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
7화 헌터 협회 (1)
박예림을 찾으러 가기 전 각성자 등록을 하고 계약서 아이템을 사기 위해 헌터협회로 향했다.
한국 헌터협회.
시작은 정부가 세운 각성자 등록소로 여기에 3대 거대 길드의 힘이 더해지면서 협회로 자리 잡았다. 해외의 다른 헌터협회들 또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현재는 정부 지분 51%, 3대 길드 지분 30%, 기타 길드 지분 19%인 국가기관이지만 5년 뒤에는 길드의 힘이 더 커지면서 대부분의 지분을 빼앗기고 만다.
정확히는 해연 길드가 차지했지.
‘생각할수록 유현이 놈, 회귀 전에도 제정신은 아니었어.’
그런 대단한 길드의 주인장이 쓸모없는 형 하나 구하겠다고 목숨을 걸다니. 이해가 안 된다니까.
그래도 덕분에 목숨도 구하고 회귀도 하고 L급 칭호도 두 개나 얻었으니 유현이가 미친 짓 좀 해도 내가 참아야지, 어쩌겠냐.
주말이라서인지 헌터협회의 각성자 등록 대기실에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각성자의 대부분은 스킬도 스탯도 F인 일명 더블F로 헌터 일을 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다들 등록은 하러 왔다. 정부에서 각성자 등록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을 주기 때문이었다. 각성자 등록만 해도 100만 원의 보조금이 나오니 돈이 썩어나지 않고서는 다들 협회를 찾아왔다.
기계에서 대기표를 뽑고 의자로 가 앉았다. 번호를 보니 시간 좀 걸리겠다 싶었다.
“야, 저 사람 A급 헌터 김성한 아니냐?”
“어? 진짜네?”
대기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나를 따라온 김성한을 알아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A급의 유명세는 S급에 비해 떨어지지만 김성한은 얼굴도 이름도 잘 알려진 헌터였다. 반은 유현이 영향이고 나머지 반은 동대구역 A급 던전 브레이크 때의 활약 덕분이었다.
던전 내 몬스터의 수가 과도하게 늘어날 시 발생하는 던전 브레이크. 몬스터들이 던전 밖으로 우글우글 쏟아져 나오는 위험천만한 사태지만 관리가 잘되는 요즘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알려진 던전이 터지는 경우는 아예 없다시피 하고 신규 던전의 발견이 늦어질 경우 가끔 발생했다.
“근데 왜 저기 서 있지?”
“아까 저 사람이랑 같이 들어오던데.”
사람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김성한 옆에 앉아 있는 내게로 향했다.
“A급 세워 놓고 저 사람만 앉아 있네.”
“대단한 사람인가? 보니까 지키듯 서 있는 거 같은데, 호위로 온 건가?”
“대기표 들고 있으니 각성자 등록 전인 모양인데 A급이 따라올 정도면 장난 아닐 듯. 오늘 해연 길드에서 S급 신인 나오는 거 아니냐.”
아니요, F급 예정입니다. 나는 김성한을 올려다보며 작게 말했다.
“앉으시지요.”
“됐습니다.”
“그냥 앉아 주시면 안 됩니까.”
“서 있는 편이 만약의 사태에 대응하기 좋습니다.”
다른 데도 아니고 헌터협회 내부인데 무슨 일이 있겠냐고. 심지어 여기엔 각성자 등록하러 온 초짜들밖에 없는데.
‘괜찮은 신인이 있는지 살펴나 볼까.’
될성부른 떡잎을 써서 아까부터 떠드느라 정신없는 남자를 확인해 보았다.
[각성자 – 신민호현재 스탯 등급 F
각성 가능 스탯 등급 F~E
최적화 초기 스킬
빠른 발(E) 획득 실패
뜀뛰기(E) 획득
던지기(F) 획득]
각성 스탯도 한 단계 떨어지고 최적화 초기 스킬도 다 얻지 못했다. 그래도 E등급 스킬이 있으니 헌터 자격은 얻겠네.
‘윽.’
FF급 두 명을 더 확인하자 짧은 통증이 머리를 울리고 사라졌다. 마나의 절반을 소모했다는 신호였다.
‘될성부른 떡잎 상태 확인 스킬은 6번이 한계로군.’
마력 수치가 2이니 당연한가.
생명력과 마나는 상태창에 표시되지 않았다. 게임처럼 빨갛고 파란 막대기로 표시된다면 참 편할 텐데, 그렇지 않기에 몸의 상태로 짐작해야만 했다.
생명력이야 눈으로 보면 멀쩡하네 반쯤 죽었네 다 죽어가네 대충 알 수 있었지만 문제는 마나였다. 마나 잔여량을 확인하는 방법은 5년 뒤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지닌 마나의 절반을 소모하면 짧은 두통이 느껴지고 1할 이하가 남으면 정신을 잃는다.
독 저항 같은 패시브 스킬은 보통 마나가 소비되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최적화 각성이나 내 새끼는 상태 확인보다 마나 소모가 더 클 텐데.’
내 새끼가 최고는 무려 L급이니 마나를 장난 아니게 잡아먹겠지. 유현이한테는 칭호 첫 부여 효과로 패시브처럼 사용되었으니 괜찮았지만 지금 썼다간 스킬 실패하고 기절해 버릴지도 몰랐다.
‘역시 레벨을 조금은 올려 둬야겠어.’
그러려면 던전엘 들어가야 하는데 유현이 놈이 알았다간 펄펄 뛰며 막겠지. 몰래 들어가야 하나.
“56번부터 65번까지 들어오세요.”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 협회 직원을 따라 들어간다. 그렇게 한 무리가 더 들어간 다음에야 내 차례가 왔다.
안으로 들어가자 칸막이가 있는 책상이 늘어져 있었다. 직원이 사람들에게 종이를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종이, 각성자 등록 신청서에는 인적사항에 더해 스탯과 스킬을 적는 란이 있었다. 이걸 작성하고 나서 거짓은 없는지 확인한 뒤에 각성자 등급이 정해진다.
나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펜을 들어 빈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스탯과 기초 스킬만 적고 칭호는 쓰지 않았다. 스탯은 바로 측정되지만 스킬이나 칭호는 측정 기술이 없어 숨기면 확인이 불가능하다. 관련 스킬을 가진 헌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드문 데다가, 남의 스킬창 함부로 들여다봤다간 싸움 나기 십상이었다. 헌터들 사이에서는 예민한 문제였다.
‘애초에 부풀려 적는 사람은 있어도 줄여 적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나 같은 특이 케이스가 아니고서야 일부러 등급 낮게 받을 필요가 있겠냐. 등급 한 단계에 대접이 팍팍 달라지는데. 게다가 C등급 이상이면 이런저런 혜택도 많았다.
“저 사람이 S급 신인이야?”
“A급 김성한이 모셔 온 해연 길드 새 S급?”
아니다. 아니라고, 이 인간들아. 대체 얼마나 지났다고 단순한 추측이 벌써 기정사실이 되어 버린 거야. 거기 너, 어딜 급하게 전화 거는 거냐. 헉, 저기 오는 협회 사람은 직급이 높아 보이는데. 설마 나 때문에 온 건 아니겠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헌터협회 각성자 등록담당부 부장 석기명입니다.”
그가 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시바, 아니라고. 인사하지 마.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작성하신 신청서를 잠시 확인할 수 있을까요.”
“…여기요.”
벌써부터 쪽팔리기 시작했지만 그냥 신청서를 내밀었다. 한 자릿수 스탯과 E등급 스킬을 본 석기명 부장이 눈살을 미미하게 찌푸렸다. 야, 나 L급 스킬만 다섯 개거든?
“…음. 그럼 수고하게나.”
신청서 확인하고는 바로 말을 놓아 버린다. 정중하던 태도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더럽네, 정말. 회귀 전에도 많이 겪은 일이지만 그래도 더럽다.
“뭐야, S급 아니었어?”
“저 사람 태도 보니 아니네.”
“근데 왜 S급인 척했대.”
그런 적 없다고, 이 새끼들아! 지들이 헛다리 짚어 놓고 척은 무슨 척이야!
‘나랑 유현이 놓고 소설 써재끼던 기레기 놈들이 생각나는구만.’
으… 떠올리니 속이 다 쓰리다. 내 열등감 폭발에 기레기 새끼들도 3할 정도는 기여했지. 유현이 찬양하는 기사에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던 게 무능한 형과의 비교질이었으니.
따가운 시선 속에서 신청서를 제출하고 하급 능력 측정실로 향했다.
“착용하거나 소지하신 아이템이 있습니까?”
측정실 직원이 사무적인 어조로 물었다.
“아니요.”
“측정기 위에 올라서 주세요.”
시키는 대로 둥근 원반처럼 생긴 측정기 위로 올라갔다.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을 재료로 써서 만든 측정기가 약하게 빛을 발하더니 이내 결과가 떠올랐다.
“체력 6, 근력 4, 민첩 5, 정신력 4, 마력 2 측정되었습니다.”
정확하네.
“스킬은 E급 정신력 업과 E급 민첩 업을 지니신 것이 맞습니까?”
“네.”
“도우미를 향해 스킬을 사용해 주세요.”
버프 스킬 확인을 위한 도우미가 앞으로 나섰다. 마나가 모자랄까 봐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스킬을 쓰는 도중 기절하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마나 포션 몇 개 사야겠어.
능력치 확인을 끝마치고 사진 기계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증명사진 크기는 물론이고 전신까지 앞뒤로 체크한 사진 정보는 바로 협회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이어 잠시 대기했다가 호출 소리를 듣고 자격증 발급처로 다가갔다.
“한유진 님께서는 F등급 각성자이며 헌터 자격 조건에 부합되십니다. 헌터 자격증 발급 및 던전 입장은 신인 헌터 대상 기초 프로그램을 수료하신 후부터 가능합니다. 프로그램을 신청하시겠습니까?”
“해연 길드 보증서로 수료 신청하겠습니다.”
이미 길드에 들어갔거나 들어가기로 예정된 신인 헌터는 길드의 보증으로 기초 프로그램을 건너뛸 수 있었다. 길드 내 신인 교육이 훨씬 더 질 좋기 때문이었다.
나는 해연 길드 보증서를 직원에게 내밀었다. 보증서를 확인한 직원이 키보드 위로 바쁘게 손가락을 놀린다.
“보조금 수령하실 계좌번호를 알려 주세요. 본인 명의만 가능합니다.”
“백일은행 995-04-109982요.”
백만 원이나 공돈이 생겼다. 협회 만세.
길드 보증을 받았기에 바로 헌터 자격증이 발급되었다. 헌터 자격증은 주민등록증과 같은 크기에 증명사진과 함께 일련번호와 등급, 이름이 표기되어 있었다. 나는 자격증을 받아 든 뒤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서 바로 헌터 쇼핑몰로 올라가는 길이 있나요?”
밖으로 나가면 감시인이 따라붙어서 귀찮다. 협회 안에서까지 따라다닐 필요는 없잖아.
“오른쪽 복도 끝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직원의 말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바로 쇼핑몰로 들어가는 옆문이 나왔다. 문 근처에 자리 잡은 ATM 기계가 보였다.
‘유현이가 얼마나 줬는지 확인해 볼까.’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며 ATM 기계로 다가갔다. 헌터 쇼핑몰 전용 기프트 카드. 계약서 살 돈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적당히 넣어 놨다며 내민 거였다. 동생에게 용돈 받아쓰려니 좀 민망하지만 헌터용 아이템은 죄다 비싸서 내 가난한 지갑으로는 감당이 안 되었다.
능력 좋은 헌터들 찾아주는 걸로 갚으면 되지 뭐.
‘A급용 계약서가 사오백 한다고 했으니 천만 원 정도 넣어 줬으려나.’
이왕이면 S급용으로 사고 싶은데 그건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다. A급용보다 못해도 배는 더 비싸겠지. 마나 포션도 필요하니 일단 A급용으로 살까.
기계에 카드를 넣고 잔액을 확인하자 이내 숫자가 화면에 떴다.
[잔액: 1,000,000,000원]…0이 대체 몇 개야.
‘유현이 이 미친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