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860
에필로그 (3)
가족을 잃은 이의 애도에 이곳에 모인 기자들은 물론이요 시청자들 또한 잠시간 숙연해졌다. 하지만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 근데 한유진 아이들이란게 뭔소리야? 한결이 세성길장 숨겨진아들 아니었음?
└ 그거 루머거든요
└ 루머라기엔 너무복붙임
└ 성현제 한결 같이나온 영상이나 보고말해라
– 결이는 양자라고 해도 다른둘은 한소장 너무 닮았는데
└ 흑발은 ㅎㅇㅎ닮음
└ 작은아빠잖아 ㅎㅇㅈㅎㅇㅎ도 잘보면 비슷해
└ 부모 가족닮는 애들 흔함
– 둘째가 예닐곱살은 되는거 같은데 한유진 26살아니었나
– 한유진 사실은 유부남ㄴㅇㄱ
– 한소장 애 다섯을 키우고 있었네
└ 셋아님???
└ 한유현박예림한결저둘
└ 피스랑 삐약이도 넣어줘
– 진짜 친자식이야? 왜숨겼지?
└ 미성년자 각성자 유괴 흔하다고함 저정도로 어리면 위험하지
└ 아빠도 툭하면 납치당했으니…..
죽은 사람에게 갑자기 아이가 둘이나 더 생겨났다. 심지어 둘 다 특수 스킬을 지닌 각성자였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언제 태어난 거냐, 아이들 엄마는 누구냐, 결혼을 했던 거냐, 왜 숨기고 있었느냐 등등 온갖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쁜 쪽으로도 입방아 찧기 좋은 상황이었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나마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 죽은사람 상대로 헛소리하지 맙시다
– 애 있는게 뭐가 문제야 각성자면 숨길만도 하고
└ 비각성자라도 ㅎㅇㅈ상황보면 숨길수밖에 애들 학교는 가야하니 공개한거겠지
└ ㅁㅈ한소장 살아있었어도 조만간 알렸을듯
– 동생이 맡겠다는거 보면 엄마는ㅜㅜㅜㅜ
└ 던브때 잘못된거아닐까
└ 한유진 군필이잖아 보호자없는 어린애 둘딸림 면제아니냐
└ 던브직후 면제 조건더 까다로워지긴했는데
– 사실은 엄마가 아예없는거 아님? 별별스킬 다있는데 애만드는 스킬도 있을수있지
└ ㅉㅉ소설을 써라
– 애들은 어쩌냐…….ㅠㅠ
– 왜 다들 친자식이라고 생각하는거지 친척애일수도있지
└ ㄹㅇ어린애가 각성자면 비각성자 부모는 감당못해서 각성자한테 맡기기도한다더라
└ 그냥 별난애도 키우기힘든데 부모보다 힘쎄고 스킬도쓰면……어우
회견장에 모인 기자들 또한 앞다투어 질문을 던졌다.
“저 두 아이는 한유진 소장님의 친자입니까?”
“법적으로는 미혼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이들의 어머니는 어떻게 된 겁니까.”
“각성자 전용 교육시설을 만들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만 저 아이들 때문입니까?”
한유현이 내리떴던 시선을 들어 올렸다. 조용히 바라봐오는 시선에 여기저기서 소리치던 기자들이 이내 다시 잠잠해졌다. 눈길이 마주치면 움찔 고개를 돌리기도 하였다.
“형이 교제하던 여성은 없습니다. 아이들의 출생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으나 형의 아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그래도 어떻게-.”
용기 있게 입을 열었던 기자가 한유현의 시선을 받고 곧장 입을 다물었다. 이어 묵직한 압박감이 회견장 전체로 잔잔히 퍼져 나간다. 아이들에 대해 자세히 파고든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협박 한마디 없었으나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사실을 온몸으로 똑똑히 느꼈다.
한유현은 자신이 안고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미리 넣어 놓은 장난감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한별의 앞에 흔들었다.
– 퓨잇!
한별이 짧은 팔을 내밀어 잡으려다가 닿지 않자 좀 더 팔이 긴 인간 어린애로 변했다. 장난감을 손에 쥐고 무는 한별에게 한유현이 말했다.
“내가 누구지.”
“삼촌!”
“한별이 아빠는.”
“아빠!”
해맑은 얼굴이 까르르 웃었다.
“꿈에 있어.”
아빠를 마지막으로 본 곳이 꿈세계였다. 죽음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천진난만한 모습이 카메라에 비춰졌다. 한별의 말에 한결이 흑, 고개를 숙였다. 분위기를 탄 연기였지만 진심이기도 했다. 아빠가 보고 싶었다. 한설이 조금 머뭇거리다가 한별에게 다가갔다. 돌아서서 얼굴이 보이지 않게끔 하곤 한별을 살짝 안았다. 여기 오기 전 계획한 대로의 행동이었지만 한별은 한설과 달리 힘껏 와락 동생을 마주 부둥켜안았다.
“나도! 나도!”
한별이 두 형오빠를 향해 팔을 흔들었다. 한유현이 한별을 내려주고 막내 또한 폴짝 한결과 한설 사이에 끼어들어 안겼다.
– 막내는 아빠죽은줄 모르나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애기들ㅠㅠㅠㅠㅠㅠㅠ
– 아니 애들 어쩌냐진짜…….ㅜㅜ
– 한유진 진짜 죽은거야? 애기들을 두고?ㅠㅠㅠ
– 별이 이름도 귀엽다ㅠㅠ 애기야….
└ 한결이 한별이 둘째는 이름 뭘까
– 아빠없다고 우는 것보다 멋모르고 웃는게 더슬프다ㅜㅜㅜㅜ
– 눈물날것같아 이시간부터 한별이와 나는 한몸이다 한별이를 건드리는것은 나를어쩌구
└ 애기삼촌 애기한테 이상한게 붙었어요
– 우리 엄빠할머니 아까부터 안타까워죽으려한다 어쩌나소리 백번도 더들은듯
– 인간적으로 애기들은 건드리지말자
└ 해연도담은 물론이고 세성에서도 각잡고 ㄱㅅ할듯
└ 고소만당하면 다행이게 삼촌이 ㅎㅇㅎ이고 고모가 ㅂㅇㄹ인데 뼛조각이나 남겠냐
└ 용덕도 날아올듯
– 아이고 별이 뛴다! 아무것도 모르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상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한별을 한유현이 낚아챘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영웅과 그 아이들. 한유현의 위협이 아니더라도 기자들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 못하였다. 여기서 자칫 실수라도 했다간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난받게 될 게 분명했다. 죽은 사람도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데 아빠를 잃은 어린아이들까지 있다니. 특히나 낯가림도 없이 마냥 방긋방긋 웃는 한별의 순수한 모습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찌르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저는… 형의 유지를 이어갈 겁니다.”
한별을 다시 보듬어 안으며 한유현이 말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형을 기다릴 겁니다.”
한유현 그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한유진이 그러했듯 한유현 또한 형제를 기다릴 것이다.
“…기다린다고요?”
“예. 세상에는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각성자와 던전, 그 너머의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합니다. 죽은 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변화한 세상 또한 사 년 전에는 불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한유진 소장이 살아 돌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기자의 질문에 한유현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극히 낮은 가능성이겠지요. 헛된 희망으로도 보일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형을 믿고 기다릴 겁니다. 앞으로 삼 년간.”
삼 년. 그것은 현재의 한유현이 한유진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시간과 같았다. 그러니 삼 년간, 조금 더 길게는 삼 년 반이란 시간 동안. 칭호가 무사히 남아 있는 한 이곳에 머물러 한유진을 기다릴 것이다. 다만.
‘사 년째가 된다면. 그러면 찾으러 가도 되겠지, 형.’
한유현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형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기를 원했다. 그러나 자신이 찾으러가는 것 또한 괜찮을 것이다.
“…삼년상 같은 거군요.”
“비슷합니다. 그동안 장례식은 치르겠지만 사망신고는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장례식 일정과 기타 사항들을 전달한 뒤 기자회견은 끝났다. 하지만 고인의 배웅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이제 가아며언 언제 오나아아-.”
하얀 상복을 입은 윤윤이 도담 빌딩 앞에서 곡을 했다. 그 주위로 도깨비들이 입을 모아 후렴을 외쳤다.
“어허하, 어허야.”
잘랑, 잘랑 종이 흔들리고 색색의 깃발이 나부낀다. 종이꽃을 가득 든 도깨비들이 색색의 불꽃이 되어 둥둥 떠다녔다. 윤윤이 엉엉 울면서 지전을 흩뿌렸다.
“대장 김서바앙 어이 보내나아-.”
“어허하, 어허야.”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방송국 카메라도 나와 있었다. 구경꾼 중에서도 몇 사람이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에 동참했다. 슬픔을 나누는 것은 도깨비든 사람이든 다를 바 없었다.
“한유진 소장의 동상을 세워야 하오.”
시시오가 눈물 젖은 눈으로 주장했다.
“황금으로! 실물 크기, 아니, 실물의 열 배로!”
빌딩 앞에 한유진의 기념 동상을 세우자는 시시오를 서경훈이 퀭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한유진의 사망 처리를 미룬 덕에 상속 관련 업무는 면했지만 그럼에도 일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도담 사육소의 소장은 장기간, 어쩌면 영원히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해연 측에서는 그럼에도 도담 사육소는 계속 독립적으로 유지할 것이라 말해왔다.
이제 와서 해연 소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러니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서경훈은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그가 사육소 소장 대리를 맡아야 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 피스를, 왼쪽에는 나를 세우는 거지!”
다시 말해 눈앞의 이런 S급 헌터도 이제는 그가 직접 상대해야만 하였다. 시시오가 소리칠 때마다 가슴이 덜컹거리는 것을 아무렇지 않은 척 버티기 힘겨웠다. 지금이라도 센터로 가 각성을 할까. S급은커녕 상급도 바라기 힘들겠지만 비각성자보다는 낫지 않을까. 서경훈은 깊은 한숨을 삼켰다. 한유진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조차 모자랐다.
“…한유진 소장님께서는 바라지 않으실 듯합니다만. 그리고 왼쪽에는 해연 길드장님이 들어가는 것이 맞겠지요. 친형제니까요.”
“하지만 나도-!”
시시오가 크게 소리치다가 침울하게 머리를 떨구었다. 우울한 곰 같았다.
“그렇다면 한 소장만이라도.”
“검토는 해보겠습니다. 다만 황금은 안 됩니다.”
“음, 확실히 한 소장에겐 금색보단 은색이지. 순금으로 만든 뒤 백금을 도금-.”
서경훈의 입술 사이로 끝내 참지 못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장례는 삼일장으로 치르기로 하였다. 다만 시신이 없으며 사망 처리를 하지도 않을 것이기에 입관이나 출관 없이 삼 일간 추모객만 맞이하는 형식이었다.
“한유진 님께서 돌아가시다니, 아직 악몽을 꾸는 것만 같아요.”
검은 드레스 차림의 마리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한유진이 죽은 그날 하루 종일 울었었다. 장례식 첫날에는 한유진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만을, 둘째 날부터는 신청을 받았다. 다만 상급 헌터들이 다수 있는 자리이기에 비각성자와 노약자는 가급적 참석을 삼가 달라 하였다. 일반인을 위한 추모관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해연 길드장의 말대로 한 소장이 불쑥 살아 돌아올지도요.”
역시나 검은 옷을 입은 에밀리가 사미르의 부축을 받으며 옅게 미소 지었다.
“제 힘은 많이 모자라지만 바깥에서는 모를 일이에요.”
“모자라다니요! 하지만 밖의 존재들은, 가능성 있어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례식장으로 올라가자 익숙한 얼굴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검은 정장 차림의 노아가 에밀리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에밀리가 두 팔을 벌리며 노아를 맞이했다.
“그래, 도담에 남아 있기로 했다면서요.”
“예. 한유진 씨의 부탁이니까요. 저도 그간 정이 많이 들었고요. 하지만 전에 말씀하신 일 또한 생각 중입니다.”
“이거 나도 한국으로 이사 와야 하나. 대장장이 씨도 다시 만나 보고 싶은데 와 있어요?”
“유명우 헌터는 아침 일찍 다녀갔습니다. 바깥과 관련된 문제로 한동안 대장간에서 나오기 힘들 거라고 했습니다.”
유명우 또한 돌아오지 않았으나 대외적으로는 황금 대장간에 머문다고 말해 두었다.
“동생!”
호연이 에밀리를 보곤 반갑게 다가왔다. 에밀리가 무슨 소리냐며 호연을 향해 눈살을 곱게 찌푸렸다.
“이 나이 먹고 무슨 언니동생이람.”
“그러게 우리는 이 나이 먹도록 멀쩡한데 젊은 것들이 먼저 휙휙 가 버리기나 하고.”
호연과 에밀리가 나란히 안으로 들어갔다. 마리는 사미르에게 두 분을 부탁하곤 노아에게 작게 속삭였다.
“박하율 말이에요, 걘 어떻게 되는 건지 아세요?”
다들 돌아왔지만 박하율만은 남았다. 그동안 궁금했는데 물어볼 틈이 없었다는 마리의 말에 노아가 역시나 작게 대답했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꿈의 세계의 주인으로서 계속 남게 될 모양입니다.”
“그래요? 괜찮아 보였어요? 걔라면 어디서든 잘 지내겠지만 조금쯤은 신경이 쓰이거든요.”
미운 정이라도 든 것일까. 노아가 즐거워 보였다며 말해 주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하얀 꽃으로 둘러싸인 한유진의 초상화가 보였다. 한유현은 한쪽에 석상처럼 고요히 서 있었다. 그 옆의 박예림이 마리에게 아는 척을 했다.
“어서 와요, 언니.”
한유현도 조문객에게 기계적으로 목례했다.
“절 두 번 하는 거 맞지?”
“문화가 다르니까 괜찮아요. 안 한 사람 많아요.”
“로마잖아.”
“네? 아, 네.”
마리가 어색하게 절을 했다. 식당 테이블은 대부분 입식에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였기에 뷔페로 마련되어 있었다. 사고 예방을 위해 각성자용 술은 금지였다. 한쪽 테이블에는 시시오가 김성한과 함께 취하지 않는 술을 연신 비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있는 놀이방 앞에는 피스가 지키듯 앉았다.
“언니들은 저기 세 번째 룸에 있어요. 방음 처리해 놨거든요. 노크 잊지 말고요.”
마리를 식당으로 안내하며 박예림이 말했다. 마리는 룸으로 가 노크했다. 이내 잠겨 있던 문이 열리며 반가운 얼굴들이 그녀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문현아가 들어와 앉으라며 손짓했지만 마리는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이야기 중일 거잖아요. 전 밖에서 밥 먹고 있을게요.”
“그래? 그럼 송 실장 보이거든 여기로 와달라고 해줄래?”
“네~.”
마리가 인사를 나누곤 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은 문현아가 자리에 앉으며 후식용 케이크를 마저 집어 먹었다.
“장례식까지 끝나면 슬슬 분위기도 바뀔 거야.”
세성 길드장을 대신해 조문을 온 강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에트도 동의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남의 죽음이니까~.”
“그러니 최대한 빨리 밀어붙여야 해. 가능하면.”
문현아의 시선이 휴대폰 캘린더를 향했다.
“한 소장 생일 전까지.”
한유진의 생일이 이제는 정말로 코앞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