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71
669화 잠깐 날려먹었습니다 (2)
“그냥 잠깐 잘린 거야, 잠깐.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고 그렇게 해준다고 했어. 그러니 둘 다 걱정하지 마. 진짜 괜찮아.”
리본은 별로 효과가 없는 듯했다. 이런 쓸데없는 짓 할 수 있을 만큼 멀쩡하다, 라고 주장하고 싶었는데.
“그, 그렇죠. 헌터한테는 흔한 일일 거고요.”
예림이가 침착해지려고 노력하면서 말했다. 리에트도 맞아, 하고 거들었다.
“사지는 괜찮아. 머리만 무사하면 돼. S급은 잘 죽지도 않거든. 스위티는 스탯 등급 낮으니까 과다출혈이나 쇼크사 조심해야겠지만.”
“위험할 일 전~혀 없었어. 애초에 난 이번 내기 판에서 죽거나 할 일도 없다니까.”
무리해서 수명 자체가 줄어드는 것까진 책임져 주지 않을 듯하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목숨까지 걸거나 하진 않았다. 그리고 리에트 말대로 헌터에겐 드문 일도 아니고. 물론 중급 이하 헌터가 사지 날려먹으면 큰일이지만. 아예 사라진 신체의 일부를 복구하는 건 인맥 혹은 돈이라.
내 변명과 리에트의 말에도 불구하고 유현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내 팔이 있던 자리만 묵묵히 바라보았다. 검게 짙어진 눈은 흔들림 없이 차분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걱정이 들었다.
“단순한 부상이야, 부상. 유현아, 형도 헌터다.”
“알고 있어.”
동생이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역시 불쾌해.”
“그야 당연하지. 야, 나도 네가 팔 잘라먹으면 화나고 슬플 거야.”
“…조금 달라.”
그때 이린이 급하게 내게로 통 튀어왔다.
– 형! 유현이는 형을 좋아해서 그런 거예요!
“…응?”
“내가 삼켰어야 했어.”
유현이가 낮게 말했다. 거실 바닥에 대충 앉아 있던 리에트가 몸을 일으켰다. 노아 또한 언제든 뛰어들 듯이 발끝에 힘을 준다. 서서히 당겨져 가는 긴장감 사이로 예림이가 소리쳤다.
“한유현! 무슨 헛소리야! 아저씨, 일단 이쪽으로 오세요.”
예림이가 손짓했다. 하지만 움직일 마음은 들지 않았다.
“유현이가 날 해칠 리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요.”
또 가둬 놓겠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내 어깨 위에서 린이가 빙그르 맴을 돌았다.
– 그게요, 형! 그러니까요! 형도 엄청 좋아해서 아껴 놓은 음식을 다른 사람이 먹어 버리면 화나잖아요? 형은 음식 같은 것보다 훨씬 소중하긴 하지만요!
“음, 그건 화나긴 하지.”
유현이나 예림이면 또 몰라, 생판 남이면 열 받지. 그냥 내가 빨리 먹어 버릴걸 싶기도 하고. 나는 먹을 게 아니긴 하다만 유현이 입장에서는 좀 다를 테니까.
– 유현이는 진짜 잘 참고 있었는데!
그러게 줄 거면 동생한테 떼 줬어야 했는데. …이건 좀 아닌가. 아무튼 유현이는 지금도 참고 있었다. 하얗게 식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강하게 다물고 있는 듯 턱에 힘이 들어가 있다.
“유현아.”
팔을 뻗어 평소처럼 동생을 안아 주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한쪽 손이 없잖아. 한 팔로 못 안을 건 없지만 어색한데. 머뭇거리는 나를 유현이가 눈을 깜박하며 바라봐왔다. 동생의 표정이 조금 전과 달라졌다. 약간 멍하게, 당혹스러운 듯도 했다. 그러고는.
“형, 진짜 괜찮아!”
동생의 눈에 순식간에 차오른 눈물이 뚝 아래로 떨어졌다. 아이고 이런.
“금방 고칠 수 있다니까, 괜찮아.”
“…흑.”
유현이가 아닌 예림이의 훌쩍임도 들려왔다. 예림이가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한유현이 울어서 그래요!”
아니, 얘들아. 당황하며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 다친 적 많잖아. 팔만 잠깐 없는 거지 몸 자체는 진짜 멀쩡해! 오히려 더 건강해졌을지도 몰라. 어쩌다 보양식을 먹었거든. 정말이야!”
“…기분이 이상해, 형.”
소리 없이 눈물만 떨어뜨리며 유현이가 말했다.
“형이 어떤 모습이든 나는 형을 좋아하는데. 그런데…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데도…….”
자신의 감정이 잘 정리되지 않는 듯 동생이 더듬거렸다.
“형이, 다친 적이야… 많았었고…….”
죽은 줄 안 적도 있었지. 그때도 동생은 많이 놀랐었지만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인 듯했다. 한쪽 팔로나마 동생을 안아 주었다. 예림이도 함께 보듬고 싶었지만 팔이 하나뿐이었다. 그걸 눈치챈 예림이가 또 흑, 고개를 돌렸다.
“멀쩡해진다고는 해도요, 그래도요! 저도 헌터긴 한데, 한유현이 먼저 울었어요!”
“응. 울면 뭐 어때. 미-.”
“일부러 자른 거 아님 미안하다곤 하지 마세요!”
…어, 일단 내가 자르긴 했는데. 리에트가 어깨를 으쓱하곤 예림이의 등을 가볍게 탁 쳤다.
“걱정하지 마. 나 성녀 언니랑도 아는 사이야. 팔 못 고치면 나가서 소개시켜 줄게~”
그랬냐. 하긴 리에트는 그쪽 동네에서 유명한 S급일 테니까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겠지. 노아가 예림이에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솔직히 다른 사람이 팔 잘려 오면 크게 걱정되진 않을 거 같은데요. 아저씨도 놀라긴 했는데, 그래도 괜찮은 거 같았거든요. 리본도 예쁘긴 하고요. …한유현이 울어서 그래요. 원래 눈물도 전염되는 거예요.”
젖은 눈을 한 유현이는 말없이 내 멀쩡한 손을 잡고 만지작거렸다. 좀 그렇긴 하지. 크게 다친 그 순간에도 충격이 크긴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일상이 달라지면… 또 다른 느낌의 충격이 찾아온다. 일상적으로 당연히 할 수 있었던 일을 못 하게 되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이 아프기도 하고. 심지어 길게, 지속적으로, 어쩌면 평생 이어지는 충격이라 사고 당시보다 힘들어지는 경우도 흔하다고 들었다.
시력이 저하되었을 때야 선생님 스킬로 별 문제없이 움직이고 겉으로 티도 잘 안 났지만 이번에는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행동도 못 하게 되었으니. 그나마 나는 공포 저항 덕분인지 괜찮긴 하지만 애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난 형이 살아만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했어.”
한때 내 팔다리 잘라 놓겠다고 했던 동생이 말했다. 손은 여전히 내 멀쩡한 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물론 사지 멀쩡한 것보다 형이 살아 있는 게 더 중요하고, 그런 형이라도 내가 잘 보살필 테지만.”
풀 죽은 티가 나는 눈이 깜박거렸다.
“형이 날 안아 주지 못하는 게 이렇게… 기분 이상할 줄은 몰랐어. 어떤 형이든 형인데.”
“우리 둘 다 어떻게 바뀌든 좋아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좋아하니까 더 해주고 싶고, 또 받고도 싶어지는 거겠지. 유현이 너는 한때는 받는 걸 포기했었지만.”
자기 자신의 욕망을 억눌러서 포기한 채로. 남은 손으로 유현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크게 흔들며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는 너도 욕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더 속상해지는 걸 거야. 내가 살아만 있으면 된다, 에서 같이 살아가고 싶다, 로.”
‘한유진’만 있던 마음에 ‘한유현’도 자리잡아가고 있으니 예전보다 더욱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그전에는 내가 다친 사실만 신경 썼겠지만 지금은 일상의 일부를 잃어버린 것도 아프게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예림아.”
“한유현 때문이라니까요. 전 괜찮아요.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도 하셨고.”
“너희 둘 다치면 나도 펄쩍 뛸걸. 난 더했을 거야.”
“그래도 저는 S급 헌터고요.”
“아저씨 경력은 네 다섯 배가 넘는단다. S급이고 F급이고 가족이 다치면 마음 아픈 게 당연하지. 리에트도 노아 씨가 다치면 난리칠걸.”
“당연하잖아?”
리에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노아를 돌아보았다.
“다 죽여 놓을 거야.”
“…누님이 절 제일 많이 상처 입혔습니다만.”
“하지만 난 해칠 생각은 전혀 없었는걸. 진짜야.”
“그래도 다쳤어요.”
리에트의 눈동자가 당혹감을 담고서 데구르 굴렀다. 어쩌지, 하는 기색으로 나를 쳐다봐왔지만 어쩌라고다. 리에트 네 업보잖냐. 가해자가 어떤 마음을 지녔다 해도 피해자가 알 게 뭐냐. 너 잘되라고 한 거야~ 라고 해봤자 가해자는 가해자지.
“S급이 튼튼하긴 해도 마음까지 목석인 건 아니야. 약해질 땐 약해져도 돼.”
“전 약하지 않아요.”
예림이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저 강해요. 진짜로.”
“강하다고 해서 항상 강할 필요는 없어.”
“전 괜찮은데.”
아무렇지도 않다면서 예림이가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 내 눈물 자국을 완전히 닦았다. 씩씩한 건 좋지만… 여전히 어른들에게 너무 기대지 않으려는 버릇이 남아 있는 게 좀 걱정되기는 했다.
“형, 계약 다시 해.”
어느 정도 진정한 유현이가 말했다. 계약?
“무슨 계약?”
“형이 치명상을 입으면 내 손등에 상처가 나도록 한 계약.”
“뭐? 그걸 다시 하자니, 그게 풀렸어?”
언제 그런 거지. 내가 죽을 뻔한 게… 채터박스 때인가. 치명상이라기엔 애매하긴 하지만 내 존재 자체가 사라질 뻔했으니 계약서 효과가 발휘되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반사적으로 유현이 손등을 바라보았지만 당연하게도 지금은 멀쩡했다. 한참 전의 일이니까.
“어차피 지금 난 안전한걸. 죽지도 않는데 괜히 너만 불안해지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 이번 일 끝나면 하자. 오히려 내가 반대로 계약하고 싶지만… 저주 저항 때문에 어렵겠지.”
그렇다고 스킬 꺼둘 수도 없고. 슬금 다가온 예림이가 유현이에게 얼굴 씻으라는 듯 물방울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내 팔의 리본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명우 오빠예요? 아님 세성 아저씨?”
“당연히 명우지. 솜씨만 봐도 각 나오잖냐.”
“세성 아저씨도 이런 거 잘하실걸요. 안 해서 그렇지. 소영 언니가 꽃꽂이도 잘한댔어요.”
웬 꽃꽂이. 하지만 잘할 거 같았다.
“…진짜 안 아프세요?”
“진통제도 먹었고 치유 스킬도 받았어. 그냥 좀 허전할 뿐이야. 리본 다니까 좋긴 좋네. 가려서 잘 안 보이거든.”
왕 리본에 프릴까지 붙어 있다 보니 언뜻 보면 없는 줄 모를 정도였다. 예림이가 입을 꾹 다문 채 리본을 주물거리며 내 팔을 빤하게 바라보았다. 역시 예림이는 부르지 말걸.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말이야. 가슴이 뻐근하게 무거워졌다.
“언제 돌아오는데요?”
“인어여왕이 다음번 시합에서 되찾을 수 있게 해준댔어.”
“노아 헌터.”
유현이가 노아를 바라보았다. 노아 씨는 재생은 불가능-.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이식할 수 있습니까?”
“야!”
절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동생 놈 진짜! 내가 소리치든 말든 유현이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동일한 부위가 있으면 치유 난이도가 낮아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형제이니 유전적으로도 가까울 테고요.”
“혈액형은 다르거든? 그리고 난 팔 없어도 죽을 일 없지만 유현이 넌 아니잖아! 심지어 난 보조고 넌 전투계다! 그것도 근접 위주!”
무슨 미친 헛소리를 하는 거야 진짜. 동생 녀석이 나를 돌아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나도 하나 있어. 그리고 형보다 내가 덜 불편할 거야.”
“웃기지 마. 너 양손 다 쓰잖아.”
웬만한 전투계 상급 헌터는 양손 다 능숙하긴 하지만 유현이는 어릴 때도 양손잡이에 가까웠다. 게다가 손 하나 있고 없고가 전투에서 얼마나 차이가 큰데.
“불가능합니다.”
다행히 노아가 짧게 고개 저었다.
“잘린 부위가 있다고 해도 제대로 붙이기 위해서는 단순 치유는 물론 재생, 정화 스킬이 일정 등급 이상이어야 합니다. 저는 단순 치유 스킬뿐이고요. 혈액형이 다른 것 또한 곤란합니다.”
“그렇다잖냐.”
“상급 포션으로는 어떻습니까.”
“유현이 너! 형 포션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했잖아.”
“상급 정도는 괜찮지 않아?”
“안 돼. 치유 스킬도 이 이상은 받아서 좋을 거 없어. 팔 붙이겠다고 생명 깎아 먹을 일 있냐.”
내 말에 유현이가 알겠다며 겨우 포기를 했다. 왜 대뜸 자기 팔 잘라다 줄 생각을 해!
“네 팔 잘리면 나도 속상하거든!”
“맞아, 아저씨도 틀림없이 울 거야.”
“…치료할 수 있으면 울지는 않을 거다만 어쨌든 말이다. 유현이 네 몸도 아껴.”
“형의 팔이 멀쩡한 편이 낫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난 형에 비하면 지장 없어. 게다가 다음 시합에서 되찾을 수 있다, 가 아니라 있게 해주겠다고 한 거잖아. 승리에 대한 보상일 가능성도 있어. 그러니 만약 연속으로 서브 팀이 중심인 시합이라면 내 팔을 임시로 형이 가지는 편이-.”
“그래도 안 돼.”
딱 잘라 말했다.
“어색해서 오히려 더 불편할지도 모르고. 크기 차이를 봐라. 길이도 다르잖아.”
“그건 그래. 차라리 내-.”
“예림아.”
“농담이에요~. 그냥 그렇다는 거죠. 저 아저씨 키 많이 따라잡았잖아요. 혈액형도 O형이고.”
“말이라도 그러지 마라.”
애들이 자꾸 무서운 소리를 하네.
“팔은 꼭 되찾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정 안 되면 리에트 인맥도 있다잖아. 그러지 말고 푹 쉬자. 또 무슨 일을 시킬지 알 수 없으니.”
“내가 씻는 거 도와줄게.”
유현이가 나섰다. 혼자 씻지도 못할 정도는 아닌데.
“스위티, 나도 도와줄까?”
“뭘 나도야! 저리 가! 어딜 따라오려고!”
“나 예전에 동생-.”
“누님! 어릴 때고요! 진짜로 어릴 때!”
노아가 급히 외쳤다. 리에트 진짜. 얼른 도망치듯 욕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