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83
681화 세성 길드장입니다
“저 요리해 본 적 없는데! 뭐 파실 거예요?”
마리가 신나하며 물었다.
“지금부터 찾아봐야겠지. 마침 번화가이니 근처 식당을 살펴볼까.”
“서빙해야 하나요? 요리해 보고 싶어요.”
“S급이라는 것만으로도 주방에 들어가기는 충분해. 적어도 식칼은 완벽하게 다룰 테니.”
“저는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정도의 요리만 해봤습니다.”
“완벽하군.”
퍽 친절하게 성현제가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문현아가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자기 자신의 삶을 회귀 전의 시간에 버리고 왔다 말해 놓고선 여전히 어린애에게는 상냥했다.
‘마리가 눈에 든 거고 사미르는 덤인 거 같긴 하지만.’
저러다 또 홱 마음이 바뀐다더라도 가능성 있는 애들에게 손대지는 않을 것이다. 관심이 사라져도 울타리는 그대로다. 더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는 지금에도. 문현아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3층은 내가 쓴다? 덤으로 송 실장도 빌릴게.”
“적극적이시군.”
“연속으로 지는 건 위험하잖아. 적어도 최선을 다해야지.”
성현제 팀이 연패한다면 뒷수작 부리려는 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가능한 팽팽해 보여야만 했다. 혹은 압도적으로 승세를 나타내는 것도 괜찮다.
“3층 인테리어 권한을 넘겨주지.”
“오케이. 애들하고 데이트 잘 하고 오십쇼, 사장님.”
“길 건너 엄청 큰 식당이 있었어요! 거기 가 봐요!”
마리가 성현제의 팔을 잡으려다가 말고 대신 사미르를 잡아끌고 밖으로 나갔다. 문현아는 송태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두어 개 더 만드는 게 좋겠다. 송 실장님은 뭐 하고 싶은 거 있으신가.”
“딱히 없습니다.”
“이럴 때 못 해본 거 해봐. 어릴 적 꿈 같은 건 있었을 거잖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송태원이 짧게 고개를 저으며 내려섰다.
“없었습니다.”
“경찰 되고 싶어서 된 거 아니야?”
“…되어야 해서, 쪽입니다.”
텅 빈 3층에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텅텅 울린다. 문현아는 성현제에게 넘겨받은 인테리어 창을 조작해 한쪽 벽면을 통유리로 바꿨다. 고개를 갸웃하고는 유리벽을 안으로 당겨 야외 공간을 만들었다.
“식당 위에는 역시 술이지. 입구 따로 만들어야겠다. 저쪽에 바 놓고. 이 동네도 술이나 그 비슷한 건 있을 테니까. 송태원 씨는 바에서 손님 상대해.”
“…예?”
당황해하는 송태원을 향해 문현아가 씨익 짓궂은 미소를 머금었다.
“다들 풍선이니 우리 외모가 통할진 알 수 없거든. 하지면 송태원 하면 신뢰 아니겠냐. 평소처럼 들어줘. 그럼 충분해. 사람 금방 몰릴 테고 가격대를 높이면 중요한 정보도 흐르게 되겠지. 사업은 인맥과 정보야.”
“…자신은 없습니다.”
“무려 그 성현제도 송태원은 믿고 있잖아. 꽉 막힌 노인네들도 송 실장 하면 믿기는 해. 최소한 딴 주머니는 안 찼을 거라고. 외모는 물론 종족이 달라도 문화가 달라도 신뢰라는 게 빛나지 않는 세상은 없을 테니까.”
비록 정직과 약속이 휴지조각 취급받는 세계라 할지라도 온갖 배신 속에서도 꾸준하게, 굳건히 버텨 살아남는다면. 그는 유일한 예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송태원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평소대로면 된다니까. 그리고.”
바가 나타났다. 그 위에 가볍게 걸터앉으며 문현아가 손으로 턱을 괴었다.
“저 성현제 신경 쓰이지?”
“성현제 헌터는 언제나 신경을 써야 하는 대상입니다.”
“송 실장 성현제 좋아하잖아.”
“아닙니다.”
“세상에서, 전 우주 통틀어서 성현제 좋아하는 사람 셋을 고르라면 1번 한유진, 2번 송태원, 그리고 3번 성현제일걸. 난 저 인간 별로 안 좋아해. 헌터로서, 길드장으로서 능력은 믿지만.”
같이 어울려서 나쁠 거 없는 상대 정도였다. 실상 득이 더 많았다.
“재수 없거든. 무슨 일이 생겨도 멀쩡히 잘 살 거 같고 죽지도 않을 거 같고. 내 도움은 절대 필요 없을 종자. 너무 잘나도 정떨어져. 근데 저놈은, 조금 전에는 좀 사람 같더라. 달이보다야 안 귀엽지만.”
달이는 귀여웠지~ 하고 문현아가 흐흐 웃었다.
“언젠가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상실을 아는 사람 말이야. 뭐, 지금의 성현제도 요새는 꽤 인간처럼 굴지만. 전보다 말랑해져선.”
“…일단 저는 성현제 헌터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송태원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도 필요에 의해 협조할 뿐입니다.”
“고집스럽긴. 그럼 우린 대낮부터 한잔하러 갈까. 가게는 안 열었을 거 같고, 마트라도 가보자.”
바에서 내려선 문현아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송태원은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재차 한숨을 옅게 흘려냈다.
* * *
[2세대 헌터의 시대가 찾아온다.] [던전 출몰 후 4년, 아이들이 변화한다.] [세계적으로 늘어난 마나량 어릴수록 영향이 커.] [당신의 아이가 각성자라면.]영상 속에 어린 소년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연분홍 머리카락에 크고 또렷한 금색 눈을 지닌 무척이나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동그랗게 부드러운 볼에는 혈색 좋은 붉은 기가 감돌았으며 어른스러워 보이고자 일부러 꾹 다문 입술이 살짝 튀어나와 오히려 사랑스러움을 더해 주었다.
└ 외모만 봐도 s급 아니냐
└ s급은 비율이좋은거지 타고난게 팔할임
└ 연예계에 하급널렸다
└ 스킬만 특수고 스탯은f라던데 구라임?
└ 용덕이 어제 달랑드는거 못봄? 못빠져나가던뎈ㅋㅋㅋㅋㅋ 잘해야 b일듯
└ 우리결이 귀여움스탯 sss라 총합 s잖아
└ sf도 스탯f 공식b 넷상s지
└ 스프가 이상한거고 뭔 ㅍ가 ㅅ를 줄줄이 잡아ㅋㅋㅋㅋ
└ 하…. 진짜 졸귀다ㅠㅠㅠㅠㅠㅠㅠ
└ 강소가 저렇게 붙어다니는데 ㄹㅇ ㅆ자식 아님?
└ 특수스킬이 핑룡이란 말이 있더라
└ ㅅㅅ버리고 붙어다닐만하네 ㅇㅈ
└ 금흑핑이냐 물의 지배자 블루로 변신하자! 할수있다!
└ 용덕 아니더라도 얼굴이 ㅆ판박이
└ ㄹㅇ부모가 일반인이면 감당못하고 보낼만함 각성자 애를 어떻게키우냐 하급이면모를까 중급만되어도 애가 부모보다 쎈데
└ 어린애가 스킬 좋은거 가지고있음 납치위험도 크다더라 미성년각성자 인신매매 해외뉴스 타는거봤음
└ 부모는그렇다쳐도 이웃은 무슨죄 밥투정한다고 발만굴러도 천장 다뚫리곸ㅋㅋㅋㅋ
└ 솔까 위험하지 언제어디로 튈지모르는데 s급ㅋㅋㅋㅋㅋㅁㅊ
└ 애가 컨트롤이되냐고 격리시키는게 맞긴함
└ 결이는 귀여우니까 옆집에 살아도 좋아 얌전하던데
└ 결아 사랑해!!!111111
그동안 아동 각성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별다른 특수스킬 없는 하급이었고 중급 이상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감추어졌다. 반면에 한결은 배경부터가 화제 되기에 충분했다.
보호자는 유일한 S급 기승수 사육사이자 채터박스 파티의 승리자로 유명한 한유진. 대외적으로는 친척이지만 실은 더 진한 혈육이 아닐까 의심되는 상대가 S급 헌터 성현제. 그에 더해 스스로도 희귀한 특수 스킬 소유자로 알려진 데다가 무엇보다도 귀여웠다.
심지어 그 조그만 각성자가.
[세성 길드 전용기가 지금 막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리처드 황. S급 헌터이자 한결 군의 경호원으로 알려져 있죠.] [이사벨라 빈트 라시드 공주의 모습도 보입니다. 역시나 S급 헌터로 한결 군과, 아, 지금 보이네요!] [성녀로 이름 높은 에밀리 스펜서! 안전 문제로 유럽을 떠나는 일 없던 그녀가 처음으로 아메리카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사벨라 헌터도 성녀의 보호를 위해 합류했다는 말이 있지요. 한결 군과도 무척 친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앗! 비행기 하부 도어가 열리며 검은 드래곤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소영 헌터와 S급 기승수 코메트입니다!]S급, A급 헌터들에 더해 성녀까지 이끌고 다닌다. 이어 조그만 가방을 야무지게 맨 소년이 비행기에서 내려섰다. 눈썹을 딱딱하게 좁히고 있다가 카메라를 향해 방긋 웃는다. 여유롭게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제법 익숙해졌군.”
한결의 조끼 주머니 안에서 성현제가 작게 말했다. 웃는 얼굴 그대로 한결 또한 목소리를 낮추어 대꾸했다.
“결이한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거든?”
“인터뷰 도중에 가방으로 기자 머리를 내려치는 모습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오르는군.”
“어제 일이니까 당연하지! 그 아저씨가 자꾸 세성 길드장과 무슨 관계냐고 캐묻잖아. 재수 없게.”
“기자를 걷어차며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주는 게 한유진 군을 보는 듯했다네.”
“결이는 아빠 아들이니까! …아빠한테는 비밀이야.”
황림이 대기하고 있던 차 문을 열어 주었다. 경호원으로 10년쯤 일한 듯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타시죠, 도련님.”
한결이 어른스럽게 고개를 끄덕하곤 차에 탔다. 운전석에는 이사벨라가, 한결의 옆에는 황림이 자리 잡았다. 에밀리는 자신의 경호 S급들과 다른 차에 오르고 강소영은 코메트와 함께 차량을 보호하듯 날아올랐다.
“살살 부탁해, 공주님.”
“걱정하지 마. 새끼 고양이가 있잖아.”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사벨라가 엑셀을 콱 밟았다. 차가 출발하고 황림이 차에 도청장치가 없나 확인했다.
“깨끗해.”
“그래서 사미르는 아빠 고양이와 함께 있다고?”
이사벨라가 나직이 물었다. 한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공간에요. 목숨엔 지장 없댔어요.”
“바깥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잘 이해가 안 가지만 살아 있으니 됐어.”
차는 미국 헌터협회 본부로 직행했다. 대외적으로는 유럽 헌터협회와 미국 헌터협회의 보다 적극적인 교류를 위한 성녀의 방문이었다.
“어린아이는 들어갈 수 없단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미국 헌터협회 부회장이 직접 통보했다. 한결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착하지, 아이가 끼어들 장소가 아니야.”
“어른이라도 결이, 저보다 능력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어른은 어른이지. 여기 있는 헌터들은 대부분이 S급이고.”
“스탯 F급인 아빠한테 죄다 져놓고서.”
한결의 볼이 동그랗게 부풀었다. 그리곤 몸을 홱 돌려 대기실에 딸린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건 아동 차별이야. 미국은 평등한 나라랬으면서!”
“어린아이는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 옳다네. 앞으로 20년 정도만 더 참게나.”
“결이는 평범한 어린애들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지.”
한결이 조그만 성현제를 잡아 눈앞으로 들어 올렸다.
“세성 길드장은 들어갈 수 있어. 그렇지?”
“추천하지는 않네만. 스펜서 씨에게 맡기는 것도 괜찮아.”
“싫어. 아빠가 부탁한 일이랬잖아.”
“한유진 군은 내게 부탁했었지.”
“결이도 할 수 있어. 그리고 세성 길드장이 거들어 주면 더 잘 들어줄 테니까.”
한결의 손아귀에 붙잡힌 성현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목을 살짝 기울였다.
“머리색은 회색을 추천하지. 좀 더 나이 들게 느껴질 터이니.”
“알았어. 알았다네. 흠흠.”
한결의 모습이 빠르게 바뀌어 갔다. 이내 성인이 된 한결이 거울을 바라보았다. 옅은 회색 머리칼의 성현제가 거울에 비춰진다. 한결이 표정을 이리저리 엄격하게 바꾸었다.
“억지로 굳힐 필요는 없어. 자연스럽게. 표정보다는 자세가 중요하지. 느슨하고 여유롭게. 정장은… 이걸로 하게나.”
성현제가 휴대폰으로 정장 이미지를 찾아 한결에게 보여 주었다. 한결의 옷이 바뀌었다.
“마력은 내 것과 비슷하게. 금고에 들어갔을 때처럼.”
“…잘 안 돼.”
“분위기만이라도 내면 된다네. 내가 숨어 있기 쉽도록 가슴 포켓에 손수건을 넣고.”
“자. 근데.”
성현제와 똑같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며 한결이 말을 이었다.
“진짜 믿을 만한 거야? 그거 말이야. 회귀하기 전의 흔적.”
현재의 성현제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미래이자 과거의 성현제. 한결이 눈썹을 조금 찌푸렸다.
“너잖아. 멋대로 굴면 어떡해.”
“나이기에 도와줄 수밖에 없다네.”
성현제가 미소를 머금으며 행커치프 사이로 몸을 숨겼다.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지. S급들이 다수이니 인이어를 쓰게나.”
성현제가 성현제와 마주친 그 순간부터 빠져나오기란 불가능했다. 한결은 영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성현제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어쨌든 그의 조언을 들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럼 가볼까.”
어깨를 당당히 펴고. 한결은 화장실을 나서 회의실로 향했다.
“…세성 길드장님?”
“방문 소식은 듣지 못했는데, 어서 오십시오.”
어린아이와 S급 길드장의 대우는 확연히 달랐다. 막아서는 사람 하나 없이, 오히려 반가워하는 기색을 띠며 문을 열어 준다.
“오른쪽 헌터와는 눈도 마주치지 말게. 예전에 잠깐 연이 있었던 사이라. 관심을 주면 귀찮아져.”
“저 흑발은 내게 호의적인 헌터지만 인사는 필요 없어. 먼저 고개를 숙이면 눈만 까딱이게나.”
“무시해도 좋아. 그 옆도. 그쪽은 가볍게 눈짓만 살짝. 아, 그 멍청이는 깨끗이 무시해. 덤벼들면 황림이 나서 줄 테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한결이 손으로 입을 자연스럽게 가리며 속삭였다. 포켓 속의 성현제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가만히 있었네만. 대부분이 먼저 찾아왔었지.”
“엉망이잖아. 그리고 왜 호의적인 헌터도 무시하는 건데?”
마주치는 상급 헌터들의 3분의 2 정도는 호감을 표해 왔다. 그리고 나머지는 적대감을 풀풀 풍겼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이지. 귀찮기도 하고.”
“아빠 보고 싶다.”
“동감이라네. 한유진 군과 송태원 실장이 그리워지는군.”
한결은 성현제의 조언에 따라 뻔뻔하게 행동하며 회의실에 들어섰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결을, 성현제를 향해 몰려들었다. 한결이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었다.
“조금 늦었습니다.”
완벽하게 성현제 같은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