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690
688화 한유진 제1의원과
드르르륵, 드르르륵. 묵직한 것이 돌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따금 덜컹 어디엔가 걸리기도 했다. 트럭은 튼튼하게 인테리어 했지만 혹 모르니 두고 왔다. 급하게 달릴 필요 없으니 킥보드는 평범하게 슬슬 밀어 탔다.
귄더들의 전함은 낡아 보수가 필요한 항구 쪽에 위치해 있었다. 일반 선박들은 모두 반대편으로 대피했다. 저놈들도 항구가 밥줄인 만큼 피해는 최대한 줄이려 하는 모양이었다. 탈탈 털어서 낡은 항구 싹 리모델링해야지. 귄더 놈들 재산이야 다 이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들 돈 아니겠냐. 그러니 항구와 시장에 쏟아부어 주면 딱이다.
“꽤 머네.”
항구 근처라고 해도 당연히 정박해 있진 않았다. 배를 가지고 있는데 뭐하러 육지에 붙어서 싸울까. 생각보다 그리 크진 않았다. 2천 톤급쯤 될까. 그렇다고 해도 길이 100m 이상의 전투함이었다.
등진 하늘이 어렴풋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전투함에서 번득이던 빛이 우리 쪽을 향하고 위치를 파악한 순간.
쾅!
함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유현이가 앞으로 나섰다. 드르륵, 팔뚝 서너 개를 합친 것보다 굵은 선박용 사슬이 단숨에 당겨진다. 엄청난 힘으로 휘둘러진 사슬이 공중을 가로지르고 날아드는 포탄과 맞부딪쳤다. 하늘 위에서 요란한 소리가 퍼져 나가고 사슬을 휘둘러 띄운 그대로 유현이의 발이 앞으로 내딛어졌다.
콰득. 단단한 부두 바닥이 발바닥 모양으로 푹 꺼진다. 유현이의 몸이 크게 회전했다. 예장 자락이 흔들리고 사슬 또한 끝에 달린 닻을 추 삼아 카우보이의 밧줄처럼 빙글 맴을 돈다. 한 바퀴 돈 발끝이 다시 콱, 바닥을 깨부숨과 동시에 사슬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퍼버버벙!
그 엄청난 무게만큼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싣고 날아드는 사슬을 향해 황급히 포가 쏘아졌다. 그대로 맞았다간 제아무리 단단한 철판을 덧댄 배라 할지라도 구멍이 뻥 뚫리고 말 것이다. 두 대의 전투함이 쏟아내는 포화를 맞고 사슬이 허공에서 크게 출렁거렸다. 결국 배에 닿지는 못한 채 첨벙!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파편 또한 여기저기로 튀었다.
그사이 유현이의 손에 새로운 사슬이 들렸다. 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목에 힘줄이 바싹 세워진다. 드르륵- 사슬의 끝이 땅을 거칠게 긁으며 다시금 휙, 공중으로 치솟았다. 흔들림 하나 없는 차분한 검은 눈동자가 전투함을 향하고 굵디굵은 사슬을 던져 놓았다.
펑! 퍼엉! 포성이 기겁한 외침처럼 연달아 울렸다. 당황스럽겠지. 총이나 대포도 아니고 사슬이다. 그것도 무식하게 단단하고 커다란 사슬 닻. 다시 첨벙! 물이 크게 튀었다. 배 위에서 작은 불빛이 이리저리 오가는 것이 보였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유현이의 손에서 세 번째 사슬이 날아간다.
그 광경과 동시에.
내 시야에 시커먼 물이 비쳐졌다. S급이라 해도 스킬 없이 수면을 밟고 뛸 수는 없다. 리에트가 두 손으로 예림이의 발을 받쳐 주었다. 비행 스킬을 쓰지 않고 밀어주는 힘과 도약만으로 10미터 가까이 되는 높이를 단숨에 오른다. 배 위에 다다르기 무섭게 예림이게 손에 들고 있던 줄을 확 당겼다. 리에트가 줄에 이끌려 올라온다. 이어 리에트 역시 줄을 잡아 당겼다. 위가 아닌 옆의 배를 향해 크게 휘어서. 그 끝에 달린 노아가 사뿐히 갑판 위에 착지한다.
“올라탔다!”
“뒤쪽이다!”
“뭐? 레이더에 잡힌 건 없었는데!”
물 위가 아닌 수중. 심지어 사슬이며 파편으로 엉망인 바닷속이다. 그 요동치는 속에서 파편과 사람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지. 저 전투함의 레이더는 아직 초창기에 가깝기도 하고.
풍선 인형들이 허둥거리며 무기를 들었다. 그보다 더 빠르게 리에트가 거대 도끼를 들고 선상을 가로지른다. 총을 쏴대는 인형들은 무시했다. 리에트의 목표는 함포. 콰득! 도끼날이 포를 파고들었다. 예림이와 노아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켜요, 비켜! 다칩니다~!”
다치진 않지만 맞으면 제법 따끔하긴 한 총알을 이리저리 피하며 예림이가 포탑을 발로 찼다. 반대편 배의 노아 또한 전투함을 무장해제 시키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시야를 통해 포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유현아.”
내 부름에 유현이가 다시 사슬을 들었다. 이번에는 닻 대신 갈고리가 달린 것이었다. 함포의 방해 없이 갈고리 사슬이 밝아오는 하늘을 가른다. 콰득, 배에 고리가 걸렸다. 예림이가 훌쩍 뛰어와 고리를 밟아 더욱 깊숙이, 단단히 박아 넣었다.
다른 쪽 배에도 사슬이 던져졌다. 두 대의 배에 갈고리가 걸리고, 자동차 리모컨을 꺼내 들었다.
“와라, 퐁퐁아.”
항구 저편에서 트럭이 달려왔다. 운전석에는 퐁퐁이가 타고 있었다. 물론 화분이 운전한 건 아니고 간단한 직선 자동주행이었다. 퐁퐁이는 운전면허가 없으니 운전하면 안 되지. 물론 나도 운전면허는 없지만 퐁퐁이를 옆으로 옮기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차를 빙글 돌려세웠다.
“아아, 시민을 가족처럼, 가족사랑당 한유진입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지지 부탁드리겠습니다~.”
홍보 나왔으니 내 직업상 트럭 쓰는 거 맞다.
“유현아, 묶어!”
사슬의 끝이 트럭에 묶였다. 둘이 합쳐 4천 톤급 배와 2.5톤 트럭이다. 땅이 아닌 물 위의 배라고 해도 당연히 상대가 안 되어야 맞다. 유현이가 트럭 앞에서 한쪽 사슬을 붙들었다. 이어진 사슬을 타고 미끄러지듯 달려 온 리에트도 다른 쪽 사슬을 붙잡았다.
“전룡화 하면 달랑 들고 올 수 있는데~.”
“예, 예. 당겨!”
외침과 함께 액셀러레이터를 한껏 밟았다. 트럭 바퀴가 움직이고 유현이와 리에트가 사슬을 당기기 시작했다. 끼기긱, 사슬이 팽팽하게 직선을 그린다.
“신이시여!”
“항복! 항복!”
두 대의 전투함이 서서히 항구 쪽으로 끌려온다. 사슬을 끊으려는 인형들은 예림이와 노아에게 제압당했다.
전투함을 부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폭탄 가져다 붙이고 터뜨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아깝잖아. 이게 다 시민들 뜯어서 만든 것일 텐데. 최대한 멀쩡하게 챙겨다가 재활용해야지.
쿵! 배와 배가 가볍게 부딪쳤다.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풍선인형들이 데굴데굴 구른다. 몇몇은 바다로 뛰어내려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헤엄쳐 부두로 기어 올라가 봤자 항구는 이미 포위되었는데 말이야.
배가 부두에 근접하고 완전히 기가 죽은 귄더들이 줄줄이 항복했다. 이렇게 잘 끝나면 완벽하겠지만.
[오늘의 주사위!]“타이밍 한번 끝내주지!”
빌어먹을 복불복 주사위가 떴다. 운이 나쁘면 기껏 쌓아 올린 경력 모래성 되는 주사위판. 그래서 이왕이면 주사위를 던진 뒤 항구를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정해졌고 밤새 주사위는 나타나지 않았다.
잘 나오면 정말 좋지. 그러나 꽝이 떠서 한유진 팀이 귄더들을 물리치지 못했습니다! 라는 결과가 되면 완전 망한다. 이대로 운에 맞기기엔 지금까지 결과가 영 아니었잖아. 그러니까.
“정리 부탁한다!”
크게 소리치곤 트럭에서 뛰어내려 킥보드에 올라탔다. 부둣가를 따라 내달리는 나를 주사위가 데굴데굴 따라온다.
[10분 내로 던지지 않을 시 자동 전환됩니다!]알았어,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봐라! 덜컥, 킥보드를 쓰러뜨리며 뛰어내렸다. 전투의 여파가 적은 부두 끝으로 달려가 트럭에서 챙겨 온 것을 손에 들었다. 그리곤 소리쳤다.
“나는 프로 낚시꾼이 되어 낚시대회를 휩쓸겠다!”
네, 전직합니다! 재빠르게 미끼를 끼우고 낚싯대를 휘둘렀다. 퐁. 바다 위로 찌가 둥실 떠오른다. 한 손으로 낚싯대를 붙잡은 채 다른 손으로 주사위를 들어 올렸다.
“주사위님, 대물 낚게 해주세요!”
6자 참돔 부탁드립니다. 주사위를 힘껏 던졌다.
[1!]간만의 1이었다. 미니 내가 어이없어하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4가 나와 3칸 앞서가 있던 미니 성현제가 미니 나를 돌아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리곤 얼른 오라는 듯 손끝을 까딱한다. 와, 건방져. 미니 내가 짜증을 내며 한 칸 폴짝 뛰었다.
[당신의 직업에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났습니다! 조심하세요!]라이벌? 그때 찌가 쑥 가라앉았다. 헉, 진짜 낚였어? 급히 낚싯대를 당기자 묵직한 느낌이 찌르르 몰려들었다. 정말이냐. 코앞에서 저 난리를 쳤는데 어떤 간 큰 물고기가!
“헐, 이거 큰데? 힘 엄청 세! 윽, 유현아! 형이 고기 잡은 거 같다!”
버티기 힘들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이게 바로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건가. 1미터쯤 되는 거 아니야? 물고기 맞아? 상어인가? 낚싯대가 크게 휘어지고 거뭇한 그림자가 수면 가까이 올라왔다. 진짜 커!
“월척-.”
촤아아! 바닷물이 치솟으며 거대한 문어가 튀어나왔다. 놈이 다리를 뻗어 내 월척을 휘감는다. 문어 눈알이 빙그르 나를 돌아보았다. 어… 설마 라이벌이 저 문어선생님이신가요. 뚜둑, 낚싯줄이 끊어지며 문어가 은빛 비늘의 커다란 내 물고기를 빼앗아갔다. 잠깐만, 라이벌이 아니라 그냥 도둑놈이잖아!
“야!”
문어가 꿈틀거렸다. 아니 맛있게 잘 잡수시라고. 내 월척과 함께 문어가 바닷속으로 사라져 갔다. 하하.
[라이벌은 당신을 계속해서 쫓아다니게 됩니다.]“…음, 낚시는 적성에 안 맞나 보구나. 바다 근처에는 안 와야지. 다시 의원으로 전직합니다. 정치하겠습니다.”
문어는 물 밖에서 못 살아서 다행이다. 뭐, 쫓아 나오면 유현이가 잘 구워 주겠지만. 덩치가 클수록 맛있다잖아.
주사위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다시 트럭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예림이와 노아가 귄더들을 배에서 끌어내렸다.
“어떻게 됐어요?”
“내가 이만 한 물고기를 낚았는데 말이야, 주사위 운이 나빠서 문어에게 빼앗겨 버렸지 뭐냐. 1미터는 됨 직해 보였는데. 진짜로.”
내 말에 예림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저씨 그 잠깐 사이에 낚시꾼 다 되셨네.”
아니 진짠데. 억울해하며 유현이를 올려다보았다.
“형이 정말로 월척 낚았어! 1미터짜리 물고기!”
“응. 형은 몬스터도 많이 잡았잖아. 일본에서 거대 거북이도 잡았고. 100미터가 넘어 보였었지.”
유현이가 1미터 정도야 작지 않느냐는 약간 엇나간 소리를 했다. 몬스터 사냥과 낚시는 좀 다른 건데 뭐라고 설명해야 하냐.
“다시 가서 잡을까? 더 큰 것도 있을 거야, 형.”
그러니까 요즘의 낚시란 생계를 위한 사냥이 아니라 일종의 스포츠 활동으로… 아냐 됐다. 그냥 쉽게 잡을 수 있는 걸 낚싯대 드리우고 물고기가 물어 주기를 기다리는 행동을 왜 하는 것인가 납득 가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게 왜 재밌는 걸까.
저만치서 경찰들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여깁니다, 여기! 다 잡아넣으세요!
[항구 해방!!!] [활성화되기 시작한 동북 구역!] [동쪽 상업지구, 북쪽 신 항구 개발안 빠르게 통과!] [가족사랑당 한유진 의원, 그는 누구인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어린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갖은 노동 끝에 작은 트럭을 손에 넣어-.] [새로운 패션 유행 예감, 날개, 날개를 달다. 골드와 옐로우로 물들이세요.] [한유진 의원의 세미 정장. 리본이 포인트!]전 도시가 떠들썩해졌다. TV 채널마다 내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비춰졌다. 정치 데뷔 복장의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그게 무려 패션 잡지 표지를 장식했다. 쪽팔려 죽겠다. 내가 살다살다 패션 잡지 메인으로 나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심지어 유현이나 예림이 버프도 아니고 순수하게 내가, 자, 잘생겨서, 흠흠.
신입 시의원인 내 실적 평가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1의원이 되지 않으면 이상하다 못해 항의가 쏟아질 분위기였다. 물론 모두가 나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유진 의원, 과거 귄더였다?] [난폭한 동쪽의 왕. 경매 물품의 행방은.]아주 잠깐 발 들인 직업과 배송 실패를 걸고넘어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더러 귄더라 하기엔 한 짓이 없는걸. 경매 물품은 죄다 찾아서 잘 돌려줬고 귄더가 아닌 일반 시민을 공격한 적은 없… 성현제 빼고 없었다. 차라리 귄더 사냥꾼이었다고 하는 편이 맞지.
덕분에 내 흠을 잡는 기사들은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하고 이내 사라졌다.
“최신 유행입니다, 송 실장님.”
송태원이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나를 바라봐왔다. 내 손에는 작은 날개가 들려 있었다. 하얀색 솜털이 보송보송한 귀여운 날개였다.
“프릴보단 낫잖아요. 저도 달았어요.”
할로윈의 큐피드라도 된 것 같지만 드레스보다야 날개지. 내건 연하늘색이었다. 유현이도 연하늘색, 예림이는 검은색, 노아와 리에트는 금색을 달았다. 현아 씨는 선물하기도 전에 화려한 붉은 날개를 달고 있었다.
“우리 성 회장님 것도 가지고 왔는데 안 계시나보네. 자자, 한번 착용해 보세요.”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요.”
“일이 술술 잘 풀리니까요.”
망할 주사위도 잘 넘겼고, 나쁘지 않았다. 이번 게임 이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또 좀 울적해지긴 하지만 잠깐이라도 즐겨야지.
“송 실장님 인기 되게 많으시던데요. 그럴 만하지만. 그래서 말인데요, 어때요?”
성현제가 이대로 적당히 큰 회사 회장님으로 끝낼 거 같지가 않았다. 높으신 분들 중에서도 단골이 수두룩한 이 와인 바. 여기가 포인트겠지. 목소리를 낮춰 은근슬쩍 물어봤으나 송 실장님은 대답 대신 하늘색 잔을 밀어왔다.
“음, 역시 입이 무거우셔.”
달달한 칵테일을 홀짝였다. 주사위는 또 비슷한 방법으로 넘겨 버리면 되고, 제1의원은 확정된 자리나 다름없었다. 1억과 빌라 판 돈은 미리 투자해 놓아서 알아서 쑥쑥 늘어날 테고 귄더들 정리한 포상금도 장난 아니게 나올 거라고 하였다.
이 정도면 내가 이길 거 같았다. 성현제가 갑자기 시장이라도 되지 않는 한은 말이다.
그리고 다음 날.
[가족사랑당 한유진 의원, 제 1의원 결정!]반가운 소식과.
[멜론드 시, 미랑글룬 시에 선전포고!]날벼락 같은 소식이 신문 1면을 차지했다. 갑자기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