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13
712화 마지막 내기 (3)
“안녕하세요~.”
마리가 노아를 향해 꾸벅 인사했다. 노아도 마주 머리를 숙인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달리기니까요, 가볍게 입었어요.”
마리는 장식 없이 심플하고 활동성 좋은 치마바지 차림이었다. 머리카락도 높게 올려 하나로 묶고 런닝화를 신었다. 우리 세계로 돌아갔을 때 옷을 챙겨 온 건가. 저번에 봤을 때 달리기가 S급치곤 그리 빠른 편은 아니었는데 그래서 숲으로 보낸 건가? 장애물이 많아 속도 내기 힘든 곳이니까.
“그렇군요.”
“어때요? 리본 하나 정도는 달까요?”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노아 님도 리본이 잘 어울릴 거 같아요. 꼬리에 하나 달아 보는 건 어떠세요?”
“아뇨, 거추장스러워서요.”
“S급인걸요~ 그 정도는 방해 안 돼요. 제가 많이 해봐서 잘 알아요. 뿔에 하는 것도 예쁠 거 같아요.”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노아가 정중하게 대답하며 한 걸음 마리로부터 멀어졌다. 하지만 마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리본과 프릴을 권유했다. 솔직히 노아 씨라면 잘 어울릴 거 같긴 해. 인생게임에서도 뭘 장식하든 반짝거렸지.
그사이 파도가 숲을 향해 가까워졌다. 서핑 보드 위에서 빙그르 맴을 돌며 문현아의 공격을 피한 예림이게 내게 말했다.
“저도 활로 쏠까요?”
“아니, 빼앗길 거야.”
사미르의 방법은 피스에게나 통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와이어로 휘감거나 원거리 스킬을 쓰거나 같이 활을 쏴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럼 성현제는 내가 피스를 첫 번째로 내보내리라 짐작했던 걸까.
“만약 현아 씨가 쏘려고 하면 낚아채.”
“예엡!”
예림이가 앞서고 있었지만 현아 씨 역시 바싹 따라붙었다. 사막의 모래보다 더 푹푹 빠지지만 물 또한 표면장력으로 바람을 받쳐 줄 수 있다. 덕분에 문현아는 바람의 도움을 받아 예림이처럼 파도 위를 미끄러지고 있었다.
“노아 오빠!”
펑! 얼음 보드 아래의 물이 폭발했다. 산산조각 흩어지는 얼음 파편과 함께 예림이의 몸이 튕겨져 나간다. 마치 쏘아진 총알처럼 엄청난 속도였다. 잘못 부딪쳤다간 둘 다 다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펄럭- 노아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그리곤 예림이를 부드러운 날개 안쪽으로 데구르 굴리듯 받아낸다.
“달려요!”
예림이가 얼른 배턴을 노아에게 넘겨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노아가 몸을 돌렸다.
“노아 씨, 일단은 보조 스킬만 쓰며 달리세요.”
마리의 스킬은 아직 아는 게 없다. 회귀 전 성현제를 끌어낼 때 환상의 현실화를 시켰다곤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모른다. 노아가 자신에게 버프를 넣으며 숲을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 직후 문현아도 도착했다.
“조금 늦었다!”
“괜찮아요!”
배턴을 받아 든 마리가 힘차게 땅을 박찼다. 예상대로 마리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원래 A급에 보조계이기에 신체 스탯은 S급치곤 낮은 편인 노아와 비슷한 정도였다.
“스탯 자체는 마리 씨가 노아 씨보다 높을 것 같은데요.”
“마리 양은 달리기 자체가 익숙지 않아.”
성현제가 말했다. 흔한 사무용 바퀴달린 의자건만 저 인간이 다리 꼬고 앉아 있으니 무슨 회장님 가죽소파 같다. 업무 보고 올려야할 기분이구만.
“전투 경험도 없어 보였으니까요. 그래서 숲입니까?”
“공주님은 숲이라더군.”
“예?”
무슨 소리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아니면 백설공주? 백조공주도 숲속 호수던가. 모니터 속의 마리는 열심히 뛰고 있었다. 하지만 노아와 조금씩 거리가 벌어져갔다. 다양한 지형을 많이 겪어 본 노련한 헌터인 노아와 달리 간간히 헤매기도 했다.
“역시 이대론 안 되겠어요!”
마리가 한숨을 폭 내쉬곤 멈추어 섰다. 그리곤 크게 외쳤다.
“얘들아, 날 도와주렴~!”
활짝 웃으며 마리의 두 손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대체 뭘 하는 거지. 그때 숲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인사 하듯 굽어지며 마리에게 길을 터준다. 반대로 노아에게는.
“읏!”
거목이 가지를 늘어뜨려 노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친 노아가 당황하며 몸을 낮췄다.
“…저게 대체 무슨 스킬이에요?!”
“마리 양은 공주님이지. 그리고 숲의 동식물들은 공주님을 돕기 마련이라던가.”
“뭔 소린지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노아가 도끼를 꺼내들었다. 자신의 앞을 막은 나무들을 단숨에 잘라내며 나아갔지만 그럼에도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풀과 덩굴이 발목을 잡아채려고 들기까지 했다. 장애물이 많으니 강제적인 축복이 효과적이었을 텐데 마리 앞길이 훤히 뚫려서야 그것도 소용없고.
“마리 씨, 스킬로 마리 씨가 원하는 상황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거예요?”
“저한텐 당연한 일이에요. 그래야 하고요. 말 시키시면 집중력 떨어져요!”
마리가 얘들아, 고마워~ 하며 뛰어갔다. 결국 노아를 앞지른다. 당연한… 그러니까 스킬 시전자, 마리가 이건 현실이며 원래 그런 거다 라고 강하게 믿어야 스킬이 발동되는 건가?
“…전투 중엔 쓰기 어렵겠군요.”
“사용 자체도 힘들지. 하지만 지금 상황에 공격받는다면 꿈은 더 강해질 거야.”
용에게 공격받는 공주님이라는 건가. 숲이 뒤집어지겠는걸. 이번에는 안 쓰고 넘어갈 수 있을 듯했는데, 어쩔 수 없다.
‘성현제가 먼저 배턴을 받아서야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앞서 달려가는 저 인간을 어떻게 잡을까. 흥미를 끌어 발목 잡아 두기엔 성현제는 성실하게 게임에 임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그러니 우리 팀이 가능하면 빨리, 최소한 동시에 도착해야 했다.
“노아 씨, 멈추세요!”
노아가 뛰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주위에 잘려나간 나무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준비하시고요.”
“네, 유진 씨.”
도끼를 인벤토리에 넣으며 노아가 몸을 살짝 굽혔다. 직후 환경을 변화시켰다. 나무가 없는 황무지, 그리고.
“잘 잡으세요!”
구구궁! 바위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높게, 더 높게 하늘을 꿰뚫을 듯이. 마치 기둥처럼 길쭉한 바위가 솟아난 환경이랍니다! 제한이라곤 넓이뿐이니까! 아, 하나 더 있긴 했다. S급을 넘어서는 환경은 만들어 낼 수 없었다. 그게 가능하면 상대팀을 향해 SSS급 감옥 모양 바위가 있는 환경! 해버리면 그만이니까.
우후죽순 뺨치게 자라난 바위기둥이 멈추었다. 기둥 끝에 올라선 노아가 전용화했다. 네 발톱을 바위에 박아 넣고 날개를 펼친다. 이어 내가 카운트를 시작했다.
“3, 2, 1!”
0. 환경 수정, 바위 아랫부분 삭제. 동시에 노아의 날개가 크게 펄럭였다. 나는 건 아니다. 단지.
쿵! 기기기긱-
다음 지역, 늪이 있는 방향으로 기둥을 기울일 뿐. 밑동이 사라진 바위가 내려앉았다가 늪을 향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노아의 날갯짓이 그 속도를 올리고 늪지가 빠르게 가까워져 간다. 달리기는 아니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거 아니겠냐.
“우와아, 반칙이에요! 달리긴데!”
달려가던 마리가 그 모습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 나무들아!”
나무들이 줄기를 뻗고 바위기둥에 뒤엉켜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 크기만큼이나 어마어마한 무게다. 기껏해야 방향을 약간 비트는 이상은 할 수 없었다.
쿠웅! 기둥이 완전히 쓰러졌다. 늪에 닿지는 못했지만 멀지 않은 거리다. 나무들이 다시 노아를 방해하기 시작했지만 마리를 한참 앞선 채였다. 마리가 열심히 노아를 뒤쫓아 가고 늪지 입구에 다음 주자가 나타났다.
“오, 이런.”
황림이 활짝 웃으며 뒷걸음질 쳤다.
“안녕, 진이 동생~.”
유현이가 묵묵히 황림을 쳐다보았다. 감정이 거의 없는 시선이었다. 그 눈에 희미하게 비치고 있는 것은.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먼지가 된 기분이네.”
황림의 말대로 청소를 해야지, 하는 의무적인 감각이었다. 황림이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아마 아무런 사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게 나를, 형을 해쳤다. 아마 가구에 튀어나온 못을 제거하는 정도의 감정이 아닐까.
“유현아, 이거 이어 달리기다.”
“응, 형. 알고 있어.”
기다란 나무 회초리가 유현이의 손에 들렸다. 어린 혼돈과 대련하며 쓰던 것이었다.
“도움은 된 모양이니까 죽이진 않을게.”
“진아! 나 무보수 베이비시터까지 했는데!”
“그건 고마워요. 그래서 죽이진 않는다잖습니까. 엄살은.”
우리 유현이가 참 공정하다니까. 황림이 징징대거나 말거나 노아와 마리는 늪지 지척까지 다다랐다. 노아가 발목에 매달려오는 덩굴을 도끼질로 끊어내곤 유현이를 향해 팔을 길게 뻗었다. 푸른색 배턴이 유현이의 손에 닿는다. 휘릭, 반 바퀴 돌려진 배턴이 허리에 찬 작은 백에 들어가고 가라앉은 시선이 황림을 향한다.
“사람 살려!”
황림이 재빠르게 몸을 빼낸 자리를 나무 회초리가 사납게 가른다. 마치 채찍처럼 유연하게 휘어지며 도망치는 황림의 뒤를 쫓았다.
“앗, 어디가요!”
한발 늦게 도착한 마리가 숲의 가장자리에 서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이래서야 배턴을 전해 줄 수가 없는 것이다. 자기 구역을 벗어날 순 없고 함부로 던졌다간 빼앗길 테고.
“진이 동생! 난 진이한테 잘 대해 줬다니까!”
황림이 공중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그의 몸이 그대로 하늘 높이 떠오른다. 비행 스킬?
“뭐야, 비행 스킬 가지고 왔어?”
우리 팀만 비행 금지지 성현제 팀은 아니니 쓸 수 있겠지만. 내 중얼거림에 성현제가 대답했다.
“한 명 정도는 비행 스킬이 있으면 편하니까.”
“게임 내용 유출된 거 아닙니까.”
투덜거리긴 했지만 내가 성현제였어도 비행 스킬 들고 오라고 했을 거다. 공간이동이나 순간이동은 스킬 복사하기 힘들 테고 비행 정도만 되어도 유용하니까.
만약 황림의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쉽게 공격을 피하고 앞서나갈 수 있었겠지. 하지만 운이 나빴다. 유현이가 버들잎을 밟으며 뛰어 올랐다. 비행 스킬은 아니지만 공중을 달릴 수 있는 능력.
“진짜야! 진아, 말 좀 해줘!”
황림이 유현이를 피해 다시 아래로 방향을 틀면서 외쳤다. 마리가 그의 움직임을 따라 숲의 경계선에서 왔다 갔다 한다. 경기를 끝낸 노아가 조금 안타깝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넌 별짓 안 하긴 했지.”
저놈은 나름 친절하게 대해 주긴 했다. 그러나 어쨌든 납치 공범이요 폭력 방조에 더해.
“원래 개가 사람 물면 개 주인이 보상해야 하는 법이랍니다.”
니가 초화운 놈 주인이라며. 비행 스킬을 제법 능숙하게 쓰며 회피하는 황림을 향해 유현이가 공중에서 몸을 180도 돌렸다. 거꾸로 선 자세 그대로 버들잎을 강하게 박차며 쏘아지듯 강하한다.
차악-!
황림이 몸을 크게 비틀었다. 그러나 화살처럼 내리꽂힌 회초리를 다 피하지 못했다. 황림의 팔뚝의 옷이 길게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늪에 닿기 직전, 유현이가 다시 빙글 회전하며 착지했다. 늪이었지만 진흙물은 튀지 않았다.
치이이익
내려서기 직전 피어오른 불에 의해 전부 증발해 버린 탓이었다.
“아파라!”
황림이 울상을 지으며 얼른 마리가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마리가 급히 배턴 쥔 손을 뻗었다.
“빨리 들고 튀어요!”
“나도 그러고 싶어요, 공주님.”
배턴을 받아 든 황림이 늪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현이가 그를 놓칠 리 없었다. 피잉, 공기를 가르며 또다시 회초리가 날아든다. 비행 스킬에 무척 능숙하지 않고서야 순간적인 움직임은 땅을 밟고 뛰는 것보다 느리다. 황림이 늪 사이의 바위를 디디며 회초리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파공음과 함께 바람이 그의 얼굴을 때린다.
“그래도 같은 S급인데 분발해 봐. 물론 내 동생 다치면 넌 죽는다.”
“진이 동생은 규격 외잖아!”
저놈도 태생 S급에 대해 알고 있나? 하긴 초월자와 계약 관계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겠지.
“게다가 자기 사랑도 제일 많이 받아가며 크고 있고!”
“우리 유현이 키 큰 거 티 나지? 중국 갔을 때보다 더 자랐잖냐. 190이 코앞이다.”
정확히 재보진 않았으니까 이미 190 찍었을지도 모른다. 이왕이면 190 중반 정도는 됐으면 좋겠는데. 서양엔 2미터 넘는 헌터들도 많단 말이야. 성현제보다 더 커졌으면. 지금 속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내 동생 잘한다, 잘한다 하며 마라카스를 흔들었다. 황림 놈 구르는 것도 볼만했지만.
‘이참에 저놈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도 좋지.’
우리 편이라기엔 애매하지만 일단은 아군, 이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놈이다. 유현이의 공격을 맨몸으로 잘 피하는 것만 봐도 웬만한 S급보다는 강하지 싶었다.
화르르르-
늪지를 삼키며 불이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발 디딜 곳을 없애 버리겠다는 듯 온통 뜨겁게 불꽃이 넘실거린다.
“말로, 하죠! 동생님!”
찌이익, 황림의 옆구리 옷이 회초리 끝에 걸리며 길게 찢어진다. 황림이 뜨거운 바닥을 밟으며 뛰어올랐다. 화 속성 저항 스킬이나 아이템이 있는지 옷이 불타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을린 자국은 남았다.
“할 말 없어.”
냉랭하게 말한 유현이가 황림의 머리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황림이 땅에 눕다시피 몸을 젖히곤 뒤로 굴러 피한다. 불티가 타닥 흩날린다.
“유현이 녀석, 많이 봐주고 있네요.”
불만 봐도 그냥 평범하잖아. 아니었으면 가벼운 화상 정도는 입었을 것이다. 우릴 도와주긴 했으니 잡아 죽일 수준은 아니고, 그러니 경고 정도만 하려는 것일 터였다. 우리 애가 참 착해.
“개 주인도 그에 맞춰 주고 있고.”
“진심으로 싸움 붙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저 인간 그런 선은 잘 지키잖아요.”
제대로 싸웠다간 황림의 사망으로 끝나지 않을까. 유현이가 황림을 봐줄 이유는 없다.
서로 부딪치길 반복하면서도 황림은 도시 구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배턴을 전달해야 끝이 날 테니까. 어느새 늪의 절반을 훌쩍 넘어가고 다섯 번째 주자들이 나타났다.
“안녕, 공무원!”
리에트가 발랄하게 송 실장님에게 인사했다. 송 실장님이 꾸벅 목례로 답했다. 역시 마지막은 송 실장님이구나. 이중에서 도시 내 전투에 가장 익숙한 사람이니까.
“헉! 잠깐만!”
황림이 헛숨을 들이키며 첨벙, 아직 남아 있던 늪지에 떨어졌다. 도시가 얼마 남지 않자 유현이의 공격이 더욱 매서워진 것이었다.
“형, 다리 부러뜨려놓고 갈게. 상급 포션 정도야 들고 있겠지만 약간은 지체될 거야.”
“그래. 앞일은 모르니까 깔끔하게 해라.”
급하면 황림 녀석 손도 빌리게 될 수 있으니 회복시키기 쉽게 해야지. 회초리가 반달처럼 휘어지며 황림을 향해 내리찍힌다. 더는 버티지 못하고 황림이 무기를 꺼내들었다. 텅! 금속 봉에 맞은 나무 회초리가 부러졌다. 튀어 오르는 파편을 유현이의 다른 쪽 손이 낚아채며 그대로 황림을 향해 던졌다.
콰득!
나무 막대가 황림의 다리에 빗겨 꽂혔다. S급 헌터에겐 움직이기 어렵지 않은 경상이다. 이어 회초리 대신 예장의 허리끈을 스륵 빼들고는 날카롭게 휘두른다. 황림이 든 봉에 허리끈이 휘감겼다. 철퍽, 황림의 발이 늪에 박히듯 버티고 선다. 유현이 또한 메마른 땅을 디뎠다. 허리끈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와, 힘도 대단한걸.”
황림이 혀를 내두르며 불쌍한 척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유현이에게는 통할 리가 없었다.
“내가 10초 세고 따라갈게. 응? 형님한테 진짜 잘해 줬다니까. 다쳤을 때 부축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먹여 주고, 자장가도 불러 줬는데.”
뭔 헛소리야. 유현이가 대꾸 대신 허리끈을 잡은 손에, 팔에 힘을 주었다. 으드득, 금속 봉에서 일그러지는 소리가 난다. 황림이 눈썹을 살짝 모았다. 직후 툭. 황림의 손이 놓였다.
서로 당기고 있던 한쪽이 힘을 풀었다. 자연히 봉이 그대로 유현이를 향해 당겨 날아든다. 유현이가 그대로 빙글, 회전하며 허리끈을 둥글게 당겼다. 끈에 묶인 봉이 크게 원을 그리며 다시 주인을 향해 내리꽂힌다.
콱!
황림의 다리를 스치며 봉의 끝이 바닥에 박힌다. 이번에도 잘 피했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핑!
나무 막대의 나머지 절반이 유현이의 소맷자락 아래에서 쏘아졌다. 황림이 악 소리를 내며 한쪽 다리를 들고 깽깽 발을 뛰었다.
“으와, 와. 버린 줄 알았는데!”
그러게 나도 소매 안에 감춘 건 눈치 못 챘다. 예장의 허리끈이 금속 봉으로부터 풀려나고 유현이가 발로 봉을 찼다. 황림이 비틀거리며 봉을 받아들었다. 그 모습에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유현이가 몸을 돌려 버들잎을 밟으며 달려갔다.
“황림 너 꼴이 말이 아니다.”
내 말에 황림이 멋쩍게 웃었다.
“적당히 화풀이 받아 주려고 했는데 실패야. 장난 아니네~. 나만 제대로 된 무기까지 꺼내들고. 쪽팔려라.”
그래도 끝까지 자기 전투 스킬은 드러내지 않았다. 능구렁이 같은 놈. 포션을 사용해 상처를 치료한 황림도 비행 스킬을 쓰며 도시로 향했다. 다가오는 유현이를 본 리에트가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