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31
629화 알프스 (1)
저택 앞에 대형 리무진이 멈춰 섰다. 운전수까지 갖춘 고급 차량이었다. 준비해 준 건 고맙긴 하지만…….
“어, 반테스 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세성 길드장님 위치를 여쭤봐도 될까요?”
“스위스 쪽으로 가셨습니다.”
“예?”
설마 일찌감치 양 치러 간 건가. 초승달에게 벗어나는 건 포기하고서? 벌써 그럴 거 같진 않지만 또 슬쩍 걱정되었다. 걱정 좀 안 되게끔 해라, 하필 왜 또 스위스야.
“휴대폰을 가지고 가셨으니 전화하시면 받으실 겁니다.”
“아뇨, 소식 알았으면 됐죠 뭐. 어차피 아이템 받으러 와야 할 거고…….”
“저도 한동안 유럽에 머물 생각입니다. 혹 필요한 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반테스가 인벤토리에서 명함을 꺼내 내게 한 장 내밀었다. 심플하게 이름과 연락처만 적힌 명함이었다. 되게 고급스럽네.
명함을 받아 넣으며 약간 뒤쪽에 서 있는 그레이를 힐끔 쳐다보았다. 저쪽과 나는 좋은 관계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마리사 쪽이 일종의 영웅 같은 존재로 느껴질 테니까.
그 방법이 옳든 그르든 성현제를 놓아준 이상 나는 세상을 구하는 것을 방해한 셈이 되어 버렸다. 누군가를 희생하는 건 옳지 않다 말해 줄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상 그 반대가 훨씬 더 많겠지. 뭐… 그런 거 생각해서 휘둘릴 거였다면 회귀 대신 세상을 구해 주세요, 했겠지만. 씁쓸하고 죄책감 들지 않는 건 아니어도 나는 결국 나다.
“솔직히 다시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싶습니다. 까놓고 말해 저 별로 좋아하시지도 않으실 테고요.”
방해하긴 했으니까. 그레이 씨가 그림 같은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마리사 님께서는 한유진 님께 호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네?”
“주위 사람들을 더없이 아끼며 자기희생적인 면모가 강한 분이시라더군요. 그 점은 높게 사고 계십니다.”
“…….”
칭찬인 것 같은데 찝찝하게 들려왔다. 초승달에 대해 더 알아내고 싶었지만 그레이 씨를 포함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결혼식 내용도 모르는 눈치여서 소득은 별로 없었다. 마리사 무어를 다시 한번 만나 봐야 하는 건가. …인상은 좋았지만 정체를 알게 되자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너른 차에 올라타 가까운 헌터 협회 지부로 가달라고 말했다.
“유럽 헌터 연합에서 협조하겠다고 말하였지만 실제로 나서는 헌터는 몇 없을 겁니다.”
송 실장님이 인벤토리에서 수첩을 꺼내들며 말했다.
“상대의 전력상 S급 헌터 외에는 도움이 되질 않을 것이니 더더욱 우리 선에서 끝내야 하겠지요.”
“그건 걱정 마세요.”
아무렴 무슨 문제겠냐. 미소 짓는 나를 송 실장님이 불안하게 바라봐왔다. 아니 사고 칠 생각 없습니다. 내가 뭔 말만 하면 걱정부터 하신다니까.
“맞아요, 바닷가로 유인해서 제가 확 다 쓸어버리면 돼요!”
“이번에는 확실하게 목을 자를게. 다시는 형에게 손 못 대도록.”
“아니, 아니. 낯선 땅에서 뭐 하러 생고생을 하겠어? 상대가 한둘도 아니고.”
그냥 간단하게.
“채터박스 상속인이 나라는 사실을 밝히면 돼. 어차피 곧 알려질 일일 거고. 그리고 인터뷰 한번 해주는 거지.”
“…한유진 씨.”
“그냥 참가자 여러분께 S급 아이템 나눠드리러 미국엘 가야 하는데, 어떤 S급 무리가 제 발목을 잡네요~ 하고.”
비행기 테러까지 해대서 이놈들 다 잡기 전까진 상품 지급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SS급도 있는데!
“이러면 알아서 S급들이 꽃길 쫙 깔아 주지 않을까요?”
달라붙는 벌레들 처리해 주면서 말이야. 물론 초화운 같은 채터박스의 힘을 얻은 몇몇은 우리가 잡아야겠지만 나머지는 열심히 밀어주겠지. 몇 명이나 달려올지 궁금해지네.
가파른 산비탈을 빨간 구두 신은 발이 가볍게 폴짝폴짝 뛰어내린다. 그때마다 길고 치렁한 금발이 흔들거리며 햇살에 반짝였다. 마치 황금색 산양처럼 발끝으로 톡, 바위 끝을 디디며 아래로 그리고 위로 자유롭게 오르내리던 마리가 빙그르 몸을 돌려 뒤쪽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밤사이 한바탕 눈까지 내려 얼어붙은 바위가 번들번들 위험한 윤기를 띠고 있었다. 그렇지만 성현제는 평지를 걷듯 차분하게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며 발을 옮겨갔다. 피에 젖은 흰 예복은 벗어던졌지만 여전히 길도 없는 산에는 어울리지 않는 어두운 정장 차림이었다. 마리 또한 봄날 한가로운 공원에서나 볼 법한 원피스를 나풀거리고 있었다. 실제 알프스 산맥 중앙이라기엔 비현실적인, 스튜디오의 실감나는 배경을 뒤에 둔 모델들 같은 모습이었다.
“정말로 이렇게 무작정 돌아다니실 거예요?”
결혼식장을 떠난 성현제는 마치 저택의 주인인 것처럼 이런저런 명령들을 내렸다. 마리사가 떠나기 전 그에게 협조해 주라 하였고 곁에 마리 또한 있었기에 저택 고용인들은 당황해하면서도 그의 지시를 따랐다.
날이 밝기 전 연락을 받은 반테스가 저택에 도착하고 성현제는 스위스에서 산책을 하고 오겠노라 말하곤 떠나갔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한유진에게 가볼까 어머니인 마리사에게 돌아가야 할까 고민하던 마리는 손지갑과 휴대폰만 챙겨들고 성현제의 뒤를 쫓아갔다. 왜 그를 따라가기로 결정했는지는 자신의 마음임에도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양을 키우는 곳. 이라고 해도 평범한 목장은 아니었지 싶으니.”
성현제가 눈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마른 풀과 가지에 눈을 두며 말했다.
“왜 양이에요?”
“아쉽게도 그것 외엔 단서가 없다네.”
그가 찾는 곳은 다름 아닌 회귀 전의 성현제가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였다. 처음 한유진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가볍게 넘겼었다. 한국을 떠나 조용히 지낼 곳으로 스위스를 선택한 이유는 짐작이 가질 않았지만 그가 모르는 5년이라는 시간 사이에 무언가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었으니. 게다가 정말로 스위스에서 양만 키웠으리란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결혼식장의 위치와 회귀 전 자신에게 살해당했다는 마리사의 말이 그를 이곳으로 찾아오게끔 만들었다. 성현제는 자신의 감각을 넓게 펼쳤다. 마력이 극히 미세한 전류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겨울의 산은 고요했다. 나뭇가지 위에 웅크린 산새,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 얇은 얼음장 아래 흐르는 차디찬 샘물.
“그러니 천천히 찾아다니는 수밖에.”
“하지만 회귀 전인데 어떻게 찾아요?”
마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성현제는 간단히 회귀 전 자신이 머무르던 곳을 찾는 중이라고만 설명했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사라졌을 흔적인데.
“회귀 전의 정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 하지. 특히나 밖의 존재들과 연관되었을 경우에는 흔적이 남을 수도 있어. 원래 이 시점에는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던전이 나타났었던 것처럼.”
리에트와 노아가 그 던전을 공략했었다. 성현제가 단순히 지내기만 했던 장소라면 당연히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사는 분명 성현제에게 살해당함으로서 초승달과 연결되어 졌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초승달의, 외부와의 개입이 이곳 스위스 알프스 산맥 어딘가엔 있었다는 뜻이었다.
회귀 전의 정보는 현재와 합쳐졌다. 그 대부분은 현재의 정보 속에 녹아 흡수되어 사라졌지만 초월자의 흔적은 합쳐질 곳 없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컸다.
송태원을 죽이고 초승달은 힘의 소모로 인해 바로 잠들었다, 라고 추측했었지만 실은 좀 더 깨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월식의 힘을 지니게 된 성현제가 불안해서라도 곧장 눈을 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최소한 자신 휘하의 초월자를 시켜서라도 감시를 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성현제로서는 조사해 봄직한 일이었다.
비록 그 자신 외에는 회귀 전의 흔적을 느끼기 힘들 것이라 직접 발로 뛰어야 하게 되었지만.
“이렇게나 넓은데.”
마리가 두 팔을 활짝 벌려 통, 바위를 뛰어오르며 투덜거렸다.
“몇 달은 걸리겠어요.”
“내가 마음에 들어 했을 만한 장소로 찾아보고 있다네. 길어야 일주일쯤일까.”
“점심때가 다 되었어요.”
“그럼 잠시 마을로 내려가지.”
지도를 머릿속에 넣은 것처럼 성현제가 망설임 없이 방향을 틀었다. 바위 위에 올라선 마리는 그의 등을 빤히 쳐다보다가 폴짝 뒤를 쫓아갔다.
“성현제 님이 처음부터 이런 태도였으면요, 결혼식이 조금쯤은 즐거웠을 거라고요.”
“그거 영광이로군.”
“하지만 이젠 내가 관심 없어요!”
마리가 딱 잘라 말하면서도 성현제의 눈치를 살폈다. 금색 눈이 살짝 부드럽게 휘어졌다.
“걱정 말게나. 원래도 어린애들에게는 관심 없었지만 지금은 더더욱 내가 몸을 사려야 하니.”
“…왜요?”
“그날 한유진 군의 표정을 보지 못했나 보군. 만약 내가 원해서 마리 양과 결혼하는 것이었다면 나를 파트너 자리에서 쫓아내는 것은 물론이요, 아예 꽁꽁 묶어 내다버린 뒤 사회적 이미지 실추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로 세성을 받아갈 눈빛이었어.”
성현제가 과장스럽게 어깨를 움츠렸다. 그와 걸음을 나란히 하며 마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요? 착한 사람 같았는데. 게다가 성현제 님이 당할 리도 없잖아요.”
“그런 상황이 되면 내 편은 하나도 없을 거라네. 송태원 실장조차 나를 차갑게 바라보겠지. 상상만으로도 상처로군.”
길게 내쉬는 한숨이 어쩐지 외롭게 느껴져 마리가 무심코 위로하듯 말했다.
“세성 길드원들은 성현제 님 편이잖아요. 바로 찾아오기도 했었고.”
“그들은 나를 믿고 있지만 그렇기에 나를 걱정하지는 않지. 내 걱정 해주는 사람은 한유진 군 정도일까. 그리고 송태원 실장이 의무감을 더해 챙겨 주긴 하지.”
성현제를 힐끗 쳐다보며 마리가 끄덕거렸다.
“하긴 성현제 님을 걱정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져요. 그래도 그만큼 강하시잖아요?”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을 굳이 떼어낼 필요도 없지. 그러니 한유진 군보다 어린 사람은 사양이라네. 나이 기준은 좀 애매하지만. 자칭 서른 살, 이제는 서른한 살이라.”
“특정 나이 이하가 아니라요?”
“한유진 군에게는 자신보다 어리면 보호대상으로 여기는 습관이 있어서. 설사 백 살이 넘어서도 자기 품 안의 아이들은 영원히 아이로 끌어안겠지.”
“…그 사람이요, 평범한 것 같은데 가만 보면 좀 많이 특이한 것도 같아요.”
결혼식장에서의 한유진을 떠올리며 마리가 말했다. F급. 등급만 아니라 사람이 지니는 특유의 분위기 자체도 특별할 것은 없는 사람이었다. 주위의 S급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어디에 가든 눈에 띄는 S급과 다르게 아무 곳에서나 잘 섞이고 어울릴 것 같은 평범한 사람. 그렇지만.
“성현제 님이 좋아할 정도면 역시 특별한 거겠죠.”
“한유진 군을 두고 평범하다 말하기에는 쌓인 것들이 너무도 많지만.”
주위의 눈이 점점 줄어들어 갔다. 지형 또한 완곡해지며 희미하게나마 길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특별함의 이유는 되지 못한다네. 곧잘 오해받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들도 좋아해.”
“별로 안 그러신 거 같은데요.”
“정확히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즐거이 눈에 담곤 하지. 다만 너무도 많은 반복 속에 질려 있을 뿐, 살아가는 이들을 좋아하는 것만큼은 변함이 없어.”
아무리 좋은 것도 계속해서 접하게 되면 익숙해지다 못해 물리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본질적인 부분을 좋아한다는 오랜 취향만큼은 그대로였다.
“그러니 오히려 보통의 사람들이 더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네. S급은 대체로 단순하고 시시하지. 부딪치고 바뀌어 나갈 일이 별로 없으니.”
“나도 S급이라서 그러셨던 거예요?”
“마리 양의 경우는.”
이제는 뚜렷해진 길을 따라 내려가며 성현제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차분하게 내려오는 시선에 마리가 움찔 눈을 피한다.
“내 앞에 없지 않았었나. 지금과 달리.”
“…그건요.”
“마리 양이 주도한 납치 혼이었다면 좀 더 즐거웠겠지.”
꼭두각시 인형과 같은 이들에게는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그 줄을 조종하는 이를 바라볼 뿐. 마리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성현제 님 따라온 것도, 그냥 어쩔 줄 몰라서인데요. 한유진 님께 가봐야 할지, 어머니를 따라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 둘도 제 생각은 아니잖아요.”
“마리 양이 선택한 것이지. 누군가가 정해 놓은 길이 아닌 여러 갈림길 중에서 직접 골라낸. 첫 걸음으로 그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네.”
퍽 상냥하게 들리는 칭찬이었다. 마리의 볼이 조금 발개졌다.
“그래도 성현제 님은 이젠 안 좋아할 거예요. 왕자님으로서는요.”
“나 또한 마리 양에게는 인간적인 관심 외에는 없으니 후에 한유진 군에게 잘 말해 주면 고맙겠군. 곧잘 오해를 하곤 해서.”
“이젠 내가 확실히 보인다는 거죠?”
마리가 활짝 웃었다. 그녀의 길은 여전히 갈피를 잡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한 겹 묵직한 껍데기를 벗어던진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 대책 없는 상황이 오히려 더 즐겁기도 하였다. 아무것도 없으면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되지 않을까. 꼭 해야 할 일이 없으니까 아무려면 어때.
길이 넓어지고 울타리가 나타났다. 작게 무리를 이룬 양과 볕이 잘 드는 곳에 엎드린 덩치 큰 개가 보였다. 멀찍이서 두 사람을 발견한 이곳 주민이 못 볼 것을 본 듯 고개를 돌린다. 눈 쌓인 산에 짐도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내려오는 사람이라면 유령 혹은 중급 이상 각성자일 테니.
“외진 곳을 홀로, 소수로 다니는 헌터는 피하는 편이 낫지.”
“그래요?”
“특히나 험준한 산속이라면 불법적인 일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야. 떠들썩하게 던전을 공략하러 다니는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네.”
혹여 입막음이라도 당할세라 못 본 척하는 것이라며 성현제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유럽은 헌터들 간의 분쟁도 꽤 심한 편이었고. 여러 국가가 붙어 있다 보니 유럽 헌터 연합이 생기고 질서가 어느 정도 잡히기 전에는 각성자와 던전을 놓고 다툼이 잦았었지.”
거기에 아프리카 던전까지 경쟁하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이 일어났었다. 그나마 도시에서는 눈치를 살피고 연합이 만들어진 뒤론 관리도 열심히 해 이미지가 좋았지만 인적 드문 시골에서는 아직도 헌터에 대한 경계심이 큰 편이었다.
드문드문하던 집들이 점차 늘어나고 자동차가 충분히 다니고도 남을 법한 길로 들어설 즈음, 마리의 휴대폰이 울렸다. 마리가 눈썹을 조금 찌푸리며 문자를 확인했다.
“…어머니 명이라고요, 이쪽으로 곧 온대요. 내 휴대폰 추적했나 봐요.”
“식당 안내라도 받을까.”
“그래도 돼요?”
“굳이 피할 이유는 없지.”
만나기로 약속한 손님이라도 되는 듯이 성현제가 여유롭게 말했다. 그 모습을 따라 마리가 찌푸렸던 인상을 펴고 그러세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앞에 차가 멈추고 누군가가 내려섰다.
“안녕하세요, 마리 님. 그리고 처음 뵙는다고 해야 할까요, 세성 길드장님.”
“어? 그, 이사벨라 쪽 왕자님?”
“사미르입니다.”
사미르가 풀 죽은 표정을 과장되게 지어 보이곤 타라는 듯 차 뒷문을 열었다.
“어쩌다 보니 말이야. 마리 아가씨를 모시게 되었으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