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06
705화 늑대 사냥꾼 (2)
들끓는 무기가 공중을 느릿이 배회한다. 이곳에 머물 수 있는 10분 중 8분이 남았다. 고작 2분 만에 SS급 헌터를 잡은 것이었다. 아니, 늑대라고 해줄까.
“무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주면 좋겠는데 말이죠.”
서랍 속의 SS급 무기는 아직 여럿 남아 있고 가지고 나갈 수도 없지만 그래도 녹여 버리기 아깝긴 했다. 원래 이건 런던에서 여차하면 쓰려고 했던 방법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미리 무기가 꺼내져 있었던 것이고. SSS급 몬스터를 끌고 들어오면 부담이 크다고 해서 보류해 두었지만.
죽은 헌터로부터 장비를 빼냈다. 다른 헌터들을 살해하며 장비도 탈취했는지 보조 무기도 전부 S급이다. 아쉽게도 은혜는 다른 놈이 가지고 있었다. 이 시체는 어쩌지.
“음, 성현제 씨. 여기 관리자가 있는데 제가 일부러 만들어 낸 건 아니에요.”
“관리자?”
“여긴 명우네 대장간 비슷한 공간이거든요. 지금 나타나는 사람은 이스무아르 같은 존재라는 거죠. 진짜도 아니고 제가 일부러 만들어 낸 것도 아닙니다. 71번.”
내 부름에 71번이 나타났다. …각성 전의 교복차림 십대의 모습으로. 여기 들어오기 전에 예전 집에서 잠든 유현이를 생각해서일까.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놀랍군. 한유진 군이 동생을 이런 식으로도-.”
“아니라니까! 유현이를 부려먹거나 할 생각은 조금도 없고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상대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하인 노릇 시킬 거면 차라리 세성 길드장 성모 씨로 만들고 말지. 아무튼 71번. 이 시체 처리해 줄 수 있겠어?”
아직 넷이나 남았으니 시체를 가지고 나갔다가 발견되면 귀찮아진다. 그렇다고 대충 내버려 두기는 찝찝하고. 71번이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고등학생 동생이 반쯤 잘린 사람을 보고 있는 꼴이라 무심코 눈살이 찌푸려졌다. …유현이가 아무렇지 않다고 해도, 그래도 곱게 키우고 싶었는데.
“SS급에 초월자와 미약하나마 연결된 존재로군요. 주인님의 공간 이해도 및 장악력이 아직 낮은 편이라 효율은 떨어지겠지만 직접적인 마력 보충 재료로 사용 가능합니다.”
“마력 보충이 가능하다고? 내 장악력이 그새 5퍼센트를 넘었어?”
“약 3퍼센트입니다. 초월자의 종속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출입 4~5회분 마력이 보충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서랍에 들어올 수 있는 횟수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다행이었다. 그보다 장악력이 3퍼센트라니, 많이 올랐네. 처음엔 0.01퍼센트 미만이었는데 시스템 임시 관리자로 일한 덕분인 걸까.
“그럼 부탁할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밖으로 나갔다. 내동댕이쳐졌던 뱀이 나를 보곤 기어왔다.
– 시익.
“네 주인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다. 이리 와. 머리 위의 너도 팔로 내려오고.”
뱀들이 내 말대로 양 팔목으로 가 휘감겨 장식으로 변했다. 두 마리 다 B급 정도의 몬스터였지만 독만큼은 강력했다.
“셋 중 누구지.”
신호탄을 꺼내는데 성현제가 물었다.
“음, 유현이요. 티 납니까.”
“단순한 적일뿐인 헌터라면 시체를 망설임 하나 없이 재료로 쓰진 않을 테니. 평소의 한유진 군이라면 조금쯤 꺼림칙한 기색을 보였겠지. 그래서 도련님의 능력을 쓸 수 있게 된 건가.”
“네. 제 스탯이 F급이니까 이번 게임에서 절 보호하는 팀원이 사망하면… 능력을 받아오게 되어 있어요. 시간제한 있고요.”
보은 스킬은 두 배지만 지금은 동일한 능력치다. 그래서인지 내 말을 의심하진 않는 듯했다. F급인 내게 주어질 만한 덤이었으니까.
“막내 아가씨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천천히 심호흡을 해보게.”
“별이 두고 온 지 아직 한 시간도 안 지났잖아요. 잠깐 운 것뿐이라고 했고. 내내 저랑 같이 있다가 따로 떨어지게 됐으니 놀라는 게 당연하죠. 그래도 결이랑 소영 씨가 잘 달래 줬나 봐요.”
종일 울며 아빠와 형을 찾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금방 그쳤다니 오히려 안심되는 말이었다. 탕! 하늘을 향해 신호탄을 쏘았다. 10분 후 두 번째 늑대가 출발할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니 10분 대기 룰을 없앴으면 싶은데, 안 되나.
“내가 직접 몸 바쳐 달래 드렸지.”
“아무거나 입에 집어넣으면 안 되는데!”
“이번엔 쥐고만 있었다네. 약간 흔들고, 한결 군이 붙여 준 날개를 잡아당기고…….”
“애 잘 돌보시네, 든든하기도 해라. 얼른 늑대 다 잡고 집에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도 집에 가야지. 바로 한 시간 전의 풍경이 몇 달은 흐른 것처럼 느껴졌다. 길게 숨을 내쉬며 발로 주변 흙을 파헤치고 단검 끝으로 팔을 그어 피를 냈다. 옷도 좀 찢고 구른 것처럼 얼굴에 흙도 묻히곤 나무에 기대 주저앉았다.
“주머니 속에 잘 숨어 있어요.”
“…단순히 전투에서 이기는 게임이 아닌 듯하군.”
“그냥 술래잡깁니다.”
눈치 빠르긴. 시스템 창을 열어 10분 대기를 없앴다. 내게 불리하게 바꿔서인지 쉽게 받아들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접근해 오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F급 상대라고 기척을 숨기지도 않는다. 그럼 서랍에 두 번째 먹이를 보충해 줘 보실까.
[현재 점수한유진 팀: 1
성현제 팀: 1]
두 번째 헌터가 출발하고 3분 뒤, 점수가 갱신되며 신호탄이 울렸다. 세 번째 헌터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너무 빠른데.”
한유진이 바로 항복을 외쳤다면 금방 끝나는 게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빨랐다. 세 번째 헌터가 의아해하면서도 땅을 박찼다.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숲속으로 사라진다. 출발점에 남은 초화운도 미간을 희미하게 좁히며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첫 번째가 20분을 채웠었나.”
시간 창은 해당 헌터에게만 나타났고 따로 재보진 않았다. 묵묵히 서 있던 마지막 차례의 헌터가 입을 열었다.
“20분보다 짧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그보다 둘 다 돌아오지 않는군요. 승패가 나면 바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걸까요.”
초화운의 시선이 헌터가 사라져간 숲을 향했다. 고요하다. 비명 소리는커녕 희미한 신음성 하나 나지 않았다. 무언가 부서지거나 박살 나는 소리도, 터져 나가는 폭음 하나 없었다. SS급과 F급이다. 소리 없이 단숨에 제압당했다 볼 수 있겠지만.
‘한유진.’
F급은 다름 아닌 그놈이었다. 초화운의 미간 사이가 더더욱 깊은 선을 긋는다.
S급 몬스터를 키워내고 비각성자의 각성 예상 등급을 확인하며 다른 헌터에게 버프를 줄 수도 있었다. 강력한 독 저항 또한 쓸모가 많았다. 그러면서도 스탯 등급은 무력한 F급. 다시 말해 상급 헌터들의 유용한 도구로서 타고 난 존재였다.
초화운 또한 한유진에게 호감을 가졌었다. 길들여 옆에 두고 다양하게 사용할 예정이었으며 당연히 그리 되리라 생각했으니 싫을 이유가 없었다. 기가 센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놈들이 한번 꺾이면 더욱 고분고분해지는 법이니. 제법 사납게 이를 드러내고 겁 없이 혀를 놀려대었으나 그래 봤자 F급은 F급이었다.
발길질해 대는 토끼를 무서워할 호랑이가 어디 있을까. 초화운은 나름 즐기고 있었다. 저를 구출하러 온 동생이 붙잡히면 한유진도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얌전해지기 시작하면 달콤한 사탕도 입에 물려 줄 생각이었다. 체벌과 보상이 함께해야 효과가 더욱 좋으니. 그렇게 혓소리 한 번에 달려와 배를 뒤집고 꼬리를 흔드는, 완벽히 훈련된 개가 되었어야 했다. 한유진은.
하지만 섬이 불타오르며 초화운의 계획은 산산조각 났다.
‘인간은 동등하지 않다.’
타고 나기를 다르게 태어나며, 각성자가 나타나면서 그 한계는 더욱 명확해졌다. 위에 서는 자들과 아래에 깔리는 자들은 애초에 정해져 있는 것이다. 초화운의 세상은 그러했다. 가장 위쪽에 있는 이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였고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더 뛰어난 자가 사회를 이끄는 것에 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이따금 튀어나오는 불순한 놈들도 결국은 힘에 억눌려 굴복했다. 한유진 또한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놈은 초화운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뿐만 아니라 S급들 사이에 끼여 마치 자기가 상급 헌터라도 된 것처럼 굴었다. 초화운의 유일한 실패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바닥을 기어야만 하는 F급이.
그렇기에 초화운은 한유진을 잡아 자신의 밑에 내리눌러야만 하였다. 그가 다시 원래의 지배자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믿는 세계의 법칙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계의 존망도 세상 밖의 존재들도 그들을 모시는 광신도들도 초월자들의 내기도 아무 상관 없었다.
한유진의 굴복. 천출을 원래의 자리에 끌어내리는 것만이 초화운의 유일한 목표였다.
[한유진 팀: 2]점수가 갱신되었다. 두 번째 헌터가 출발하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초화운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다. 또 다른 헌터, 제라르 역시 딱딱한 얼굴을 했다.
“불신자가 5분 만에 점수를 얻었습니다.”
“그놈이 포기했을 리는 없고, 죽인 건가.”
그것 외의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초화운과 제라르가 무기를 들었다. 방법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유진이 세 번째 헌터를, 어쩌면 앞의 두 헌터까지 모두 제압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풀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그때, 초화운이 검을 든 팔을 크게 휘둘렀다. 날카롭게 퍼져 나간 마력이 수 미터 떨어진 나무를 베어 가른다. 우지끈 넘어지는 나무 위로 푸른 버들잎이 흩날렸다. 가느다란 잎사귀 위로 한유진이 내려선다.
“역시 눈치챘네.”
미소 띤 눈가로 검은 머리카락이 흔들거렸다. 언제 맞고 굴렀냐는 듯 한유진의 외모는 깔끔했다. 찢어졌던 옷까지 갈아입어 마치 가볍게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의 주위로 붉게 녹아내린 검이 맴돌고 있었다. 세 명의 헌터로부터 빼앗은 S급 무기를 녹여 만든 SS급 검이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무슨 재주를 부린 거냐.”
“나쁜 소식. 늑대 세 마리는 깔끔하게 잡아먹혔답니다~. 1점 하나 내준 건 놈의 머리를 댕강 잘라 버리기 전에 항복을 외쳐서야. 연속 2점을 따버리면 의심할 테니까.”
한유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엔 좋은 소식. 내 스탯은 S급이랍니다. 개새끼들보다 낮지. 어때, 기쁘지 않냐.”
한유진의 말대로 그의 기세는 두 헌터들보다 약했다. 여느 S급에 비할 바는 못 되었지만 SS급 수준은 분명 아니었다. 그러나 초화운도 제라르도 방심하지 않았다. 이미 SS급 세 명이 저놈의 손에 죽었다.
“잘도 기어 나왔군.”
“끝까지 한 놈씩 잡으면 편하긴 할 텐데 아무리 인간 포기하고 개새끼 되겠습니다! 한 지능이라도 눈치 못 챌 리가 없잖냐. 아, 혹시 까맣게 몰랐어? 미안, 내가 과대평가를 한 모양이네. 아쉬워라.”
초화운은 대꾸하는 대신 제라르를 향해 눈짓했다. 둘의 마나가 엉기고 그들의 손에 가시창이 나타났다. 사냥감을 쫓는 창. 늑대 일족의 힘이 더해질수록 속도와 명중률이 올라가는 스킬이었다.
피잉-
두 개의 가시창이 공기를 갈랐다. 한유현을 덮친 다섯 개와 달리 공간이동급 속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한유진의 앞으로 치닫는다. 한유진의 몸이 공중으로 휙, 뛰어 돈다. 전투예지에 힘입어 창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늑대들의 손에 또다시 창이 나타나고 허공을 맴도는 한유진이 한쪽 팔을 앞으로 길게 내밀었다. 그 손목의 팔찌가 활로 변화했다.
거대한 크리스털을 깎아 만든 듯 투명하고 아름다운 활에 녹아내린 검의 일부가 화살이 되어 걸린다. SS급, 불의 조각 버프가 더해져 SSS급의 불길이다. SS급 활이라 해도 버티기 힘든 열기였지만 활은, 그 어떤 무기보다 단단한 은혜는 불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반짝였다.
창이 또다시 던져졌다. 동시에 활시위가 놓였다. 화르륵! 이글거리는 화살이 두 개의 창과 맞부딪치고 가시창이 여름 태양 아래 눈처럼 녹아내린다. 한순간에 가시창을 삼킨 화살이 그대로 두 늑대를 향해 들이박혔다.
쾅!
불꽃이 터졌다. 초화운과 제라르가 재빠르게 화살을 피하고 치솟은 불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어 두 발, 세 발- 화살이 날아든다. 한유진이 활을 당기며 첫 번째 화살이 꽂힌 곳으로 버들잎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그가 접근하자 화살이 다시 녹아내린 금속으로 변하여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사냥하면 역시 활이지.”
불이 빠르게 숲을 삼켜 나갔다. 그와 함께 녹아내린 마지막 문이 발동되었다. 역시나 조각의 버프를 받아 등급이 상승하고 불이 더욱 거세어졌다.
“한유진!”
초화운이 노기 어린 외침을 토해냈다. 그가 짓눌러야 할 F급이 하늘 위에 올라섰다. 불길을 휘감고 보석과도 같은 활을 손에 들었다. 전신은 물론 희게 깨끗한 얼굴에 흠 하나 없었으며 불빛이 어린 검은 두 눈은 땅을 기는 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누가 보아도 사냥꾼과 사냥감이 명백하게 갈리는 그 광경에 초화운의 이가 빠드득 거친 소리를 냈다.
“개가 짖네.”
무심한 대꾸와 함께 한유진의 손끝이 주위를 맴도는 금속성 액체를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녹아내린 검이 더욱 진득한 마나를 머금고서 화살이 되어 그의 손에 안착한다. 한유진의 입가에 일순 부드러운 미소가 머금어졌다.
불완전한 보은 스킬이다. 전해진 기억도 얼마 없으니 얻은 능력치 또한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해야만 했다. 그간 여러 번 다루고 느꼈다 해도 계속해서 성장해 간 능력치에 새로운 스킬도 있으니 조금이나마 어긋나는 면이 있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동생의 스킬은 오랜 시간 길이 든 무기처럼 한유진의 손아래 순종했다. 그 주인이 그의 곁에 항상 함께 머물고 있는 듯이.
텅-
화살이 쏘아졌다. 지금까지보다 더욱 강력해진 기세를 머금고 앞을 막는 공기를 불태우며 속도를 더해 간다. 늑대들이 다급히 몸을 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폭발적인 열기를 다 피하지 못했다. 초화운과 제라르의 머리카락과 옷자락 일부가 까맣게 타들어간다.
“끌어내려야 한다.”
노기를 억누르며 초화운이 말했다. 거리가 벌어져 있는 상태로는 계속해서 쫓기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근접전이 된다면 이쪽의 승산이 더 높았다. 스탯만 아니라 상대의 스킬을 일그러뜨리는 힘도 적용 가능하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제라르가 초화운의 반대쪽으로 달려 나갔다. 갈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에 한유진의 눈썹이 슬쩍 치켜올라 갔다.
“귀찮게.”
제라르의 능력치는 잘 모른다. 떡잎 스킬을 써도 스킬 이름을 보고 유추할 뿐 효과까지는 알 수 없었다. 한유진의 시선이 초화운을 향했다.
‘가까이 붙으려고 할 테고, 그럼 저놈이 더 까다롭지.’
한유진은 한유현과 황림으로부터 들은 초화운의 능력치를 떠올렸다. 전투 시 상대방과 등급이 같거나 높을 시 스탯 상승에 스탯 몰아주기도 가능하다. 한번 붙잡히면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화살이 초화운을 향해 날아들었다. 제라르가 타오르는 불길 사이로 모습을 숨겼지만 한유진에게는 전투예지가 있었다. 연달아 날아드는 막을 수 없는 화살에 초화운이 이리저리 쫓기며 바닥을 굴렀다. 팔과 다리에 화살이 스치기도 했다. 그래도 제법 잘 피한다.
한유진이 다시금 활시위를 당겼다. 전투예지에 더해 초화운을 향해 선생님 스킬. 강력한 반발이 밀어들었지만 S급의 스탯 덕에 잠깐 버티는 것은 가능했다. 화살이 쏘아지고.
“…윽!”
초화운의 한쪽 귀가 뜯겨 나갔다. 고온에 피와 살이 그대로 타들어간다. 초화운이 약간 휘청거렸다. 재빠르게 장전하던 한유진이 급히 몸을 돌렸다. 그를 향해 가시창이 날아든 것이었다. 여전히 무시무시한 속도였지만 못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가시창에 와이어가 달려 있었다. 나무와 바위 등을 한데 묶어 대형 트럭보다 큰 장애물이 한유진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단숨에 증발시키기엔 힘든 질량이다. 화살로 바꾼 무기를 다시 검화시킬 시간도 없었다. 게다가.
“신을 따르라!”
제라르가 그 뒤에 숨어 있었다. 거대한 톱을 든 헌터가 와이어를 밟고 한유진에게 달려들었다. 한유진의 머리 위쪽으로 높이 뛰어오른 제라르의 톱에 불길한 기운이 어렸다. 스킬을 일그러뜨리는 힘. 위와 앞이 막혔다. 뒤쪽에서 초화운이 검을 겨누어온다. 스탯은 명확히 불리하다. 공간이동이라도 하지 않는 한 피하기 힘들다.
한유진이 웃었다.
“키.”
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성현제가 들고 있던 서랍을 내밀었다. 동시에 한유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제라르가 허무히 땅으로 떨어지고 초화운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두 사람이 당황한 직후.
“안녕.”
사라졌던 그 자리에 한유진이 나타났다. 두 늑대의 머리 위 정확히 활을 겨눈 채로. 반응할 틈도 없이 화살이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