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
6화 내 동생이 이상하다 (4)
세상이 던전에 적응해 갈 즈음, 헌터는 돈 잘 벌기로 유명한 직업이 되었다.
S급은 말할 것도 없고 B급만 되어도 달에 억 소리 나게 벌었다. C급도 연수입이 억대며 D급까지도 1억은 찍었다. 그 아래, E급은 물론이요 F급도 전투 적성이 있다면 어지간한 중소기업 직장인보다는 수입이 나았다.
던전에서 나오는 마석은 새로운 에너지원이 되었으며 부산품들은 신약 및 유용한 신물질 개발의 재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마법과 과학이 결합되며 다양한 신기술들이 만들어졌다.
그런 세상에서 S급 헌터에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해연 길드의 길드장이며 키 크고 얼굴까지 잘생긴 한유현의 인기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나이도 이제 겨우 스무 살, 창창하다 못해 어리다.
인터뷰 한 마디만 나와도 시청률이 몇 배로 뛰고 사진이 실린 잡지는 순식간에 매진됐다.
‘그런 놈이 가정적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폭발적인 반응이 돌아오겠구만.’
너른 주방의 인덕션에서 냄비를 들어 올리고 있는 유현이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녁 먹자고 하기에 당연히 외식을 생각했는데. 자기 집에서 직접 만든 요리를 내올 줄이야.
참고로 유현이의 집은 해연 길드 건물 상층에 있었다. 몇 층인지는 보안상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층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계단도 엘리베이터도 나가는 문도 없이 더럽게 비싼 미니 포털로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네가 요리 잘하는 줄은 몰랐는데.”
식탁 의자에 앉아 요리를 마무리하는 동생을 구경하다가 문득 말했다.
“먹고살려다 보니 늘었어.”
“엥? 왜? 너 돈 많잖아.”
막 각성한 직후부터 먹고 싶은 건 뭐든 사먹는 건 물론이요 일류 쉐프도 턱턱 고용할 만큼 돈을 벌어 댔을 텐데.
내 질문에 녀석이 조금 멋쩍어하며 대답했다.
“지금은 해독이나 해주 아이템을 갖췄지만 예전엔 아니었거든. 그래서 음식 같은 건 직접 해 먹는 게 마음 편했어. 지금도 던전에 들어갈 땐 내가 만든 건조식을 들고 가. 던전 안이 제일 위험한 곳이니까.”
“…해독? 해주?”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그러니까, 음식에 독 넣고 저주 거는 새끼들이 있어서 직접 해 먹어야 했다… 이건가.
“…….”
까맣게 몰랐다. 예전에는 녀석이 그저 잘나가는, 복에 겨운 S급 각성자라고만 생각했고 회귀 후에도 그냥 고생 좀 했겠네, 하고 말았다.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었을 줄은, 그 정도로 수라장이었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내게 있어 유현이는 쳐다도 볼 수 없을 만큼 강했으니까. 각성하자마자 만인의 관심을 받으면서 마냥 잘나갔으니까. S급이라는 명패 하나만 보고 수면 아래의 일은 눈감아 버리고 말았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내가 선택한 결과였으니까.”
식탁으로 다가온 유현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난 돌이 정 맞은 거야. 대기업과 결탁한 거대 길드들 사이에서 어린놈이 자기 길드 만들겠다고 나서는 게 곱게 보였겠어? 만약 적당한 길드에 들어가거나 순순히 후원을 받았다면 그런 위협까진 없었겠지.”
난 그걸 못 한 거고. 녀석이 쓰게 웃었다.
“그래서 형과 사이가 틀어지는 게 내내 마음에 걸렸었어. 보호라는 명목하에 형을 감시하고 방해하고 묶어 두는 것도, 다 내 선택에 따른 결과였으니까. 그놈들이 하나뿐인 혈육에 손댈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내 길드를 만들었어.”
“…왜 말 안 한 거냐.”
“처음에는 형에게 부담 주기 싫었고 나중에는… 형이 이해해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확실히 회귀 전의 나라면 알아서 살 테니 내버려 두라고 큰소리치거나 동생을 원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어. 형은 내가 어렸을 때처럼 여전히 날 생각해 주고 걱정해 주고 있었는데. 나는 그걸 까맣게 모른 채 형을 오해하고 있었어. 미안해.”
윽, 양심이 아프다. 회귀해서도 그냥 꿀이나 빨며 놀려고 했었는데.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쓰레기 같잖냐.
“…나도 별로 잘한 건 없어.”
“형은 영문도 모른 채 사사건건 방해받았잖아. 충분히 그럴 만했어.”
가슴 안쪽이 근질근질했다. 동생이 차려 준 밥을 한 숟갈 뜨자 따뜻하게 간질거리는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시간을 돌리길 잘했다.
내 평생에 제일 잘한 선택이었다.
“사정은 대충 알겠다. 하지만 오늘 일은 너무하지 않냐. 아예 나가질 못하게 가둬 버리다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여태까지도 큰일은 없었고.”
좀 풀어 주라, 하고 말하기가 무섭게 맞은편에 앉은 유현이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안 돼.”
“왜? 조심해서 다닐게. 바로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잖아.”
“오늘 아침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 여태까지 형이 무사할 수 있었던 건 내가 형과의 관계를 철저히 잘라냈기 때문이야. 각성자가 비각성자를 건드리는 건 중범죄고 형에게 그런 위험을 감수할 정도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지.”
한층 무거워진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내가 직접 명령하여 형의 신변을 해연 길드 안으로 들이게 되면 내 적들은 적극적으로 형을 노리기 시작할 거야. 형이 지금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슬슬 주시하기 시작했을걸.”
“아니 그럼 겉으로는 계속 사이 나쁜 척하는 게 낫잖아?”
“형이 괜찮다고 했잖아.”
“…뭐?”
내가 언제. 감금 생활을 허락한 기억은 눈곱만큼도 없다.
유현이가 뻔뻔한 얼굴로 대답했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며. 솔직히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인데 다 받아 줬잖아. 그 정도면 허락한 거나 마찬가지지.”
그, 그걸 그렇게 해석하냐? 이 자식, 역시 이상해!
“웃기지 마, 갇혀 사는 건 절대 거절이다!”
“딱 1년만 참아. 1년 안에 다 쓸어버릴게.”
살벌한 소리 하면서 웃지 마라! 그리고 1년이 아니라 3년이다! 3년이나 걸린다고!
젠장, 잘한 선택은 개뿔이. 열이 뻗쳐서 뒷목이 다 당겼지만 길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내 앞에 있는 놈은 동생이기 이전에 S급 각성자다. 그것도 산전수전 다 겪은 길드장이다. 감정적으로 덤벼들어 봤자 흠집도 안 나겠지.
무력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고 어떻게든 대화로 풀어 나가야 했다.
“아무리 그래도 3, 아니 1년이나 어떻게 갇혀 사냐. 한 달만 방구석에 처박혀 있어도 우울증 걸려. 나를 노리는 놈들이 있다고 해도 훤한 대낮에 수작 부리기는 힘들 거 아냐. 그리고 정 안 되면, 보호자라도 붙이고 다닐게. 성한 씨와 같이 다닌다거나 하면 되잖아.”
“물론 가끔은 나가게 해줄 거야.”
“얼마나 가끔?”
말해 놓고 현타가 왔다. 부모도 아니고 나이 어린 동생이랑 외출 시간 협상하고 앉아 있다니. 내 나이면 부모도 뭐라고 말 못 할 텐데, 어쩌다 이렇게 됐다냐. 심지어 눈앞의 이놈은 내가 키운 거나 다름없는데! 입장이 완전히 반대가 되어 버렸다.
“일정에 따라 다르겠지. 던전 공략을 시작하면 형을 보호해 줄 A급을 차출할 수 없을 테니까. B급에게 맡기기는 불안해서 안 되고.”
결론은 시간 남아도는 A급만 있으면 된다 이거지. 나는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전용 A급 가드를 구해 온다면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해줘.”
“…A급을 구해 오겠다고?”
“그래.”
의아함이 깃든 유현이의 눈동자가 돌연 날카롭게 변했다.
“형, 각성했구나.”
“…응?”
어, 어떻게 안 거야? 이 자식 눈치 한번 더럽게 빠르다.
“아침에만 해도 브로커를 만나려고 했으니 비각성자였을 거고, 언제 각성한 거야? 나와 만나기 직전? 만난 직후? 그래서 형이 순순히 브로커와의 연락을 포기한 거였군. 외출 목적지는 헌터협회였을 거고.”
…할 말이 없네. 돗자리 깔아라.
“스탯 등급은 D이하인 모양이네.”
“그걸 알 수가 있어?”
“C등급 이상은 과도하게 변한 신체 능력치에 적응치 못해서 어색한 티가 나거든. 특히 근력이 B급 평균치를 넘어가면 못해도 사나흘간은 주위 물건이 남아나는 게 없어지지. 힘 조절을 못 해서 다 부수고 마니까.”
하긴 그렇겠다.
“너도 그랬어?”
“응. 그래도 S급부터는 적응력도 높은지 하루 만에 괜찮아지더라고. 물론 정신력이나 마력만 극도로 높은 경우에는 C급 이상이라도 티가 안 나겠지만.”
“나는 평범하게 F야.”
“초기 스킬은 특수 스킬? A급을 데리고 오겠다고 자신하는 걸 보면 각성 예정 등급을 알 수 있거나 각성시킬 수 있거나 혹은 둘 다겠군. 최소 C급 이상일 테고.”
S급입니다. 얘 앞에선 뭔 말을 못 하겠네. 유현이의 표정이 영 떨떠름한 걸 보니 역시 스킬은 축소해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네 말대로 각성관련 특수 스킬이고 C급 맞아. 비각성자를 각성시킬 수 있고 예상 각성 등급을 어렴풋이 알 수 있어.”
“얼마나 정확한데?”
“대충 반반이야. 강하구나 약하구나 정도. 너랑 성한 씨는 구분이 안 가더라. 아마 B 이상 C 미만으로 나뉘지 않을까. 정확히 확인하는 건 1회당 대기 시간 30일이고. 대기 시간만 없었다면 A급쯤 되었겠지.”
내 말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얼굴도 살짝 밝아졌다.
“그 정도면 들통난다 해도 크게 노려지지는 않겠어. B급 이상을 미리 알아낼 수 있으면 유용하긴 하겠지만 대기 시간이 너무 긴 데다 설사 A급, S급을 찾는다고 해도 계약해 줄 거란 보장은 없으니까. 각성시켜 준다는 미끼는 곧 각성센터가 생길 거라 쓸 수 없어질 거거든.”
“각성센터?”
모르는 척 물었다.
“최근에 각성 메커니즘이 대략적으로 밝혀졌어. 그래서 곧 센터 설립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야. 향후 반년 내로 누구든 안전한 각성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협회 목표라더군. 각 길드 윗선에는 이미 말이 돌았고 투자도 받아 갔어. 나도 어느 정도 내놨고.”
“대단하네. 각성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겠는걸?”
“공식 발표는 사 개월 뒤니까 말하고 다니지는 마.”
“말할 사람을 만나게는 해줄 거고?”
대답 대신 미소가 돌아왔다. 이 미친놈이 아예 교도소 독방에 가두지 그러냐.
“아무튼 날 지켜 줄 A급은 내가 찾아올 테니까 기회만 줘.”
“30일에 한 번이면 쉽지 않을 텐데. A급이 흔한 것도 아니고.”
“그래도 1년까진 안 걸리겠지. 운 좋으면 바로 찾을 수도 있고.”
물론 운 따위는 필요 없다. 나는 이미 누가 A급인지 알고 있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유현이의 입이 열렸다.
“좋아. 정말로 A급과 계약한다면 나도 형을 무리하게 보호하려 들진 않겠어. 단 전투나 방어 계통이야만 해.”
드디어 허락이 떨어졌다. 더럽게 깐깐한 동생 놈 같으니라고. 조건이 하나 더 붙긴 했지만 박예림은 전투 마법사로 유명했으니 문제없었다. 문제는 키워드지,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