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08
707화 사흘 (1)
“이번 내기는 허니 팀의 승리입니다.”
인어여왕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성현제는 깃털투성이였다. 그가 하나하나 떼어낸 알록달록한 깃털이 내 눈앞까지 날아들었다. 붉은색, 하늘색, 노란색, 분홍색…….
유현이는 당황하고 있었다. 표정의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유현이는 거짓말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필요할 때는 나까지 완벽하게 속였다. 나를 떠나고 밀어낼 때처럼. 또한 그 몇 안 되는 완벽한 거짓말들은 모두 나를 위해서였다.
유현이는 자기 자신을 위한 거짓말은 할 줄 몰랐다. 할 필요가 없었기에. 길드장으로서 거짓을 입에 담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해연 자체가 나를 위한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왜.’
망설이고 머뭇거리면서도 거짓말을 한 것일까. 유현이의 대답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되물어볼 새도 없이 곧장 이곳으로 불려졌다.
“축하드려요, 허니.”
‘내가 힘들어할까 봐? 혹시 초월자가 만들어 낸 함정 같은 거였나?’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순수하게 나를 위한 것이라 판단했다면 유현이는 아무런 동요 없이 아니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내가 잘못 본 건가, 보은 스킬에 오류가 났나 생각할 정도로 차분하게.
문득 회귀 전 업적과 현재 업적을 두고 고민하던 동생이 떠올랐다. 설마.
‘회귀 전의 자신이 신경 쓰이기라도 했던 걸까.’
말하자면… 질투 같은 거. 악몽 던전 속의 내가 그랬듯이. 예전의 유현이라면 그럴 리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조금쯤 사감을 더한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평소와 달리 어설프게 망설이는 티를 낸 걸지도 모른다.
나를 두고 질투한다, 라는 스스로를 챙기는 행동을 한 거라면 반가운 일이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억지로 캐묻기도 망설여졌다.
‘유현이가 회귀 전 자신을 만난 것 자체는 별일 아니긴 하니까.’
나만해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 해파리도 환상을 보여 줬었고 꿈도 꿨고 악몽 던전에다가 채터박스 때도 나와 마주쳤었다. 그러니 유현이가 말하길 원치 않는다면 그냥 묻고 넘어가도 될 일이었다.
“허니.”
‘정말로 질투라면… 내가 스물다섯 살의 유현이를 찾으려 한다는 건 계속 감추는 게 나을까.’
사실대로 털어놓는다면 유현이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가질 않았다. 예전에는 내가 위험할 수 있으니 반대할 거라고 생각했다. 회귀 전의 자신을 방해물 정도로 단순하게 취급하면서.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허니.”
– 시잇.
팔목에서 차가운 것이 움직였다. 화들짝 놀라며 눈을 깜박였다. 인어여왕과 포식의 왕, 성현제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팔목에 감긴 뱀이 혀를 날름거린다.
“아… 생각할 게 좀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멋쩍어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쩌면 별거 아닌 일일지도 모르건만 자꾸만 신경이 쓰이다 못해 넋을 아예 놓고 있었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유현이와는 나중에 천천히 속을 터놓고 이야기 해보자. 솔직하게 마음을 나눈다면 대화로 못 풀 일은 없을 테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동생이잖아.
인어여왕이 제대로 들어달라고 하곤 말을 이었다.
“남은 내기는 두 번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1승 1무 1패지요. 세 번을 겨루었음에도 동등한 상태이니 1승을 먼저 가져가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다음 한 번의 게임으로 승패를 가리겠다는 말입니까?”
“예. 네 번째 내기에서 이기는 쪽이 승리하게 됩니다. 만일 무승부라면 한 번 더 겨루게 되겠지요.”
“네가 지게 된다면 2패로 취급, 두 개의 조각을 빼앗기는 것이다.”
포식의 왕이 설명을 덧붙였다. 나로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런 티를 낼 필요는 없었다. 대신 인상을 확 찌푸려 보였다.
“저희 팀에게 너무 불리하지 않습니까. 런던 전투에 이어 이번 게임도 짧아서 제대로 회복하질 못했습니다.”
“허니 세계 기준 사흘의 휴식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사용한 스킬 또한 모두 회복될 것입니다.”
“그럼 집에 가서 쉬어도 되나요?”
“안 됩니다. 신입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겁니다. 덧붙여.”
인어여왕의 시선이 성현제를 향했다.
“체인의 서브 팀은 전멸하였습니다. 따라서 마지막 게임은 서브 팀 없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체인의 메인 팀원 중 한 명은 떠나가 버렸습니다만, 보충할 수 있나요?”
“예.”
성현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초화운이 원래는 메인 팀이었지. 대신 에블린 씨를 데리고 오려나. 그 외의 내가 모르는 세성 소속 S급 헌터도 있을 것이다.
“허니의 서브 팀은 돌려보내도 좋습니다. 체인이 부득이하게 팀원 교체를 하게 되었기에 허니 또한 기존의 횟수를 제하지 않고 교체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시오 씨 대신 피스를 메인 팀으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시시오가 생각보다 더 많이 도움이 되었지만 서브 팀이 우리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피스보다는 그를 보내는 편이 나았다. 성녀님에게 제안해 볼까도 싶었지만 위험하기도 하고 그분 역시 현재의 자리에서 할 일이 많을 테니까.
“제 메인 팀도 사흘의 휴식 시간 중 하루는 귀가시키겠습니다.”
성현제가 말했다.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냐는 말에 인어여왕이 수락했다.
“다만 체인은 남아야 합니다.”
송 실장님이나 현아 씨 오래 떠나 있기는 했지. 인어여왕이 사흘 간 휴식을 취하라 말하곤 사라졌다. 성현제 또한 나를 잠깐 바라보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음, 여기 주신 뱀들이요.”
포식의 왕에게 다가가 팔을 뻗었다. 두 마리의 뱀이 내 팔을 타고 내려와 고개를 치켜든다.
“그 두 마리는 내 후손들이다.”
“…예?”
당황하며 포식의 왕을 쳐다보았다. 아니 그, 단순히 동족도 아니고 후손?
“나는 내 세계의 뱀들의 왕이었으며 자연히 수많은 자식을 가졌다. 그 자식의 자식, 또 그 아래의 후손은 헤아릴 수도 없느니라. 초월자의 자리에 오르며 그중 눈에 드는 아이들 몇을 곁에 두었다.”
“…그럼 그때 본 뱀들이, 전부.”
“작은 것아, 너는 수만 년 전의 생명체를 네가 모셔야 할 조상으로 인식하느냐.”
그건 당연히 아니었다. 몇천 년도 애매한데 몇만 년이면 인간의 형태조차 아니겠지. 포식의 왕 또한 후손이라고 말은 하나 특별한 감정을 지니진 않은 모양이었다.
“내 일족은 대부분 짐승으로 끝이 났으며 극소수만이 지성체로 성장하였다. 하나 그 소수의 자식들 또한 여전히 짐승이었다. 나는 일족에게 큰 애정은 없으나 사람으로 불리울 지성체 종족이 되지 못한 사실만큼은 아쉬움이 남았다.”
유독 뛰어난 몇이 태어난다 하더라도 유전자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 한 쌍은 아직 어리나 자질은 뛰어난 편이다. 부모들 또한 지성체에 가까웠으니 네게 주겠다.”
“제게요?”
“네 세계에. 이제껏 많은 아이들을 여러 세계에 보내었다.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싹이 트기를 기대하며. 네 세계는 일부를 잃을지언정 존속할 가능성이 높으니 적당한 터전이다.”
…초승달이 끼어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잠깐의 고민 끝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혹시 모르잖아, 나중에 이걸 빌미로 포식의 왕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겠습니다. 이대로 저희 세계에 보내면 되는 건가요?”
“아직 지성체가 아니기에 반발은 없을 것이며 테이밍 또한 가능하다.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으니 보답을 하마.”
금속성 기다란 손톱의 끝이 포식의 왕의 목덜미를 그었다. 붉은 피가 새어나와 보석처럼 응어리진다. 진득한 단내에 무심코 군침이 삼켜졌다.
“너는 조그만 몸뚱이를 무모하게 다루니, 돌이킬 수 없으리만큼 망가졌을 때 삼켜라.”
“엘릭서 같은 겁니까?”
“엘릭서가 육의 회복이라면 이것은 영의 회복에 더욱 강하다. 네게는 엘릭서보다 유용할 것이야. 다만 내기 중의 사용은 금한다.”
마나회로나 마력과 관계된 문제에 효과가 좋은 모양이었다. 붉은 피의 보석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애 몇 더 맡기셔도 되는데. 그렇잖아도 제가 애들 키우는 데 전문이랍니다.
포식의 왕이 떠나가고 곧장 서브 팀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 끼아앙!
너른 초원의 한쪽에 홀로 떨어져 앉아 있던 피스가 나를 보곤 단숨에 달려왔다. 피스 주위를 얼쩡이던 시시오도 반가운 얼굴을 했다.
“한 소장! 푹 쉬었소?”
“네. 집에서 잘 쉬다 왔어요. 다른 사람들은요?”
“달아오른 몸이 식지 않아 한바탕 하는 중이지!”
시시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콰앙! 땅이 울렸다. 내게 머리를 비벼오는 피스를 안으려고 팔을 뻗었다. 하지만 피스가 폴짝 뛰어 내 손을 피했다.
“피스야?”
– 그르릉.
피스가 아성체 크기로 변했다. 그리곤 타기 편하도록 몸을 낮춘다.
“한 소장이 아직 피곤할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오. 기특하기도 하지.”
시시오가 흐뭇해하며 피스를 바라보고 피스는 그 시선을 깨끗이 무시했다. 아예 본 척을 하지 않아도 시시오는 마냥 좋은 눈치였다. 피스야… 아빠가 여기 둬서 미안해. 그간 많이 귀찮았겠구나.
“우리 피스, 착하기도 하지.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 끄우웅.
“내가 열심히 돌봐 주었으니 걱정 마시오. S급 기승수답게 역시 입맛이 까다롭더군!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 얼굴에 정확히 던져 버리곤 했소이다!”
피스가 안 먹으면 안 먹었지 밥상 뒤엎는 일은 없었는데 말이야. 시시오는 호쾌한 게 역시 사자답다며 뿌듯해했다. 피스가 자기 머리통을 물어뜯어도 박수 치며 칭찬할 기세였다.
피스의 등에 타고 대련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뭐가 날아들지 모른다며 시시오가 앞장을 섰다. 아니나 다를까 이내 우렁찬 기합과 함께 땅이 뒤집어지며 바위와 나무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시시오가 두 팔뚝으로 거대한 바위를 쳐내며 소리쳤다.
“한 소장님 오셨다!”
연무장이라고 이름 붙은 너른 황무지 주위의 헌터들이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든다. 달려오는 몇몇의 손에는 술병이며 탄산음료, 간식거리들이 들려 있었다. 반쯤 남은 팝콘도 보였다.
“다음 게임 정해졌어?”
“그 성 지키는 거 한판 더 해보고 싶은데.”
“SF 씨! 그 애 역시 세성 길드장 애 맞지?”
“아닐 거라니까. 세성 길드장 성격에 굳이 숨기겠냐. 너무 닮아서 더 아닌 거 같아. 애가 친척 빼닮는 경우 은근 많거든.”
“맞아, 우리 언니 딸도 날 더 많이 닮았다니까. 내 어릴 때와 복제야 복제.”
이럴 때 보면 S급이나 비각성자나 다 같은 사람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야.
“세성 길드장 애 아닙니다.”
“그렇다잖아! 장갑 내놔.”
“아 유전자 검사하기 전엔 인정 못 해!”
아이템 걸고 내기했냐. 헌터들이 모두 모이고 지금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만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 한 번에 두 개의 도시에서 몬스터 사태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께서는 돌아가 대비해 주십시오.”
“두 곳이라면, 한 곳에선 한 소장님 버프는 못 받겠네요.”
“네. 그래서 여러분들의 힘이 더욱 필요합니다. 이제는 저 없이도 협력이 가능하실 테니까요. 저번처럼 완벽하게 처리하진 못해도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만 끌어 주셔도 충분합니다.”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도 많이 붙어 봤고. 대충 잘 맞긴 하지.”
“그럼 더 붙어 보다가 가는 게 낫지 않나? 밖에선 힘들잖아. 난 프리라 준비할 것도 없는데.”
“사흘 후 마지막 게임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돌아가시면 될 겁니다. 시스템 창으로 귀환 메시지를 보내 놓을 테니 사흘 내로 수락해 주세요.”
대형 길드 길드장이거나 협회 요직에 있는 헌터들은 먼저 떠나 갔다. 남은 헌터들이 내게 힘내라고 응원해 주었다. 채터박스 파티를 막 시작할 때가 생각났다. 그땐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었는데.
“그럼 한 소장, 아쉽지만 먼저 가 보겠소이다.”
시시오가 나와 피스를 미련 뚝뚝 흐르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헌터인 만큼 그는 먼저 돌아가야만 했다. 난민 관련으로도 일이 많이 밀렸을 거고.
“네. 감사했어요, 시시오 씨.”
시시오와도 이런 인사를 나누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야. 짧은 시간 동안 많이도 변했다.
서브 팀원들과 작별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다른 사람들도 와 있었다.
“아저씨! 엄청나게 큰 늑대가 튀어나왔었어요! 피스야, 네 열 배는 되는 거 같았어!”
예림이가 나를 보자마자 두 팔을 커다랗게 벌리며 말했다. 리에트도 흥분한 눈치였다. 무슨 게임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피스나 서브 팀은 못 본 모양이니 갈라졌었나?
“진짜 컸어! 심지어 그게 일부래! 자기가 사냥해서 얻은 힘을 쓴 거라는데, 나도 그런 늑대 잡아 보고 싶어!”
“밀키 블랑도 언젠간 그만큼 클 수 있을까요? 아저씨 부탁으로 온 거라고 했는데, 언제 그런 늑대랑 알고 지내신 거예요?”
응, 그 늑대 놈 덕에 아저씨 팔이 떨어져 나갔었단다. 그리고 늑대 놈이 보낸 개새끼들을 사냥했었지. 처음 만났을 때 자기가 오빠라고 했었던가? 잘 기억이 안 나네.
“그냥 어쩌다가. 다들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야.”
“유진 씨는 괜찮으세요? 그, 한유현 헌터가 너무 조용해서…….”
노아가 안방 쪽을 흘끔 쳐다보며 말했다. 마침 유현이가 방에서 나왔다.
“형.”
유현이도 내가 자신의 거짓말을 눈치챘다는 걸 알고 있겠지. 곧장 내게 다가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예림이도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나와 유현이를 번갈아 쳐다본다.
“저는 괜찮은데, 유현이가 목숨 하나를 잃었어요.”
“어, 또 아저씨 지키려다 그런 거겠죠. 잘했어, 한유현!”
예림이가 잘 끝냈으니 됐다며 손을 내저었다.
“이젠 몸조심하고 나한테 맡겨! 난 아직 하나 남았거든.”
“목숨이 하나가 아니라 열이라도 조심해야지. 유현아, 이리 와. 아픈 곳은 없지?”
“응. 멀쩡해.”
일단은 묻어 두겠다는 내 태도에 유현이가 옅게 웃으며 다가왔다. 너무 성급하게 물었나 싶은 후회가 들었다. 그냥 유현이가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릴걸.
“앞으로 사흘은 휴식 시간이야.”
남은 한 번으로 끝난다고 설명해 주었다.
“아저씨, 다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걸로 진짜 끝일까요?”
“글쎄다. 우리가 이기면 더 간섭 안 하기로 약속은 했지만 순순히 물러나진 않겠지. 그래도 초월자들만 떠나면 우리는 충분히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
우리들만이 아니라 서브 팀의 헌터들도 성장했다. 도깨비들이 이대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던전 공략도 더욱 안전해질 것이다. F급인 내가 전면에 나섬으로써 하급 헌터들에 대한 시선도 예전보다는 분명 나아질 것이고 결이의 노력으로 세계 각국의 헌터들이 타국의 위기를 돕겠다고 약조했다. 모두가 힘을 합치는 모습을 모두가 보았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의 보호가 필요 없으니까.”
시스템의 역할은 끝났다. 이제 보호자들이 떠나 갈 시간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닌 동등한 성인 취급을 해줄 거라면 어울려 살아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고 나란한 선이 아닌 선 밖에서 지도자 노릇을 하려 들 것이다. 그런 이웃은 필요 없다.
예림이를,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동안 고마웠고 앞으론 알아서 잘 살 테니 그만 가주세요, 하고 배웅해 주자. 안 가면 쫓아내기라도 해야지.”
“네!”
“그럼 사흘간은…….”
시스템 창을 통해 신입에게 연락했다. 그리곤 곧장 이동했다. 화창한 날씨 아래 깨끗한 물이 흐르는 숲과 초원이 나타났다. 이 층짜리 커다란 집도 보인다.
– 허니!
배구공이 통통 튀어오고 그 너머로 명우와 어린 혼돈이 서 있었다.
“휴식도 좋지만 말이야, 어르신 신세 지는 건 어때?”
“당연히 좋아요!”
예림이가 만세를 불렀다. 유현이와 노아도 고개를 끄덕이고 리에트도 호기심을 보였다. 어르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