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464
462화 팬입니다! (2)
골드 햄스터 포획에 성공한 팀은 번케이브와 머드블 두 길드의 연합이었다. 머드블은 중앙아프리카의 중형 길드로 골드 햄스터 던전 입장권 구매와 길안내를 맡았다. 번케이브는 미국 대형 길드로 던전 공략팀 주요 전투헌터는 물론이요, 테이머도 이쪽 소속이었다.
다만 클로이 앨저는 두 길드 중 어느 쪽에도 속해 있지 않았다. 프리헌터로 고용되었다, 라고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지금은 한국에 도착했으니 이름과 소속도 다 알려 왔지만 처음 받은 보고서에는 익명처리 되어 있었다. 골드 햄스터는 기승수 사육소 계약 티켓이다. 당연히 빼앗으려 드는 자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도착한 헌터는 번케이브 길드장과 길드원, 프리헌터를 포함해 S급 한 명, A급 다섯 명, B급 세 명입니다.”
송 실장님이 말했다. 그의 시선이 내 구두를 향했다가 다시 위로 올라왔다.
“구두 굽을 제외하더라도 한유진 씨의 키가 갑자기-”
“아이고, 송 실장님. 눈치 없기는!”
문현아가 송태원의 말을 막았다.
“그런 건 모르는 체해 줘야지.”
“…예?”
송 실장님이 영문을 몰라 하며 나와 현아 씨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 음. 송 실장님은, 잘 모르실 법하지만…….
“약 3cm가 일주일 사이에 성장하였다면 스탯의 등급 상승일 가능성이 높기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감추실 일이-”
“키 높이 깔창입니다, 키 높이!”
쪽팔려서 뒷목이 다 화끈거렸다. 평소 나를 봐 온 S급들이니까 당연히 들킬 줄은 알았지만, 조용히 넘어가겠거니 했지.
“그냥 조금만 키우면 구두랑 더해서 180넘어가니까요……. 그게 다들 2미터 안팎이고, 덩치도 좋고, 그럴 거니까 말입니다. 미국 쪽은 진짜 장난 아니잖아요.”
미국의 상급 헌터들은 각성 전에도 190에 100kg 이상 찍은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경기장 근처에서 던전 터지는 바람에 피지컬 좋기로 유명한 미식축구 두 팀이 우르르 각성해 버린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상급 헌터는 평균 키가 2미터일 정도였다.
나와 머리 하나 이상 차이나는 사람들이 우르르……. 거기다 개인적으로 호감 가는 사람도 있다 보니 조금이나마 덜 작아 보이고 싶었다. 기승수 사육 계약을 할 때도 말이야, 너무 쬐끄맣다고 얕보일 수도 있잖아.
“아… 그러셨군요. 걸음걸이가 조금 부자연스럽다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송 실장님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했습니다.”
“아뇨, 아니에요. 하하…….”
…그냥 뺄까.
“키 때문이었어?”
송 실장님을 넘기자 이번에는 동생 녀석이 갸웃 목을 기울였다. 내가 왜 키에 신경 쓰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걷는 걸 편하게 해 주는 보조 도구인 줄 알았는데.”
“…키 높이용이란다.”
유현이 넌 평생 몰라도 되는 물건이지. 애초에 헌터라면 움직임에 방해만 되는 깔창을 쓸 리도 없고. 예림이가 아저씨 힘내요, 하고 작게 속삭여 왔다. 평소에는 뭐, 별 불만 없다고. 미국 헌터들이 죄다 너무 큰 탓이지 비각성자나 하급 헌터 기준으론 작은 것도 아니고.
“너무 작으면 좀 무시당할 수도 있으니까. 성현제 씨도 한마디 하시죠?”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그냥 안 하는 게 낫지.
“얕보이는 게 걱정된다면 차라리 수염을 기르는 편이 나을 거라네.”
“네? 웬 수염이요?”
“조금이나마 더 나이 들어 보일 테니까.”
성현제의 말에 현아 씨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 지금 형님 잘해야 고등학생 정도?”
“저 서, 스물다섯인데요?”
“저쪽은 다 크고 나이도 더 들어 보이잖아. 십 대 후반쯤 되면 확 변하더라. 리에트도 형님보다 너덧 살은 많아 보이고.”
그건 분위기의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짜 수염이라도 붙일까.
“번케이브 길드에서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으므로 지금 인원이 전부 한유진 씨를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송 실장님이 S급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공직자인 송태원은 제외한다더라도 이게 다 몇 명이냐. 저쪽은 고작 한 명인데 여긴 무려 네 명이다.
“제 형입니다.”
유현이가 자기는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난 지인 만나러 온 거야.”
“나도 안면이 있는 길드라네.”
“이렇게 작고 어린 제가 위협이 될까요?”
저 중학생인데, 열다섯 살인데 하고 예림이가 약한 척했다. 송 실장님이 한숨을 삼켰다.
“일단… 번케이브 길드에 말은 해 보겠습니다. 그쪽에서 거절한다면 받아들여주셔야 합니다.”
송 실장님이 휴대폰을 꺼내 들며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거절을 한다면, 이지만 보통은 못하겠지. 기승수 한 마리만 맡기고 말 게 아니라면. 역시나 송 실장님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한유진 씨 곁에는 한 명만 있어야 합니다. 나머지 분들은 거리를 띄워 주십시오.”
“정정당당하게 제비뽑기 해요!”
예림이가 유현이를 째려보며 말했다. 가위바위보는 연패였지. 가장 최근의 승부에선 스킬 사용도 오케이 하는 바람에… 예림이 안개 쓰고 유현이 가속 스킬 쓰고 물방울로 시야 가리고 그거 증발시켜서 수증기로 시야 가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둘 다 눈 가리고 가위바위보를 했지만 승자는 역시나 유현이였다.
이린이 유현이 눈 역할을 대신해 준 덕이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예림이가 내 정령 태어나면 두고 보자며 분해했었지.
“…하나씩 뽑아 주십시오.”
공평을 기하기 위해 송 실장님이 나무막대 네 개를 감싸 쥐고 내밀었다. 끝에 표시가 된 막대를 뽑은 사람은 다름 아닌 문현아였다.
“내가 이런 운은 또 끝내주지!”
“형…….”
유현이가 시무룩해하고 예림이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냥 떨어져서 있는 거잖아. 왜들 그래.”
나가라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이게 뭐라고.
“내 파트너가 첫사랑에 혹해서 떠나 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되는군.”
“아, 첫사랑 아니라니까요.”
“그러게 바로 일주일 전만 해도 내 품에서 얼굴 붉히고 있었는데.”
“현아 씨!”
“인기 많은 파트너를 둔 내 잘못이지.”
“우리 한 소장님이 워낙 귀여우니 말이야, 어쩌겠어. 술이나 한잔하자.”
진짜 어이가 없어 눈 코 입 귀 다 막힐 소리였다. 그쪽들이 할 말입니까! 인기 많기로 따지자면 남부럽지 않다 못해 순위권 다툴 사람들이면서.
아무튼 현아 씨가 내 곁을 지켜 주기로 하고 나머지 넷은 유현이와 송 실장님, 예림이와 성현제로 나누어서 양측에서 주시하기로 했다. 별일이야 없겠지만 혹 모를 일이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난 아니네.’
덩치 좋은 사람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진짜 평균 키 2m는 가뿐히 넘길 듯한 무리였다. 와, 목 굵은 것 좀 봐. 어깨도 장난이 아니다. 특히 제일 앞의 남자는 현실감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몸집이 내 두 배, 아니 세 배는 될 거 같은데.
“형님, 정신 차려.”
현아 씨가 작게 속삭여 왔다. 아니 그래도, 저건 진짜. 거인 아니냐. 내 주위에도 키 크고 몸 좋은 사람들이 널려 있어 매일 봐 왔는데도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 세로로도 길쭉하지만 가로로도 길어서 평범한 가정집 방문은 정면으로 통과 못 하지 싶었다. 진짜 걸릴 거 같은데. 집이 두 배는 커야 하지 않을까. 문도 크고 천장도 높고 소파도 식탁도 침대도 다 크고. 킹사이즈 침대가 싱글로 보이겠다.
“번케이브 길드장 제이슨 브론입니다.”
“…도담 사육소장 한유진입니다.”
제이슨이 손을 내밀어 왔다. 당연하지만 손도 컸다. 그가 내 앞에 서자 다른 사람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제이슨의 얼굴도 고개를 꺾어야만 볼 수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우선 앉…….”
앉을 만한 의자가 있나? 여기 라운지는 아예 상급 헌터용으로 정해진 곳이라 큼직큼직하긴 하지만. 그래도 규격 외잖아. 와 정말, 이 사람은 비각성자일 때도 하급 헌터쯤은 가볍게 내리누를 수 있었겠다. 각성하고 더 큰 걸까? 그래도 원래 2미터는 되었을 거 같은데.
내가 잠깐 멍 때리는 사이 제이슨이 문현아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송실장님과 성현제에게도 아는 척을 하고 유현이와 예림이에게도 인사했다. 성현제는 그렇다 쳐도 송실장님과도 만난 적 있었구나. 백 퍼센트 성현제 때문이었겠지.
“그러니까, 사육소를 살펴보고 싶다고 하셨지요?”
미리 전해 들은 번케이브 길드 방문 일정을 애써 머릿속에 떠올렸다. 하지만 눈앞의 거인이 자꾸만 내 생각을 방해했다. 정면이 가슴이야. 한 40센티 차이 나나. 진짜 애와 어른 수준이네.
“예. 한 소장님에게 맡길 새끼 몬스터도 데리고 왔습니다.”
제이슨이 시원시원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런 말은 없었는데, 숨기고 온 모양이구나. 하기야 빼앗길 수도… 어깨가 태평양만 하니 머리가 작아 보이네.
“우선, 계약서부터 작성을 하셔야 합니다. 기본 조건은 전해 받으셨지요? 이번에는 제가 골드 햄스터를 의뢰한 만큼 추가 조건은 최소화할 예정입니다. 사육 계약 외의 안전 관련 계약 또한 작성해 주셔야 하고요. 일반 직원들과 어린 몬스터들이 머무는 시설이니까요. 저부터가 F급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입에서는 줄줄 말이 잘 흘러나왔다. 한쪽에 마련된 자리로 옮겨가 앉자 그제야 제이슨 외의 사람들도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약간 떨어져서 서 있는 헌터들 또한 덩치는 컸지만 제이슨을 보고 난 뒤라 비교적 평범해 보였다.
그리고 가장 끝에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클로이 앨저. 내 옆에 나란히 앉은 문현아가 그녀를 향해 손을 살짝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클로이도 미소 지으며 마주 손끝을 까닥인다.
와, 진짜 왔어.
“한 소장님?”
“아, 네. 여기, 일단 안전 계약서고요.”
미리 준비해 온 계약서를 제이슨에게 내밀었다. 너무 티 내면 안 되는데. 사실상 모르는 사이잖아. 그럼에도 내 눈이 또 슬그머니 옆으로 움직였다. 옆에 선 남자에게도 지지 않는 큰 키와 덩치였다. 바싹 깎은 머리스타일은 TV로 볼 때와 달랐다.
“그리고 이건 기승수 사육 계약서입니다. 맡기실 몬스터의 종류가 어떻게 되지요?”
“흑곰입니다. 아쉽게도 S급은 아니지만 S급 하위에 준하는 강력한 A급 던전 보스죠.”
어, TV에서 본 적 있는 것 같다. 제이슨이 계약서를 확인하는 동안 다시 슬쩍 옆을 쳐다보았다. 앗, 눈 마주쳤어. 클로이 옆의 남자가 뭐라고 작게 소곤거렸다. 뭐라고 하는 거지.
“한 소장님 되게 작다는데.”
문현아게 내게 알려 주었다. 그, 그야 옆에는 현아 씨가, 앞에는 거인이 있으니 평소보다 더 작아 보이겠지.
“진짜 스물다섯 살 맞냐는 소리도 들리고. 열다섯 살 아니냐는데?”
열다섯은 좀 심했다… 아직은 예림이보다 내가 더 큰데. 하지만 제이슨과 비교하면… 초등학생이라 해도 할 말 없을 수준이긴 하지.
“…저만 따로 두면 그렇게 안 작잖아요.”
“그렇지. 아까 악수하는데 내가 다 불안하더라.”
나는 어디까지나 보통인데. 계약서에 서명한 제이슨이 나를 보며 웃었다.
“클로이 앨저 헌터에게 관심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예? 아, 그게요. 우연히 인터넷에서 봤거든요.”
지금도 한글 자막은 없지만 헌터 관련 방송을 하고는 있었다. 현아 씨에게 그 소리 듣곤 바로 찾아봤다. 던전 내 촬영은 할 수 없다 보니 지금은 주로 던전 브레이크 관련 방송이었다. 던전이 터졌을 시 대응 요령이라든가 몬스터 흔적을 보고 성향을 파악, 피하는 방법 등을 알려 주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주로 그런 생존에 대한 방송을 했었지.
“상당히 유익한 내용이더라고요. 비각성자에게도 도움이 될 듯 했고요.”
“예. 앨저 헌터를 고용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골드 햄스터의 습성과 행동방식을 파악해 사로잡기 위해서였죠.”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제이슨이 말했다.
“그 방송을 보니 앨저 헌터에게 알려 주고 싶은 것도, 생겨서요.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해야 할까요.”
고개를 돌리자 클로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 씨, 쑥스러워. 진정하자, 방송 몇 개 보고 너무 좋아하는 티 나면 이상하잖아.
“클로이! 한 소장님이 하고 싶은 말이 있대.”
문현아가 손을 들어 올리며 클로이를 불렀다. 잠깐만요, 잠깐만. 클로이가 큰 걸음으로 다가왔다.
“아, 그게요. 저희 쪽에서 던전 내에서 촬영할 수 있는, 그런 장비를 개발 중입니다. 이미 시험단계에 들어갔고요. 방송을 하시니까, 관심이 있으실 듯해서…….”
“한국에서요?”
클로이가 약간 놀라며 말했다.
“벌써 시험단계라니, 빠르군요.”
미국에도 비슷한 개발을 하고 있는 곳이 있었다. 그야 회귀 전에는 그쪽에서 먼저 나왔으니까.
“방송의 취지가 좋아 보여서, 음, 저희 쪽에서 장비 제공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홍보 효과도 있을 테고요. 방송 구독자가 많으시더라고요.”
“별말씀을요. 인구가 많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거지요.”
기분 좋게 웃는 얼굴이 회귀 전과 똑같았다. 진짜 한번 만나 보고 싶었는데……. 회귀 전만큼 간절한 마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변함없이 좋은 사람인 듯도 하고. 상급 헌터가 일부러 시간 내어 약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송을 하고 있잖아. 보통은 그냥 직접 몬스터 잡아주는 걸로 끝인데,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송을.
그러니 개인적인 호감 때문만이 아니라도 거들어주고 싶었다.
클로이는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우선은 협회에 들렀다가 사육소로 향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워드, 어떻게 할까.’
클로이에게 키워드를 적용시킬 마음은 그다지 없었지만 최적화 스킬을 얻게 해 주면 도움이 될 테니까. 일단 최적화 스킬을 얼마나 얻었는지 확인만 해 볼까. 현아 씨와 제이슨에게 내 몸이 거의 가려진 틈을 타 클로이에게 살짝 떡잎 스킬을 사용했다.
[각성자 – 클로이 앨저현재 스탯 등급 S
각성 가능 스탯 등급 A~S]
…어? 그, A급이,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