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45
643화 연습 게임 (2)
똑같던 판의 색이 뒤바뀐다. 성현제 쪽은 광택 없는 검은색으로, 내 쪽은 색은 그대로 하얗지만 반지르르하게. 유현이의 움직임을 따라 하얀색 판을 허공에 띄웠다. S급 헌터의 속도는 당연히 빠르다. 판의 크기는 두 발이 딱 들어가는 정도로, 허락된 오차 범위는 작았다.
휘익─ 판이 공기를 가르고 납작하게 가로놓인다. 판이 자리 잡기 무섭게 유현이의 발끝이 표면에 닿았다. 그리고 다시 도약, 도약, 도약, 판의 이동이 아주 조금 늦어졌다. 재빠르게 판을 돌렸다. 뾰족 튀어나온 모서리 끝을 아슬아슬하게 딛고 검은 예장에 감싸인 몸이 솟아오른다. 푸른 깃털이 달린 장식 끈이 꼬리처럼 길게 흔들렸다.
유현이의 움직임은 익숙했다. 그 행동을 아주 조금이나마 앞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판을 딱 맞게 조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치 다섯 개의 줄을 당겨 꼭두각시 인형을 다루는 것만 같았다. 인형 또한 다섯 개에, 제각각 다르고 복잡한 움직임으로.
탓탓탓─!
반면에 성현제는 훨씬 능숙했다. 검은색 판이 촤라락 나란히 이어지고 그 위를 송태원이 마치 평지를 딛듯 내달렸다. 그 속도를 정확히 맞추며 연이어 움직이는 흑판은 공장의 기계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저 성현제가 송 실장님을 더욱 잘 알고 있겠지.’
송 실장님이 사망하기 전까지 지금까지보다 더 자주, 많이 부딪쳤을 테니까. 원래도 꿰뚫고 있었던 상대를 작은 버릇 하나하나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지 않을까.
흰 판과 검은 판이 순식간에 가까워져 갔다. 쿠웅, 마지막으로 검은 판을 밟는 발소리가 여태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조심해!’
동생에게 속으로 소리쳤다. 몸의 무게를 최대화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렇잖아도 유현이보다 몸무게도 키도 더 큰 송태원이다. 키는 많이 따라잡긴 했지만, 아무튼 스킬까지 더해졌으니 정면에서 부딪치면 밀릴 수밖에 없다.
무시무시한 속도와 압박감을 휘두른 채 송태원이 하얀 판을 향해 뛰어들었다. 유현이 또한 가볍게 공중으로 빙글 몸을 돌리며 솟구친다. 송태원보다 더 높이, 아래를 향해 비스듬히 몸이 기울어진 순간. 하얀 판을 유현이의 발아래로 역시나 비스듬하게 빠르게 이동시켰다.
텅!
송태원을 향해 겨누어진 화살처럼 기울어진 유현이가 정확히 받쳐 주는 판을 밟고 강하게 쏘아졌다. 송태원이 멈추어서고 그의 두 발의 간격을 맞추어 검은 판이 자리 잡는다. 힘을 주어 버티기 딱 좋은 자세. 가로로 들린 막대를 향해 또 다른 막대가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콰득!
송태원의 두 다리가 자연스럽게 살짝 굽혀지며 충격을 완벽하게 완화시킨다. 동시에 유현이의 몸이 튕겨나가듯 송태원의 머리 위로 제비를 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하얀 판을 다시금 공중에 비스듬히 띄웠다. 또다시 텅, 날카롭게 쏘아지는 유현의 막대와 춤을 추듯 부드럽게 스텝을 밟으며 방향을 튼 송태원의 막대가 부딪쳤다.
연이어 세 번의 충돌이 순식간에 이어지고.
파라락─
푸른 버들잎이 송태원의 주위를, 시야를 가리며 휘몰아쳤다. 버들잎을 밟으면 패배하겠지만 원래의 용도로 쓰는 것에는 문제없다. 송태원의 눈을 막으며 재차 덤벼들었지만.
탁!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게 막아 낸다. 망할 놈의 전투예지. 거기에 성현제의 눈으로도 보고 있으니 별 소용이 없었다.
“저쪽은 눈 가려야 공평한 거 아닙니까!”
내 눈으론 제대로 볼 수도 없는데! 유현이의 시야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저쪽은 눈이 두 쌍이잖아!
마지막 충돌 직후 반동을 이용해 유현이가 높이 뛰어올랐다. 단순한 근접전으로는 답이 없다. 인벤토리를 열 수 없어 아이템 사용도 불가능하니 일단 뒤로 물러나 재정비하려는 것이었다. 유현이의 착지에 맞추어 하얀 판을 움직─
“헉!”
스르륵, 내가 놓은 판 바로 위로 검은색 판이 거의 맞붙어 미끄러져 들어왔다. 야 이! 검은 판을 밟기 직전 유현이가 몸을 크게 틀었다. 발 디딤 없이 순수한 육신의 힘으로 착지 방향을 바꾸었다. 얼른 다른 판을 움직이는데 성현제 놈이 끈질기게 나를 따라붙었다. 유현이가 또다시 휙 방향을 틀었지만 발판 없이 공중에 오래 체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치사한 놈아!”
까마득히 높던 유현이의 위치가 순식간에 절반 즈음으로 떨어졌다. 내 외침에 성현제가 미소로 답했다. 멱살 반드시 잡고 만다 진짜! 하지만 이대로는 땅에 떨어지든지 검은 판을 밟든지 둘 중 하나였다. 전투예지를 피하기는 어려웠고 송태원을 같은 식으로 방해하기에는 여유가 없었다. 유현이가 다시 한번 방향을 바꾸고 이제는 바닥이 코앞이었다.
젠장, 판의 크기를 바꾸는 건 당연하게도 불가능… 아, 혹시.
흰 판을 유현이의 발아래로 움직였다. 검은 판이 기다렸다는 듯이 위로 겹쳐짐과 동시에.
파직!
다른 네 개의 판에 깃든 마력을 단숨에 하나에 집중해 판을 부쉈다. 산산조각 난 파편이 흩어지고 튀어 오른다. 그 작디작은 조각을 밟고 유현이가 다시금 위로 솟구쳤다.
파각!
다른 판 하나를 부수고 또 부수며 유현이의 몸이 계속해서 상승했다. 겨우 안정적인 위치에 다다르자 절로 막힌 숨이 토해졌다. 목덜미에 식은땀이 다 밴 것 같았다.
“부숴도 되는 건가.”
“전체적인 크기에만 제약이 있습니다. 판으로 바닥을 전부 덮어서는 안 되니까요.”
명우가 담담히 설명했다. 그럼 판을 쪼개서 여러 개를 쓰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이놈의 조각들!’
다섯 개 다루는 것도 힘든데 산산조각 나면 당연히 훠어얼씬 힘들었다. 게다가 원상복구 시키려면 조각들을 하나하나 끌어당겨 합쳐야만 했다. 유현이야 원래도 작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버들잎 밟고 다녔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송 실장님에겐 익숙지 않기도 할 테고.
그러니 판 다섯 개를 움직이는 게 더 안정적이었다.
다시 흰 판과 검은 판이 어지럽게 뒤섞였다. 유현이와 송태원이 공중을 달린다. 공격이 막힌 이상 단순 등을 잡는 것은 속도가 빠른 유현이가 더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송 실장님은 S급과의 근접전에 이력이 난 데다가 성현제의 전투예지까지 있었다. 월등한 속도로 틈을 노려도 단단한 요새처럼 하나하나 정직하게 공격을 막고 쳐낸다.
턱!
무산된 공격 후 유현이가 물러서는 순간.
‘나라고 못 할 건 없지.’
송태원이 디딜 검은 판 위로 하얀 판을 재빠르게 이동시켰─
콰직!
“뭐야!”
눕혀져야 할 검은 판이 세로로 세워진 채 뾰족한 모서리로 하얀 판을 꿰뚫었다. 송태원의 발끝이 튀어나온 검은 모서리를 딛고 뛰어오른다.
“명우 선생님!”
“판의 내구도는 동일합니다. 그러니 모서리에 힘이 집중되면 평평한 면이 뚫리게 됩니다. 동일한 시스템의 마력이라 해도 구조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지죠.”
그러니까 판의 크기, 즉 같은 마력을 가지고 단순히 움직이는 것을 넘어 다양하게 응용해 봐라 이건가.
“물론 각성자의 힘으로는 시스템을, 판을 부술 수는 없어. 어디까지나 판 위에서 움직이는 거지.”
짜여진 판 속에서. 그리고 지금은 임시나마 판에 직접 손을 대고 있다. 성현제가 검은 판을 움직였다. 나 또한 하얀 판을 빙그르 돌려세웠다. 판을 세우면 방해는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면적이 확 줄어들기에 더욱 정확한 컨트롤이 필요했다.
유현이와 송태원이 다시금 충돌하기 직전.
‘판의 내구도가 가장 강하다면.’
하얀 판을 송태원의 막대 앞으로 움직였다. 막대를 휘두르는 경로를 막을 셈이었지만.
휘익─
송태원의 막대는 그대로 판을 통과해 유현이의 막대를 쳐냈다. 어?
“막대보다 판의 내구도가 더 높지만 방어하는 데는 쓸 수 없어. 방어용으로 사용할 경우 상대의 막대를 통과시킬 거야. 발 외의 신체 부위 또한 동일하고. 팀원의 몸이나 막대는 통과되지 않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걸.”
“그런 설명은 미리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기본적인 시스템 구조 정도는 직접 알아내야지.”
정말로 선생님이신가요. 기본적인 승패 규칙 이상은 먼저 알려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엄격하셔라.
검고 하얀 판의 움직임이 더욱 빠르고 정교해져 갔다. 공중을 어지럽게 흑백으로 수놓는다. S급의 속도는 분명 대단하다. 하지만 순간이동 수준의 마력의 이동에 비해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성현제는 물론이요 나 또한 유현이의 움직임을 따라잡고도 남았다.
동시에 판의 충돌이 더욱 심해졌다. 콰득, 쾅, 부딪치고 밀어내며 자리를 차지하려 든다. 검은 판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이어졌다. 무슨 의사를 전달받았는지 돌연 송태원이 몸을 낮추었다. 그의 한쪽 손이 자신의 발아래에 자리 잡은 판의 모서리를 붙잡는다. 갑자기 무슨.
“유현아!”
번뜩 떠오르는 생각을 급히 유현이에게 전달했다. 유현이가 곧장 위로 뛰어오름과 동시에.
쇄액!
송태원을 실은 검은 판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유현이가 있던 자리에 다다랐다. 미친, 송태원의 속도는 유현이보다 느리다. 그걸 저런 식으로 커버하다니! 심지어 판의 움직임은 인간보다 훨씬 기동성이 높았다. 완벽한 급정거, 그리고 솟구침. 그 속도에 비례되는 압박이 주어질 것임에도 송태원은 흔들림 하나 없이 낮추었던 몸을 일으키며 막대를 휘둘렀다.
막대의 끝이 유현이의 등을 거의 종이 한 장 차로 아슬아슬하게 지나친다. 간신히 몸을 틀어 피한 유현이가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또 곧장, 전투예지까지 더해 송태원과 그를 태운 검은 판이 유현이를 따라잡으려 든다.
“젠장!”
그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차라락! 유현이의 발판을 제외한 하얀 판 네 개를 전부 세웠다. 뾰족한 모서리가 삐죽삐죽 튀어나오고.
휘익─!
강하게 회전시켰다. 송태원의 발판과 흰 판들이 부딪친다. 성현제 또한 검은 판으로 막으려들었지만 안정적인 이동을 위해 두 개의 발판을 사용한 탓에 수적으로 불리했다. 결국 송태원의 발판이 부서졌다.
송태원이 산산조각 나는 발판 위에서 뛰어오르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유현이가 덤벼들었다. 발판에 의지하지 않는 한 속도는 유현이가 확실하게 빠르다. 제비처럼 발판을 밟고 내달리는 유현이의 발아래로 검은 판이 또다시 끼어든다. 내가 흰 판을 부수는 순간.
파직!
검은 판 또한 부서졌다. 검고 흰 조각들이 뒤섞인다, 라고 생각하자마자.
“야!”
검은 조각이 하얗게 물들어갔다. 그, 그래, 색도 바꿀 수 있겠지 치사한 놈아! 나도 허둥지둥 색을─
“괜찮아, 형.”
유현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탁, 탁, 탁─ 조각을 가볍게 딛는다. 패배했다는 선언은 들려오지 않았다. 와, 저거.
‘그사이 위치를 다 외웠어?!’
그게 되냐! 내 동생 진짜 천재인가 봐. 던전만 안 터졌으면 의대를 갔을 텐데!
하지만 색이 같은 조각이 더욱 급박하게 뒤섞이면 유현이도 구분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도 유현이의 속도가 약간이나마 느려졌다. 그사이 송태원이 다시 안정적인 발판을 디디며 물러난다.
조각을 흩어 놓는 것은 불리해졌다. 유현이는 속도와 기동성이 높다. 하지만 발판의 이동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 방해하기 힘들고 내가 다루기 비교적 쉽고 기동성과 속도를 살릴 수 있는.
핑─!
하얀 판의 형태가 바뀌었다. 전체적인 크기, 즉 총 부피만 동일하면 모양의 변형은 가능하다. 흰 색의 막대가 흰 색의 줄이 되고 이윽고 실에 가깝게 가늘어졌다. 다섯 개의 판 중 네 개를 길게 늘렸다. 마치 거미줄처럼 공중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하얀 선들.
“재미있군.”
성현제가 눈을 살짝 휘었다. 유현이가 가느다란 선 위에 내려선다. 그 주위를 지키듯 빙그르 하얀 판이 맴돌았다.
이제 송태원은 함부로 검은 판을 벗어날 수 없었다. 자칫 흰 실을 밟아 버릴지도 모르니까. 성현제가 나와 같은 방법을 쓰기도 힘들었다. 실을 밟으며 빠르게 움직이는 정도야 송 실장님도 할 수 있겠지만 유현이보다는 미숙하고 느릴 테니까. 그러느니 실을 끊어내며 검은 판을 탈것으로 다루는 편이 나았다.
유현이가 실 위를 내달린다. 언뜻 보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달리는 것만 같았다. 검은 판이 휘익, 날아들며 실을 투둑투둑 끊어 놓는다. 순식간에 후두둑 잘려 나가는 실이 역시나 순식간에 이어붙어진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끊어진 실이라 해도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한 유현이가 움직이는 데엔 문제가 없다. 그러니 잠깐 정도는 판의, 실의 조종에 눈을 떼도 된다.
‘보조 스킬은 사용 가능.’
그리고 상대에게 쓰지 못한다는 말 또한 없었다. 은혜를 껐다. 판의 작은 조각 하나를 날카롭게 변형시켜 손안에 가볍게 쥐었다. 유현이와 송태원이 가까워지는 순간 주먹을 꽉 쥐며 송태원을 향해 선생님 스킬을 사용했다.
‘…윽!’
눈앞이 핑글 돌았다. 반발력으로 흐려지는 의식을 손 안의 통증이 후려쳐 깨운다. 전투예지를 쓰고 있는 송태원. 송태원의 시야와 성현제의 시야가 동시에 몰려든다. 이를 악물고 손에 더욱 힘을 주며 그 모든 것을 안전하게 걸러 유현이에게 전달했다.
유현이의 몸이 실 사이사이를 제비처럼 날쌔게 오르내린다. 송태원의 움직임을 한발 먼저 인식하며 정확하고 빠르게 실을 딛고 땅에서는 보일 수 없는 입체적인 동작으로 순식간에 너른 등 뒤로 돌아선다.
피할 수 없다. 유현이에게 등을 잡히기 직전, 송태원이 막대를 위로 던졌다. 던져진 막대가 향하는 곳에 검은 판이 자리 잡고.
퉁─!
마치 고무판처럼 막대를 정확한 방향으로 되 튕겨낸다. 유현이의 팔이 휘둘러진다. 엄청난 속도로 쏘아진 막대가 유현이의 등을 찌른다. S급의 시력으로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한유진 승리.”
명우가 선언했다. 내가 이겼다.
‘…재질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지.’
성현제 저 얄미운 놈.
“형!”
유현이가 단숨에 뛰어내려와 나를 부축했다.
“얼른 손 펴!”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성현제의 감각을 공유하고 있었으니 사실상 S급 두 명에게 동시에 선생님 스킬을 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아는 사이라 반발이 덜해서 다행이었지. 유현이가 내 손을 펴 손바닥에 박힌 조각을 빼냈다. 포션을 써야 하나 당황해하는 유현이의 앞에 소독약과 연고, 반창고가 홀연히 나타났다.
“독 저항 안 꺼도 돼.”
…명우 목소리가 싸늘했다. 유현이가 내 손을 치료하고 지끈거리던 머리도 이내 그럭저럭 나아졌다. 그럼.
“멱살 내놔.”
성현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곤 상체를 살짝 숙여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