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10
608화 고양이를 찾아서 (2)
결이가 당황했다. 어떻게 말해야 하나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 선생님 스킬을 따라 팍팍 느껴졌다. 역시 이쯤에서 내가 나서는 편이 좋으려나. 그렇게 생각하고 결이 품을 벗어나려는데 나를 안은 두 팔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래, 그래. 누구 닮아서 이렇게 고집이 세담.
‘들통난다고 해서 위험할 일도 없고.’
결이가 끝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다시 한번 성현제에게 사과했다. 제가 밥 한번 사겠습니다.
[결아, 아무것도 신경 쓸 것 없어. 마음대로 해도 돼. 지금의 넌 성현제잖아.]결이의 팔이 움찔 작게 떨렸다.
[어떤 행동을 하든 상관없어. 실수해도 괜찮아. ‘성현제’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든 책임질 수 있으니까. 혹시 머리가 좀 잘못되신 거 아닌가요 싶은 일을 벌이고도 바로 다음 날 깔끔하게 해결해 버리겠지.]그러니 당당하게 나서면 된다. 그게 더 성현제다운 일이다. 물론 보통 사람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하겠지만, 결이는 성현제의 영향을 받았을 테니까. 못할 거 없지.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애한테 나쁜 물 들까 봐 걱정되긴 하지만. 성현제처럼 자라면 안 된다, 결아. 지금만 잠깐 따라 하는 거야.
결이가 내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소파로 가 앉았다. 긴장되어 있던 몸이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금색 눈이 깜박, 사미르를 올려다본다. 성현제라기보단 결이의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오히려 더 자연스러웠다. 성현제가 저런 표정 지을 수도 있지 뭐.
“피곤해.”
“예?”
“피곤하니 쉬어야겠다고. 그리고 배도 고프군. 한식으로 준비해 주게. 후식은 아이스크림으로, 바닐라와 초코, 메론.”
갑자기 뭐하는 짓이냐 싶은 태도였지만 그럴듯했다. 성현제 맞잖아.
“…조금 당황스럽군요.”
사미르의 눈썹 끝이 미미하게 올라갔다. 젊은 S급치곤 점잖구만. 인내심이 강해.
“아직 당신이 세성 길드장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신사적인 대우를 바란다면 그에 합당한 대답을 돌려주십시오.”
어떻게 할까. 손으로, 그러니까 앞발로 귀를 긁적였다. 누가 내 이야기라도 하나 아까부터 귀가 근질근질하네. 간지럽다고 생각할 때마다 귀가 절로 움직이니 기분이 조금 묘했다. 꼬리와 귀는 왜 반자동이지.
‘여기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저 왕자님과 공주님을 완전히 믿을 수도 없지. 나중에 협력한다더라도 일단은 아프리카로 올 유현이 일행과 최대한 빨리 합류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니까, 음, 그래. 내가 결이에게 말하고 결이가 입을 열었다.
“정말로 내가 아무런 대책 없이 이곳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결이가 됐고 아이스크림과 아빠 먹을 밥을 내놔, 라는 눈빛으로 말했다.
“내 스탯이 회복되기 전까지, 고작해야 S급 헌터의 힘으로는 날 해칠 수 없어.”
“해칠 수 없다고요?”
사미르가 의심스러워하고 이사벨라의 손에 대형 도끼가 들렸다. 아니 성격 한번 급하시네!
“확인해 보자.”
도끼를 무슨 버들가지 들 듯 한 손으로 가볍게 쥔 채 이사벨라가 소파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고는 그대로 도끼를 위로 치켜든다.
“벨라, 잠깐―”
“거짓이면 지금 말해.”
결이가 소리 없이 웃었다. 이사벨라의 다른 쪽 손이 내 목덜미를 낚아채고―
-캬앙!
도끼가 뚝, 떨어졌다. 쾅! 굉음과 함께 소파가 부서졌다. 파편이 튀어오르고 바닥에 쩌억,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벨라!”
“진짜네.”
이사벨라가 눈을 깜박였다. 부서진 소파 사이로 결이의 모습이 보였다. 도끼날이 정확히 가슴을 찍어 누르고 있었지만 상처 하나 없었다.
“이상한 느낌이야. 내 공격을 막은 것도 아닌데, 아무 영향을 주지 못했어.”
소파도 바닥도 부서졌다. 힘의 여파로 테이블 위의 화분이 떨어져 깨졌다. 하지만 결이는 홀로 다른 차원에 갈라져 있는 듯 아무렇지 않았다.
“무거운데.”
결이가 태연하게 도끼날을 손으로 툭툭 쳤다. 이사벨라가 도끼를 들어 올리고 몸을 일으킨 결이가 나를 다시 돌려받아 멀쩡한 반대편 소파로 가 앉았다.
“반찬은 최소 스무 가지. 국은 따로 두 가지. 준비가 늦어도 좋으니 완벽한 한상차림으로 부탁하지. 혼자 조용히 식사하고 싶군. 보다시피 스탯은 그대로 낮으니 문밖에 감시를 두는 것 정도는 받아들이겠어. CCTV는 물론 거절이야. 이야기는 식사 후에.”
“확실히, 믿지 않기가 힘들겠군요.”
사미르가 말했다. S급의 공격을 무효화시키는 능력은 분명 평범한 것이 아니다. 상대가 성현제든 아니든 만만찮은 상대라는 뜻이었다.
“조용한 대화를 위한 곳이니 CCTV는 애초에 없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준비해 드리겠다며 사미르가 몸을 돌렸다. 이사벨라 또한 나를 한번 바라보곤 응접실을 나섰다. 둘만 남게 되자 결이가 크게, 조용히 한숨을 내쉬곤 내게 속삭였다.
“어때, 아빠?”
나 잘했지, 하는 표정에 앞발로 결이 어깨를 톡톡 두들겨 주었다.
[잘했어, 대단해! 그럼 이제 빠져나가자.]“왜? 여기서 삼촌 기다리면 되잖아.”
[외국이고 이것저것 문제도 있어서 빨리 오진 못할지도 몰라. 그리고 지금 올라 간 사진은 세성 길드장이잖아. 실제론 결이 너라는 걸 눈치채겠지만, 밝히진 않을 테고. 그럼 세성 길드장 만나겠다고 아프리카로 우르르 몰려오는 걸 이상하게들 생각하겠지.]몰래 온다고 해도 한계는 있었다. 나 찾는다고 열심히 뒤지고 다니던 유현이가 갑자기 안 보이게 될 테니 이내 의심을 살 것이다.
[그럼 일이 커질 수도 있어. 또 만에 하나 내 정체를 들키면 아빠를 인질로 잡을지도 모르지.]S급이 둘이나 도사리고 있으니 나와 결이의 정체를 오래 감추긴 힘들 것이다. 심지어 내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사실을 사미르의 친척들도 알고 있으니까 퍼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빠가 위험하지 않게 잘 탈출할게.]“진짜?”
[도망치다 잡히나 여기 머무르다 들키나 별 차이는 없을 테고.]엎치나 메치나면 뭔가 시도라도 해 보는 편이 낫지. 그럼 우선. 너무 조용하면 수상하니까 개구리 장난감을 꺼내 작동시키곤 쿠션 아래에 넣었다. 불규칙적으로 폴짝폴짝 뛰는 장난감이지만 쿠션에 깔려 작게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낸다. 감시가 A급은 될 테니 이 정도면 소파에 앉아서 지루해하는구나, 정도로 들리겠지. 장난감을 설치하곤 다시 델로우즈로 변했다.
[아빠 등에 딱 붙어.]요정용으로 돌아간 결이가 통역 아이템을 내게 주곤 내 등에 올라타 달라붙었다.
-안 무거워?
[가벼워. 솜털 같아.]은신 스킬을 쓰고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더운 동네라서인지 천만 늘어뜨린 채 창문이 뻥하니 뚫려 있었다. 근처에 A급 헌터가 지키고 있었지만 나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이대로 빠져나가도 되겠지만, 이 동네 길도 뭣도 모르니까. 잠깐 머리를 굴리다가 코를 킁킁거렸다. 역시 후각도 인간일 때보다 훨씬 좋네. 이리저리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닌 끝에.
‘찾았다!’
내게는 익숙한, 이 동네에는 낯설 고향의 향기가 풍겨 왔다. 주방으로 가 슬쩍 염탐을 하고는 펑퍼짐한 가운 같은 이 동네 옷을 훔쳐다가 인간으로 변해 걸쳤다. 결이 숨기기 딱 좋네. 그리곤 태연하게 주방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한국인 요리사가 필요하시다지요.”
불고기용 고기와 길쭉길쭉한 쌀을 놓고 고민 중이던 주방장이 나를 돌아보았다. 다른 요리사들도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중 한 명이 어, 하고 나를 가리켰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그, 한, 유진?”
“닮았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동양인 얼굴은 다 비슷해 보여서 더 그렇다니까요. 제 동생도 툭하면 한유진 헌터와 비슷하단 소리 듣는다고 지겨워하더라고요.”
“그래도 정말 비슷한데.”
“저 한국 떠난 지 3년째입니다. 유명한 사육소장과 아는 사이라면 참 좋겠네. 갑자기 한식이라니, 세성 길드장의 주문인가요? 한식 안 먹을 것처럼 생겼더만. 재료 뭐뭐 있어요?”
빨리빨리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며 재촉하자 호기심을 거두고 재료들을 내어 보인다. 아무렴 그 한유진이 난데없이 아프리카 별장 주방에 들어와 요리하겠다고 나설 리가 없으니까. 원래 뻔뻔하고 당당하게 나가면 그런가……? 싶어지는 법이다.
“역시 많이 부족하네… 김치는요? 한식에 김치 필수인데. 이게 간장인, 으- 된장도 없죠? 안 되겠다, 마트라도 갔다 오죠. 최대한 한식과 비슷한 재료 다 쓸어오고. 오, 한국산 불고기 양념이네? 이걸로 잡채도 만들 수 있어요. 당면 있나?”
일단 재료 다듬고들 계시고 한 명만 나랑 같이 재료 사러 가자고 말했다. 순순히 한 사람이 차 키 들고 나서고 나는 베일로 눈만 남기고 얼굴과 머리를 가렸다.
“동양인은 피부가 약해서~ 다 감싸줘야 해요.”
모르겠고 아무튼 그렇답니다. 자연스럽게 따라 나가 SUV에 올라탔다. 무장한 헌터들이 곳곳을 감시하고 있었으나 재료 사러 나가는 요리사를 막지는 않았다. 차 좋네. 내비게이션도 딸려 있잖아. 별장을 벗어난 차가 길을 따라 달려갔다. 마트가 있는 도시까지는 거리가 제법 되었다. 별장에서 상당히 멀어졌을 즈음.
“아, 깜박한 게 있네. 주방에 전화 좀 걸어 줄래요?”
요리사가 별생각 없이 속도를 늦추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패턴을 그려 잠금을 푸는 것을 확인한 직후.
“그리고 저어기, 조용한 곳에 차 세워 주시고요.”
총구로 툭,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요리사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저쪽에서 세워 달라니까. 뭐, 이 근처도 한산하긴 하지만.
“워, 원하는 게―”
“휴대폰과 차 키와 딱 하루만 별장에 돌아가지 않고 입 다문다는 계약서에 사인하기. 계좌번호 적어 주면 나중에 넉넉히 보상해 드릴 테니 휴대폰 정지시키거나 자동차 도난 신고도 하지 마시고요.”
어차피 오래지 않아 성현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들키고 말 테니까 하루만 조용히 해 주면 된다. 요리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감사한 마음으로 일단 피스 점심을 손에 쥐어 주었다. 이 마석 비싼 거예요.
“폰 국제전화 되지요?”
국제전화 방법도 물어본 뒤 요리사를 내려주고 운전석으로 옮겨탔다. 조수석에 앉은 결이가 어린애 모습으로 변해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우리 애 법도 잘 지키지. 비록 아빠는 무면허긴 하지만, 절대 따라 하면 안 된단다.
“좋았어. 결아, 이 휴대폰으로 삼촌한테 전화해 봐. 삼촌 번호 알아?”
“응, 외우고 있어.”
“똑똑하기도 해라. 010이 아니라 8201이야. 이 동네 가까운 공항이 어디지. 역시 이집트인가?”
이집트까지 차로 얼마나 걸리려나. 휴대폰을 꾹꾹 눌러 전화를 건 결이가 울상을 지었다.
“아빠, 지금 통화 안 된대.”
“벌써 비행기 탔나? 이륙 중인 가. 그럼 고모.”
“…고모도 안 돼.”
“하긴 다 같이 탔을 테니.”
설마 비행 내내 전화 안 되는 건 아니겠지. 급해서 일반 비행기편을 탄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 송 실장님도 현아 씨도 심지어 노아 씨도 받질 않았다. 모르는 번호라 차단이라도 됐나? 성현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결아, 혹시 해연 길드나 사육소 전화번호 알고 있어?”
결이가 고개를 저었다.
“폰 있어서 안 외웠어. 아빠도 몰라? 아빠가 소장님인데?”
“…그러게나 말이다. 요샌 폰에 다 저장이 되니까 가까운 사람 폰 번호 아니면 기억을 잘 안 하게 되네.”
그나마도 폰이 자주 망가지니까 외운 거지, 아니었으면 유현이와 예림이 번호 정도나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해연은, 회귀 전 번호는 아는데 지금은 달랐었지.
“결아, 검색해 보자. 검색 사이트에 바로 뜰 거야.”
“응. …아빠, 꼬부랑 글이야!”
“그, 그럼 영어! 영어 전환은 기본이니까. 영어로 해연 길드가…….”
“인터넷 느려… 끊겼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라서인가. 아니면 폰 상태가 좋지 못한 것일까. 그렇다면.
“서울 지역번호로 아무 곳에나 전화 걸어서 아빠 바꿔 줘! 822!”
휴대폰은 국제전화 떠서 안 받을 게 분명하고, 일반 전화로 걸면 누군가 한 명쯤은 받겠지. 몇 번의 시도 끝에 전화가 걸렸다.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에 얼른 말했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해연 길드 전화번호―”
전화가 뚝 끊겼다. 잠깐만요! 장난 전화 아닌데요! 두 번째 전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안녕하세요! 헌터 전문 특별 라디오 방송 퀴즈쇼입니다!”
최대한 발랄한 목소리로 외쳤다.
[예?]역시나 끊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급 헌터 길드, 해연 길드의 전화번호는? 10초 내로 대답해 주세요! 10, 9.”
[잠깐, 야! 해연 길드 검색해 봐! 전화번호!]휴대폰 너머로 급하게 해연 길드 전화번호가 외쳐졌다. 대기하고 있던 결이가 메모장에 번호를 받아 적었다.
“정답입니다! 주소를 불러주시면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관악구 관악로―]주소도 적어 두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선물이라도 보내 줘야지. 결이가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왔다.
“아빠 대단해!”
“다 길이 있는 법이란다. 그래도 어린아이는 함부로 따라 하면 안 돼요.”
어쨌든 남을 속이는 거라, 흠흠. 착하게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피해 끼치는 건 아니잖아. 난 다 보상해 준다고. 그렇게 얻은 해연 길드 전화번호로 곧장 전화를 걸었다. 이내 석시명과 연결이 되고.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랄까, 묘하게 전보다 더 날 걱정하는 기색이었다. 혹시 회귀 전 기억을 본 영향 때문인 걸까.
“유현이는요? 다들 무사한가요?”
[예. 한유진 소장님과 요정용, 세성 길드장 외엔 맨해튼으로 무사히 이동되었습니다. 길드장님께서는 SNS를 보시고 바로 북아프리카로 향하셨습니다. 사미르 왕자의 별장과 가장 가까운 이집트 아스완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만, 비행시간이 최소 10시간 이상이라고 합니다.]많이 멀구나. 그래도 하루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다들 내 걱정 많았겠지. 유현이와 예림이, 피스는 물론 송 실장님도 함께 이동 중이라고 하였다. 현아 씨는 따로 합류 예정이며.
[노아 헌터가 먼저 이집트에 도착 예정입니다. 연락이 되는 대로 이 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네, 부탁드릴게요. 저도 바로 공항으로 가겠습니다. 입국 절차 복잡할 텐데 공항에서 곧장 만날 수 있도록 해 볼게요.”
그리고 바로 집에 가고 싶다. 가고는 싶은데 성현제 챙겨 가야 하잖아. 이 인간은 어디서 뭐하고 있는 건지. 청첩장이라도 보내라. 주소 보고 찾아가게.
통화를 마치고 내비게이션에 아스완 국제공항을 검색했다. 도착 예상 시간은 약 6시간이었다.
“…가장 가깝다며.”
기름은 충분했지만 6시간이 뭐냐. 서울에서 부산 가는 수준이잖아.
“결아, 배고프면 말해. 아빠 서랍 속에 먹을 것도 넉넉히 넣어 놨어.”
“응, 아빠. 결이는 오래 걸려도 괜찮아.”
결이가 다리를 까딱까딱 흔들며 말했다. 우리 둘이 같이 차 타고 여행하는 셈이라서인지 꽤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래, 신나게 달려 보자꾸나. 가족끼리 이집트 여행 온 거 맞긴 하지. 피라미드도 볼 수 있을까.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공항은.
펑-!
곳곳에서 폭음을 터뜨리며 불타오르고 있었다. 저건 내가 한 게 아닌데, 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