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7
77화 병아리반 선생님 (4)
“유명우 헌터가 만든 게 S급 창이라고 해서 엄청 기대했거든. 물론 나한테 S급 거창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분으로 하나 더 있으면 좋잖아. 주 무기가 유일하면 불안하다고. S급 무기라고 해서 절대 안 부서지는 건 아니니까.”
문현아가 건물 잔해를 가볍게 뛰어넘으며 말했다.
이틀째도 던전 공략은 순조롭고 여유로웠다. 유명우 효과 덕분인지 어제와 달리 서로 으르렁대는 것도 훨씬 덜해졌다. 하하호호 화기애애한 수준은 물론 아니었지만 각 잡고 싸우려 들지는 않았다.
“무기 옵션이 다르면 전투 스타일에도 변화를 줄 수 있고. 내가 좀 단순하긴 하거든. 몬스터 상대로야 아직 별문제 없지만 내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인간 상대면, 귀찮지.”
그러면서 성현제가 간 방향을 힐끗거린다.
“그러니 형님이 유명우 헌터에게 슬쩍 찔러주면 안 될까. 다음번 무기는 S급 거창 어떠냐고.”
“언니, 제가 더 급해요!”
내 등에 기대 앉아 있던 예림이가 빽 소리쳤다. 피스 엉덩이께로 두 다리를 쭉 편 게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해 보이는 자세였지만 당사자는 무척이나 여유롭다.
“언니는 S급 장비 다 갖췄지만 전 창이랑 팔찌밖에 없거든요?”
“거 해연 길드장이 짜네. 아, 동생 욕하는 건 아니야. 아끼면 좋지.”
“아끼는 게 아니라 속성이 정반대에 전투 스타일도 달라서 예림이에게 맞는 게 부족했던 걸 겁니다.”
유현이는 넘쳐나는 화력을 바탕으로 한 근접전 중심이다. 모자란 곳 없이 골고루 뛰어난 스탯과 스킬 특성상 다수보다는 특정 강자와의 일대일 상황에 더 강하다. 반면에 예림이는 마력과 민첩 쪽에 몰려 있다. 스킬도 수많은 적을 빠르게 묶고 쓸어버리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속성과 타입이 정반대니 해연이 보유하고 있는 S급 장비 중에 예림이가 쓸 만한 게 적을 수밖에. 당장 S급 던전 돌 것도 아니니 엉뚱한 옵션의 S급 장비보다는 특성 잘 맞는 A급 장비가 더 낫다.
“그건 그래요. 해연 진짜, 장비 등급 좀 높다 하면 화염 저항 덕지덕지 붙어 있는 거 아세요? 길드장님이랑 같이 S급 던전 돌려면 화염 저항 최소 C급은 필요하다나. 근처에 있으려면 B짜리는 있어야 한다잖아요. 아님 방어 특화거나요.”
“예림이 너도 네 팀 만들려면 지금부터 냉기 저항 붙은 장비 모아 둬야 할걸. 남 일이 아니다.”
“으아아, 맞아요! 그렇죠, 젠장!”
고생길 훤하네, 우리 예림이. 그래도 S급 팀만 제대로 갖추면 탄탄대로다. 던전 난이도가 올라가긴 하겠지만 문현아랑 붙여 주면 걱정할 거 없을 텐데. 아직 키워드 적용 안 되었지, 아마.
[감화 완료 대상자(7)(한유현-S)(박예림-S)(피스-S)(대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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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우-A)(김성한-A)(삐약이-□)(블루-C)]
역시 문현아의 이름은 없다. 피스가 S급 대열로 올라갔고 유명우는 A급으로 바뀌었다. 스킬 SS에 스탯 C면 시스템상으로 A인 모양이다. 명우도 스탯 B나 A쯤 되면 S급으로 올라가겠네.
블루는 키워드 적용이 생각보다 더 빨랐다. 유니콘들은 떨어져 지내서인지 시간이 꽤 걸릴 듯싶고.
‘문현아는 꽤 가까워졌으니 한두 번만 더 키워드 말하면 될 거 같은데. 성현제는… 뭐 기회 되면.’
얼렁뚱땅 한 번 말하긴 했는데 사랑타령 하기 쉬운 상대는 아니다. 삐약이 빼고 다 S급 된다 치면 여섯, 문현아 더하면 일곱. 내새끼 스킬 얻은 지 두 달도 채 안 되었으니 괜찮은 속도긴 한데.
‘던전 나가기 전에 문현아까지 키워드 적용 시켜야지.’
그때였다.
[피해! 공간 간섭ㅇ]다급한 메시지가 뜨고 기묘한 감각이 전신을 덮쳐 온다. 정확히 내가 있는 곳에, 무언가 뒤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강력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집니다!]공포 저항 스킬 메시지가 나타난다. 살짝 굳었던 몸이 풀림과 동시에 소리쳤다.
“여길 벗어나야 해! 피스야, 뛰어!”
– 크릉!
대답하듯 소리친 피스가 속도를 높인다. 꺅, 하고 떨어진 예림이와 문현아, 김성한도 곧장 우리 뒤를 따라온다.
“무슨 일이에요, 아저씨?”
예림이가 훌쩍 날아와 묻는다. 다른 사람들은 못 느낀 건가.
“유현이와, 성현제, 윽, 우리 쪽으로 오라고, 해 줘!”
흔들림 탓에 몇 번 혀를 깨물 뻔하며 말했다. 예림이가 대답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리고 잠시 후,
구구구그긍!
등 뒤로 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한 번이 아니라 연속으로 몇 번이나.
“미친! 저게 뭐야?!”
문현아가 놀라 외친다. 젠장, S급이 놀랄 정도면 평범한 사태는 절대 아니겠군. 피스의 등을 두드리자 용케 눈치채고 멈춘다. 한숨 한 번 삼키고 뒤를 돌아보았다.
반파된 도시 한가운데, 산이 솟아 있다.
아니, 작은 산과도 같은 초대형 몬스터다. 치켜들고 있는 머리가 까마득하게 높다. 두꺼운 네발 밑에 부서진 건물들이 마치 장난감 블록 조각처럼 하찮아 보인다.
전신이 바위로 뒤덮인 거대한 두꺼비.
[1급 거대두꺼비종 – 산을 삼킨 바바르현재 스탯 등급 SS
각성 가능 스탯 등급 S~SS
최적화 초기 스킬
작은 산(SS) 획득
끝없는 소화력(SS) 획득
녹아내리는 독액(S) 획득 실패
재생력(S) 획득]
SS급의 1급 몬스터다.
쿠르릉 쿵!
바바르가 천천히 움직인다. 속도는 기어가듯 느리지만 워낙 커다란 탓에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수십 채의 건물이 쓸려나간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잘게 진동한다.
작은 산이 이동하는 듯한 그 모습이 현실감 없게 느껴진다.
다행히 방향은 우리와 반대쪽에 거리도 충분히 멀다. 피스의 등에서 내려서자 김성한과 문현아가 다가온다. 둘 다 굳은 표정이다.
“와 씨, 저런 건 처음 봐. 예림이랑 김성한 헌터는 본 적 있어?”
“저도 처음 봅니다.”
“저도요. 엄청 커요!”
“몬스터 맞긴 맞나? 저런 걸 대체 어떻게 잡아?”
문현아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바바르는 공략 법만 알면 1급 몬스터 중에서는 잡기 쉬운 편이다. 저놈은 독액도 얻지 못했으니 더욱 만만하다.
5년 후의 S급들에게는 말이다.
“형!”
어느새 나타난 유현이가 내 옆으로 바싹 다가와 붙으며 말했다.
“일단 형은 나가는 게 좋겠어.”
“게이트석 사람 수만큼 있냐?”
“…아니. 해연에는 세 개뿐이고 하나만 가지고 왔어.”
내 거 포함하면 두 개군.
“나도 내 거 하나뿐이야.”
문현아가 말했다. 성현제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게다가 게이트석을 써서 나가도 문제다. 오류로 튀어나온 몬스터가 얌전히 사라져 줄지 알 수 없으니.
만약 바바르가 나타난 채로 던전이 터지기라도 하면 난리 난다. 이 던전, Y대 바로 옆이다. Y대 일대가 쓸려나가는 처참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공간 간섭은 또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저걸 처리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때 성현제도 예림이와 함께 도착했다.
“저번 D급 던전에서 황금부리 마이야가 나타난 것과 같은 현상인 건가.”
성현제의 말에 유현이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나를 향한다. 이번에도 나와 관련이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정확히 내가 있던 장소에서 이상이 나타났으니 연관이 아예 없는 건 아닌 듯하지만.
“저 몬스터는 1급 거대두꺼비종으로, 산을 삼킨 바바르입니다. 스탯 등급은 SS고요.”
“1급? 스탯 SS? A급 던전에 왜 저런 괴물이 나타나? S급 던전에서도 본 적 없는데!”
문현아가 눈살을 찌푸리고 유현이와 김성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예림이는 아직 사태 체감이 잘 안 되는 눈치다.
“바로 게이트로 가자, 형.”
“네, 먼저 나가십시오.”
나 나가면 어쩌려고. 나머지 사람들도 게이트석 쓴다 해도 예림이에 김성한, 몬스터도 한 명으로 치면 피스까지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데.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공격하기 전까지는 이쪽을 눈치채지도 못할 테니까요.”
대부분의 몬스터는 호전적이라 먼저 덤벼들어 오지만 저놈은 달랐다. 조그만 인간들은 코앞에서 얼쩡거려 봤자 잘 알아채지도 못한다.
둔하고 느리다. 하지만 극도로 단단하다.
중국에 처음 나타난 바바르의 던전은 공략되지 못하고 결국 터져 버렸다. 저 거대한 두꺼비는 천천히 돌아다니기만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혔다.
덕분에 방송에 여러 번 출연했기에 공략 방법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 여기에는 바바르의 공략에 필요한 스킬이 모두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바바르의 껍데기는 무척이나 단단합니다. 일반적인 스킬로는 절대 부술 수 없어요.”
그건 5년 후의 S급이라도 마찬가지다. 혼자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게 1급 몬스터종이다.
“그나마 껍데기가 얇은 곳이 움푹 들어가 있는 뒷목 부분입니다. 머리와도 바로 연결되어 있어 유일한 급소라고 할 수 있죠.”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마수사육 스킬에 그런 정보까지 다 나오는 건가.”
성현제가 물었다. 미래에서 봤습니다, 라고 할 수는 없고.
“대충은요. 지금은 공략에 집중해 주세요. 저놈 못 잡고 나가면 난리 납니다.”
얼버무리고 예림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예림아, 네가 처음이야.”
“네? 뭐가요?”
“개중 약한 뒷목이라고 해도 껍데기를 약화시키지 않으면 부술 수 없어. 바바르의 껍데기를 약화시키는 데는 급격한 온도 차를 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야.”
그리고 지금 여기에는 불과 얼음, 둘 다 있다.
“그림자 없는 낮의 스탯 버프는 마력으로, 속성 버프는 전기로. 탄식에 더해 창백한 비를 국소 범위로 집중시켜 얼어붙여. 빙 속성 강화 잊지 말고. 그다음은 유현이 너다.”
“최대한의 고온으로 녹이라는 거지?”
“잘 아네. 그리고 현아 씨, 피스와 함께 약화된 껍데기를 부수세요! 한 점에 모이는 파괴력은 현아 씨가 최고라고 들었습니다.”
“그거야 내 전문이지! 저렇게 굼뜬 놈이라면 더더욱 쉽고.”
문현아가 신나 하며 말했다. 히죽거리며 피스를 돌아보기까지 한다.
“문현아로 끝날 거 같진 않고, 마지막은 나인가.”
“네, 현제 씨. 현아 씨가 껍데기를 부수면 속살이 드러날 겁니다. 강력한 전류를 퍼부으면 뇌까지 익힐 수 있을 겁니다만, 아마 지금 스탯으로는 모자람이 있겠죠. 하지만 예림이의 스탯 속성 버프에 더해 공격 스킬 효과 두 배까지 받으면 확실히 끝낼 수 있을 겁니다.”
내가 가진 공격 스킬 효과 두 배 칭호를 공유 가능하다는 것은 여기 있는 사람들에겐 이미 말해 두었다. 김성한이 보스 잡는 거 보면 눈치챌 수밖에 없는 데다가, 이후로 또 공유하게 된다면 S급들 상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꼭 형까지 나서야 해?”
유현이가 대뜸 인상을 찌푸린다. 나도 나서고 싶진 않지만 5년 차이를 생각하면 스탯 속성 30, 20% 증가로는 불안하다. 레벨과 스탯, 스킬 숙련도는 물론이고 장비도 차이가 클 텐데.
“팔찌 있잖아. 10분이면 충분해. 아니, 10분을 넘기면 망하는 거지. 바바르의 스킬 중에는 재생력 S급도 있어. 자체 회복력도 틀림없이 높을 텐데 재생력까지 달았으니 공격 연결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순식간에 회복해 버릴걸.”
그럼 방법이 없어진다. 다른 사람들이야 재시도 가능하지만 난 1회용이니까. 그러니 팔찌는 최대한 마지막에, 성공할 거 같다 싶을 때 써야 한다.
여러모로 타이밍이 중요한데.
‘살벌한 병아리반 선생님, 그걸 써 볼까.’
아침에 갑자기 튀어나온 스킬. 아마도 10레벨 때 얻지 못한 게 조건을 만족하여 습득된 듯했다.
조건이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킬 등급도 그렇고 상황상 S급들과 관련 있는 거였겠지. 일정 수 이상의 S급 헌터들을 통솔한다거나, 뭐 그런 무시무시한 게 아니었을까.
…진짜면 얻으라고 있는 스킬이 아닌 거 같은데.
상태창을 열어 스킬을 다시금 확인해 보았다.
[살벌한 병아리반 선생님(SS) – 제멋대로인 각성자들을 통솔하는 선생님! 애들이 참 말도 안 듣고 제멋대로 굴지요? 하지만 걱정 마시라! 이 스킬을 쓰시면 다수의 대상자를 깊게 연결, 스킬 사용자를 중심으로 긴밀한 협동이 가능함.대상자 등급 제한 – SS]
척 봐도 중간에 설명창 써넣는 사람이 바뀌었다. 물방울 혹은 나무가 사슴새끼 뒤통수 후리고 대신 설명창 작성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 정신력과 마력에 영향을 받음. 대상자들의 능력치가 뛰어날수록 스킬 시전자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 높음. 키워드 적용자의 경우 부담이 덜할 것으로 예상. 대상자가 강하게 거부 시 스킬 시전자에게 타격이 올 수도 있음. 기타 효과 있을 수 있음.]대부분 추측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친절도 하지.
‘스킬명과 설명을 보면 아마 지휘 계통 특수 스킬인 듯한데.’
긴밀한 협동이 가능하다는 말이 지금 상황에서 특히나 끌린다.
회복력 뛰어난 바바르를 상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각 스킬의 빠르고 정확한 연계다. 아군의 스킬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빨리 다음 공격을 적중시켜야 한다.
바바르 사냥에 처음 성공한 팀도 손발이 안 맞아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선생님 스킬이 설명 그대로의 효과를 발휘해 준다면, 무척이나 유용할 것이다.
“혹시 정신력 마력 위주 정수 증가 장비 가지신 분 있습니까?”
“비율 증가는 있는데요.”
예림이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젓는다. 그래, 당연히 없겠지. 내가 가지고 있는 거라도 주섬주섬 꺼내어 착용했다. 그나마 마력과 정신력 스탯은 같이 붙는 경우가 많아 다행이다.
“피스야, 이것 봐라! S급 안장이다!”
문현아가 인벤토리에서 흑색과 백색이 섞인 안장을 꺼내 들었다. 헤벌쭉하게 다가오는 흑심 가득한 모습에 피스가 내 쪽으로 뒷걸음질 친다.
– 그릉.
“이번만 참아 줘.”
“참다니, 이게 얼마나 좋은 건데! 속도 강화는 기본이고 근체 증가에 방어도 붙고 돌격력 향상에 탑승자 공격력도 올려 준다고!”
“현아 씨, 화염 저항 장비는 있습니까? 유현이 다음이니 대비해야 할 텐데요.”
“언제 상대해야 할지 모르는데 당연히 있지. 챙겨 왔어.”
정말 싸움 붙을 마음 만만이었구나.
각자 장비를 챙기는 사이로 혼자 동떨어진 김성한이 보였다. 그가 끼어들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원거리 무기 있으신 분?”
“나!”
문현아가 손을 번쩍 든다. 인벤토리에서 꺼내 던져 주는 건 장궁이다.
“사거리 길어요?”
“엄청. 신호용으로도 써.”
활을 들고 김성한에게 다가가 건네주었다.
“한 발 쏴 맞추고 물러나 있으세요.”
이 정도 활로는 두꺼비가 간지러움도 못 느끼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김성한의 S급 성장 조건 중 하나가 바로 SS급 몬스터 10인 이하 사냥이다. 피스까지 포함해도 일곱 명이니 조건에 맞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괜히 저 때문에…….”
김성한이 미안해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한다. 두꺼비 나타난 건 솔직히 내 탓인 거 같은데.
“신경 쓰지 마세요.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생기는 거죠 뭐. 정 신세 진 거 같으시면 앞으로 제 동생이나 잘 보조해 주세요. 여태껏 그러셨던 것처럼요.”
S급 성장시켜 주는 걸로 계약 기간 이미 늘려 놓긴 했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잖은가. 강제로 발 묶이는 것보단 좋게 부탁조로 말해 두는 편이 의욕도 더 생길 테고.
“당연히 그럴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김성한이 활을 꾹 움켜쥐며 말했다.
장비 정비는 다 끝났다. 바바르는 큰 입을 벌려 성을 뜯어먹고 있었다. 콰르르, 콰릉, 벽돌 쏟아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요란하게 들려온다.
“목 뒤까지 올라가도 꿈쩍도 안 할 겁니다. 껍데기에는 감각이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어지간한 충격이 아니고선 못 느낀다.
“그럼 일단 올라가야겠군.”
문현아의 말에 예림이가 나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린다.
“자! 오세요, 아저씨!”
“…응?”
“저거 제법 가파른데 피스 타고 갔다간 몸을 동여매지 않는 이상 뚝 떨어질걸요? 비행 스킬 있는 제가 최고죠.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아~”
맞는 말이긴 한데, 나보다 작고 어린 여자애한테 매달려가기가 좀 쪽팔리다. 등 뒤로 매달려야 하나 고민하며 다가갔는데,
“악, 잠깐만!”
예림이가 두 팔로 나를 달랑 들어 안아 버린다. 와 씨, 예림아!
“가만히 좀 있으세요, 아저씨.”
“아니, 이럴 거까진 없잖아?!”
“이게 제일 편하고 안전한걸요. 아저씨 정도는 엄청 가벼우니까 걱정 말고 몸을 맡겨 주세요.”
아니 무게가 문제가 아니라……. 뒷목이 다 화끈거린다. 으, 쪽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