무슨 엉뚱한 소리예요.”
“송태원 실장님께서는 사랑이 쉬운 한유진 군과는 다르니까 말이야.”
“…저도 그렇게 쉽진 않습니다만.”
내가 뭐 아무나 다 좋아하는 줄 아나. 석시명만 해도 지금은 나한테 엄청 잘해 주지만 나는 아직 껄끄럽다고.
“하긴 한유진 군도 내어주는 것만 잘하지. 반면에 송태원 실장님은, 받는 것도 못하지만 주는 것도 마음은 제외하니. 그 밖에는 다 내어줘서 문제기도 하고.”
다 내준다는 말에는 나도 동감이다. 자기 것도 좀 챙기시지. 별다른 반박 없이 짧게 한숨만 내쉰 송 실장님이 새끼 양에게 손을 내밀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커다란 손을 새끼 양이 빤하게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콩,
대뜸 머리로 들이받았다.
– 매애애!
타닥타닥 미끌거리는 유리 위를 용케 잘 디디며 또다시 송 실장님의 손에 박치기를 가했다. 송 실장님이 조금 당황하고 성현제가 나직이 웃었다.
“아직 삐친 모양이로군.”
“삐쳐요?”
“아니면 오랜만이라고 투정 부리는 것일까.”
뭔 소리야. 송태원이 거두었던 손을 다시 송이에게 내밀었다. 새끼 양이 이번에는 들이받는 대신 머리를 턱, 손바닥 위에 얹는다.
“…미안합니다.”
– 메애.
“우선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차지는 않을 겁니다.”
– 매에에에.
“불편하다면 언제든지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저기, 송 실장님. 그렇게 말씀하셔도 알아듣진 못할 텐데. 저 진지한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기도 한 걸까. 송이는 그냥 짧은 꼬리를 파닥이며 송 실장님의 엄지를 물고 빨았다. 송 실장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배고파하는 겁니까?”
“어, 아뇨. 소록이랑 놀 때도 그래요. 귀를 물거나 빨아서 소록이가 귀찮아하더라고요.”
“그렇군요. 그 밖의 주의사항을 말해 주십시오.”
“파일로 정리했으니 메일 보내 드릴게요. 까다롭지는 않아요.”
성장을 시켜야 하기에 일주일 중 사흘은 사육소에 머물기로 하였다. 송 실장님이 약간 서툴게 새끼 양을 안아들었다. 반면에 송이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 송 실장님의 품에 안겨 그의 넥타이를 씹기 시작했다.
넥타이 몇 개 선물해 드려야겠네. 저건 비용 처리하면 되니까 받아 주시겠지.
“아, 그리고 이건 송이 전용 목줄이에요.”
S급 와이어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A급 기승수인 만큼 특별히 튼튼한 걸로 준비했죠. 어서 가지고 가세요.”
“…목줄로 보이진 않습니다만.”
“맞잖아요, 줄. 여기 이렇게 목걸이도 있고요.”
명우에게 급히 부탁한 C급 목걸이였다.
“애가 목줄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니 평소에는 송 실장님께서 쓰셔도 괜찮아요.”
“제게도 튼튼한 줄 정도는 있습니다. 목걸이만 받아 가겠습니다.”
“A급 기승수라 S급 줄이어야 하는데요. 진짜로요.”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다.
“송이가 다 컸다고 생각해 보세요. 제가 키우니까 준S급 기승수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 A급 이하 줄은 불안해서 못 쓰죠! 필수품이라니까요, 필수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애한테 맞지도 않는 목줄을 써서야 되겠습니까. 안전을 위해서라도 S급,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단은 받아 두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송 실장님 손에 S급 와이어가 들어갔다. 송이야, 고맙다! 네가 효자다!
“그리고 줄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튼튼한 장갑도─”
“안 됩니다.”
쳇. 역시 이것까지는 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