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555
553화 승리 조건 (1)
콰득!
“윽!”
공기를 가르며 날아든 창이 도망치려던 헌터의 다리를 꿰뚫었다. 경찰 역의 헌터에게는 평범한 창으로 보였지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눈에는 검푸른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 망했다
└ 방송종료 1추가
└ □□□ s급 맞아?? 같은 s급인데 상대도 안되네ㄷㄷㄷㄷㄷ
└ 아직 안끝났어! 스토미:’-(
└ 다른 갠방 추천받음:D 아즈라엘은 보고있음
└ SFㅊㅊ
정체 모를 경찰청장이 계속해서 경찰을 살해하고 있다. 쓰러진 헌터는 채팅창을 흘끔 쳐다보며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주위로 날카로운 바람이 몰려들었다. 마치 거대한 믹서기의 칼날처럼 빠르게 맴돌며 적의 접근을 막는다. 스킬 정보가 차단되어 한유현의 감각으로는 바람이 아닌 금속성 얇은 무기가 회오리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검은 머리카락이 회오리가 일으키는 바람결에 흔들거렸다.
“경찰청장의 승리 조건이, 경찰을 없애는 건가?”
한유현은 대답 대신 검을 휘둘렀다. 군림자의 검이 크게 휘어지며 바람의 방패를 두들겼다. 카각!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치듯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지만 그것도 잠시.
“컥!”
바람을 산산조각 낸 검은 칼날이 헌터의 목을 갈랐다.
└ 끝났다
└ 막댓!
헌터의 몸이 인형처럼 딱딱해지고 채팅창 또한 사라졌다. 한유현은 묵묵히 검을 거두었다.
└ 와 이번에는 5분컷
└ 그래도 오래버텼다ㄷㄷㄷㄷㄷ
└ 유현아 다 죽여!!!!
한유현은 채팅창 옆에 떠 있는 또 다른 창을 바라보았다. 다름 아닌 맨해튼 지도였다. 지도 창에는 점점이 경찰들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경찰은 경매장에 갈 수 없기에 지금은 대부분 움직임이 없었다.
└ ㄱㅊㅊㅈ왜 ㄱㅊ다죽임?
└ 방금왔음? 누가 복붙해줘라
└ [경찰청장] [*도둑을 직접 잡을 수 없습니다.
*경찰만 공격, 살해할 수 있습니다. 반격은 가능합니다.
*각 경찰에게 한 번씩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명령은 내릴 수 없습니다. 명령을 어긴 경찰은 수감됩니다.
*경찰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참가자와 전투하여 패배 시 노예가 됩니다.] [승리조건
모든 참가자가 생존한 상태에서 누군가 승리조건 달성
모든 경찰 살해(도둑을 제외한 참가자에게 세 번 목격 당하면 조건 달성 불가)
중 하나의 조건 달성(경찰청장의 우승이 우선)]
└ 너무 극단적이잖아ㅋㅋㅋㅋㅋㅋㅋ다살림vs다죽여
경찰청장의 승리조건 중 하나는 참가자가 모두 생존한 채로 누군가 승리조건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었다. 모든 경찰에게 참가자 살해 금지 명령을 내린다 해도 도둑을 체포 중 실수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다. 또한 도둑은 참가자 살해가 불가능하지만 자산가는 아니었다. 선공만 불가능할 뿐이니 자산가가 도둑이나 경찰을 살해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한유현은 첫 번째 승리조건을 곧장 버렸다. 반쯤 운에 맡긴 채 참가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그의 성미에 걸맞지도 않았다.
반면에 두 번째 승리조건은 첫 번째보다는 쉬웠다. 명령권한으로 경찰을 외진 곳으로 유인하여 하나씩 잡기만 하면 끝이었다. 경찰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으니 자산가와 무법자만 조심하면 되었다.
└ ㄱㅊㅊㅈ승리 어렵다…..
└ 제일 불리한거 아냐?
└ □□□□□□□□□□□□던데 차라리□□□□□□□□□□□□
└ 유현아 너네 형 □□□□ 쩔더라
└ 제복입은 한유현<-한국 중요무형문화재 제2227호인데 누가 미국으로 반출했나요;;;??
채팅창의 정보를 기계적으로 살피며 한유현이 장소를 이동해갔다. 경매가 끝나고 경찰들이 움직이기 전에 최대한 많이 잡아두는 것이 유리했다. 지금은 자산가가 모두 경매장에 있을 테니 목격될 가능성도 낮았다. 지도 위의 경찰 위치를 확인한 그가 입을 열었다.
“경찰 9, 길 건너 주유소로 이동, 대기하십시오.”
명령을 한 한유현이 버들잎을 밟고 단숨에 건물 위로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주유소 근처 빌딩 위에 도착한 그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경찰이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주유소에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 또하나 갑니다
└ 응 그래 유현아 하고 싶은대로 다 해 경찰청장이 경찰들 좀 치고 다닐수도 있지 형도 그렇게 생각할거야
└ 유현아 누나 쿨톤이라 수갑 잘 어울려 기다릴게
한유현의 손끝에 불꽃이 맺혔다. 검푸르게 일렁이며 기다란 창으로 변화한다. 그 창 위로 붉은 도마뱀이 올라서 스르륵 스며들었다. 경찰이 주유소 가운데 멈춰 서는 순간, 한유현의 팔이 크게 젖혀지며 불의 창이 내던져졌다. 순식간에 주유소에 다다른 창이 바닥을 꿰뚫고.
콰아앙!!
폭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주유소에 가득한 기름을 삼키며 더욱 세를 부풀린 불이 경찰을 덮쳤다. 일반적인 화재와 다르게 주유소 밖으로 불이 번져나가진 않았다. 보이지 않는 벽에 갇히기라도 한 듯 경찰을 중심으로 둥글게 휘몰아치며 열기를 더해간다.
“피해!”
“911!”
사람들의 소란 속에 사납게 으르렁거리던 불길이 빠르게 줄어들어갔다. 영역 내 모든 것을 불사르고 검은 흔적만을 남긴 채 언제 불이 붙었냐는 듯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우왕좌왕하던 사람들이 멍하게 재만 남은 주유소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돌아온 이린이 한유현의 손 위로 기어 올라왔다.
└ 채팅창 조용한거 봐라
└ 유현아…미쳤나봐…존ㅁ멋있다 진짜…한유현이 대한민국 1위헌터맞다ㅠ 아무튼 맞다ㅠ
└ ㅎㅇㅎ쎄긴한데 ㅅㅎㅈ가 1위지 ㅎㅇㅎ아직애고
└ 뭐래 □□ 응 내일모래마흔 은퇴나해라
└ 세성은 세계구급이잖아 솔까 해연은 아직 한국에서나 알아주고
└ 세성s급둘 해연s급셋
└ ㅎㅇㅎㅅㅎㅈ다잡는 송태원이 최고다
└ 지구의 70퍼는 바다다! 물의지배자가 즉 지구의 지배자다!
쾅!
그때 저 멀리서 희미한 폭음이 들려왔다. 다음 타깃을 고르기 위해 지도를 확인하던 한유현이 시선이 폭음이 들린 곳으로 향했다. 동시에 채팅창에도 글이 우르르 올라왔다.
└ ㅁㅊ□□□□□□터짐
└ 와 □□□□□□□□□□□□ㅋㅋㅋㅋㅋㅋㅋㅋ
└ 내 학교도 저렇게 폭파됬으면…..
└ 훈정민음 다 필터링되는데 채터박스 한국인임?? 어이없네??
└ 유현아 □□□□□ 좀 말려봐 25년동안 감옥 안간게 신기할 정도야
└ 진짜□□□□□□□□ㅋㅋㅋㅋㅋ□□가 똑같앜ㅋㅋㅋㅋㅋㅋㅋㅋ
한유현의 눈이 느릿이 깜박였다. 연속으로 들려오는 폭음에 그의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다. 채팅창을 보지 않아도, 차단된 단어들을 추측하지 않아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한유진, 그의 형일 것이다.
‘자산가, 혹은 도둑.’
그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컸다. 은신 스킬을 가졌으니 몬스터를 그냥 통과해 최저점을 받은 노예일 확률도 없지는 않았지만, 한유진이 그렇게 쉽게 계곡을 지나쳤을 것 같진 않았다. 한유현은 폭발한 경매장 쪽을 잠시간 바라보다가 다시 지도로 시선을 내렸다.
└ 근데 피스는 어디갔어요????
└ 피스도 ㄱㅊ잡는중
└ 피스 제복 개커엽ㅋㅋㅋㅋㅋㅋㅋ 모자도 썼엌ㅋㅋㅋㅋㅋㅋ
“건물 무너져요!”
강소영이 소리쳤다. 동시에 노아가 그녀를 잡고 날개를 펼쳤다. 금빛 날개가 크게 펄럭이며 쏟아져 내리는 지붕을 피해 위로 솟구쳤다.
“아쉽다…….”
강소영이 노아의 등 쪽을 흘끔거리며 중얼거렸다. 스킬 정보가 감추어져 그녀의 눈에는 단순 비행 스킬을 쓰는 것으로만 비쳤다. 화려한 황금색 날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였다. 심지어 노아의 외모도 평소와는 달랐다. 머리색이 붉은색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강소영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는 평소 그대로였다.
└ 노아야 널 위한 이모지가 있어!! 0:) 천사야 천사!!
└ ㄹㅇ천사가 따로없다!!!!!!
└ 소영아! 언니야!!!!! 사랑한다111111111
└ 둘이 같이있으니 눈부시다…..
└ 근데 경매장 왜갑자기 터졌어?
└ □□□ㅋㅋㅋㅋㅋㅋ
“유진 씨일까요.”
경매장 근처 건물 옥상 위로 내려서며 노아가 말했다. 강소영이 망원경을 꺼내들어 경매장을 살폈다. 우르르 몰려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도둑 추정 헌터들은 자리를 빠르게 피하고 자산가 추정 헌터들은 무너지는 경매장 근처에서 머물렀다.
“그럴 거 같은데, 확실하진 않아요. 여기가 실제 맨해튼과 같다면 폭탄도 구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한 소장님 아니면 이곳을 잘 아는 헌터지 싶어요.”
강소영이 경매장을 확인하는 사이 노아가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이곳 경찰서에서 구한 물품이었다.
“경매장에서 폭탄이 터졌습니다. 노예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예정대로 자산가와 접촉 시도해 보겠습니다.”
[형님이야? 형님이면 노예도 사라졌을걸. 그냥 놔뒀을 리가 없지.]“혹 모르니 근처를 살펴보겠습니다. 소영 씨, 자산가 쪽 맡길게요.”
“네~ 잘 골라 놓겠습니다!”
강소영이 장난스럽게 경례를 해보이고 노아가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당신은 경찰입니다.] [당신은 도둑입니다.]문현아와 노아, 리에트와 강소영. 이 두 팀의 팀원에게는 각각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문현아와 리에트는 적극적으로 계곡을 부수고 몬스터를 잡았으며 노아와 강소영은 보조와 응원을 했다. 같은 팀임에도 주어진 역할은 달랐다. 그것도 쫓고 쫓기는 관계라 할 수 있었지만.
[경찰] [*경찰청장과 노예를 제외한 모든 참가자를 선제공격, 살해할 수 있습니다. 참가자를 살해 시 30분 동안 이동이 불가능해집니다.*경찰청장에게 공격당할 시 반격할 수 있습니다. 경찰청장을 이길 시 경찰청장으로 승급합니다.
*경찰청장의 명령을 1회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자산가에게 고용되거나 도둑에게 뇌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둑이 전멸할 시 경찰은 탈락합니다.] [승리조건
경찰 팀이 모든 도둑을 체포(모든 도둑이 수감상태)
도둑과 결탁하여 도둑의 승리조건 완수
자산가에게 고용되어 자산가의 승리조건 완수
도둑을 열 번 체포
중 하나의 조건 달성(경찰 팀, 도둑, 자산가 승리의 경우 공동 우승)]
“셋이서 손잡으면 되겠네.”
경찰과 도둑의 승리조건을 모두 확인한 문현아가 결론을 내렸다. 도둑은 자산가와 공동 우승이 가능하다. 경찰은 자산가와 도둑 양쪽 모두 공동 우승이 가능하다. 그러니 자산가 또한 비슷한 조건일 것이었다.
즉, 도둑, 경찰, 자산가 이 셋은 함께 힘을 합칠 수가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막판에 배신할 수 있다는 거지.”
탈취한 경찰서의 소파에 앉아 문현아가 말했다. 리에트는 약간 지루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다리를 걸친 채 늘어져 있었다.
“조건만 보면 내가 무법자여야 하는데. 누굴까? 경찰 재미없어. 경찰청장 안 덤비나. 그냥 도둑 잡으러 가고 싶다~”
“도둑을 잡으면 팀은 갈라져야 해.”
역할 조건상 대부분의 도둑은 경찰과 한 팀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경찰은 도둑과 공동 우승도 가능하니 함께 움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쉬운, 도둑을 체포하는 조건이 있었다. 게다가 보통 단독 우승이 공동 우승보다 더 보상이 좋기 마련이다.
서로 잘 알고 믿는 팀이 아니라면 찢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넌 너무 많이 끌어안고 가려는 게 문제라니까.”
리에트가 송곳니를 살짝 드러내며 말했다.
“경찰 도둑 팀은 이미 다 갈라졌을걸? 자산가 아니고선 협력할 생각도 하지 않겠지. 죄다 상급 헌터들인데.”
문현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는 리에트 너도 여기 있잖아.”
“내 스위티들이 다 도둑인 걸~ 빨리 잡아넣으면 심심하고, 그렇다고 다른 경찰이 잡으면 열 받을 테니까! 오랜만에 노아랑 같이 던전 도는 것도 좋고. 아, 경찰 잡으러 다닐래? 우리 말곤 다 죽어도 되잖아.”
전부 쓸어버리고 싶다! 그렇게 투덜대는 리에트의 채팅창에도 비슷한 말이 가득이었다. 그 사이로 간간이,
└ 리에트 □□□□□□! 우리 길드 완전 망했어!
└ 피해자 모임 만들어도 되겠다ㅋㅋㅋㅋㅋㅋ몇명째냐
└ 리에트에게 털린사람 줄서보세요
└ 알게뭐야 언니 멋져!!!!!!!!!!
그녀에게 휘말린 사람들이 분통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것을 보며 리에트가 키득키득 웃었다.
“이거 꽤 재밌다. 독일? 거기서 뭐 했더라.”
“부쉈거나 빼앗거나 죽였거나 셋 중 하나겠지. 경찰청장은 성현제 아니면 도련님일 것 같은데, 형님만 끌어들이면 이 둘도 따라오겠지.”
“난 무법자가 궁금해! 대체 누가 나보다 더 많이 부순 거야? 싸워 보고 싶어!”
리에트의 외침에 그녀의 채팅창 가득히 필터링된 글들이 올라왔다.
[경매가 끝났습니다]“드디어 끝!!”
박예림이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 옆에서 송태원이 지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경매가 끝날 때까지 무법자는 이번 게임이 시작되었던 곳, 거버너스 섬에서 대기하고 있어야만 하였다. 물론 박예림이 얌전히 기다리고만 있진 않았다. 덕분에 송태원은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무법자, 출동합니다!”
└ 예송!! 무법자들 지지마zzzzzz 지금 □□□ 다터트리고있다곸ㅋㅋㅋㅋ지지말고 깽판치러 가자!!
└ 송실장님 일때려쳐도 ㅇㅈ
└ 유진이 방에서 왔습니다! 송실장님 유진이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래요!!!
송태원의 입에서 무심코 한숨 소리가 길게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