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543
541화 방송 준비 (1)
침대에 걸터앉아 TV를 켰다. 그리곤 팔찌를 작동시켰다. 이내 TV 화면에 공중에서 촬영한 도심의 모습이 내리비쳤다.
[뉴욕 맨해튼]자막도 저절로 떴다. 기본 촬영 모드는 알아서 편집도 다 된다더니 진짜네. 화려한 맨해튼의 야경을 잠시 비추더니 이내 호텔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다가 훅, 화면이 전환되면서.
“…으.”
내 모습이 나타났다.
[한유진 – 한국 헌터]방송은 내일부터였지만 연습을 위해 각 팀 숙소 TV와 영상 팔찌를 연결해 주었다. 화질 좋구나. 빙그르르 화면이 돌아가며 나를 비추어 준다.
“음, 안녕하세요.”
말을 하자 음성과 함께 자막도 TV에 나타났다. 심지어 저 자막 각 나라 언어로 번역도 바로바로 된다고 했다. 아니 이거 너무 오버테크놀로지 아니냐. 그냥 아이템입니다~ 우겨도 통해? …하긴 잘린 팔다리도 붙이고 날아다니는 건 물론이요 순간이동, 공간이동도 하는 판이니까.
던전 촬영 아이템 후발주자 주제에 구리다고 욕먹는 거 아닐까 몰라. …최초에서 보급형으로 바꿔야겠구만.
“그러니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저 표정 좀 봐라. 경력자는 개뿔이, 완전 초짜인데요. 한 오 분쯤 멍하게 TV 속의 나를 쳐다보며 앉아있었다.
‘…미치겠다.’
아니 인터넷에서 개인방송 하는 사람들 대체 뭘 어떻게 하는 거야. 잠깐이나마 자신만만해해서 죄송합니다. 망했어, 망했다고! 이걸 대체 누가 봐! 내 동생이나 봐줄까. 유현이라면 그냥 묵묵히 앉아만 있어도 볼만할 거다. 예림이랑 노아도 그렇고, 성현제와 송 실장님도 물론이고. 현아 씨와 에블린 씨도, 피스랑 결이도.
하지만 나는 그냥 일반인 A잖아!
“…S급들이랑 붙으면 재밌긴 할 텐데, 평소에는……. 가만히 있어도 눈이 즐거운 사람들 좋겠다…….”
하이라이트 부분이야 내가 시청률 제일 높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의외로 유현이가 유리할 것 같았다. 피스가 있잖아. 미남과 귀여운 몬스터. 나 같아도 종일 틀어 놓는다. 성현제도 마찬가지였다. 송 실장님도 송이 있었으면 봐도 봐도 지겹지 않겠지.
나도 은혜라도 보여 줄까. 하지만 은혜는 노출이 적은 편이 좋을 터였다.
‘쉽지 않네.’
시청률이 어떻게, 얼마나 유리하게 적용될 건지 말도 안 해주고. 물론 내가 이렇게 전전긍긍해할 필요는 없었다. 처음 목적은 그냥 다 같이 채터박스가 계약자 찾는 걸 방해하자,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조용히 참가자를 모으던 채터박스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방식을 바꾸었다. 거기까지야 그렇다 쳐도.
[채터박스도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요.]신입이 내게 말해 준 것을 떠올렸다. SS급 무기가 공개되면서 채터박스의 파티는 더욱 화제가 되었다. 그것을 보고 채터박스가 얼마나 큰 보상을 해줄 수 있는지 신입에게 물었었다.
[그러니 시스템에 지정된 비율을 과도하게 넘어서는 보상을 주는 건 불가능해요! 몬스터를 잡거나 특정 업적을 달성하면 그 가치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 이게 시스템의 법칙이거든요. 아무 이유 없이 보상을 퍼줘서는 안 돼요.]보호되고 있는 세계에 대가 없이 간섭하려면 패륜아든 효도중독자든 시스템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특별히 신경 써서 조금 더 좋은 보상을 맞춰 주는 것까지야 가능했지만, F급 몬스터 잡고 S급 아이템 받는 일은 불가능했다.
[심지어 안전보장! 까지 붙었으니 S급 헌터들에겐 SS급 무기 이상은 주기 힘들 거예요. 같은 S급 헌터들 사이에서 우승하는 업적을 쌓고 채터박스가 대가를 조금 치른다고 해도 SSS급까지가 한계일걸요? 그것도 하위 정도로요.]그러니까 누가 1위를 차지하든 큰 손해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만…….]신입이 망설이며 말을 덧붙였었다.
[허니의 경우는 달라요. 허니는 스탯 F급이니까요.]시스템의 보상 등급은 적의 등급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보상 대상자의 등급 또한 영향을 주었다.
[그… 허니가, 그랬었잖아요. 스탯 F로 훨씬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잡았던 거요. 그것도 다른 높은 등급 헌터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요.]라우치타스의… 소원석. 그리고 무해의 왕의 서랍 또한 평범한 보상은 아니었다. 혼자 던전을 공략하고 받은 칭호들 또한 던전 등급 대비 훨씬 높은 급의 보상이었다.
[지금의 허니는 시스템 보상 체계 적용 등급이 약 D급이에요. 스탯 F, 전투스킬 D 하나, 나머지는 등급이 높아도 보조라서 총합 D죠.]D면 E, F처럼 바닥까진 아니더라도 여전히 중급에 걸치긴 힘든 등급이었다.
[정확히는 D마이너스? 간신히 D급 턱걸이 정도예요! 시스템 보상 체계도 아무래도 전투 위주라서요. 비전투계 스킬을 제외하면 E마이너스일까요. 그러니까 허니가 혼자 힘으로 S급 헌터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얻는다면…….]보상의 등급이 훨씬 높아질 수도 있다고, 신입이 말했다.
[…최소한 L급이요. 하지만 허니 세상에서 파티하면 적용 안 되고요! 던전 내에서의 일만이에요. 채터박스가 어떻게 나올진 모르겠지만, 그래요.]채터박스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신입은 내 눈치를 살피며 그래도 무리하지 말라고 걱정해왔었다. 지금이라도 다른 S급과 팀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도 했었다.
‘던전이, 맞겠지.’
달리기를 한 곳은. 몬스터도 나왔으니까. 그리고 이후로도 계속 던전을 이용한다면.
내가 채터박스 파티의 보상을 얻을 마음은 없었다. 나와 함께 온 S급들 중 한 명이 가지고, 나는 그냥 상위권이면 좋고 중간쯤 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L급, 혹은 그 이상이라면.
‘…신화급, 소원석.’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침대에 풀썩 길게 드러누웠다. 화려한 천장의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궁전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림도 그려져 있다. 하늘과 구름과 천사, 금색 테두리에 들어간 용의 조각.
이것은 채터박스의 장례식을 위한 파티다. 하지만 신입의 말대로라면, 동시에, 나의…….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무리하진 말고. 기대하지도 말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꾹 누르듯 문질렀다. 괜한 생각 말고 잊고 있어야지. 잊은 척해야지.
욕심낼 상황 아니잖아. 눈앞의 일만 생각하자. 게다가 채터박스가 나한테 보상을 제대로 주기나 하겠어?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벌떡 일어났다.
“호텔 소개라도 할까. 여기 야경 죽이는데요, 밤에는 역시 도시뷰죠. 와- 반짝반짝거린다. 눈이 부시네.”
창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책 읽는 것 같았다. 아직 방송 전이라 다행이지… 파티 일정 외 휴식시간 때는 차라리 영상 꺼 놓는 게 낫겠다.
헛짓거리 그만두고 영상과 음성 등의 온오프 연습이나 했다. 키워드나 행동 등을 지정하라고 했지만 나는 대신 마력으로 조절했다. 그러면 꼼짝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편집이 가능해지니까. 아이템이라 마력 신호로도 작동 지정을 할 수 있었다.
TV 화면은 상황에 따라 줌 인, 줌 아웃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것 보라는 듯 컵을 들자 자동으로 쭉 당겨 비춰졌다. 설마 저게 다 아이템 기능일 리는 없을 테고, 촬영 원격 담당자가 한 명씩 붙어 있는 게 아닐까.
실시간 말고 녹화 방송도 가능하다곤 했지만 그럼 보는 사람이 확 줄어들겠지. 결국 편집 범위는 정보보호 수준 정도로 좁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저것 더 시험해 보다가 폰을 확인했다.
[예림이-그래서 ㅊㅊ해드렸거든요 참고하시라고] [현아씨-포기해 안돼] [예림이-지이ㅣㅣㅣㅣㅣㅣㅣㅣㅣㄴ짜 어색해서!!!!] [현아씨-ㅋㅋㅋㅋㅋㅋㅋ안봐도 훤하다]단톡방에선 예림이가 송 실장님 방송 너무 못한다며 한탄하고 있었다. 카메라 의식하는 순간 굳어 버리신다나.
[나도 어색하더라.] [예림이-아저씨는 잘할거 같은데요?] [내동생-맞아, 형은 잘할 거야.] [예림이-ㅎㅇㅎ아저씨만 알람켜놨냐!] [현아씨-그게돼?] [예림이-소영언니 오고싶다는데 찬반?] [예림이-전ㅊㅅ] [혼자 있으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현아씨-업무용 단톡 극혐] [현아씨-길드거말고] [내동생-형 방에 몰래 갈까?] [예림이-저기요 여기사람있어요!] [현아씨-진짜 싫어] [소영 씨는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괜찮을까.] [아니] [내동생-안 된다는 말은 없었잖아.] [내동생-외롭지 않아?] [예림이-아저씨만보이지] [괜찮아.] [현아씨-따로 있잖아] [현아씨-여기와도 우리셋이 이야기할듯] [예림이-ㅁㅈㅇ근데 노아오빠땜에요]예림이랑 현아 씨, 소영 씨 따로 단체 채팅방 있는 건가? 하긴 셋이 자주 놀러 다녔으니까 있을 만했다.
대화를 한다기보단 주로 구경을 하다가 명함을 꺼내들었다. 그리곤 파파라치에게 전화를 했다. 명함에는 이름대신 P.P라고 적혀 있었다. 파파라치의 PP인가.
[헤이, 방송 잘 봤어! 근데 맥주 맛없더라.]양심이 살짝 따끔거렸다. 아니 캔 맥주니까 말이야.
“제 전화번호도 알고 있어요?”
[모르는 번호니까 SF지.]“…예?”
[Super F.]…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려고 했다. 쪽팔려! 파파라치 말에 따르면 낮에 방송을 보고 미국에서는, 그렇게, 부르고… 창문 깨고 뛰어내리고 싶어졌다. 아니 세상에 그게 뭐야. 나는 왜 이름 못 짓는다고 구박받았던 거지. 차라리 몬스터 파파라고 해줘라……. 한국이 낫다, 진짜로.
“다른, 다른 별명으로 바꿀 순, 없을까요……?”
[대중 픽이야.]“공식 등급은 B입니다만…….”
[사람들 그런 거 신경 안 쓰죠. 뒤쪽에서는 아직 허니팟과 캔디박스도 쓰고 있어.]S급 뺨치는 F급이라는 의미도 있고 입에 딱 붙지 않느냐며 파파라치가 낄낄거렸다. 미국인들 슈퍼 되게 좋아하네……. 근데 진짜로 그렇게 부르냐. 약자 쓰면 그나마 낫지만, 진짜로? 채터박스 보고 팬텀이라고 외쳤던 것처럼 그렇게……. 집에 가고 싶다.
“아무…튼, 인터뷰 좀 하려고요.”
[지금 바로 갑니다, SF님!]얼마 지나지 않아 파파라치가 나타났다. 그에게 촬영팔찌에 대해 설명해 주고 시범도 보여주었다. 팔찌야 이미 기사 날만큼 난 거였지만.
“1등 상품을 공개하겠습니다~”
“오, 진짜? 나야 대박인데 그래도 돼?”
“물론이죠.”
웃으며 인벤토리에서 미리 준비해 둔 작은 상자를 꺼내들었다. 파파라치가 상자를 촬영했다.
“이건 독환입니다.”
상자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무려 S급에 일반 독과는 다르게 사용자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는 특수한 아이템이죠.”
“와우, 진짜 유용하겠는데!”
보통의 독은 사용자도 중독시킨다. 다른 속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유현이나 예림이처럼 속성 공격계 스킬을 지닐 시 동 속성 저항 스킬도 필수로 있어야 했다. 아니면 속성 저항 아이템을 구하거나.
“숨기는 게 유리하지 않아?”
“하나뿐이니까요. 차라리 밝혀서 저 잘못 건드리면 그쪽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알리는 편이 낫죠.”
내가 독 저항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음알음 퍼진 정보였지만 등급은 아니었다. 병원에도 등급이야 훨씬 낮게 알려 두었다.
“S급 헌터라면 S급 독에도 전투불능이 될 정돈 아니겠지만, 귀찮기는 할 테니까요.”
시비 걸 사람들이 줄긴 할 거라며,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하고 인터뷰를 끝마쳤다. 내일 아침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알게 되겠지. 파티에 참석한 S급들을 포함하여. 파파라치는 정보 고맙다며 떠나갔다. 아는 기자가 한 명 있으니 유용하긴 유용하네.
‘내일은 또 뭘 시킬지 모르겠지만.’
쓸 수 있는 패는 다 끌어다 써야지. 이상한 별명이 붙은 건 슬펐지만 반응이 아주 좋다는 말은 반가웠다. 도담에 광고 제의도 쏟아지고 있었고. 완판 신화를 이루겠습니다, 네. 맥주는 좀 더 맛있게 만들어 주시고요.
유체 상태의 화염뿔사자가 휴대폰을 앞에 두고 웅크려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다가 코끝으로 버튼을 꾹꾹 눌러 단축키 저장되어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끼우웅.
[피스야?]– 꺄앙!
[왜, 심심해? 밥은 먹었어?]– 끼앙, 꺙!
[유현이는? 자꾸 혼자 전화 걸면 안 돼요.]유현, 이라는 말에 피스가 고개를 돌렸다. 해연 길드와 통화 중인 한유현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휴대폰의 줄을 물고 날아올랐다. 한유현이 휴대폰 화면에 비친 형을 보고 미소 지었다.
“피스가 또 전화했네.”
[심심한가 봐. 넌─]이 정도면 됐다는 듯 휴대폰이 휙 돌아갔다. 침대 위로 올라간 피스가 휴대폰을 다시 제 앞에 놓고 낑낑거렸다. 한유현은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보다가 통화를 이어갔다.
“피스 위주로 말입니까.”
[예. S급 유체화 몬스터. 그것도 친숙하고 귀여운 형태이니 기본 시청률은 보장될 겁니다. 특히 변신에 날개가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겠지요.]피스와 팀을 이룬 것이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며 휴대폰 너머의 석시명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꽤나 들떠 있었다. 한유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꿍꿍이가 있는 파티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 방송을 잘 이용한다면 해연 길드의 인지도가 세계적으로 상승할 것이었다. 다른 대형 길드에 비해 아직 해외에서의 힘이 약하다는 사실을 아쉬워하던 석시명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박예림 헌터야 걱정할 게 별로 없겠지만요. 물론 길드장님도 믿고 있습니다.]석시명이 하하하 웃었다. 어쨌든 S급 헌터고 외모적으로는 뛰어나니 기본은 하지 싶었다. 한유현은 묵묵히 조언을 들었다. 관련 자료를 보내 주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가 끝났다.
“…형한테 가고 싶다.”
한유현이 작게 중얼거렸다. 주위에서 무어라 떠들든 관심 없는 그였지만 조금쯤은 귀찮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