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65
663화 서브 팀 (1)
황폐하고 메마른 땅에 성벽이 높게 둘러쳐져 있었다. 단단하고 두꺼운 돌벽이었지만 군데군데 무너지고 문짝은 아예 달아나고 없었다. 그 안쪽으로 몬스터들이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일정 영역 내에서는 스킬도 아이템도 사용 금지.’
그리고 몬스터는 그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성안의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세요!시간에 따라 가산점이 주어집니다.]
언뜻 보아도 엄청나게 강한 몬스터들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A급에서 중급쯤 될까. 스킬을 쓰지 못하는 거지 스탯이 하락하는 건 아니기에 일일이 패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이템 사용금지도 효과가 발휘되지 않을 뿐 검을 꺼내 휘두르는 건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저 많은 걸 어느 세월에 하나하나 다 잡고 앉았겠어.
망원경을 집어넣고 걸음을 옮겨갔다. 금지당한 건 아이템, 즉 마나를 품은 것들이었다. 다시 말해 공산품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안녕, 여러분. 말랑한 F급이에요.”
성벽 위로 곰처럼 생긴 몬스터가 머리를 내밀었다. 손을 흔들어 주자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주로 성안에 머무르도록 되어 있는 건지 섣불리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특별히 더 맛있어지기도 했답니다.”
스킬 ‘사용’ 금지였기에 저항 스킬 같은 패시브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시 말해 나는 여전히 먹음직스럽게 느껴질 것이었다. 뻥 뚫린 성문 너머에서 큼직한 멧돼지가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초록색 도마뱀이 성벽을 타고 내려왔다. 푸드득, 새의 날갯짓 소리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아직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놈은 없었다. 거리가 꽤 먼 탓도 있었다. 다시 말해 내가 여기서 폭탄을 있는 힘껏 던져 봤자 성벽 근처에도 못 갈 거라는 뜻이었다. 그러면 안 되니까.
유탄발사기를 꺼내들었다. 총기류지만 총알이 아닌 폭탄을 발사한다고 할까. 중상급 몬스터에게 큰 효과는 없지만 총알보다야 위력이 크고 무엇보다 시선 팍팍 끌 수 있지.
“자, 그럼 친애하는 몬스터 여러분.”
성을 향해 그레네이드 런처를 겨누었다. 몬스터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마력도 안 느껴지니 저게 뭐 하는 건가, 싶겠지. 각도를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묵직한 폭탄이 곡선을 그리며 하늘을 가른다. 그리고 이내.
쾅-!
– 크르륵!
성문 바로 앞에서 폭발이 일었다. 연기와 함께 흙이 마구 튀어 오른다. 이어 날아간 두 번째 폭탄은 성 안쪽까지 들어갔다. 또다시 폭음이 들려오고 몬스터들의 흥분 어린 으르렁거림이 퍼져 나간다. 폭탄은 이쯤이면 됐고, 다음으론.
퍼-엉!
– 캬악!
– 켁!
이번에는 허연 연기가 성을 가득 채우며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독한 화학물질을 든든히 담은 최루탄이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후각이 예민하다. 그러니 놈들을 약 올리는 데는 최루탄이 제격이었다. 폭탄도 살상력 없기는 마찬가지니까.
– 캬륵!
늑대형 몬스터가 머리를 거칠게 흔들며 성 밖으로 뛰쳐나온다. 지독한 냄새가 못 참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참을 필요 또한 없으니까. 다른 몬스터들 또한 일제히 성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몬스터 무리를 향해 최루탄을 한 발 더 날려 주고 얼른 바이크를 꺼내들었다.
“얘들아, 이리 온!”
바이크에 올라타며 시동을 검과 동시에.
탁.
스위치를 켰다. 바이크에 휘감긴 색색의 전구와 조명이 일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징글벨! 징글벨!]힘찬 캐럴이 합창으로 울려 퍼졌다. 그게 말이야, 시즌이 시즌이었다 보니 넣어 둔 게 이런 것들뿐이더라고.
“한참 지났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부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이크가 반짝거리며 튀어나갔다. 최루가스에 휘감긴 몬스터들이 나를 쫓아 달려오기 시작했다.
– 캬아악!
– 키이이익!
그렇잖아도 열 받은 와중에 눈 아프게 반짝거리고 시끄러운 것이 무척이나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해도 어스름하니 지는 중이라 더더욱 선명하게 잘 보일 것이다. 헤드라이트도 한껏 켜줬다.
– 삑.
은혜가 바이크 뒤쪽에 달아 놓은 바구니 속의 소형 폭탄들을 밖으로 물어 던졌다. 내던져진 폭탄이 몬스터 발에 밟힐 때마다.
펑! 퍼엉!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번쩍번쩍 튀었다. 흥분한 포효가 연신 들려온다. 이렇게까지 약 올려 놓아도 영역 밖까지는 따라 나오지 않는 걸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저 앞으로 가파른 암벽이 나타났다. 몬스터와의 거리도 적당했다. 속도를 더욱 올려 단숨에 암벽 가까이로 다가가며.
“은혜야!”
– 삐이!
은혜가 내게 돌아왔다. 암벽과 부딪치기 전 바이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동시에 위쪽에서.
휘익-!
줄이 정확하게 나를 향해 쏘아졌다. 공중에서 빙글 돌며 내 몸을 휘감아오는 줄을 얼른 붙잡았다. 손에 줄을 감으며 단단히 붙잡자마자 낚시라도 하듯 줄이 강하게 위로 곡선을 그리며 당겨졌다.
쾅!
바이크가 암벽에 부딪치며 싣고 있던 폭탄과 함께 터져 나간다. 조금 아깝네. 더 있지만. 어둑해진 하늘 위로 내 몸이 높이 치솟았다. 몬스터들이 암벽 아래로 모여드는 모습이 보였다. 눈을 깜박였다. 저만치 영역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의 시야가 선생님 스킬을 통해 내게 비춰진다.
구르릉-
그것은 엄청난 양의 물이었다. 거대한 물의 거인이 잔뜩 웅크린 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거인의 주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물이 놓여났다.
– 크아아!
– 크르르르!
아래의 몬스터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나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높게 치솟았던 내 몸뚱이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구구구궁!
대지를 무겁게 울리며 물이 덮쳐들었다. 저것은 스킬이 아니다. 영역 밖에서 흘려보낸 평범한 물이었다. 다만 그 양이 엄청났다.
– 키엑!
– 켕!
길게 뻗은 암벽을 따라 물이 모든 것을 휩쓸었다. 작은 놈들은 물론이고 트럭만 한 놈도 버티지 못했다. 그대로 거친 물결을 따라 쓸려나간다. 하지만.
“윽!”
돌연 무언가가 떨어지는 나를 붙잡았다. 퍼덕이는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 끼이이.
비행형 몬스터였다. 날카로운 발톱이 돋은 발이 나를 꽉 움켜쥐어 온다. 내 작물 스킬 때문인지 다른 비행형 몬스터들도 관심을 보여 왔다. 먹잇감을 빼앗으려 드는 발톱에 줄이 쓸려 끊어지기 직전.
콰득!
아래에서 날아든 단검이 몬스터의 머리를 단숨에 꿰뚫었다. 즉사한 몬스터가 그대로 추락하고 함께 떨어지는 나를 두 팔이 안전하게 받아냈다.
“괜찮아?”
절벽 위에서 대기하던 유현이었다. 줄 또한 유현이가 던져 준 것이었다.
“당연히 괜찮지. 아주 멀쩡해.”
물이 흐르는 방향, 스킬 사용불가 영역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두 사람에게 집중했다. 이미 전룡화한 리에트가 물에 발을 담근 채 송곳니를 드러내고 노아 또한 공중에 떠오른 채 독기를 흘리고 있었다. 선생님 스킬 범위 늘어나니까 편하네.
“떠내려간 몬스터들은 두 사람이 전부 처리해 줄 거야.”
고개를 끄덕인 유현이가 나를 내려놓았다. 그리곤 활을 꺼내들었다. 아이템 효과는 사라졌다 해도 내구도는 그대로다. 단단한 활대가 휘어지며 피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화살이 공기를 갈랐다.
퍽!
커다란 새의 목에 정확히 화살이 꽂혔다. 아니, 강력한 힘을 버티지 못하고 아예 꿰뚫렸다. 목뼈를 으스러뜨리는 화살에 몬스터의 숨이 그대로 끊어졌다. 이어 두 마리, 세 마리, 순식간에 뚝뚝 몬스터들이 하늘에서 추락한다.
– 캬아악!
– 크엑!
물에 휩쓸려 영역 밖으로 내쫓긴 몬스터들의 비명 소리 또한 선생님 스킬을 통해 들려왔다. 콰앙, 리에트의 발아래 몬스터가 무참하게 짓이겨지고 도망치는 놈들의 뒤를 노아가 순식간에 따라잡아 낚아챈다.
툭.
마지막 비행형 몬스터가 물에 젖은 땅 위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창이 떴다.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였습니다.스킬과 아이템 사용 불가 영역이 사라집니다!
성으로 와주세요.]
“성으로 오란다.”
“내가 운전할게. 형이 제일 고생했잖아.”
“뭐 그렇게 힘들 것도 없었다만.”
유현이가 나를 데리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예림이와 노아, 리에트도 메시지를 봤는지 성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차를 꺼내 우리도 출발했다.
“버들잎은 엄밀하게는 이동스킬이 아니니까 좀 아쉽긴 해. 평소엔 피스가 있긴 하지만.”
전투할 때는 유용하지만 단순 이동은, 특히 장거리는 노아 씨의 날개나 예림이의 순간이동+비행에 비해 아무래도 불편했다.
“…회귀 전의 내 스킬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유현이가 나직이 말했다.
“만약 회귀 전 보상을 선택한다면 보상 스킬도 아마 비슷하겠지.”
“으응. 아무래도. 그렇지만 나도 어떤 스킬이 업적 보상으로 얻은 건지는 잘 몰라.”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S급 헌터들이 으레 그러하듯 유현이도 자신의 능력을 감추는 편이었다. 심지어 유현이는 S급 랭킹 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않아 더더욱 정보가 적었다. 지금의 유현이와는 다르게 헌터와의 전투도 즐기지 않는 듯했다.
모든 것을 억누르다 못해 스스로마저 버석하게 타들어간 것처럼.
“유현아.”
동생이 나를 돌아보았다. 운전 중이지만 뭐, 여기선 칠 만한 것도 없고.
“회귀 전의 보상을 선택하면 당장은 도움이 되긴 할 거야. 하지만 나는 유현이 네가 다시 그 모든 걸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달라졌다고 해도 그래도 같은 사람이다. 주요 스킬들은 전부 확실하게 성장해 가겠지.
“그러니 네가 해온 일들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가 회귀하고 지금까지의 시간은 지금의 유현이만이 가진 것이다. 유현이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짧은 침묵이 흐르고 동생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약해.”
“야, 네가 왜 약하냐. 상대가 초월자라 그런 거지. 애들 싸움에 어른, 그것도 프로급 싸움꾼들이 끼어든 셈이라니까!”
초월자 놈들이 자꾸 직접 끼어드니까 우리 애가 기가 죽었잖아. 내 동생이 최고라고 달랬지만 유현이의 표정은 영 어두웠다. 역시 채터박스 놈한테 내가 잡혀갈 뻔한 것 때문인 걸까. 그때 유현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아저씨!”
성문 앞에 차를 세웠다. 예림이가 저만치서 훌쩍 날아오며 웃었다.
“어땠어요?”
“엄청났지. 잘했어, 예림아!”
“저도 직접 보고 싶었는데! 아저씨도 무사한…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한유현 표정이 별론데. 아저씨가 다친 수준은 아닌 듯하지만.”
유현이 태도로 내 상태를 판단하냐. 정확하긴 하겠지만.
“괜찮아. 그냥 보상 이야기 좀 했어.”
“아직도 결정 못 했대요? 그냥 네 거 가져. 그게 맞잖아.”
예림이가 살짝 뻐기듯이 말했다. 목걸이에 매달린 보석이 반짝 빛난다.
“안전한 거 같아요, 유진 씨.”
먼저 도착해 성안을 확인한 노아가 날아서 나오며 말했다. 리에트가 성벽 위에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성안으로 들어서자 인어여왕이 나타났다. 명우가 나와야 할 타이밍 아닌가. 게다가 포식의 왕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떨떠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잘했어요, 허니. 체인 역시 거의 끝내가고 있지만 허니 쪽이 더 빨랐어요.”
“…아무래도 그랬겠죠.”
그쪽이야 몬스터들을 영역 밖으로 끌어낼 방법이 마땅치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 아마 직접 잡았을 것이다.
“이제 곧 이곳에는 몬스터들이 나타날 겁니다. 훨씬 더 강한 몬스터들이요. 허니 세상을 향한 근원의 공격을 이쪽으로 틀어 보내는 거지요.”
그럼 우리 세상의 던전들의 위험도 상승이 조금 더 느려질 거라고 인어여왕이 말했다. 그걸 다 막아 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젠 스킬도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다들 강하니까. …설마 라우치타스 같은 괴물을 불러내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수성은 서브 팀과 함께하게 됩니다.”
“네?”
인어여왕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유현이와 예림이, 노아, 리에트의 모습이 사라졌다. 잠깐만.
“서브 팀이라니, 단체로요? 연습 시간은 줍니까?”
다들 경험 많은 상급 헌터지만 단체로 힘 합쳐서 싸워 본 적은 별로 없을 텐데! 그나마 채터박스 파티에서 잠깐 협동한 몇이 전부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 많은 상급 헌터들에게 전부 선생님 스킬을 사용하기엔 내가 감당이…….
“허니의 추가 점수 보너스를 줄 생각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포식의 왕 대신 내가 왔답니다.”
보너스는 반갑지만, 불길함이 먼저 들었다. 인어여왕이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는 허니의 키워드 적용이 훨씬 쉬워질 겁니다.”
“…예?”
“허니의 소속 각성자들에 한하여 대상 지정 없이 단 한 번의 키워드 사용만으로 적용이 될 거예요. 대신 감정 효과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외침 한번으로 전부 키워드 적용이 된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나를 양육자로 여기는 효과는 추가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는 분명 반가운 보너스였다. 그렇지만.
‘…50명.’
서브 팀 전원을 키워드 등록하면, 몇 명이지. 내기를 진행할 때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함정으로 들어서는 기분이었다.
“물론 선택은 허니의 몫입니다. 하지만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무사하기 위해서는 키워드 적용을 하는 편이 좋겠지요.”
“…노골적이시네요, 정말. 50명 천천히 모아도 된다고 하시더니.”
“허니의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아요. 이것만큼은 약속합니다.”
믿음이 가지 않는 말을 남기고서 인어여왕의 모습이 사라졌다. 한숨이 절로 무겁게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