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91
790화 안개와 바다와 기억 (4)
쾅! 안개 사이로 폭음이 울렸다. 짙은 안개가 화악 밀려 나가며 총성이 연이어 들려온다.
“섬광탄 터뜨려 유인해!”
“공원을 벗어나면 주택가다!”
최루탄의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성현제는 장갑 낀 손으로 코와 입을 가볍게 가리며 대낮의 공원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 꽤애액!
– 깩! 깩!
대형견 만 한 새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흙이며 잔디를 마구 파헤치고 있었다. 성현제는 이내 저 몬스터들의 정보를 떠올렸다. 비늘 땅길새. 크기는 작은 편이었지만 비늘 덮인 몸뚱이는 튼튼하고 속도 또한 빠른 E급 몬스터였다.
‘던전 브레이크.’
주위로 솟아 있는 아파트가 보인다. 공원을 둘러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특수부대가 몬스터를 공원으로 유인, 최루탄을 터뜨리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꽤 초기로군.’
던전 쇼크 후 1년이 채 지나기 전이다. 각성자 관리실과 헌터 협회가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헌터의 부족으로 군대가 던전 브레이크의 처리를 돕던 시기였다.
“공격력은 그리 강하지 않으니 방패 잘 드십쇼!”
헌터로 보이는 남자가 군인들에게 외쳤다.
“제대로 쪼이면 뚫리긴 해도 죽지는 않을 테니까.”
몬스터를 상대하는 특수부대는 의외로 안전했다. 아직 중급 이상 던전이 터지기 전이었고 하급 몬스터에게는 현대식 무기가 어느 정도 통하는 데다가 전투는 동행한 헌터들이 전담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부상자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던전 브레이크가 잦아 민간인의 피해도 컸던 시기라 부상 정도로는 불평하기 힘든 상황이긴 하였지만.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소탕에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추가 지원 요청을, 예?”
인이어를 낀 지휘관이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아, 예. 알겠습니다. 전부 후퇴! 물러나!”
몬스터를 앞에 두고 당혹스러운 명령이었지만 군인들은 방패를 앞으로 둔 그대로 일제히 뒷걸음질 쳤다.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진 직후.
차르르-
금속성 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 무리 가운데 금빛 사슬이 내리꽂히고.
콰르릉!
빛이 터졌다. 전류의 폭풍이 순식간에 몬스터들을 휘감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치솟았던 돌풍이 가라앉고 몬스터의 흔적은 검게 그을린 잔해만이 남았다. 모두가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군인들 사이에 있는 익숙한 얼굴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성현제의 시선이 군복 차림의 한유진을 향했다. 한유진은 커다란 방패를 내리고 그 너머로 전류가 휘몰아친 자리를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세성 길드장님!”
군을 보조하는 헌터가 사슬을 거두어 가는 남자에게 급히 다가가 머리를 숙인다. 이때의 성현제는 회색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아이템은 아니었지.’
상급 장비가 거의 나오지 않던 시기다. 취향에 맞는 아이템은 더더욱 드물었다. 실레키아의 날개를 비롯해 성현제가 즐겨 착용하는 장비는 이때보다 훨씬 후에 얻었었다. 과거의 성현제는 헌터를 돌아보지 않았다. 군인들에게도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 잠시 산책이라도 나왔던 듯 걸음을 옮겨간다. 한유진의 눈길이 성현제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다른 사람들 역시 홀린 것처럼 성현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한유진의 눈빛은 달랐다.
선망도 두려움도 없다. 경계심, 그리고.
‘분노.’
희미한 노기가 검은 눈에 깃들어 있었다. 작은 불꽃처럼 이리저리 흔들린다. 성현제는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성큼성큼 한유진에게로 다가갔다. 주위의 군인들이 안개가 되어 흩어지고 한유진이 그를 돌아보았다.
“…세, 세성 길드장님?”
“이때가 처음이었군.”
아마도 한유진과 그가 처음 마주친 기억일 것이다.
“까맣게 몰랐어.”
성현제가 한유진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기다. 해연과 한유현에게도 아직 아무런 흥미가 없었으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전의, 존재감 없는 비각성자가 눈에 들어왔을 리는 더더욱 만무했다. 게다가 한창 송태원을 찔러보느라 바쁜 때이기도 했다.
“무슨 소리를… 아!”
한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성현제를 빤하게 쳐다보았다. 군복이 사라지고 조금 더 나이를 먹은 현재의 한유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는.”
“나와 한유진 군의 기념비적인 첫 만남의 장소라네. 이제 막 알게 되었지만.”
“…저도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요?”
“그런 것치곤 무시무시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군.”
한유진이 창피한 듯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변명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야 한창 상급 헌터가 싫을 때였으니까요. 어린애를 싸움터로 내모는 주제에 잘난 척이나 하고……. 유현이를 어떻게든 집에 데려와야 하는데 군대에 발목 묶여 있는 신세도 화가 났고요. …질투도 쪼끔 있었을 겁니다.”
내가 저만큼 강했다면 고등학교도 졸업 못 한 애를 던전에 밀어 넣게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질투와 분노로 나타났다. 잠깐 미안한 표정을 지었던 한유진이 대뜸 성현제를 째려보았다.
“어차피 제가 여기 있는 줄도 몰랐으면서.”
“이때는 해연에도 무관심했던 터라.”
“압니다. 유현이가 금방 길드를 떠날 줄 알고 신경 쓰지 않았댔잖아요.”
한유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사라져 가는 공원을 바라보았다.
“묻힌 기억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쪽도 제대로 기억이 나고. 이러면 내가 손해인데. 한 달 정도는 잊어 줘야 계산이 맞지.”
“그 잠깐도 섭섭했어.”
“웃기지 마십쇼. 감정을 지워 놓고서 무슨. 제가 기억 잃었다니까 쿡쿡 찔러보는 태도가 예전과는 다르, 참!”
퍽, 한유진이 성현제의 다리를 걷어찼다. 발이 아프다고 투덜대면서도 재차 강하게 찬다.
“남 기억 잃자마자 사기나 치고. 마석 한 조각도 못 주니까 그런 줄 아십시오.”
“한턱내겠다 할 때는 언제고 굶으라 하다니, 너무하는군.”
“이참에 다이어트 해요. 더도 말고 한 7센티만 줄여서 저 주십쇼.”
“도련님이 아니라?”
“유현이는 알아서 쑥쑥 잘 크고 있습니다. 스물여섯 살 유현이는 등급이 높아서인가 성현제 씨와 비슷하던데. 조금 더 크던가? …등급 때문이 아니라 원래 그 정도 컸을지도 모르죠.”
한유진이 씁쓸하게 말했다.
“서양인이라고 해도 같은 태생 S급 딜러에 여자인 리에트가 190 가까이 된다고요. 그런데 유현이가 190을 못 넘긴 게 말이 됩니까. 저 때문에 억누르지만 않았어도 10센티는 더 컸을 텐데.”
그나마 지금은 갓 스물한 살이 되었음에도 190에 가까워졌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스물여섯 살의 한유현만큼 자라지 싶었다.
“그래도 2미터 넘어가는 건 너무 크긴 하니까요. 지금도 은근 불편한 점이 있고요. 그러니까 7센티는 저나 주십시오. 저도 180 넘어 보자고요.”
한유진이 까치발을 잔뜩 서며 말했다. 7센티 추가하고 회귀 전만큼 신체가 성장하면 185쯤 될 텐데.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졌다. 그때 한유진의 모습이 흐릿해져 갔다. 그가 얼른 성현제에게 말했다.
“다시 제 기억 찾아서 접근하세요! 이거 스킬에 휘말린 사람들 기억도 끌어내더라고요. 강제로 묻힌 것도요. 성현제 씨한테 궁금한 게 많-!”
한유진이 완전히 사라졌다. 밀려났던 안개가 다시금 자욱하게 내리깔린다. 성현제는 한유진이 사라진 자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물이 얕게 찰랑인다.
“아저씨, 이거 어때요?”
박예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유진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며 거실 쪽을 흘끔거린다. 도담 사육소의 자택이었다.
“귀엽죠?”
휴대폰 화면에는 인형집이 커다랗게 떠 있었다. 박예림이 사진을 확대해 한유진에게 보여 주었다.
“침대도 있고요, 식탁이랑 소파랑 욕조랑~.”
“귀엽긴 하네.”
“그쵸? 여기 정원 세트도 있어요. 세성 아저씨 크기에 딱이에요.”
박예림이 후후후 웃으며 한유진에게 속삭였다. 한유진도 꽤나 혹하는 눈빛이었다.
“그래도 장난감집 같은 걸주기는 좀 그렇잖냐.”
[보고 싶긴 하지만.]한유진의 속마음이 살짝 새어나왔다. 그때 조그만 성현제가 주방 쪽으로 팔랑팔랑 날아왔다. 박예림이 급히 휴대폰을 닫았다.
“간식 준비를 할까 하네만.”
“애들이- 성현제 씨?”
한유진이 작은 성현제 너머 우뚝 솟아 있는 성현제를 발견했다. 잠시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앞치마를 벗으며 달려온다.
“저 또 사라지기 전에! 어, 일단 성현제 씨 과거부터 떠올려 보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초승달과 계약할 때의 일이 나타날지도요.”
자세한 계약 내용을 알게 되면 허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유진의 재촉에 성현제가 목을 약간 기울였다. 과거. 안개가 흔들렸다. 수면 위로 둥근 파문이 넓게 넓게 퍼져 나간다. 밤이었다. 달빛이 스며드는 창 아래 그가 서 있었다.
“…성현제 씨, 맞죠?”
얇은 셔츠 차림에 반쯤 감긴 금색 눈은 어딘지 모르게 흐릿했다. 성현제는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기억 하나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Hijo de la luna.”
“예? 방금 뭐라고 한 겁니까?”
“달의 아이.”
성현제의 입술 사이로 나직한 노랫말이 짧게 흘러나왔다. 알아듣지 못한 한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느 세계에서나 사람들은 흔히 달에게 소원을 빌곤 하지.”
“다른 세계에서도요?”
“달이 없는 세계는 드물어. 그리고 언제나 이지러지고 차오른다네.”
해는 바라보기조차 힘든 빛이라서일까. 밤하늘에 고요히 떠 있는 온화한 빛에 사람들은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초승달에게는 소원을 빌지 말게.”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알기 쉽게 설명 좀 해주시죠.”
“이 기억은.”
무대의 장막처럼 안개가 넓게 스치며 풍경이 바뀌었다. 성현제는 창가 안락의자에 몸을 묻어 앉아 있었다. 여전히 흐릿한 얼굴이었다. 머리칼만이 아닌 그의 존재 자체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느낌이다.
“아쉽게도 지금 세계의 과거로군.”
“우리 세상이요? 성현제 씨 젊을 적입니까?”
“아직 한창때건만.”
“아무튼요. 근데 왜 저래요?”
“갓 심어졌을 때일 거라네. 해당 세상에 속하지 않는 존재를 심어 넣기는 쉽지 않지. 초승달은 항상 각성자가 나타나기 전의 세계를 골랐어. 그래야만 나의 존재감을 최소한으로 줄여 심을 수 있으니.”
S급 헌터를 밀어 넣는 것보다 F급도 되지 못한 비각성자를 넣는 것이 훨씬 쉽다. 바늘구멍에 고래를 통과시키는 것과 송사리를 통과시키는 정도의 차이였다. 그러나 송사리 또한 그냥은 들어갈 수 없었다.
“조건은 매번 조금씩 달랐을 것이나 이때에는, 아이.”
“아이요?”
“누군가 자식을 가지고 싶다고 달에 빌었어. 그리하여 연결점이 생겨났고, 초승달은 나를 깎아 밀어 넣었지.”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고 지금보다 훨씬 젊어진 반테스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도련님, 오늘 기분은 어떠십니까.”
“반테스 씨? 이때부터 성현제 씨 곁에 계셨어요? 창 밖 풍경도 한국은 아닌 듯하고요.”
“해외에서 요양 중이었지. 반테스는 나를 돌보기 위해 부모님께서 고용하셨고.”
“부모님요?!”
한유진이 못 들을 소리를 들은 양 경악 어린 표정으로 성현제를 쳐다보았다.
“부, 부모님, 계시긴 하셨을 테지만요. 네. 근데, 세성 길드장 가족 관계는 제대로 나온 적이 없었고…….”
“나는 친자로 심어졌으나 내 부모님은 강한 이질감을 느꼈어. 그에 더해 상태도 좋지 않았으니 없는 셈 치고 숨겨 놓았었지.”
내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성현제와 마주칠 때마다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 기억은 자신들의 아이라 하고 있으나 전신의 모든 감각은 아니라고 외쳤다. 당혹스러워하는 한유진을 향해 성현제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바라는 것을 들어준다네. 온갖 세계에서. 아이만이 아니었겠지. 재물, 권력, 복수, 지식- 수많은 소원을 빌었을 거야.”
초승달이 내려 준 싹을 보호해 무사히 각성시키면 그들은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었을 터이다. 그 결말이 어찌 되었든. 쌓이고 쌓여 온 완벽에 가까운 존재는 무엇이든 이루어 내었으니. 이 세상에서도 소원은 이루어졌다. 비록 거부하다 못해 숨기고 결국은 가정 자체가 갈라져 떠나갔지만.
한유진은 입을 다문 채 성현제를, 그리고 성현제를 바라보았다. 몇 마디 상태를 묻던 반테스가 아침을 준비해 드리겠다면서 방을 나섰다.
“그럼, 지금 성현제 씨의 부모님께서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나 또한 부모라는 인식은 옅으니.”
“…초승달은 이런 식으로 성현제 씨를 옮겨 심었군요.”
의자에 앉아 있던 성현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감정한 눈이 창밖을 향했다. 한유진이 어? 하고 일부러 밝은 목소리를 내며 과거의 성현제에게로 다가갔다.
“이거 봐요, 지금 성현제 씨 보다 더 작은데요? 한 180? 초반? 저랑 얼마 차이 안 나잖습니까. 5센티쯤 더 크나?”
“깎여 나갔으니.”
“모르죠. 그 키가 각성 빨이고 이게 진짜인지. 우리 유현이는 각성 전 고등학생 때 180 찍고 계속 자라고 있었는데~. 각성 안 했어도 190가까이 됐을걸요?”
“그보다는.”
성현제가 한유진에게로 다가갔다. 과거의 성현제가 안개 사이로 사라져간다.
“지금의 내가 최초의 나였을 가능성이 높겠지. 처음이자 마지막의 모습. 그러니 아쉽게도 한유진 군이 원하는 2미터를 채우긴 불가능할 듯하군.”
새로운 세계로 심어지느라 깎이고 변하여도 언제나 동일한 결과를 맞이하고 마는 정해진 끝. 한유진이 성현제를 돌아보았다.
“…딱히 2미터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큰 덩치를 좋아하는 건 확실해 보였는데.”
“그야.”
한유진이 어깨를 으쓱하곤 말을 이었다.
“작은 편이, 더 살아남기 힘들잖아요.”
– 크르르르.
어디선가 나직한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안개를 뚫고 팍 튀어나온 몬스터를 성현제가 맨손으로 잡아챈다. 송아지만 한 짐승을 그대로 내동댕이쳤다. 캥! 하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가 흩어졌다.
“하급은 스탯도 얼마 안 되잖습니까. 그 스탯이 기본 신체능력에 플러스되는 거다 보니 결국 원래 몸뚱이도 중요해요. 중상급도 체격이 좋을수록 유리한 건 마찬가지잖아요?”
“마력으로 보충 가능하니 하급에 비하면 중요성이 덜하지만, 애초에 등급이 높을수록 체격 또한 좋아지긴 하지.”
“그러니까요.”
발아래 물결 사이로 붉은 것이 스몄다. 한유진만의 기억이라서일까, 안개로 가려져 성현제에게는 보이지 않는 너머에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한유진이 눈살을 움찔 찌푸렸다. 짧게 한숨을 내쉬곤 표정을 펴며 성현제를 올려다보았다.
“전 덩치 큰 사람이 좋습니다. 우리 애들도 쑥쑥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렇군.”
“연약하던 성현제 씨가 이렇게나 무럭무럭 잘 컸다니 감격스러워라~. 그보다 초승달과의 계약은요? 역시 안 되나.”
얼마나 쌓였을지 모를 오랜 과거의 기억을 끌어내기엔 무리였을까. 한유진이 아쉬워하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 또 사라지기 전에 빨리 다른 기억도-.”
“이쪽입니다.”
강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개가 밀려나며 미니 포탈 앞의 두 사람이 나타난다. 한유진은 목발을 짚고 있었다. 강소영이 말을 이었다.
“길드장님께선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복도를 따라 그대로 쭉 가주십시오.”
회귀 전의, 한유진이 잊은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