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Side Story 92 Be honest (4)
외전 92화
솔직하게 말해요 (4)
디아르마의 부하 중 A급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반격해 오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리에트의 검이 더 빨랐다. 또다시 토막 난 시체들이 나뒹굴고 피비린내 짙은 가운데 리에트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왔다.
“너도 쟤들이랑 사이가 나쁜 거야? 하지만 너한테도 그 도마뱀 느낌이 나는데?”
“다시 말해 그 새끼 아군 아니면 적이란 소리지. 내게는 착하고 귀여운 동생이 있고 그 동생은 너처럼 강하지만 나는 약해서 도마뱀새끼가 나를 약점으로 잡고서 내 동생을 조종하려 들었기에 나는 망할 도마뱀새끼의 원수란다. 마주치면 둘 중 하나는 죽어 나가야 하는 멋진 사이지.”
내 친절한 설명에 리에트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동생도 귀여워? 페블처럼 반짝거려?”
요점은 완전히 빗나갔지만. 넌 그게 더 중요하냐.
“세상에서 제일 환하게 빛나지.”
무려 불이니까. 태양도 따지고 보면 불덩어리 아니냐. 그러니 이 지구에서 제일 반짝거리는 건 역시 태초의 불의 조각이기까지 한 유현이라 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지구 홀라당 불 질러서 밤낮 없이 번쩍거리게 만들 수도 있다고.
“제일이라니, 내 동생이 더 반짝거려.”
“참고로 페블이라는 이름은 한국에서는 촌스럽고 유치하게 느껴져. 마치 조선시대, 너네로 따지자면 루이 13세 뭐 이런 시절의 저어기 시골에서 농부네 둘째 식으로 대충 지은 저어어언혀 예쁘지 않은 이름이야. 못생겼어.”
리에트가 충격받고 굳었다. 눈까지 동그랗게 커졌다.
“…문현아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한 적 있었는데, 촌스러워서였구나.”
“현아 씨가?”
“응. 자기도 동생 멧돼지라고 하긴 하지만 넌 좀 아닌 거 같댔는데 그땐 왜 그러나 싶었거든. 이제 알겠어.”
현아 씨가 리에트에게 조언을 해 주긴 했었구나. 비록 통하지는 않았지만.
“참고로 지금 올 사람들은 한국… 음, 한국 출신이 둘이나 되니까 조심해. 나까지 포함하면 무려 셋이야.”
유현이는 물론이고 피스도 한국 마수지. 지금도 알아듣기는 하는 거 같고 머잖아 말도 할 수 있을 거다.
“반면에 노아라는 이름은 예쁘고 귀여워. 반짝반짝한 느낌이야.”
“그래? 정말 예뻐?”
이번에도 리에트는 순순히 넘어와 주었다. 그때 쿵, 천장이 박살 났다. 피스와 유현이였다. 이번에는 위치를 알고 있기에 다들 빨리 도착했구나. 이어 노아 씨와 리에트도 천장의 구멍을 통해 내려왔다.
“어?”
두 사람을 본 퀘스트 리에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하고 입을 크게 벌린다.
“페, 노아야? 와, 더 반짝거려졌어! 예뻐!”
“안녕하세요.”
노아가 과거이자 미래의 리에트에게 인사했다. 현재의 리에트도 퀘스트 리에트를 흥미롭게 살펴보았다.
“얘 나보다 약한 거 같은데?”
“뭐? 넌 왜 그렇게 노아랑 달라졌어?”
“다르다니, 나도 노아도 같은 용이야~.”
독수리와 꾀꼬리를 두고 같은 새야~ 하는 모양새였지만, 뭐. 퀘스트 리에트가 이번에는 내 옆에 딱 붙어 있는 유현이를 쳐다보았다. 그러곤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설마 그게 네 동생이야?”
“응, 내 동생 한유현이지.”
“뭐야, 전혀 안 반짝거리잖아! 노아가 훨씬 더 반짝거리는데? 노아는 금색이고 네 동생은 까맣잖아.”
“내 동생은 불이거든? 캄캄한 데다가 불덩어리랑 금덩어리 던져 놔 봐라, 누가 더 반짝거리는지.”
당연히 불이 더 빛나지. 색만 보지 말라고. 검든 희든 파랗든 빛나는 데는 차이가 없다.
“근데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퀘스트 리에트가 다시금 노아 씨와 리에트를 유심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나와 노아가 맞는 거 같은데, 또 달라. 그리고… 노아가, 많이 달라.”
현재의 리에트는 보란 듯이 노아 씨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었다. 노아 씨는 누나가 그러거나 말거나 반쯤 포기한 표정이었지만, 거부하거나 밀어내지는 않았다. 회귀 전의 두 사람과는 완전히 다르게. 서로의 존재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금의 저는 어디 있습니까.”
“응? 그게. 근데 노아야, 넌 내가 안 무서워?”
“노아는 나 안 무서워해~ 그치?”
“…네. 이제 좀 놓아주세요, 누님.”
“싫어. 내가 떨어지면 쟤가 달라붙으려고 들 거란 말이야.”
한 명의 리에트는 으스댔고 한 명의 리에트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이러다 둘이 싸울라. 내가 경험해 봐서 아는데 똑같은 나와 한 공간에 머무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노아 씨네는 디오 발쉐시스 칭호 덕분에 종족 자체가 뒤섞이며 차이가 커졌으니 나보단 덜하겠지만, 그래도 싸움 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특히 양쪽 다 원하는 무언가를 한쪽만이 가지고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열 받고 짜증 나니까.
……내가 잃은 적 없는 동생과 화해한 던전 속의 나를 질투한 것처럼. 그래서 그 자식은 나보다 더 여유로웠었다. 지금 저 현재의 리에트처럼.
“우선은 이곳의 저를 만나게 해 주세요.”
연이은 노아 씨의 말에 퀘스트 리에트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한층 냉정해진 시선이 우리를 차분히 향해 온다.
“나는 너희를 상대로 노아를 지킬 자신이 없어.”
태생 S급이 두 명, 노아와 피스 또한 S급이었다. 리에트 혼자 도망치는 것이라면 모를까 무기력해진 동생까지 지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걱정 마세요. 저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편이 아닙니다.”
…노아 씨가 나를 버렸다. 아니 저 진짜 한유진입니다만.
“또한 저와 누님은 미래에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서?”
“네. 그러니 현재의 저와 누님을 해칠 이유가 없습니다.”
분명 미래라고 볼 수도 있었다. 노아 씨의 말에 퀘스트 리에트가 미간을 좁히며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표정이 환해진다.
“나와 노아가 나중에는 너희처럼 잘 지내게 되는 거야?”
“예. 그런 셈이지요.”
리에트의 헛된 희망에 노아 씨가 냉정한 대답을 했다. 분명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니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저 남매가 화해한다는 결과만큼은 확실했으니.
“그러려면 현재의 제게 솔직한 심정을 말해 줘야 합니다.”
“응, 그리고?”
“그리고 제가 현재의 저와 대화를 해 보도록 하지요.”
“좋아. 확실히 너희는, 아니, 미래의 나는 잘 모르겠지만 노아 넌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이 먹은 느낌이 들어.”
노아 씨는 광룡종이 만들어 낸 공간에 갇혀 긴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니 지금보다 더욱 미래의 노아 씨로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어? 그럼 따지고 보면 노아 씨가 리에트의 오빠가 되는 셈인건가? 이미 동생보다는 오빠 노릇을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과거가 사라지면 미래도 사라지는 걸 테니까. 알았어, 따라와.”
미래의 자신들은 안전하며 같은 편이라고 판단하였는지 리에트가 열쇠를 꺼내들며 천장의 구멍 위로 뛰어 올랐다. 우리도 곧장 리에트의 뒤를 따라갔다.
“와, 정말 예뻐!”
금빛 날개를 펼쳐드는 노아의 모습에 퀘스트 리에트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잘 어울려, 노아야!”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조금 아파 왔다. 흘려보내도 괜찮은 과거라 해도 나는 역시 신경이 쓰였다. 이번 퀘스트가 무사히 잘 끝나면 좋겠지만…….
“여기야.”
문이 열리고 퀘스트 리에트가 안으로 들어갔다.
“노아야, 잘 있었어? 내가 누굴 데려왔는지 한번 봐 봐. 미래의 우리래!”
리에트의 말에 아무 반응 없던 노아 씨가 몸을 일으켰다. 우리를, 정확히는 현재의 노아 씨와 리에트를 보곤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그의 눈동자가 크게 떨렸다.
“당신들은…….”
“노아 넌 한참 뒤에도 무사해! 그것도 훨씬 강해졌어.”
리에트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노아야, 난 널 많이 걱정했어. 널 많이 좋아해서 죽어 버리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어. 하지만 이젠 괜찮아. 노아 넌 괜찮을 거야.”
퀘스트 속 노아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현재의 노아 씨가 앞으로 나섰다.
“이쪽은 말하였으니, 저쪽 차례군요. 누님.”
“응~.”
파라락, 깃털 날개가 크게 펼쳐지며 시야가 황금빛으로 물든다. 그대로 앞으로 뛰쳐나간 노아 씨가 우두커니 선 노아 씨를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쿠구궁!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리며 리에트가 전룡화했다. 유현이가 나를 재빨리 낚아채며 피스의 등 위로 뛰어올랐다. 뭐야, 갑자기 왜!
– 싸우자!
리에트가 신나게 외치며 건물 파편을 짓밟았다. 거대한 발톱이 인간 형태의 리에트를 향해 휘둘러졌다. 서걱- 단절의 힘을 품은 발톱 끝을 따라 사방 모든 것이 잘려 나간다. 건물은 완전히 박살나고 먼지 구름이 높게 피어올랐다.
“노아 씨! 대체 어쩌려고요!”
상황 파악을 위해 유현이에게 선생님 스킬을 걸며 노아 씨를 바라보았다. 노아 씨는 회귀 전의 자신을 단단히 붙든 채 공중에 떠 있었다.
“누님이 이곳의 자신과 싸워 보고 싶다 하셨습니다.”
“…네?”
“정확히는 싸워 이겨서 잡아먹어 보고 싶다고 하셨지만… 이곳의 누님도 비슷한 마음이겠지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갑자기? 아래쪽에서 독 기운이 물씬 올라왔다. 흑룡이 커다란 웃음소리 같은 으르렁거림을 토해 내며 마구잡이로 날뛴다. 짙은 흙먼지 사이로 날렵하게 내달리는 리에트의 모습이 언뜻 언뜻 비쳤다. 그 광경을 퀘스트 노아가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제 누님이 이길 겁니다.”
노아 씨가 노아 씨에게 담담히 말했다.
“제가 보조를 해 준다면 금방 끝나겠지요. 당신은 어떻게 하고싶습니까.”
“…나는.”
퀘스트 속 노아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공포 저항 스킬을 공유해 줘야 하나 싶었지만 노아 씨는 나를 부르지 않았다.
“나는.”
콰르르릉- 거센 꼬리 짓에 작은 집 한 채가 쓸려나간다. 퀘스트 리에트는 흑룡의 공격을 잘 피하고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용의 덩치가 큰 만큼 칼날이 곧잘 비늘을 파고들기는 했다. 그러나 용의 상처는 이내 깨끗이 아물었다. 뛰어난 회복력에 더해 노아 씨의 치유 스킬이 계속해서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혼자가 아닌, 남매가 함께하는 리에트와 홀로 그에 맞서는 리에트.
“나는, 누님이 싫어.”
그 낮은 목소리가 들렸는지 리에트와 리에트가 멈칫거렸다.
“더 이상은 싫어. 누님이, 내 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쥐어 짜내듯이, 하지만 솔직한 진심을 담아 내뱉는다.
“그렇군요.”
과거이자 자신의 미래를 감싸 붙잡은 채 노아 씨가 속삭이듯 말했다. 금빛 날개가 크게 흔들렸다. 금속성 용의 눈이 잔해 위를 뛰어오르는 리에트를 향했다. 강제적인 축복. 상대의 능력치를 억지로 변화시키는 스킬이 발동되고.
“……!”
리에트가 발을 헛디뎠다. 동시에 흑룡의 발톱이 그녀의 몸을 덮쳤다. 콰앙- 아슬아슬하게 피했으나 리에트의 한쪽 팔이 길게 찢어졌다. 연이어 노아의 스킬이 리에트의 움직임을 교묘하게 방해한다. 리에트의 상처가 하나둘 늘어난다. 리에트가 고개를 젖히며 자신의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결코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노아야!”
목소리 또한 밝았다.
“넌 살아가!”
독기와 흙먼지의 바닷속에서 검은 형체가 칼날처럼 솟아오른다. 그 거대한 흑룡이 리에트 위로 떨어져 내린다. 리에트 또한 무기를 겨누었다. 콰앙-! 땅이 울렸다. 노아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은 채 치솟는 파편 사이로 사라져 가는 자신의 누나를 바라보았다.
퀘스트는 이미 완료되었다.
주위가 어두워지며 모든 것이 일순 사라졌다. 이어 넓은 방으로 뒤바뀌었다.