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07
706화 늑대 사냥꾼 (3)
검푸른 불길이 넘실거린다. 속이 비칠 듯 얇으면서도 더없이 깊은 열을 품은 불꽃. 스스로 빛을 내는 짙은 밤을 한 자락 뚝 떼다 넓게 펼쳐 놓은 것만 같았다. 불은 나를 위협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저 아름다웠다.
그 어떤 값비싼 보석일지라도 고작해야 햇살을 반사시켜 반짝일 뿐이다. 하지만 불은 그 자신의 빛을 품고 있다. 해도 달도 별 한 조각 없는 하늘 아래에서도. 인간이 불에 이끌리는 것은 본능적이며 당연한 일이 아닐까.
“크윽-!”
억눌린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서랍 안에서 이미 당기고 겨누었기에 곧장 쏘아진 화살을 SS급들도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초화운이 관통된 다리를 움켜쥐며 나를 노려보았다. 강력한 불의 힘이 상처에 깃들어 회복을 막고 있었다. 화기가 사라지기 전에는 엘릭서쯤 되지 않고서는 치유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 옆으로 광신도도 보였다. 떡잎 스킬 상태창의 이름이 제, 뭐더라. 제라르. 한쪽 팔이 거의 날아가고 옆구리도 깊게 찢겼다. 광신도 역시 무시무시한 시선을 내게 보내왔다. 난 그쪽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야.
“어이 초 씨. 팔다리 회복했으면 얌전히 집에 돌아가서 숨어 살지 왜 여기까지 쫓아온 거냐?”
화살을 겨눈 채로 물었다. 망했어도 S급이니 등 따시고 배부르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날 쫓아와서 연료로 쓰이길 자처하는 건지. 초화운이 이를 바득 갈며 외쳤다.
“내려다보지 마라!”
“애초에 원한 가질 사람은 그쪽이 아니라 나라고. 엄한 사람 납치해다 다리 뚝 부러뜨리고.”
“그게, 큿, 네 자리였다.”
이 지경까지 와서도 초화운은 내가, 약자가 제 앞에 무릎 꿇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든 바뀔 수 있다 말하지만 저놈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대로지 않을까.
“내 자리는 내가 정해.”
“네가 혼자였다고 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초화운이 입꼬리를 올렸다. 회귀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픈 곳을 찔러대네.
“어차피-.”
“그래서 뭐 어쨌다고.”
초화운 놈의 말을 끊었다. 녀석이 인상을 팍 썼지만 내가 알바냐.
“피해자가 변명할 필욘 없어, 개새끼야.”
뭐 내가 앗, 너무 약해서 죄송합니다~ 해야 하나. 약자를 착취하는 놈이 개 운운하기엔 멍멍이한테 미안한 썩을 짐승 새끼인 거지.
“이번에도 난 개한테 물릴 뻔했네, 하고 잊을 거다. 넌 고작해야 그 정도니까.”
제법 매끈한 낯짝이 사납게 일그러진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활시위를 당겨 잡은 손끝을 놓았다. 초화운이 바닥을 굴러 화살을 피했다. 터져 나가는 열기에 놈의 얼굴이 벌게졌다.
“한유진!!”
“어휴 시끄러워라.”
제라르를 견제하며 재차 화살을 날렸다. 초화운이 또 데구르 흙과 재가 뒤섞인 땅을 구른다. 잘 피하네. 거리를 좁히면 맞추기 쉽겠지만 놈들은 여전히 SS급이고 스킬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힘도 가지고 있었다. 보은 스킬 적용 시간이 아직 십분 이상 남아 있으니 위험하게 다가갈 필요 없이 천천히 잡아 죽여도 된다.
다시 화살을 메기고 당기려는 순간.
스스스스-
사방에 퍼진 불길이 돌연 잦아들었다. 사방의 마나가 요동치며 마지막 문의 영역을 단숨에 밀어낸다. 땅이 식고 타들어가던 나무들이 초록을 되찾았다.
심장이 크게 뛰었다. 저 두 놈을 늦기 전에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턱에 힘을 주며 마나가 모이는 곳을 바라보았다. 공간이 갈라지고 색색의 깃털 장식을 단 발이 차가워진 흙바닥 위로 나타났다.
쿵. 가벼운 걸음에 땅이 울린다. 이 미터를 가볍게 넘기는 장신의 인간형 남자였다. 털과 가죽, 금속 장신구를 걸치고 가슴팍을 훤히 드러냈다. 잘 짜인 갑옷 같은 근육 위로 짐승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 대충 자른 어두운 회색 머리칼 아래의 두 눈은, 저 늑대들의 것과 비슷했다.
“신이시여!”
제라르가 몸을 웅크리며 머리를 조아렸다. 반면에 초화운은 대뜸 그를 노려보았다. 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반가워, 허니.”
“…늑대?”
“그렇게 불리고 있지.”
무심코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면 저 늑대들의 주인이 간섭해 올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자신의 종속을 제물로 삼아.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급히 성현제부터 돌려보냈다.
“이런 식으로 나타나서는-.”
“우리는 예비야.”
팔이 잡혔다.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땅으로 끌려 내려왔다. 긴장감으로 가슴이 바싹 조여들고 공포 저항 메시지 창이 반짝거렸다. 커다란 손아귀에서 풀려나자마자 급히 뒷걸음질 쳤다. 물러나도 보이는 게 가슴께다. 더 물러나 고개를 들었다.
“겁먹을 필요 없어. 말로 해서는 믿지 못하려나. 그럼.”
퍽! 가벼운 손짓에 신을 숭배하듯 엎드린 제라르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빌어먹을 개새끼야!”
그것을 보는 순간 속이 울컥 뒤집어졌다. 초화운마저 죽이려던 늑대 놈이 움직임을 멈추고 왜 그러느냐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분명 내 적이다, 적이었지만.
“인간은 네놈이 멋대로 가져다 쓰는 소모품이 아니야!”
“우선은 내가 늑대라고 불리긴 하지만 정확히는 늑대 사냥꾼이야. 줄여 부르는 거지.”
내 항의는 귓등으로 넘기고 놈이 자기 이야기를 내뱉었다.
“늑대종 초월자를 잡아 그 마석을 꺼내 삼키곤 늑대의 힘을 얻었거든. 그래서 저것들도 늑대종의 힘을 지닌 것이고. 대충 쓰고 말 것들이라 사냥꾼이 아닌 사냥감이 되었지.”
초화운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 눈빛만큼은 자신을 사냥감이라 칭하는 늑대를 찢어 죽일 만큼 살벌했다. 하지만 늑대는 한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호의로 처리해 준 건데, 그래도 동족이라는 건가.”
“…다른 종족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네 녀석이 거두었으면 최소한의 존중은 보이라고!”
말 못 하는 동물을 키워도 저딴 식으로 필요 없다고 죽여 버려서는 안 된다. 일말의 감정 하나 없이, 도구를 다루듯이. 늑대가 흐음, 낮은 숨소리를 흘렸다.
“감정적이기는. 그럼 저건 어떻게 할까? 허니 동네 풍습이 어떤지 모르겠는데, 머리 박고 사과라도 하게 시켜?”
늑대가 초화운을 돌아보았다. 턱 끝을 까딱이자 초화운이 목줄 매여 끌어당겨지듯 이쪽으로 걸어온다. 다친 다리가 지익 끌리고 거부하려는 듯 꿈틀거리지만 반항은 불가능했다.
…초화운에게 좋은 감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저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내가 죽일까.
“초월자의 종속이 되면 저렇게까지 조종이 가능한 건가.”
“아, 계약에 따라 달라져. 저건 하급 계약이지. 일정 이상의 사냥감을 잡아 내게 바치고 힘을 얻는 단순한 관계. 이번은 제물의 질에 대비해 얻는 것이 많아서 구속이 강해지는 거야. 대가로 자유를 바친 셈이지.”
계약마다 다르다고 해도 역시 초월자에게 속하는 건 피해야 할 일이지 싶었다. 우리로부터 조금 떨어져 멈춘 초화운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씹어 먹을.”
“멍청한 계약이라 준 것을 거둘 수도 있고.”
사납게 흘러넘치던 초화운의 마력이 약해졌다. 여전히 늑대의 것과 같은 두 눈이 크게 부릅떠졌다. 이어 바닥에 개처럼 엎드린다.
“아예 늑대로 만들어 버릴까? 네가 마저 사냥할래?”
…저 늑대보단 눈앞의 늑대 놈의 머리통에 화살을 날리고 싶어졌다. 초화운의 손가락이 바닥을 긁었다. 그가 으르렁거리듯 외쳤다.
“계약은, 무효다!”
“갑자기 무슨-.”
“나는… 초화운은 황림에게 돌아가겠다!”
쨍- 유리가 깨지는 듯 날카로운 소리가 퍼지고 초화운의 모습이 사라졌다. 늑대가 약간 놀란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다.
“이중 계약이었나?”
“…이중 계약?”
“다른 상대와 먼저 종속 계약을 했다는 뜻이지. 내 것과는 다르게 느슨한 편인 모양이지만. 누구지. 후계약에 하급이라도 저쪽이 우선시 되었다는 건 평범한 상대는 아니겠어.”
…황림은 S급이지만 그 뒤에 초월자가 버티고 있었다. 개가 가출했다느니 하더니 초화운에게 계약을 걸어두고 있었던 거였나.
“종속 계약은 먼저 한쪽이 유리하다는 건가?”
“계약과 계약자의 급 차이가 비슷하거나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 차이가 크면 힘으로 눌러 빼앗을 수 있지. 초월자 간에는 웬만해선 먼저 점찍으면 끝이고. 저놈의 원 계약자는 초월자까지는 아닌 모양이니 부작용은 있겠어.”
죽진 않겠지만, 하며 늑대가 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크게 심호흡했다. 초화운이 사라지고 제라르가 사망해 내기는 사실상 내 승리였다. 그러나 눈앞에 초월자 놈이 있다.
“목적은.”
“늑대에게 팔을 내주고 벗어나는 건 꽤 감명 깊었어.”
“반칙했다고 자랑하는 건가.”
“런던을 지키는 모습도 잘 봤고. 그래서 이번에도 버텨낸다면 내 패배를 깔끔히 인정하고 허니 편을 들기로 마음먹었지.”
마음 같아선 됐으니까 꺼지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초월자를 한 명이라도 우리 쪽에-.
“비록 곧 잠들 거라 도움은 못 되겠지만. 간섭이 과했거든.”
“꺼져! 그냥 당장 꺼져!”
망할 늑대 새끼가 방해만 실컷 하고 무슨 개소리야! 늑대 놈을 향해 돌을 힘껏 걷어찼다. 돌이 두꺼운 다리를 강하게 두들겼지만 흙만 조금 묻어나고 끝이었다. 간지러워하지도 않는다.
“인어여왕이냐? 인어여왕이겠지!”
“아까 말했듯이 우리는 예비야. 신입이나 나무, 물방울 같은 관리자와는 다르게 평소에는 잠들어 있지. 다시 말해 제약을 어긴 대가를 좀 받아도 괜찮다는 뜻이야.”
버럭 소리 지르던 것을 멈췄다. 늑대가 설명을 이었다.
“힘을 약화시켜 잠드는 것은 미래의 대가를 미리 치르는 행위이기도 해.”
“…그러니까, 제약을 무시하고 날뛸 수 있는 초월자들이 여럿 대기하고 있다. 이 말인가?”
“효도중독자 쪽과는 다르게. 그쪽은 우리처럼 규칙에 따르지 않으니까 안심하고 잠드는 게 힘들거든. 대부분 깨어 있어. 그래서 평소에는 우리 쪽이 약해 보이지만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하면 아니라는 거지.”
…여차하면 패륜아들이 우르르 깨어나 우리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잠든 자들은 관리자가 되지 못한 전투계다. 물론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등골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근데 물방울이 왜 허니를 집요하게 노리는 거지?”
“나도 알고 싶다. 네가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
“물방울은 긴 시간 훌륭하게 일을 해왔어. 그렇기에 나도 믿고 따르는 거고. 하지만 최근에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 약간 초조해하는 듯도 하고.”
나야 인어여왕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 비해 여유가 없는 기색이기는 했다. 한숨을 삼키곤 늑대를 향해 두 손바닥을 공손이 내밀었다. 늑대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내놔. 가죽이라도 벗어서 내놔.”
“…응?”
“설마 초월자가 되어서 빈털터리는 아니겠지. 거기 그 팔찌 좋아 보이는데. 목걸이도 잠시 줘보시죠.”
전부 다 벗고 가라. 신발은 줄어들어도 한계가 있을 듯하니 봐준다. 신발만 빼고 다 벗어.
“줘 봤자 시스템이 허가 안 해서 바로 회수할걸. 애초에 던전 보상 아이템의 상당수가 우리가 썼거나 직접 만든 것들이라고. 아주 가끔 적당한 보상이 없으면 시스템이 알아서 합성해서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쓸모가 없네.”
“알고는 있었지만 허니 간 진짜 크다?”
“어차피 곧 잠들 거라며.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엔 다시 볼일 없는데 뭘 가려. 인어여왕이 날 노린다니 해치지도 못할 거고.”
고이 펼쳤던 두 손을 가운데 손가락만 남기고 다시 접었다. 늑대가 피식 웃으며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손아귀에 머리가 다 잡히고도 남았다. 섬뜩했다.
“제약 깰 만큼 깼으니까 좀 더 깨도 괜찮겠지.”
…지금이라도 사과할까. 애가 셋인데 성질 좀 죽일걸.
“그간의 개입을 보충할 겸 허니 다른 팀 도와주고 자러 갈게.”
구르릉- 공간이 울렸다. 내 머리를 주무르듯 쓰다듬은 손이 떨어져나갔다. 늑대의 손에 거대한 가시창이 들렸다.
“여파가 클 테니 방으로 돌아가 있어. 이번 내기는 허니의 승리다.”
확언하며, 사냥꾼의 창끝이 공간을 갈랐다. 찢어지는 마나의 폭풍을 바라보며 내 방으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고요가 밀려들었다. 내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일까 유현이는 아직 잠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보은 스킬도 곧 끝나고.’
신발을 벗어 인벤토리에 넣고 안방으로 향했다. 조용히 문을 열자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동생이 보였다. 상처는 물론 핏자국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이었다. 잠시간 바라보다가 침대로 다가갔다.
“재울 거면 신발은 벗겨 줘야지.”
그대로 옮겨다만 놓냐. 살짝 건드려도 반응이 없어 괜히 속이 서늘해졌다. 그래도 옅은 숨소리는 분명 들리고 있었다.
‘…유현이 너.’
미뤄 두었던 상념들이 일시에 머릿속을 채웠다. 스물다섯 살의 동생. 유현이를 차갑게 바라보던 그 시선.
‘왜 말하지 않았지.’
어떻게 만난 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까맣게 몰랐다. 물어봐야겠다는 생각과 물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나도 숨기고 있었으니까.
나는 유현이에게 회귀 전의 한유현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스물다섯 살의 동생이 세계로부터 분리되어 하얀 새의 손에 떨어졌다는 사실은, 계속해서 숨겨왔다. 말할 수가 없었다. 동생 앞에서 동생을 되찾고 싶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침대 끝에 앉았다. 동생의 몸이 작게 흔들렸다.
“유현이 너는… 달라.”
한 명의 사람을 똑같이 복제한다더라도 그 삶이 달라지는 순간부터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같은 사람이라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내 동생들은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문득 중국 던전에서 본 내가 떠올랐다. 그 한유진 역시 이제는 같은 나라고 하기 힘들 것이다. 그곳에서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면 역시나 많이 달라졌겠지. 나와 그 녀석은 스물아홉 살에 태어난 쌍둥이와 같았다. 완전히 같았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 쌍둥이.
“…분명히 다르지만.”
그렇게 다르지만. 이제는 두 명의 동생이라고 느끼고 있지만. 나는 그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손에서 놓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한 명만을 품을 수 없기에 감추고 싶었다. 스물다섯 살의 동생은 돌이키지 못하기에 더욱 그러했다. 조용히 내가 거두고 내가 품어 끝내려 했었다.
“말해야 하는 걸까.”
유현이가 말하지 않는 것을 굳이 캐내려 든다면 나 또한 전부 알려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흘러갔다. 침묵 속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한유진 팀 승리!]동시에 유현이가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팔을 뻗는다.
“형!”
“난 괜찮아. 멀쩡해. 우리가 이겼어.”
동생을 마주 안아 주며 얼른 말했다. 안도의 한숨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그런데 유현아.”
유현이의 품에서 벗어나며 입을 열었다. 동생이 나를 바라봐왔다.
“혹시 말이야, 회귀 전의 널 만난 적 있어? 중국 던전에서라든가. 그때 회귀 전의 나도 있었잖냐.”
최대한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 불의 기운이 어린 검은색 눈이 한 번 깜박였다.
“아니. 없어.”
유현이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